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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투스가 캉카라쿰을 이용해서 〈기사 마차〉 혹은 〈마법 마차〉를 빠르게 부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라는 존재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다.
용족의 힘은 평범하지 않다.
똑같은 체중을 지니더라도 용족은 폭주기관차처럼 상대를 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은 실로 용족다운 모습이다.
하늘을 날 수 있으면서도 조류의 단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일품이었다.
고대 엘프들이 용족의 아종(亞種)이라도 알이란 알은 모조리 챙겼던 〈용의 시대〉를 거친 이유도 이러한 용들의 힘 때문이었다. 도마뱀처럼 바닥을 기어도 용은 용이라고 부를 정도는 되었다.
쿠우우우!
거친 바람이 휘날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찢어지는 것 같았는데, 캉카라쿰의 체중을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속력이 붙은 발톱이 거칠게 기사 마차에 박혔다. 단번에 찌부러지며 반파되었고, 뒤로 엎어져서 끝이 튀어 올라 전복되었다.
캉카라쿰은 뒤이어서 땅에 내려앉으며 다른 기사 마차를 짓눌렀다.
우그드드득!
기울어지고 이내 뜯겨나가 마차의 벽이 바닥에 쿵하고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아아!!!!!”
목을 최대한 높이고 산액 브레스가 토해졌다. 그대로 분사된 용의 숨결은 마차를 십여 대 녹였으며 브레스가 끊어지자마자 목을 내려 마차 한 대를 물어서 흔들었다.
쾅! 쿠구구!
집과 마차가 부딪치자 몸을 출렁이며 목이 반대로 틀어졌고, 마차가 집에서 튀어나와 반대편 집에 무너졌다.
“끄악!”
병사들이 갈팡질팡했다. 집의 잔해가 무너지고, 독하디독한 독가스가 주변으로 퍼지고 있어서 절로 상체를 숙이면서 시야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쿵! 쿵!
와이번의 가까이 도달한 기사들은 와이번의 발걸음에 지축이 흔들려서 무릎마저 꿇고 있었다. 달팽이관이 출렁거리고 있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고위 기사라면 수를 냈겠지만, 마차를 지키는데 고위 기사를 쓴다? 오크를 다섯 마리 더 잡는 게 이득이었다. 또한 숲이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이룬의 마법 마차를 파괴했기 때문에 몽펠리에의 마법 마차 방위는 파이룬과 도긴개긴이었다.
와이번이 마법 마차를 진득하게 노리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체계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크르르르!”
반대편 집에 마차를 집어 던진 와이번은 몸을 틀며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토사물이 파도처럼 쏟아지며 기사와 병사들, 마법 마차를 뒤덮고, 밀어냈다.
펄럭!
단번에 공간이 만들어지자 와이번이 두 걸음 내디디며 날갯짓을 했고, 날아올랐다.
몸이 길었기에 반 바퀴만 돌아도 어마어마한 충격량을 발생시킬 수 있는 와이번다운 싸움법이었다. 용이 지닌 힘 앞에 하찮은 인간 따위는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원거리로 매머드를 잡듯이 진득하게 잡아야 했다. 하지만 매머드는 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잡혔지만 와이번은 날 수 있었다.
“흐아아아아!!!!”
그러나 그곳에 닿으려고 수없이 노력한 인간들이 있었다.
속세의 즐거움보다 일신의 무력을 갖추고, 유지하고, 먼지만큼이라도 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누구보다 일찍 새벽마다 일어나는 자들.
술을 즐겨도 마시는 시간보다는 단련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상인들이 속은 검은 놈들이라고, 저들이 가진 것을 보라고 깎아내리지만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명예라는 놈을 오랜 세월 동안 꿋꿋하게 쥔 자들이었다.
그런 자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들. 기사들조차도 경외하는 자.
고위 기사의 외침이 도네투스의 귀에 박혔다. 그것은 바로 옆에서 들은 것처럼 가까웠다.
쾅!
아크온 몽펠리에의 불타는 망치가 와이번의 왼쪽 허벅다리에 인장을 때려 박았다.
“키아아아악!”
타오르는 마법 인장에 와이번이 고통스럽게 울었다. 단번에 목이 꺾이며 몸이 틀어졌다. 도네투스의 눈이 검은 연기를 내는 아크온으로 향했다.
‘인간이 날아오르다니.’
종아리에서 검은 연기를 내는 금속 장치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미완성의 마법 아이템인 듯했다. 서서히 추락하는 모습에 도네투스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왼손으로 옮기며 단번에 투척 도끼를 오른손으로 빼 들더니 그대로 던졌다.
사아아악!
오른팔에 있던 히드라의 타투에 있는 히드라의 머리가 입을 쩍 벌렸다. 머리의 숫자는 7마리였지만 입을 쩍 벌린 것은 4마리에 불과했다.
휘청!
그것만으로도 캉카라쿰이 도네투스가 휘두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단단히 두 발이 땅에 있었다면 거뜬했지만, 이곳은 허공이었고 발을 디딜 곳은 없었다.
동시에 도네투스의 오른팔의 실핏줄이 하나 터지면서 초록색 피부에 멍이 작게 들었다.
쐐애애애액!
투척 도끼가 팽그르르 돌며 추락하는 아크온에게로 향했다. 도끼의 회전수는 어마어마해서 인간의 눈으로는 날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 흉악함은 이 세계의 수준에 맞지 않을 정도였다.
‘못 피한다.’
〈화산분출의 종아리 각반〉이라 불리는 미완성 마법 장치로 날아올라 와이번에게 제대로 피해다운 피해를 준 아크온은 회피를 포기했다. 그는 빠르게 판단했다.
휘익!
자신이 쥔 전투 망치를 도끼를 향해 내던졌다. 보통 힘이 아니었고, 자신은 추락 중이었기에 손으로 망치를 쥐고 저 도끼를 흘려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독특한 상황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자세이기도 했다.
까드드득! 쪄어어엉!!!
귀를 찢는 듯한 강철음이 아크온의 귀를 때렸다.
‘미친!’
전투 망치의 두툼한 부분을 그대로 반으로 쪼개며, 두부를 자르는 것처럼 잘라버린 채 도끼가 그를 계속해서 노려서였다.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힘이 있어야 대전사를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다.
속력이 좀 줄어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추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몸을 태아처럼 말았다. 그게 하늘 위에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악이었다.
꽝!
지이잉-!
투척 도끼는 정확하게 아크온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귀를 때리는 충격음에 아크온은 귀가 먹먹해졌고, 이명을 들었다.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가, 가주님!”
와이번이 헤집어놓은 땅에서 기사들이 달려와서 아크온을 챙겼다.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은 지나칠 정도로 기세가 누그러져 있었고, 조용했다.
“뭐하고 있느냐! 이것으로 와이번···울컥!”
고함을 지르던 아크온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 도끼가 끝까지 어깨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폐를 다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와이번은 이것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을 지휘하여 펴엉, 야로 나가라!”
피를 질질 흘리면서 아크온이 말을 내뱉었다.
“마, 말을 아끼십시오! 가주님!”
보두앵조차도 손을 벌벌 떨었다. 그 모습에 아크온이 몸을 일으켰다. 지금은 그래야 할 때였다. 입술은 빠르게 파리해지고 있었지만, 아크온은 기어코 홀로 서서 외쳤다.
“앞으로 향하라!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라!”
뒤로 기울어지는 것을 기사가 받았지만, 아크온의 반항이 느껴졌다. 결국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계속해서 몽펠리에의 결사대는 성문 밖으로 나갔다.
“쿠윽! 클륵!”
부축을 받으며 빈집에 들어선 아크온이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피 거품마저 뒤섞여있었다.
“도오끼를 뽑아야 한다.”
그 말에 병사가 도끼에 손을 가져갔다. 기사들이 두고 간 물약이 삼십여 병이 넘었다.
“흡! 윽!”
하지만 도끼가 뽑히지 않았다. 도끼의 윗부분이 끝까지 아크온의 어깨에 박혀있어서였고, 전신갑주가 쪼개져서 도끼날의 양옆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흐.”
아크온이 짧게 소리를 내자 낑낑거리던 병사가 얼음처럼 굳었다.
“세 명이서 잡아봐라. 쿨럭!”
아크온의 입에서는 이제 그냥 피도 아니고 선홍색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입술은 이미 새파래져 있는 상태였고, 온몸에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근육에 산소가 제대로 돌지 못한다는 반증이었다.
“하나아! 두우울! 셋!”
“합!”
“흡!”
장정 셋이 당기자 조금 진전이 있었고, 세 차례 당기고 나서야 도끼가 뽑혔다. 피가 미친 듯이 흘러나왔는데, 그 피보다 더 많은 물약이 쏟아져서 겨우 틀어막았다.
“여, 영주님.”
아크온은 입을 오물거리기만 했다. 호흡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을 때, 전투 사제 다섯이 들이닥쳤다.
곧바로 신성력이 터져나갔다. 움직이는 신성력은 어깨보다는 옆구리를 통해서 신체로 흡수됐다. 파리한 모습에 정확하게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서였다.
전투 사제인만큼 옆구리에 화살이 박힌 병사가 왜 죽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후우우···”
아크온이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고통으로 딱딱하게 굳은 횡격막이 움직이며 폐도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죽을 고비를 넘겼음에도 상처는 너무나도 컸다.
“마저 치료하겠습니다.”
전투 사제들 또한 고위 기사 그리고 아크온 몽펠리에가 지닌 영향력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신성력을 쏟아부었다.
‘죽을 뻔했다.’
백설산맥에서나 사는 와이번 중에서도 특출난 와이번이었다. 그래서 와이번이 결코 반격할 수 없는 때를 노렸다. 그러나 진짜 조심해야 할 상대는 오크였다. 전신갑주를 쪼개고 도끼날이 끝까지 박히는 그 힘!
감히 인간이 대적할 수 없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아크온은 그 상태에서 바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빈집에서 조용히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장시간 몸이 노출되었기에 몸 상태가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진이 다 빠져있었다.
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 사람의 상태와 비슷했다.
*
“쿠워어어어!!!!”
마법 마차가 없는 평야의 연합군은 와이번에 속수무책이었다. 도네투스는 와이번의 체력을 생각하며 저공비행을 하며 공격은 최소한으로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인간 군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간보다 덩치가 압권인 와이번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데 평정심을 가지고 있는 병사는 몇 없었다. 베테랑 병사조차도 이 신화적인 전쟁터에서 맨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것도 앞에 오크가 밀어붙이고 있다면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도 길게이의 세력은 후방에서 우익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우익은 인간에게 탄탄한 상황이 될 것이 뻔했는데, 곧 몽펠리에의 결사대가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승리하는 쪽에 병력을 투입시키는 것만큼 개 같은 짓거리도 없었다. 이제 갓 동부의 남쪽에 기반을 잡은 길게이는 이 전쟁에서 들러리가 되고 싶을 뿐, 공신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공보다는 자신의 세력이 소모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을 뿐이었다.
“버텨라! 버텨라! 파이룬의 용사들아! 나, 게실리안 파이룬이 함께하고 있다!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나와 함께 오크들을 막아서는 강철의 벽이 되어다오!”
와아아아아!!!!
반면 파이룬은 말 그대로 가문의 사활을 내걸었다. 혼란스러운 전방이 아직도 와해되지 않은 이유는 파이룬의 병사들이 전면에서 버티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웅! 타부락!”
파이룬 병사들에게 걷어차이고, 윽박질러지며 좌우익으로 튕겨 나간 불파겐의 병사와 남부의 몰락귀족들이 고용한 용병 및 사병들은 자유 기사들의 명령을 받고 있었지만, 그 규합은 형편없었다.
“계속 날 찌르면 어떡해! 미친 새끼야!”
불파겐의 방패병이 고함을 질렀다. 자꾸만 투구 옆을 긁으며 남부 사병이 창을 거칠게 다뤘기 때문이다. 동시에 용병과 괜히 몸싸움하기도 했다. 언제고 뒤로 빠지고 싶은 용병이 자꾸만 뒤로 와서였다.
“앞으로 가! 버텨야 한다고!”
용병은 그런 방패병에게 대답도 안 하고 갑자기 몸을 숙이며 기어서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오크가 난입했다. 곰의 털가죽으로 전신을 두른 자였고, 다른 오크 전사와는 기세 자체가 달랐다.
〈대전사 누흐크 수크흐(Nuhk Sukh, 두 개의 도끼)〉
후웅.
쾅!
도끼가 휘둘러지며 방패병의 목을 날려버리고, 몸을 쑤욱 밀어서 창을 쥔 채 방패병이 쏟아내는 피를 한 가득 받아 딱딱하게 몸이 굳은 사병을 뒤로 넘어뜨리더니 양손에 하나씩 쥔 큰 도끼를 광전사처럼 휘두르며 껑충 뛰기 시작했다.
서걱!
단번에 기어가던 용병의 목이 잘리고, 큰 도끼에 부딪힌 창은 허공으로 뜨더니 창의 뾰족한 부분이 땅에 그대로 꽂혔다.
“그아아아아!”
대전사 누흐크 수크흐가 뚫어놓은 곳으로 오크 전사들이 무너진 둑으로 쏟아지는 물처럼 쏟아졌다.
좌익이 그렇게 무너졌고, 우익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크를 상대로 3개월 미만의 훈련 병사는 애새끼에 불과했고, 남부의 몰락귀족이 키운 사병은 살찐 돼지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으며 용병은 죽을 곳에서 돈을 벌며 살아갈 생각을 하는 병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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