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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게게게!
괴상한 소리를 내는 낙타의 울음소리에 멧돼지의 눈이 조금 크게 떠졌다. 뛰어난 후각으로 낙타가 지닌 독특하고 전혀 익숙하지 않은 체취를 맡았는데, 몸에 소름이 쫘륵 돋았다.
마치 비위가 상하는 냄새를 코앞에서 맡은 것처럼 반응이 자극적이었다.
만약, 낙타 냄새에 익숙해지지 않은 지금. 위대한 돌격을 실행했다면 역사에 크게 남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는 패배하였을 터였다.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낙타의 체취는 오크 기병의 능동성을 줄였다.
“기이~! 기이~!”
기병장이 수신호를 외쳤다. 마치 노래를 부르듯이 그것은 다른 사람의 입으로 번져가며 퍼져나갔다. 위에서 내려다봤다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발사!”
사막 기병이 그렇게 거리를 조절하면서 우측으로 단창을 던지고, 화살을 쏘았다. 오크 전사들도 눈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쏠만하다고 생각하면 내던졌다.
후더덕!
도끼가 사막 기병의 한 걸음에서 다섯 걸음의 차이를 두고 땅에 떨어져 박혔다. 기가 막힌 간격조절이었다. 기병장(騎兵將)들은 그 모든 것을 가늠하고 있었고, 자신이 아닌 수천의 군세가 가지는 크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해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감각적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감으로 그럴 것 같다고 말하기에는 노력도 필요한 일이었다.
“큭!”
화살 대부분은 오크 기수와 짐승을 타격했다. 최소 6년의 근속을 지니고, 시민의 혈세로 수많은 훈련을 몸으로 받은 인간 정예가 만들어내는 궁술은 오크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단창의 명중률이 낮아서 오크 전사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짐승들도 털가죽 때문에 화살이 박힌 채로도 내달렸다. 가죽이 출렁거리며 화살이 알아서 다시 뽑히기도 했다.
사격전은 압도적으로 인간의 편이었지만, 오크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간격을 잘 잡아서 적은 피해만 입어도 오크도 적은 피해를 입으니 큰 이득으로 여겨지지 못했다.
물론 오크 전사들은 답답함에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었고, 얼굴의 혈관이 우룩부룩 튀어나와있기 일쑤였다.
“까이야! 하! 이런 씨. 왜 이래?”
오크 전사가 발로 허벅지를 긁고, 목을 쳐대어도 탈것들은 무엇이 그리 싫은지 움츠러들어 있었다. 마치 홍어의 홍자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홍어를 코에 쑤시고 문지르는 것처럼 움츠러든 멧돼지와 다른 동물들은 낙타들에게 쉬이 가까이 가지를 못했다.
낑.
거대 늑대가 앓는 소리를 냈다. 오크의 손아귀 힘이 목 가죽을 쥐어뜯어서였다. 소리를 내자 손아귀 힘이 풀어졌다. 이런 일 때문에 짐승들은 오크 전사의 흉포함에 그저 따라가는 척만 근근이 하고 있었다.
죽기 싫어하는 것이 생명이라는 놈이었다.
“크아아아아!”
그 속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당연히 캉카라쿰이었다. 블랙 스케일 와이번의 위용은 대단했고, 실제로 날개를 편 상태에서는 진짜 신화 속의 전쟁터에 있는 기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산액 브레스가 쏟아져나왔다.
푸화학!
“그르르릅!”
목이 먼저 타버리며 기수가 피거품을 뿜으며 고꾸라졌다. 투창이나 원거리를 들고 있지 않은 훈련병의 최후는 끔찍했다. 랜스가 땅으로 그대로 끝이 부딪치며 몸이 올라갔고, 천천히 뒤집혀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컥!”
핏물이 크게 튀어 올랐다.
치이이이익!
산액 브레스가 갑옷째로 녹여갔다.
고기가 타는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저 끔찍한 악취만이 그득했고, 거무튀튀한 유해가스만이 피어올라 왔다.
“콜록! 콜록!”
곳곳에서 격한 기침 소리를 냈다. 서둘러 숨을 참고 지나갔다. 캉카라쿰은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산액 브레스를 쏘고 난 뒤에 그대로 땅에 다시 한 번 내려앉으며 발톱으로 찍으려는 찰나, 기사 마차에서 충격 마법이 하나 쏘아져서 날개를 후려치려고 했다.
훅!
묵직한 흙으로 이루어진 거인의 주먹은 날렵한 와이번의 움직임에 아슬하게 비켜갔다.
콰드드득!
발톱이 흙을 긁다가 날갯짓 한 번에 부욱 하늘로 와이번이 솟구쳤다. 투창이 여럿이 꼬리를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고, 뒤를 이어서 화살과 온갖 것들이 따라붙으며 포물선을 그렸지만, 허공을 지나가는 것에 그쳤다.
콰아아아!
원거리 공격 수단의 어그로를 확실하게 끈 도네투스가 바람을 귀로 크게 느꼈다. 묶어놓은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
“흐!”
그 아픔마저도 무뎠다. 그 상쾌함과는 다르게 분통을 터트렸다. 〈기사 마차〉의 존재 때문이었고, 아직도 꼬리조차 못 물고 있는 동족들 때문이었다.
“뭐어어어 하느냐! 놈들을 찢어발기지 않고!”
쩌렁쩌렁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성대에 딱 맞게 그려진 물방울 타투가 목소리를 낼 때마다 조금씩 커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물방울 모양의 타투 끝에 연결된 꼬리는 원숭이의 머리가 되는 신기한 타투였다.
“흥분제를 먹여라!”
가죽 주머니가 오크 전사의 손에 의해서 풀어헤쳐 졌다. 몇몇 오크들은 투척 자루를 넣고 뽑거나 이빨로 뜯어내기도 했다. 그것을 다시 왼손으로 쥐고 털어 손에 가루를 쥔 다음에 상체를 굽혀 바로 동물의 입에 훅 집어넣어 털어졌다.
“케켁! 퉤렉! 핥핥!”
기침 한 번 하고, 부르르 떨던 거대 늑대가 이내 가루의 텁텁함에 혀를 이리저리 굴리며 핥아먹었다. 약간 단맛이 났기에 뱉어내지는 않았고, 침을 흘리지도 않았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순식간에 훼까닥한 거대 늑대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꼬리가 귀로 쭉 향했고, 이내 냉큼 앞으로 내달렸다.
“꾸꿰애애애액!!!”
멧돼지는 뭘 잘못 먹었는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침을 길게 잘 뽑아내더니 그대로 고꾸라져버렸다. 종종 있는 부작용이었다. 강한 흥분제는 그만큼 강한 반동을 가져왔다. 오크 전사도 그것에 휘말려서 나뒹굴었다.
멧돼지의 뒷다리가 재수 없게 오크 전사의 어깨를 박았고, 그대로 어깨가 탈골되었다. 오크를 태우고 달리는 놈이었다. 보통 체중이 아니었다. 뒷다리의 크기가 무식할 정도로 컸다.
뚜둑!
쓰러지자마자 어깨가 뻐근한 걸 느낀 오크 전사가 다른 손으로 무식하게 팔꿈치를 퉁하고 쳤다. 혼자서 단번에 뼈를 다시 맞추었고, 어깨를 한 번 둘렀다.
쐐애액!
퍼버벅!
화살 세 발이 그런 오크 전사에게 정확하게 명중했다. 낙마한 오크 전사를 노리지 않는 궁사는 없는 법이고, 기병 중에 사수는 가장 실력 있는 자를 말하는 단어나 다름없었다.
“시답잖은 놈들.”
그대로 뽑으면서 오크 전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그대로 적진을 향해 내달렸다.
“그, 아아아아!!!”
거센 함성을 내뱉었다. 그의 뒤로 오크 기병들이 우루루루 지나갔다. 달려도 짐승만 못했다. 이족 보행의 한계였다. 두 발이 네 발을 달리기로 어찌 이기겠나.
낙타의 냄새로 서로 간만 보는 상황이 끝났다. 하지만 그제야 삼로진 전술이 빛을 발했다.
라-이라아!
사막 기병의 한 무리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기동하며 다른 기병들을 쫓던 오크 전사들의 뒤를 잡았다. 오크 전사들의 절반에 위협을 느끼고 머리를 돌리자 순식간에 도망줄을 놓았다.
그 사이에 3번 사막 기병의 무리가 사격을 해버리고 찢어진 양쪽 오크 무리의 텅 빈 공간을 질주하며 농락을 했다.
“그아아아아!!!!”
분노하는 오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크들 절반 이상이 혁대에 투척 도끼가 텅텅 비어있었다. 사격전을 서로 교환해서였고, 그 때문에 이런 농락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전쟁에서는 뭐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인칭의 시야는 끔찍했다. 평야의 전투가 점점 난장판으로 변해가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더욱 흉악한 환경으로 변해갔다.
사막 기병을 쫓으면 다른 사막 기병 무리에게 쫓겼다. 어그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아먹는 것이 사막기병이었다.
다양한 수신호. 낙타의 이상한 울음소리는 다양한 방향에서 들려왔고, 오크들을 현혹했다. 망루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제대로 상황 파악이 힘들었다.
회전을 중단시키고 후퇴해야 할 정도로 오크 군대가 와해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그 모든 광경을 도네투스가 내려다보더니 인상을 가득 찌푸렸다.
뭉쳐지고, 흩어지고, 풀리고, 쏟아내어 지고. 조이고···마지막으로 소수가 다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와해라는 그러한 것이었다. 단 하나의 깃발 아래 맹목적으로 따르는 기수들과 오크 라이더는 크게 달랐다.
1만3천이 넘는 오크 기병은 누가 뭐라고 해도 5천의 인간 기병보다 숫자가 3배는 더 많았다. 하지만 3갈래의 사막 기병의 머리를 서로 아무런 계획 없이 쫓았다.
힘만을 믿었고, 자신의 힘에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그 결과는 와해였다.
혼이 빠지도록 도망가는 천이 넘는 오크의 무리 중 흙먼지 속을 헤매는 무리에서 뜯겨나간 소수의 오크들은 랜스에 몸이 꿰뚫리고 낙타 여러 마리에게 치여지고 밟혔다.
오크의 무리는 철저하게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 도네투스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오크들은 전사와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휘관의 역량을 지닌 자가 없어서였다.
있다고 해도 큰 비중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오로지 일신의 무력이 모든 사회적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도네투스 또한 내려다보고 있어서 삼로진 전술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내달리고 있음에도 인간들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그 방향이 결정되는 오크들의 모습을 멀리서 봐서 깨달았을 뿐이었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리고 인생은 1인칭 시점이다.
‘흙먼지 때문에 내가 도와줄 수도 없다.’
캉카라쿰이 천천히 활강하며 평야를 선회했다. 어떻게든 기회를 보기 위함이었다.
빠드득!
이빨 하나가 그대로 박살이 났다.
내성벽에서 오크 라이더의 답답한 전투를 본 대전사가 이빨을 뱉어내며 피를 꿀꺽 삼켰다. 자신의 피맛은 항상 맛난 법이었다. 그 중독성에 혀가 뽑힌 이빨이 있었던 곳을 이리저리 지나다녔다.
알싸한 고통이 분노를 조금 경감시키기도 했다.
“창피해 죽겠네.”
벅벅!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인간을 상대로 개 못하는 모습을 본 외성벽에 올라선 오크 전사들은 젖꼭지에 상처가 날 정도로 몸을 긁기도 했다.
“보다가 다른 놈들 이빨도 부서지겠다. 우리는 내성벽을 공략하자!”
“좋다, 좋아!”
“놈들의 대장인 불망치 전사는 내가 반드시 잡아 보이겠다! 누구도 건드리지 마라!”
“어딜!”
언제나 있던 기사 경쟁도 일어났다. 도네투스가 평야로 눈길을 돌려서였다. 그러자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다. 지붕을 껑충 뛰어다니며 벌써 힘을 쓰는 대전사도 보였다.
“씨발.”
성벽 위에 위태롭게 지어진 나무 망루에서 그걸 본 병사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붕을 뛰어다니는 오크.
장애물이 치워지고 사람 하나 없던 대로로 몰려오는 오크들.
그 모습은 가히 두려움 그 자체였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댕댕댕댕!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진 종이 맑고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쉬고 있던 이들 중에서 미리 정해진 인원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나머지는 최대한 체력을 보존하며 억지로라도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오크를 상대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힘이라도 보존해야 했다.
아크온 몽펠리에를 비롯한 최정예로 이루어진 이들이 1군 방어진이었다. 이것은 오크이기에 그렇게 배치할 수 있었다.
‘오크와의 전투에서 초전(初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10라운드를 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1라운드에 K.O를 시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 오크와 인간의 싸움이었다.
물론 외성벽 전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뒤로 후퇴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뒤는 없었다. 내성벽이 무너지면 그때는 오크와 내성 내부에서 싸워야 했다. 평지 싸움과 계단에서의 버티기 뿐이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우리의 강인한 강철과도 같은 벽을 오크들에게 보여주자!”
호쾌한 인생을 살았던 오크들의 삶. 긴 싸움이라도 확실하게 상대가 지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삶. 반드시 수확을 챙겼던 공수의 교환.
와아아아아!!!!
그런 것은 몽펠리에의 최정예를 상대로는 기대할 수 없었다.
할버드를 어깨에 턱하니 짊어진 〈성채 수비병〉이 팔을 접어서 위로 길게 뻗으며 스트레칭을 강하게 했다. 옆구리 근육이 쫘악 당겨졌다. 다른 인간보다 체격이 확실하게 큰 인간들로 이루어진 성채 수비병은 최소 190cm~220cm로 이루어진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결혼조차도 귀족들에 의해서 결정됐다. 키가 크고 여성 중에서도 뼈가 굵은 여성과 결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다른 가문 혹은 완전히 다른 지방에서 이러한 집단 결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인간의 자유 따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크에게 짓밟힌 붉은 요새의 함락 이후로 인간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오크처럼 몸집이 커지고 싶어서였다.
내성벽은 높지 않았다. 그저 도움닫기만 하면 그대로 넘어갈 정도였다. 또한 마법 첨탑이 무너지면서 마력도 끊겨 내성벽에 내장된 마력도 사용할 수 없었다.
척 봐도 쉬운 먹잇감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드낙이 눈을 떴다. 뭔가가 자꾸 머리카락을 뽑아서였다.
“깍.”
카이야가 소리를 냈다. 드낙이 일어났다가 그대로 엎어졌다. 온몸에 힘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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