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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19화 (51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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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와아아아악!!!”

캉카라쿰이 거칠게 첨탑에 발톱을 박아넣으며 뒤흔들었다. 첨탑에서 벽돌이 떨어져내렸고, 그 내부에 보이는 강철로 만들어진 양각(陽刻) 마법진이 보여졌다. 그곳에 용의 숨결을 내뱉으려는 찰나, 마법 첨탑의 대인마법이 캉카라쿰을 후려쳤다.

푸화악!

산액 브레스가 허공으로 뿌려졌다. 목이 길었기에 몸체가 조금만 움직여도 명중률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 첨탑에서 쏘아진 〈추적하는 대형 화염창〉은 정확하게 캉카라쿰에게 적중당했다. 아래에서 솟구쳐올랐기에 도네투스나 캉카라쿰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치이익!

사람의 머리만큼 굵은 창이 캉카라쿰의 배에 들러붙으며 비늘을 태웠고, 계속해서 비집고 들어갔다.

펄럭!

거칠게 날아오르며 캉카라쿰이 날아올랐다. 날개의 바깥은 박쥐날개였지만, 안쪽에는 깃이 있었는데 넓게 펴지며 부풀어 올랐다. 체중이 큰 캉카라쿰이 하늘의 제왕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안쪽 둥근 깃털〉이었다.

그저 길쭉한 일반적 깃털과는 달랐다. 마치 풍선과도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날아오른 캉카라쿰에게 마법 대형창은 계속 들러붙었다. 그럼에도 캉카라쿰은 인상을 찡그릴 뿐, 성을 한 바퀴 돌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을 꺼트리기 위함이었다.

또각!

주술 도기가 도네투스의 손에서 깨어지며 갈색의 주력이 피부를 타고 흐르며 캉카라쿰의 상처 부위를 보호했다. 점점 창과 피부의 거리가 벌어졌고, 이내 추적하는 대형 화염창이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적은 주력으로 많은 마력을 이긴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상쇄가 아니었다.

타겟팅 형식의 공격 마법은 꾸준히 인간이 지닌 힘이었다. 초월의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었기에 그에 대항하는 주술이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푸화하학!

〈덮치는 화염파도〉가 거칠게 외성벽을 넘어 떨어져 내리고, 주술로 만든 물의 폭포가 다시 한 번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와이번은 다시 내려앉으며 첨탑으로 향했다.

화르륵!

〈추적하는 대형화염창〉은 이번에도 하나 생겨서 와이번을 쫓아다녔지만, 한 번 본 마법이었다. 그 어떤 중력도 버틸 수 있는 캉카라쿰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력과 더 빠른 선회력이 필요했다.

쐐애액!

날개를 접으면서 단번에 떨어지는 캉카라쿰은 순식간에 대형화염창을 지나갔다. 뒤늦게 따라붙으며 내려꽂혔지만, 날개를 쫙! 펼치며 속력을 단번에 줄이며 순식간에 위로 그리고 앞으로 뻗어 나가는 캉카라쿰을 쫓기란 요원했다.

쾅!

그 과정에서 첨탑을 지나며 발톱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벽돌이 떨어졌다.

콰아아아!

산액 브레스가 첨탑에 뿌려졌다. 시커먼 독가스가 퍼져 나왔다. 금방이라도 마법 첨탑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도 공중을 날아다니는 용족(龍族)을 잡을 수 없었다. 공성 쇠뇌? 아군의 오사가 있었고 애초에 명중할 수가 없었다.

추적하는 마법조차도 제 꼬랑지에 달고 유유히 할 것을 다 하는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었다. 다행이라면 건축물을 철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용과 마법 첨탑의 싸움 속에서 푸른 빛이 구름을 뚫고 뻗어 나가 마법 첨탑의 꼭대기에 내려꽂혔다.

오크들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아크온에게 전령이 도착했다. 삼각깃 하나를 쥔 채 달려오는 전령은 아크온의 가슴을 철렁 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직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였다.

“보고하라!”

“불파겐 자작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는 적지만, 반드시 도와주겠다고 하며 5일만 버티라고 합니다!”

“알았다!”

아크온은 냉큼 대답하고 넘어갔다. 그 눈에는 희망 따위 없었다. 3만이 넘는 적이 인간 군대였다면 능히 버틸만했고, 지원군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오크였다.

‘성벽임에도 빠르게 병사들이 소모될 것이다.’

전투의 종족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엘프의 견제가 아니었다면 대륙을 양분하는 것은 엘프와 드워프가 아니라 엘프와 오크여야 했다. 기술은 성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오크의 도끼는 나무 도끼든, 돌도끼든 무식하게 강했기 때문이다.

마법의 틀이 잡히지 않은 고대에서는 오크들이 주종족일 정도로 대단했으며 그들 문명은 워낙 돌도끼가 많아서 엘프의 고고학계는 이를 〈돌도끼 시대〉 혹은 〈돌 문화권〉 등으로 지칭할 정도였다.

‘어려운 일이다. 그가 왔을 때는 이미 다 밀릴지도 모른다.’

아크온의 눈이 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 어떤 징조도 없었다. 그것이 크게 아쉬웠다. 킹슬레이를 비롯한 서쪽의 가문들이 이곳으로 군대를 보내기로 했는데, 기약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전령까지 보냈는데, 뭐라도 소식이 오는 게 정상인데.’

그 전령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오크와의 이 정도로 큰 대규모 공세를 인간 또한 처음으로 막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손발이 안 맞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제대로 한 번을 못 모였다. 얼마나 북부가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킹슬레이. 몽펠리에. 파이룬.

세 곳으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토치라이트는 백설산맥과 바로 본성이 가까이 있어서 그럴 여건도 되지 않았다. 물론 예전부터 토치라이트는 독자 노선을 좋아했다. 자신들 또한 다른 명문가와 하등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휴.’

속으로 한숨을 쉰 아크온이 허리에 묶은 평소의 두 배나 길쭉한 혁대를 고쳐매었다. 그곳에는 온갖 물약이 가득했다. 와이번이 마법 첨탑을 무너뜨리고 나서는 자신이 드래곤 오크 라이더를 막아야 했다.

텅!

공성 병기가 쏘아지는 소리가 아크온의 귀를 때렸다.

쏘아져 나간 공성 쇠뇌를 본 오크 전사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움직였지만, 이미 옆의 공간에는 다른 오크 전사가 있었다.

‘이런 씨.’

퍽!

“그륵.”

그대로 어깨부터 내려꽂히며 땅에 쑥 들어간 공성 쇠뇌에 오크 전사가 멈췄고, 그대로 뒤의 오크 전사에게 밀쳐져서는 순식간에 앞으로 공성 쇠뇌와 함께 넘어졌다.

“큭. 이 새끼들···”

서둘러 일어나려고 했지만 계속 밟히기 시작했고, 이내 오크 전사가 몸을 웅크리며 장기를 지켰다. 인간이 밟는다면 금방 일어나겠지만, 상대는 그와 같은 오크들이었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이 큰 무기를 쓴다!”

진형을 갖추지 않았고, 서로 간의 간격도 넓었지만, 요새에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간격이 줄어들었고, 그곳을 정확하게 투석기와 공성 쇠뇌가 타격하기 시작했다.

콰앙!

“콜록! 콜록!”

돌덩이에 묶여 있던 포대가 터지면서 독가루가 잔뜩 퍼졌다. 못해도 100마리의 오크가 독연기가 휩싸였고, 눈을 못 뜨며 허우적거리며 기침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감각과 간질거리는 감각이 뒤엉켜서 계속 기침을 해야 했다.

끝도 없는 기침 속에서 바짝 마른 기관지에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쏟아져나왔다.

흡입한 오크는 예외 없이 독가루에 피해를 입어야했다. 보통 마법과의 상쇄를 위해서 가지고 있는 주술도기는 이런 공격에는 무의미했다.

뚜둑!

치료 주술 도기가 있는 오크 전사는 살아남았지만, 방어나 공격 주술 도기를 지닌 오크 전사는 속절없이 피를 쏟아내야 했다.

터억!

가장 먼저 내달린 오크 전사가 거침없이 혼자 가져온 사다리를 놓았다. 인간 병사들이 밀어내며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다. 사다리는 가장 형편없는 공성병기였다.

“병신아, 그러니까 안 통한다니까!”

오크 전사가 그런 동료를 지나가며 그대로 성벽에 냅다 도끼를 후려쳤다. 벽돌이 움푹 파였다. 또 어떤 오크 전사는 땅을 훅훅 파기 시작했다. 땅 밑에도 성벽이 있었지만, 계속 밑으로 파 내려갔다.

“끓는 물이다! 비켜라, 비켜!”

기름이 너무 귀중했기에 끓는 기름은 제국에서나 사용할 법한 공성무기였다. 몽펠리에는 대신에 끓는 물을 사용했다. 물론 보통 물이 아니었다. 색이 누렇고, 찢긴 독버섯이 둥둥 떠 있었다.

쏴아아!

수증기가 가득 일어나며 물이 떨어져 내렸다.

“흐하학!”

오크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를 소리를 내며 성벽에 손을 얹으며 버텼다. 떨어지는 물의 양이 제법이었고, 곳곳으로 튀었다. 이내 곧 피부가 따가워지기 시작하더니 마비가 되기 시작했다.

“으, 퉤! 에으으.”

혓바닥이 축 늘어졌다. 감각이 없어서 감히 혀를 놀리지는 못했다. 안으로 말려들어 가지는 않았다.

둔해진 오크 전사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뭐 하는 거야! 비켜!”

“그으으···”

멀쩡한 오크들과 마비된 오크들이 서로 뒤엉켰다. 병사들이 외성벽에서 아웅다웅할 때, 그곳과 겹쳐있거나 서로 맞물려서 막힌 곳의 위에 있던 순찰자들은 계속해서 화살을 당겼다.

오크들이 기르는 오크 나무를 통해서 만든 활은 높은 성벽에서 쏘아지면서 더 흉악한 파괴력을 만들었다. 보통 오크들처럼 쏠 수는 없었기에 순찰자들은 독특한 사격법이 있었다.

휘익!

상체를 뒤로 보냈다가 빠르게 앞으로 향하며 속력을 높이며 단번에 그 힘을 이용해서 활시위를 있는 힘껏 당겼다. 엄청난 장력이 손아귀에서 느껴졌다.

..핑!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시위를 놓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크활이었다. 보통의 궁수라면 화살을 쏘아도 명중률이 형편없을 것이다. 목표물을 짧은 시간 보고 쏴야 하기 때문이다.

쐐애액, 콱!

“악. 눈.”

그러나 하나의 신념이 절대로 꺾이지 않은 순찰자들은 인간 중에서도 가장 정신력이 견고하며 강인한 자들이었다.

이들의 놀라운 신념과 그 신념에서 따라오는 집중력, 저력은 그 어떤 국가 대항전보다 강한 정신력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화살을 쏘았고, 누구보다도 빨리 오크의 눈을 앗아갔다. 오크 또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성벽 따위는 우습게 닿고, 병사들을 타격했다.

“게엑.”

사다리를 있는 힘껏 밀어내면서 노출된 병사의 목에 오크가 쏜 화살이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깊게 박혔고, 병사는 앞으로 몸이 더욱 쏠렸지만, 전우가 그 몸을 당겼고, 목에 박힌 화살을 볼 수 있었다.

“여, 여기 부상! 주, 중상!!”

오크가 오기 전에 겨우 도착한 민병대 소속의 시민이 목에 화살이 꽂힌 병사를 태우고 서둘러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살지 죽을지는 알 수 없었다.

“끄흐으으···”

부상당한 병사들이 빠르게 실려 갔다. 하지만 충원은 되지 않았는데, 전투 요새가 너무 컸고, 오크들은 9곳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어서였다. 퍼져있는 만큼 많은 공간을 지켜야 했다.

그들이 9곳을 공격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남은 부락이 9개였기 때문이다.

8천의 정규병. 한 곳에 천 명도 못 갔다.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성벽의 인원은 줄어들었고, 이내 오크 전사들이 사다리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무거워서 밀어낼 수도 없게 되었다.

“인간 놈!”

흉악한 기세를 보이며 오크 전사가 성벽에 손을 딱 걸치기 직전에 〈전투 요새〉의 외성벽에 내장된 마법이 터져 나왔다.

〈충격 화염〉.

외성벽의 벽돌 내부에 고정되어있는 보석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밖으로 새어나오지는 않았지만 마법은 확실하게 실현되어 오크에게 적중했다.

펑!

충격으로 오크가 그대로 허공에 띄워 올려졌고, 몸 전체에 불이 크게 들러붙은 채로 떨어져 내렸다. 주술 도기가 들러붙은 마법 화염을 상쇄시켰지만 그대로 땅에 떨어진 오크 전사는 금방 일어나지 못했다.

쿵.

“크윽.”

체중이 크다는 것은 곧 낙하 피해도 높다는 소리였다. 뼈까지 부러진 오크 전사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네투스의 오크 주력은 상당 시간을 대기했고, 그만큼 많은 주술 도기가 오크 전사들에게 보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

오크 전사는 그중에서도 5개가 넘는 주술 도기를 지니고 있었다. 서둘러 품을 뒤졌다. 모양이 서로 달랐기에 확실하게 무엇이 어떤 주술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치료의 주술이 깃든 도기를 한 손으로 깨뜨리자 나뭇잎색의 주력이 오크 전사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오크 전사의 몸에 스며들어 가서 부러진 뼈를 맞추고 회복시켰다.

벌떡 일어난 오크는 사다리 대신에 땅을 파고 있는 오크 전사들에게로 향했다. 이미 대기하고 있는 오크 전사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위로 향하고 있는 방패에 팔뚝을 척 걸쳤다.

푸욱! 푹!

단단한 흙도 거침없이 오크의 손에 헤집어지고 있었고, 판 흙은 뒤로 계속 전해졌고, 뒤에있는 오크 전사들은 발로 흙을 계속 밖으로 이동시켰다.

“끝도 없이 파야하는데, 그냥 도끼질로 성벽을 무너뜨리는게 어때! 아니면 주술사를 시켜서 박살내던가!”

“시끄럽고 계속 파기나해! 성벽 자체에 마법이 있어서 방금도 다 올라가서 떨어졌어! 이게 더 빨라!”

그 말을 해도 기어코 안에 있던 오크 전사는 기어나왔다. 흙먼지로 가득한 몸으로 사다리로 향했다. 당연히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었다.

오크 전사들 모두 자기들이 하고 싶은대로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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