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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14화 (51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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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크리스 영지군은 노기사 36명, 기사 50명 생존한 상태며, 정규병 중 방패병 100명은 전원 사망. 장창병만이 50명이 생존하였다.

사실상 전투 수행 능력이 상실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기사는 병사와 함께해야지만 그 전투력이 뻥튀기되기 때문이었다.

혼자서는 오크 둘을 감당키가 어렵지만, 함께라면 다섯도 너끈히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죽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자리를 고수하고 당당하게 있었는데, 모두 드낙 불파겐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의 강인함과 함께라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죽어서라도 오크들을 밀어내고 싶어하는 것이 메디오인들이었다. 정규병들은 자신의 가족이 살아갈 곳을 지키고 싶어 했고, 드낙은 그것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파악한 전공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오크들의 숫자는 2800여 마리였고, 그중에서 경기병들은 100마리 미만을 화살로 쏘아 전투불능에 빠뜨렸습니다.”

불파겐의 경기병들은 흔드는 것이 주목적이었기에 형편없는 전공을 가지고 있었다. 중기병들을 위해서 들러리, 서포트를 한 것이라고 보면 쉬웠다. 그들 덕분에 기병이 날뛰기 더욱 수월했고, 적의 빈틈과 혼란이 더 오래갔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었다.

‘그걸 말하는 것은 웃긴 일이지.’

곧이곧대로 경기병들이 한 일을 고스란히 말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전공서열에서 최고로 먹어주는 것은 자신이 한 일 중에서 약한 것들은 더 약하게 만들고, 강한 점을 더욱 부각하는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중기병과 경기병의 강약 콤보는 최고나 다름없었다.

“중기병은 라이트 랜스로 300여 마리. 헤비 랜스로 450마리를 죽였고, 백병전을 통해 250마리를 추가로 죽였습니다.”

총 1, 000마리를 격살했다.

이실레아는 팬크리스 영주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목례했다. 그는 큰 양보를 해주었고, 많은 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완전히 와해시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네.”

드낙이 순수하게 칭찬했다. 500기로 천 마리의 오크를 죽였으니, 인간으로 치면 엄청난 교전 비율이었다. 수만 명이 죽더라도 이 정도 교전 비율이라면 이득으로 생각하며 밀어붙였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팬크리스 영지군은 모루를 담당했고, 가장 힘든 싸움을 했습니다. 그들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지만, 전투가 끝날 때까지 버텨냈으며 우익에서는 엄청난 전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수급은 400여 마리를 챙겼지만, 전략적으로 이들이 맡은 바 임무는 실로 무겁습니다.”

이실레아가 팬크리스 영지군을 추켜세웠다. 본래는 평범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죽은 병사들이 너무나도 많아서였다. 그만큼 오크들이 생각보다 강인했다.

이기는 싸움에서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곳에서 회전을 안 한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마지막으로 불파겐 자작께서 회전에서 800마리를 죽였고, 뒤이어 쫓아가 400마리의 수급을 엮어서 오셨습니다.”

중기병 500기보다 월등한 전공을 세운 것이 드낙이었다. 회전에서는 중기병이 200마리를 더 죽였지만, 오십보백보였고 무엇보다 오크 주력을 많이 잡아둔 것이 드낙이었다. 가히 천 오백 마리가 넘는 오크를 홀로 붙들고 있었다.

대전사를 순식간에 참하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호전적인 오크에게 제대로 도장을 찍은 일이었다. 이미 부락 하나를 상대해봐서 오크들의 생태를 잘 알았다.

각각의 큰 무리에 대한 전공을 말한 다음에는 각각의 인물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이것은 모두 양피지에 이미 적혀져 있었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나서 게제라스 총관을 통해서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많은 기사의 활약. 그들이 죽인 십여 마리의 오크 수급들이 언급되었다. 기사들과 함께 싸운 병사들의 이름은 기록되지 못했다. 다만, 전사자 명단에 오를 뿐이었다.

이실레아의 모습과 비슷했다. 약한 전공은 내리고, 강한 전공은 추켜올린다. 병사들의 분투는 뭉쳐서 크게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전공으로 치지 않는 식이었다. 기념비가 세워지고, 전사자 명단에 오르고, 가족들이 보상을 받지만, 명예를 쥐지는 못할 터였다.

그에 대한 예비 책도 귀족들은 가지고 있었다.

“돌박이 잼이라는 병사가 있습니다. 그는 실로 기사와도 같은 전공을 세웠고, 많은 병사의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병사가 슬링해서 용감하게 바위터에서 오크들을 무려 여러 무릎을 격파한 놀라운 이야기도 있었다.

“호오.”

드낙이 감탄했다. 이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병사의 몸으로 오크의 무릎을 많이 박살 내다니? 감탄할 만했다.

‘반응이 좀 이상한데.’

이실레아가 움찔했다. 항상 귀족답지 않은 모습을 일상에서 보여주던 드낙이었다. 특히나 영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거의 총관에게 넘기다시피 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많은 자유기사들이 드낙을 따르기보다는 장원을 위해서 오히려 게제라스 총관의 눈치를 더 보고 있었다. 내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권력이었다.

‘너무 중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병사들의 출세? 이실레아는 당연히 원하지 않았다. 의사들의 가치는 숫자가 적음으로써 얻어진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했다. 나는 의사지만 너는 안 돼라는 지독한 현실의 계산법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

권력자마저도 왕은 하나이고 싶은 게 속마음이다.

“잼 병사를 시작으로···”

다분히 시민을 위한 보여주기식 명단이 다섯 내지는 열 개가 세워졌다. 병사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놈들, 생각보다 눈부시게 활약해서 가리고 싶어도 못 가리는 놈들은 무리해서 덮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입니다. 순찰자들은 보상을 원하지 않고 있고, 그 대신에 전투 사제와 어울리고 있습니다. 불구가 제법 많아 보입니다.”

오크의 눈을 애꾸눈으로 만든 순찰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그들은 그런 보상을 원하지 않았다. 언제고 다시 백설산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여기고 있어서였다. 특히, 백설산맥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순찰자들은 하나같이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순위를 매겼다. 모두가 드낙을 일등공신으로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오크 계곡 전투〉의 모든 것은 드낙이 시작하고, 버티고, 죽여서 만든 승리라고 말했다.

“아니오!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는가.”

‘검은 회의가 뭘 말하든 난 허례허식은 딱 질색이야. 이런 과도한 칭찬 분위기 싫다.’

드낙은 그런 모습에 딴지를 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돈 무더기에서 드러누워 보고 나서 생긴 여유가 없었다면, 이렇게 할 수도 없었을 터였다. 드낙이 기분 좋게 웃었다. 왜 사람들이 봉사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원탁회의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아닌데.’

드낙의 속물적인 모습은 항상 있었다. 특히 자유기사 시절에는 명예보다는 실리를 너무 추구하였고, 명예를 포기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걸 모르는 귀족은 없었는데, 토치라이트 가문과 척을 지게 되면서 토치라이트 쪽에서 정보를 퍼뜨려서였다.

이러니, 귀족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원탁 회의가 이루기 전에 팬크리스 귀족과 이실레아가 서로 입을 맞추고, 회의를 부드럽게 이어나갈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 눈총을 받은 이실레아는 당혹스러운 표정마저 지었다.

‘미치고 팔짝 뛰겠네.’

이미 드낙에게도 보고를 올려서였다. 회의가 있기 전에 모든 걸 미리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진짜로 〈회의〉를 회의로 알다니 제대로 〈계승〉이 되었는지 의문이었다.

서로 대단함을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서 칼같이 아니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순서가 있는 법인데 그런게 드낙에게는 없었다.

‘연설은 짧은 게 최고지.’

초중고를 다니며 교장, 교감에게 시달렸던 현대인의 기억! 그것은 연설은 최대한 짧게 하는 게 최고가 되었고, 허례허식 같은 건 과감하게 사라지게 하였다. 드낙은 순식간에 이야기의 쟁점들을 곧장 후벼 팠다.

이것의 문제는 드낙을 높임과 동시에 팬크리스 또한 높일 수 있는 것을 제거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기에 꽤나 위험한 어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검 하나를 선물하는데 있어서도 의도를 가지는 것이 귀족의 생태인데 그것을 잘라냈으니, 전통을 무시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다.

“팬크리스의 영지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그 뒤로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영지를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많은 것을 협력하겠소. 양피지로 내 인장을 써서 문서로 만들 수도 있소.”

드낙의 말에 팬크리스 영주는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했다. 자작의 가신도 이해할 것으로 여겼다.

‘여지를 남긴다. 여기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다. 자작은 논공행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

너무 많이 받아도 문제, 너무 적게 받아도 문제였다. 결론은 후퇴하는 것이었다.

“괜찮소. 남부의 믿음직하지 못한 귀족들에게는 꼭 받아내지만, 불파겐 자작과는 구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결국 팬크리스 영주는 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드낙을 더욱 추켜올리자 그가 매우 기쁜 눈치를 했다. 동시에 드낙은 팬크리스의 멋스러움에 마음이 동했다.

‘크. 나도 써먹어야지. 멋지네.’

남자다움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 수면 아래에 치밀한 계산이 있었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는 못했다.

‘쩝.’

이실레아가 입맛을 다셨다. 전쟁 후에 어찌될지 모르는데 팬크리스 영주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이었다. 맞춤형 보상을 받을 공산이 커졌고, 이는 곧 불파겐 영지의 역량이 팬크리스 영주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더 할 말이 남아있나?”

드낙이 이실레아를 보며 말했고, 이실레아가 가볍게 답했다.

“없습니다.”

불파겐과 팬크리스의 중요한 쟁점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전쟁 이후를 노렸는데, 팬크리스의 영주, 〈비올란트 팬크리스(Violent Fanchris)〉은 드낙에게서 그 어떤 확답도 문서화 하지 않게 함으로써 나중의 협상에서 더 폭넓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어차피 이번 전투는 양피지에 새겨지고, 피해도 나온 데다가 오크의 수급도 2천500이 넘게 수집했다. 머리는 썩어도 뼈는 남는 법. 지을 수 없는 증거였다.

“콥 고블린 노예들과 오크들의 보급품이 있으니, 이대로 계속 나아가는 게 좋습니다.”

오크들이 데려온 콥 고블린들은 전투가 시작되고, 피냄새가 퍼졌음에도 도망치지 못했다. 그렇게 오크들에게 교육을 받아서였다. 잔혹한 피냄새가 줄줄 나오는 교육 때문에 콥 고블린은 새장 없는 새장에 갇힌 것처럼 행동했다.

“멜마론 영지로 나아가겠소. 보이는 오크 보급소는 이제 나 홀로 감당하겠소.”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드낙의 무위가 있었기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노획한 콤 고블린 노예와 오크 보급품과 약탈품은 엄청나게 많은 수준이었고, 멜마론 영지 곳곳에 퍼져있는 정규병과 민병대들을 규합한다면, 다시 한 번 싸울 수도 있었다.

‘그리한다면, 이번 전쟁에서 공신 계열에 들 수 있다.’

팬크리스 영주는 가슴에 벅찼다. 병사들의 죽음이 헛되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86명의 기사들이 살아남아야 했고, 전투 사제들의 증언도 필요했다.

‘만약을 위해서지.’

〈쌍주먹 롤락〉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팬크리스의 영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팬크리스 영주만큼 적합한 자가 없었고, 그는 이미 오랫동안 자신을 증명해온 영주였다.

불팬 연합군은 목적지를 그 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크를 도축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고, 중상자들이 치료되고 나서야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핏빛쥐들에게 하루 혹은 이틀 단위로 정보를 취득했다.

전투에서 후퇴한 오크 전사들은 4일 뒤에 도네투스와 마주할 수 있었다. 오크 3만5천은 여전히 그 자리에 주둔하고 있었고, 3천이 넘는 선봉대는 〈쌍둥이 성채〉를 정찰하고 있었다.

“〈대전사 크후비 크훈(Khuvi khun, 변덕스러운 갈대)〉가 순식간에 죽었다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봐라!”

〈족장 도네투스〉가 크게 흥분했는데, 대전사를 단 3합만에 죽인 드낙의 무용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무용담을 코앞에서 목격한 오크 전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았다.

다른 오크 전사에게 밀리고 밀리다가 뒤로 넘어지며 잠시 기절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다른 오크 전사들과 함께 도망치며 이야기도 제법 나누었기에 그 혼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말도 안 되는···”

도네투스가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야 예언이 맞아떨어지는구나.’

평범한 대전사라면, 평범한 오크의 가을이었다면 그 강철 전사를 통해서 자신이 죽었을 것으로 보였다.

‘크후비 크훈은 내 대신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사 수브락키를 죽이기 전에 얻었던 예언의 파편들이 그제야 딱 맞추어졌다.

“크흐흐. 빌어먹을 운명은 어떻게 된 것이···”

도네투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여유로움이 넘쳤는데, 자신 또한 대전사를 한 방에 죽인 전력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뒤이어지는 말에 여유로움은 싹 사라졌다.

“천 명의 오크 전사를 혼자서 썰었다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말하는 오크 또한 그 광경이 다시 생각나서 표정이 일그러졌고, 심장이 뛰었으며 식은땀이 절로 났다.

오크 전사를 공포에 물들게 만든 것이다. 싸울 때에는 물러서지 않았지만, 물러나면서 흥분이 가시면서 단단히 각인 되어버렸다.

“그렇다! 도네투스 족장! 도끼로 내려쳐도 움직이고, 눕혀도 전투력이 깎이지 않았다. 뭘 해도 죽어 나자빠졌고, 상대는 계속 움직였다. 마치 마법으로 빚은 전사 같았다.”

도네투스는 서둘러 주술사 수백 명을 통해서 예언을 얻으라고 명하였다.

판단은 그다음에 할 생각을 가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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