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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한 입에서 침을 끝도 없이 뱉어냈다. 투구를 쓰고 있었음에도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까끌까끌했고, 뭔 가루 같은 것이 계속 느껴졌다. 이러는 사이에도 오크 전사들은 끝없이 덤볐는데, 드낙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푸걱! 퍽!
압도적인 찌르기로 오크 전사의 심장을 갈비뼈와 함께 통째로 관통했고, 정면으로 몸을 부딪쳐서 퉁겨졌다. 체중으로 인한 돌파력에 밀렸다.
주르륵.
밀려 나가면서도 드낙의 주먹은 근접한 오크의 턱을 올려쳤다.
퍽, 깡!
동시에 오크 전사의 도끼가 드낙의 목에 박혔다. 눈이 단번에 충혈되었고, 피가 도끼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는 드낙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주르륵, 콸콸콸!
도끼를 뽑자마자 피가 쏟아져나왔다. 오크 전사가 정확하게 동맥을 노렸기 때문이었는데, 인간을 도축하면서 얻은 인간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제야 오크 전사들이 도끼를 내려놓았다.
“잘 싸웠다. 인간.”
오크 전사 하나가 천천히 걸어왔다.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갑옷을 여기저기 도끼로 찍고, 곳곳에 치명상을 내어도 때때로 운이 따라주면 질기고 질긴 것이 생명이라는 놈이었다.
동맥이 제대로 당했다는 것이 정확하게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불에 타고 있었기에 오크들은 자신들이 드낙에게 얼마나 많은 치명상을 입혔는지 알 수 없었기에 생긴 착오이기도 했다.
“지, 랄하네. 개애, 쿠릅···새끼들이. 개X같은 놈들이.”
드낙은 오크들의 그런 반응에 무시무시한 분노가 샘솟았다. 인화성 물질을 투척해서 사람 몸에 불을 지르면서 악착같이 어떻게 좀 이겨보려고 하던 놈들이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해서였다.
‘모순적인 새끼들.’
오크들은 대전사를 단번에 죽인 드낙에게 합당한 전술을 쓴 것이지만, 그건 국가 간의 전투에 초토화 작전을 펼친 장군과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차이처럼 서로 좁힐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 끔찍한 경험을 나한테 주고 뭐가 어째? 잘 싸워? 완전 또라이 아냐!’
불타오르는 경험을 오랫동안 한 드낙의 날 것 같은 분노는 무시무시했다.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계속 욕을 씨부렁거렸다. 오크들은 드낙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사람이라고 해도 들을 수 없었다.
피를 토해가며 지껄여서였다.
“이야아아아!!!!”
드낙이 피가 잔뜩 묻어있는 이를 드러내며 날뛰었다. 오크 전사 또한 그 거센 파도와도 같은 기세에 물러서지 않고, 똑같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퍼억!
드낙과 오크 전사가 서로 주먹을 오가며 머리가 돌아갔다. 그는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이를 아득바득 힘을 주며 정신을 차렸다.
“아얄타!”
오른팔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옆에서 몸을 던지며 드낙을 넘어뜨리며 도끼를 쌍으로 휘두르는 오크 전사의 중단으로 검이 쭉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더니 단번에 검날이 옆으로 향했다.
따당!
순식간에 도끼를 안쪽에서부터 양쪽으로 검이 오가며 후려쳤고, 단번에 오크 전사의 팔이 쩍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가드가 풀려버렸으니 그다음은 안 봐도 뻔했다.
핏물이 허공으로 튀었다.
드낙이 도약하며 오크 전사들의 무리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미친 행위였지만, 되려 거리를 벌린 것은 오크 전사들이었다.
상단세를 취하며 머리 위로 올라간 양손에 쥐어진 롱소드가 오크 전사의 도끼를 정확하게 힘의 반대편으로 편승하며 치고 올라갔다.
완벽한 힘싸움. 그 싸움에서 져본 적이 드문 오크 전사는 도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 일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맞닿는 것만으로도 오크 전사는 결코 드낙에게서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
재빨리 전사의 타고난 감각으로 도끼를 버리고 회피 기동을 했기에 오크 전사는 오른손 하나가 날아갈 수 있었으며, 목숨줄을 한 번 더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드낙의 적극성이 그것을 막았다.
“크아하압!”
몸을 내던지며 무릎으로 옆으로 회피하는 오크 전사의 머리통에 그대로 무릎을 박아넣었다. 꾸직, 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인간들의 함성 소리가 들릴 때까지 드낙과 오크 전사들은 정신없이 싸웠다. 드낙의 제국 전신갑주는 형편없을 정도로 도끼에 찍혀서 반파(半破)된 상태였는데, 우월한 제국의 전신갑주답게 그러한 상황에서도 떨어지지 않았고, 착용자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고 있었다.
실로 명품 갑주다운 면모였다.
“후퇴하라!”
인간들이 크게 득세하며 전투를 마무리하는 상황이 되자, 드낙을 죽이려고 몰려있던 오크 전사 중 살아있는 자들이 도망쳤다. 그 숫자는 400마리가 넘었다.
“이실레아 경은 상황을 수습하고, 인근에서 나를 기다려라!!!”
드낙이 쩌렁쩌렁 고함을 질렀다. 감히 무서워서 생명력을 마력으로 치환하지는 않았다. HP같은 것이 수치화되지 않았기에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했지만, 그것을 객관화할 수가 없어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를 악물고 오크들을 추적했다. 카이야가 있었기에 독을 품고 있었으며, 멀리서 지켜보는 도노와 검은 늑대 무리도 움직일 터였다. 아쉽게도, 동물떼는 이번 전투에 쓰지 못하고 싸우기 전에 병사들의 배를 두드리는데 쓰였다.
사기를 크게 올리는데 먹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대학물 먹은 소위, 똑똑한 이들에게도 통하는 것이 먹을 것이었다.
이번 전투는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전투였다. 가히 3배의 전력 차를 회전에서 격파해야 했기 때문이다. 드낙의 정보와 이실레아의 전술이 만들어낸 그림이었지만, 그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대전사를 초반에 격살한 것이 매우 주효했으며, 주술사가 없었다는 것이 천운이었다. 보급에 걱정이 생긴 〈족장 도네투스〉가 주술사들을 통해서 씨앗을 과일로 바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더냐?”
“예!”
이실레아는 자신이 들었음에도 가까이 있던 병사들 몇몇을 다시 불러 물었고,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습을 시작했다.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빌어먹을.’
척봐도 대승이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인간이 죽어서였다.
‘우익의 피해가 전혀 없었음에도 이 정도라니.’
특히나 회전에서 가히 버림받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던 우익의 팬크리스 영지군과 계곡을 처음 건넜던 오크 무리의 싸움이 이번 회전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무방했다.
‘오크와 회전은 정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이 정도로 전술적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피해가 클 것 같자 이실레아가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또 공을 들여 준비한 불파겐 기병의 피해도 커 보였다. 정확한 것은 상황을 수습하고 정리해야 했다.
“병사들은 부상자를 옮기고, 오크들을 확인 사살하라! 귀찮아도 빠짐없이 목을 끊어놓아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기절했거나 전투불능에 빠진 오크를 죽이는 일과 부상자를 찾는 일을 해야 했다.
푸욱!
서걱, 서걱!
창으로 목과 턱밑의 사이를 창으로 깊게 찌르거나, 우직하게 목을 검으로 썰어야 했다. 도중에 깨어난 오크 전사 때문에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사 중 절반이 병사들의 관리, 감독에 투입되었다.
나머지 절반의 기사들은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의 셈을 세고, 부상자들의 경중을 따져서 세 알렸다. 또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어서 이번 전투의 전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나중에 최종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빨리 가져오십시오!”
전투 사제 40명은 전원 생존했다. 이들은 약초와 붕대, 매우 도수가 높은 술이 담긴 상자를 들고 왔는데, 그 뒤로 후방에서 도와주던 민병대가 여럿 함께하고 있었다.
탁탁, 탁탁!
단번에 불을 지펴서 모닥불을 피우고, 곧바로 부상자의 치료에 들어갔다. 경상자도 빠짐없이 상처를 확인하고 나중에 치료할지를 결정했다.
“으흐흐···어흐흐···”
뼈가 부러진 채 부축 되어서 온 병사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발목이 부러졌는데 무식하게 부축을 해서 왔기 때문에 고통으로 이미 똥오줌을 지려버린 지 오래였다.
쑤욱!
바지부터 거침없이 벗기고, 물을 적당히 퍼서 씻기는 와중에 다른 전투 사제가 발목을 확인하고, 새하얀 가루를 병사의 입에 묻히고, 코로 흡입하게 했다.
“흐읍. 하아아.”
병사가 마약성 가루를 마시자마자 뿅 가는 소리를 냈고, 그 순간에 발목이 원상태로 맞추어졌다. 병사의 몸이 움찔하며 그대로 기절했다. 오히려 기절하면 다행이었다.
부목을 하고, 붕대를 감았다. 신성력은 쓰지 않았는데, 겨우 발목이 부러져서였다. 목숨이 오가는 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성력을 쓰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순찰자들은 주변을 철통같이 지켰다. 피 냄새가 잔뜩 났기 때문에 새들이 모였는데 활로 쏴 죽여서 싱싱한 고기를 얻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푹 삶아서 그 국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부상자의 상태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선도 악도 결국에는 상대적인 것일지어다. 하지만 우리의 신은 오직 인간에게만 신성력을 허락하셨으니, 이는 축복이며 가장 헌신적인 선물이다.”
수많은 기도문 중에 하나를 읊으며 전투 사제가 목함을 열었다. 그곳에는 칠일 동안 기도와 신성력을 부여한 〈칠일성수(七日聖水)〉들을 꺼냈다.
7일의 주기로 7병만 유지할 수 있는 칠일성수는 전투 사제가 음용함으로써 신성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었다.
모든 신성력을 사람들을 지키는데 이미 써버린 전투 사제는 이것을 한 병씩 마시고, 회복된 신성력을 다 쓰고 나서 다시 한 병을 마시기를 반복했다.
“우웨에에에엑!!!!”
병사들과 기사들을 통해서 확인사살이 이루어진 오크 전사의 시체를 치우는 민병대원이 토를 했다. 피비린내는 천으로 입을 가린다고 해서 지워질 정도로 가벼운 냄새가 아니었다.
“이실레아 기사님! 〈경기병장(輕騎兵長) 마이락〉이 전사했다고 합니다.”
“뭐?! 아!”
이실레아가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순식간에 그녀의 코가 새빨갛게 변했다. 수많은 자 중에 유일하게 기병 통솔이 제법이었던 인재였으며, 다른 대체자가 전혀 없었다.
브릴리언트 가문원 중에도 기병 통솔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몇 년을 기병대와 함께하며 익혀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부관이 그러했다.
뚝! 딱!
“어어, 거기서 그렇게 망치질을 많이 하면!”
거침없는 망치질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
“많이 하면, 뭐! 기울어졌잖아!”
민병대원이 신경질을 냈다. 하지만 훈수는 끝날 줄을 몰랐다.
“아니, 거기서 그렇게 망치질을 많이 하면···”
“다른 대안이 먼데!”
“나무를 새로 해서 덧대야지!”
급하게 만든 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여서 둑을 보수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다.
“읏차!”
동시에 그곳에서 물을 퍼서 가져오기도 했다. 많은 물이 필요했고, 많은 불이 필요했다. 해가 저물고, 새를 잔뜩 삶는 냄새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드낙은 돌아오지 않았다.
8개의 관이 만들어지고,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가장 구석진 곳으로, 불빛이 오지 않는 곳에 옮겨졌다.
화르르륵!
거대한 모닥불에 불이 지펴지며 밤하늘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왔다.
그 앞에선 전투 사제들이 각각 위치를 잡고 모여서 4개의 무리로 나누어져서 4방위를 잡았다. 그 4곳에 4명의 죽은 병사들이 옮겨졌다.
팔이 뒤틀린 자는 억지로 관절을 부수어 펴서 고르게 만들었다.
다리가 없는 자는 안에 흙과 돌 따위를 넣어서 대충이라도 있어 보이게 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장례는 약식으로 화장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전투 사제들은 끝없이 서로 다른 기도문을 외우며 고개를 숙였는데, 고개를 숙이는 횟수는 12번에 달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잘 정돈된 시체가 모닥불에 들이밀어 졌다.
시체는 끝도 없었다.
물론 저 안 보이는 곳에 놓인 관 8개에 들어있는 것은 기사들의 시체였다. 팬크리스 영지군은 정면을 막아서며 〈점숲 진형〉을 펼쳤는데, 아쉽게도 오크들이 고르게 오지 않고 편중되어 덮쳐와서 8명의 기사가 죽은 것이다.
새벽 4시가 넘어서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불침번을 서던 병사가 까무러치듯이 놀랐다.
========== 작품 후기 ==========
570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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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연참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퇴근합니다. 모두 즐거운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