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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물품 제작소〉에서 구리 따위로 만들어진 〈마법 보호(Magic Shield)〉의 장신구를 여럿 착용하고 있는 이실레아가 가장 먼저 선두에서 내달리며 이를 막으려고 오는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많다.’
척 봐도 2천은 넘어 보였다. 하지만 결코 겁을 먹지는 않았는데, 싸움은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었고, 형세가 가장 중요해서였다.
‘중요한 건 과정.’
어떻게 싸움이 이루어지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되었다.
다리 하나를 두고 군대를 홀로 물리친 장수에 대한 일화가 있듯이, 전쟁이라는 것은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첫 번째 변수는 드낙의 마법이었다.
아쉽게도 다수 마법은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상대를 흔들기에는 좋았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다양한 마법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국 기사의 전신 갑주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구성이 형편없어.’
기사는 다양한 상황에서 보조받기 위해서 마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제국 전신 갑주의 마법 구성은 기사를 잡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격이었다. 이미 강점인 것을 더욱 곧추세우는 식이었다.
이를 역으로 되짚으면 제국의 정확한 의도를 생각할 수 있었다.
‘불파겐을 노리고 제국 기사를 보낸 것이다.’
첩자도 있을 것이다. 병사 수가 적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아무튼, 드낙이 지닌 제국 전신 갑주는 마력회로가 커서 마력이 많은 드낙이나 보통 이상으로 전쟁에서 활약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마력 구성이 거지 같은게 제국 전신 갑주였다. 특히, 방어 마법과 다수 마법이 없다는 것이 매우 컸다.
이러한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드낙의 마법은 훌륭하게 오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단번에 대전사를 죽여서이기도 했다.
두 번째 변수는 대지 골램이었다.
토사물을 토해내며 팔이 부서지면 그대로 작은 언덕이 남았기 때문에 오크들의 시야를 크게 방해했기 때문이다. 오크가 두툼한 흙 위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뒤에 있는 오크는 앞이 가려지기 마련이었다.
동시에 넘어지거나 부드러운 흙에 발이 깊게 박히는 오크도 있어서 병목현상도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앞 오크가 갑자기 멈추는데 뒤에있는 오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 뒤에 있는 오크도 마찬가지였고, 그 뒤뒤에 있는 오크도 마찬가지였다.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대지 골램의 덩치는 오크보다 조금 컸다. 그 덕에 단번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도 대지 골램이 튀어나온 곳과 튀어나오지 않은 곳을 구분시켰다. 공간을 틀어막으니 오크들의 진형 또한 헐거워진 것이다.
‘다른 이들이라면 돌진하고 싶어서 미칠 상황이겠지만.’
상대가 잘못해서 각이 보여도 적당히 이득만 취하고, 엇박자를 치면서 끝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패할 수 없는 돌진이 될 수 있지. 하지만 피해는 생길 수밖에 없다. 고로, 한 번 타이밍을 꼬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의 중기병 돌진은 아주 완벽해 보였지만, 이실레아는 지독한 군사적 지능을 지닌 자였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나무로 된 라이트 랜스였고, 자연스럽게 결사적으로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랜스 투척을 준비하라!”
“예!”
중기병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랜스 투척을 외쳐대었다. 주변 소리가 너무 커서 복명복창은 필수였다. 옆 사람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뒤늦게 라이트 랜스를 내리는 자가 있었다.
“발룬! 전방으로 전격을 보내!”
이실레아가 발룬에게 소리를 쳤다. 발동작으로도 할 수 있었지만, 그 정도로 매우 급하지 않았다. 발룬은 드낙과 싸울 때는 전방위로 사정없이 전격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실레아와 훈련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전격을 다루게 되었다.
파지직!
물론 섬세하지는 못해서 이실레아에게도 전격이 튀었다. 다행이라면, 마법 보호의 장신구를 많이 소지하고 있어서 피해는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실레아를 탄 상태에서는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꾸우우어엉!”
파자자자작!
사슴 소리를 내며 발룬의 멋들어진 뿔에서 전격이 뻗어 나갔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실제 번개와는 전혀 달랐고, 속도도 빛의 속도가 아니었다. 물론 생명체가 피하기에는 아슬아슬할 정도였으며 모여있는 오크들은 피할 수도 없었다.
“그그그그극.”
부채꼴로 뻗어 나간 전격에 당한 오크들의 피부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화상을 입었으며 신경계에 손상을 입었다. 근육에 전기 신호가 뻗어 나가 경직이 된 채 말을 듣지 않기도 했다.
스슥!
이실레아의 발이 발룬에게 신호를 보냈다.
“꾸우!”
그 속에서 발룬이 아래로 머리를 돌렸고, 중기병들이 적당히 대각선으로 움직이며 보이는 오크들을 향해서 라이트 랜스를 허리힘과 팔힘을 이용해서 던졌다. 말이 달리는 속도도 있었기에 무겁고 길었지만 제법 멀리 뻗어 나갔다.
퍼억!
어깨를 그대로 관통하자 오크가 그대로 넘어졌다. 230cm가 넘는 나무로 된 라이트 랜스가 투척된 것이다. 더군다나 오크들의 명성에 걸맞게 속이 빈 라이트 랜스가 아니라 속이 꽉 차있어서 무게도 제법 되는 목재 랜스였다.
그 충격량은 어마어마했고, 랜스의 길이가 길어서 더욱 힘들었다. 오크가 버둥거릴 때마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며 긴 장대의 끝이 출렁거리는 힘처럼 제어하기가 어려웠고, 기어코 다시 고꾸라졌다.
“걱.”
폐에 관통된 오크 전사는 숨이 턱 막힘을 느꼈다. 내달리는 속력이 크게 줄고 그대로 멈추어섰다. 햄스터처럼 빠르게 호흡하다 이내 질린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어딜!”
전격에 당한 오크들이나 이렇게 쉽게 죽어 나자빠지거나 전투 불능에 빠졌지 그게 아닌 오크 전사들은 순식간에 랜스를 피했다.
‘헉!’
물론 앞에 있는 오크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오크 전사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약 10걸음~20걸음 내외의 간격을 두고 아슬하게 중기병들의 랜스 투척이 이루어졌다.
오크를 상대로 처음으로 랜스 투척을 하는 것에 비해서 지나치게 용맹스러웠는데, 이실레아의 독기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아서였다.
“투척 완료! 투척 완료!”
후미에서 랜스를 모두 사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내려간다!”
“내려간다! 계획대로 내려간다!”
중기병들이 그대로 빤스런을 쳤다. 말꼬리가 호들갑을 떨면서 움직였다.
파자자작!
퇴각할 때 다시 한 번 부채꼴의 전격이 튀어나왔다. 워낙 전격 속에 사용된 주력의 양이 대단해서 마법 방어 주술 도기는 겨우 오크 전사들이 전투 불능에 오래 빠지지 않는 수준만 보여주었다.
두두두두!
300자루의 라이트 랜스 투척으로 210마리에 달하는 오크 전사가 죽거나 관통되어 전투 불능에 빠졌다. 그 어떤 무기보다도 살상력이 뛰어난 것이 랜스라는 무기였다.
그 사이에 제법 숫자가 줄은 경기병들은 일찌감치 내려가 있었다.
“쫓아라! 지금 피해를 안 주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오크들은 서둘러 기병을 쫓았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라서 수풀은 없었지만, 돌 때문에 울퉁불퉁한 건 여전했고, 무엇보다 내리막길이라서 말이 겁을 먹어 천천히 내달리고 있어서였다.
“와아아아아!!!!”
중기병이 지나가자마자 병사들이 튀어나왔고, 기사도 여럿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를 일으켜라!!”
병사들은 모두 물에 젖은 천으로 코와 잎을 가리고 있었는데, 후열의 병사들이 나뭇가지를 여럿 엮어서 만든 희한한 것으로 땅을 쳐대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모든 오크를 막을 필요는 없다! 결집하라! 〈점숲 대형〉으로!”
병사들이 삼삼오오 뭉쳤다. 마치 점처럼 보였는데, 나무가 있고, 땅의 높낮이가 달랐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점숲 대형을 이룬 병사의 밖을 기사가 빙글빙글 돌면서 병사들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사기를 크게 높였다.
이 때문에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킨 면도 있었다. 오크의 투척 도끼 때문이고, 오크들이 진형의 허술함을 그냥 지나갈 수도 있어서였다.
“이야아아아!!!!!”
병사들이 너도나도 고함을 내질렀다. 오크 전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었고 자신들이 지닌 겁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서로 잘 볼 수 없다면 능력치가 더 낮아지는 건 오크 쪽이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오크와 부딪쳤고, 몇몇 오크는 중기병들의 뒤를 치기 위해서 그냥 지나갔다. 우선순위에 따라서 이 판단은 쪼개졌다.
푸우욱!
“윽!”
조용하고 인기척이 없는 곳을 내달리던 오크 전사가 멈추어섰다. 통나무를 땅에 박고, 그 통나무를 지지대로 쓰는 나무창에 그대로 갈비뼈가 꿰뚫려서였다.
너무나도 빨리 달렸으며 체중도 커서 두부에 이쑤시개를 꽂은 것처럼 수월하게 나무창이 오크의 몸을 꿰뚫고 갈비뼈 한 대를 박살 냈다.
“함정이 많다! 빨리 달리지 마!!!”
오크 전사가 고함을 내지르고 난 뒤에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 왔고, 조금만 움직여도 폐가 아파져 왔다. 더는 추적은 불가능했고, 상처를 보기 위해 고개를 내려서 처치를 완료한 뒤에 고개를 들자마자 화살이 그대로 오크 전사의 눈을 앗아갔다.
“크악!”
병사가 다니지 않는 파이룬 영지까지 내려오게 된 순찰자들이 팬크리스 영지군과 함께하고 있었고,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가진 채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이번 전략은 익히 들어있었고, 협력해주고 있었다.
순찰자는 함정이 설치된 곳에서 단 3걸음 앞에 있는 나무 위에 있었고, 정확한 위치는 함정에 오크가 꽂히는 곳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사격각이 나오는 나뭇가지에 있었다.
흙먼지를 일으킨 이유는 나무 위를 보지 못하게 주변 시야를 낮추는 데에 있었다. 흙먼지에 현혹된 것이다.
“서둘러 헤비 랜스를 착용하라! 부무장을 확인하고, 방패의 균열을 재확인하라!”
묵직한 철퇴와 연결된 쇠사슬 또한 확인해야 할 부분이었다.
“으그윽!”
그 사이에 이실레아의 중기병들은 헤비 랜스를 주워들고 있었다. 홀로 들고 탈 수 없어서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는데, 민병대의 생존자들이었다. 그들은 오크와의 전투 이후에 전력을 잃었다.
“하나, 두울! 셋!”
너무나도 많은 민병대가 죽어서였다.
그 지옥을 경험하고 또 지옥으로 향할 시민은 없었다. 처음의 용기는 만용이었던 것임을 깨달아서였다. 후방에서 보조밖에 못 할 정도로 악몽에 시달리는 자들이 많았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뚝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전쟁터에서 완전히 도망치지 않고, 사람을 돕기 위해서 남아서였다.
헤비 랜스를 갑옷 옆구리에 나 있는 고정쇠에 놓은 뒤에 다시 한 번 중기병들이 내달렸다. 경기병들은 중기병들의 뒤를 따랐는데, 날카롭게 벼려낸 도와 방패를 들고 있었다.
방패는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와서 상대를 내려찍기 편한 구조였다.
“오크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정면 돌파!”
“정면 돌파아아아!!!”
이실레아와 중기병들이 다시 한 번 계곡을 올라갔다. 계속 함성을 내질렀는데, 독특한 운율을 가지고 있었다. 신호를 받은 병사들은 중앙 계곡길에서 물러났고, 오크들은 자연스럽게 텅 빈 곳을 내달렸다.
“하야아아아!!!!”
이실레아가 고함을 내지르며 오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크 전사는 나타나자마자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보통 기병도 아니었고, 거대한 뿔이 튀어나와서 당황했고 도끼를 들어 올려 휘둘렀지만 이실레아의 특수한 장검에 그대로 막혔고, 바로 발룬의 뿔에 받혀 뒤로 넘어졌다.
“꾸엉!”
발룬이 살짝 점프하며 양 앞발을 흉악하게 내려쳐 오크의 갈비뼈를 박살 내고 뒷발로 땅을 박차며 다시 속력을 높였다. 뒷발에 힘을 줘 속력을 높였는데, 돌이 주르륵 미끄러지며 크게 패인 자국이 남았다.
“우린 인간들의 우익을 친다!”
간단한 장애물을 만들었다가 중기병과 경기병이 교차하며 경기병의 사격 세례를 받았던 오크 무리는 인간 군대의 우익을 칠 생각을 가졌다. 계곡 너머는 이미 아래로 치고 들어가고 있었기에 그것을 보좌하기 위해서는 우회 타격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슈슉! 쇼속!
장창이 오크 전사의 눈앞을 헤집는 사이에 방패병이 뒤로 성큼성큼 물러났다. 발을 잘못 디뎌도 장창병이 뒤에 있었기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기에 거침없었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정규병들은 형편없이 물러나면서 제대로 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며 지연전을 펼쳤다. 오크 전사가 무리해서 들어오면 정확하게 기사의 비전과 병사들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피칠갑을 한 채 죽어야 했다.
물론 흙먼지를 만나고 나서는 모든 게 알 수 없어버려서 우회타격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오크의 시체로 이루어진 언덕에서 계속해서 달려드는 오크들을 맞이했다. 대지 골램에 너무 많은 마력을 써버려서 마력은 동이 난 상태라 그의 전신갑주에는 동물기름을 연거푸 얻어맞고 타고있는 불꽃이 끝도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대전사를 죽이고 전초극의 오른팔이 지닌 힘에 허무해져서 마력 관리를 하지 못하는 실수를 낳았기 때문이다. 신성력은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였다. 재생력에 도움이 될 뿐, 화상의 고통을 줄여주지는 못했다.
“크아아아아아!!!!”
드낙이 화상의 고통에 참을 수 없어서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질렀다. 아무렇게나 검을 휘두를 정도로 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취합할 수 없었다. 그만큼 고통스러웠고, 후회조차도 못할 정도로 괴로웠다.
그런데도 오크들은 죽어 나자빠졌다.
전초극의 오른팔은 이런 상황에서도 확실하게 오크를 전투불능에 빠뜨리거나 죽여나가서였다.
두두두두!
발굽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6236자
평추코! 당얗ㄴ의견추!
판타지오브워 - 무과금의 판단은 오늘부로 전술의 신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프리미엄 전환이 되었습니다. 완결 이후 8개월만에 전환이 이루어졌고, 조아라 편집부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