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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01화 (50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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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타, 캉, 닥. 발과 발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오른발이 왼발과 서로 강하게 부딪치며 반발력을 더욱 얻어서 단번에 발이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회피하는 동작도 정반대로 되었는데, 발의 위치에 따라서 회피 동작도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달라졌으니 자연히 모든 것이 변했고, 이로 인해 오크의 도끼는 허공을 가를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오른손잡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에 할 수 있는 페이크였다.

그 속에서 오크 전사는 첫 격돌에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점을 모두 잃게 되었다.

긴 사정거리로 인해서 얻어지는 자유로운 전투 선택지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불리하게 되었다. 헛손질은 그만큼 엄청난 페널티였다.

가장 먼저 인간 기사에게 돌아간 그 이점을 봉보리 팔콘은 노련하게 사용했다. 클레이모어를 최대한 중단에서 끌어갔다.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모습에 오크 전사는 머리와 급소를 방어했다.

후웅!

클레이모어는 결코 오크 전사의 급소를 노리지 않았다. 되려 스스로 이번 기회를 버리듯이 허벅지를 노렸는데, 아주 멍청한 생각으로 보였다.

‘그럴 리가 없다!’

오크 전사는 그런 생각을 부정한 채로 전력으로 발을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뺀다? 오크를 모르는 자들이나 할 법한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전투법이었다. 피해를 두려워하고, 피해를 입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것이 인간의 전투 기술이었다.

인간의 나약함은 모든 것이 치명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크는 다르다. 썩은 구덩이 속에서 상처를 입은 채로 뒹굴어도 자연치유가 되는 면역체계의 최강자가 오크였다.

이들은 후퇴보다는 전진을 통해서 이득을 취해왔다.

그 적극성이야말로 오크가 지닌 강인한 신체를 가장 잘 사용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다른 짐승들처럼 상처를 돌보지 않고, 위험으로 들어가기에 의외의 결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이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였다.

오크 전사의 두 번째 경악이 시작됐다. 마치 칼군무를 추듯이 서로 동작을 맞춘 것처럼 봉보리 팔콘이 그 움직임에 맞춰서 왼발을 왼쪽 뒤로 뺐기 때문이다.

오크 전사가 일보 전진하고, 봉보리 팔콘은 일보 후퇴하면서 왼쪽 밖으로 더욱 빠진 상태였다. 오크 전사의 보폭이 길었기에 오크 전사의 측면을 보게 되었고, 다리를 노리던 클레이모어 또한 위치가 변했다.

푸욱!

뼈를 지나치며 정확하게 다리의 뒤쪽으로 박혀 들어갔다.

“아얄타!”

오크 전사가 ‘오크답게’ 왼쪽에 있는 봉보리 팔콘을 향해 다시 한 번 도끼를 가로로 휘둘렀다. 인간 기사의 가슴을 노렸는데,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이 저지하는 동작 또한 오크의 긴 사정거리 때문에 생기는 습관이었다. 상대와의 간격이 멀수록 오크는 유리했다.

물 흐르듯이 그 도끼를 허리를 숙이며 앞으로 체중을 실어 넘어지듯이 앞으로 나가며 회피한 봉보리 팔콘이 클레이모어를 빠르게 역으로 돌려 오크의 뒤로 움직이며 뽑아냈다.

뿌득!

뒷다리에 있는 역관절이 기사의 체중이 실리며 뽑히는 와중에 함께 부서졌다.

“크악!”

오크 전사가 끔찍한 고통을 내질렀다. 족히 200~300kg이 넘는 오크 전사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키도 커서 움직임에 따라서 하체에 받는 부담이 매우 컸다. 앞에는 인간과 비슷한 관절이 있음에도 뒤로 앞관절을 보조하는 역관절이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것이 끊어졌으니, 오크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두 합 만에 왼쪽 역관절을 끊어낸 봉보리 팔콘은 다시 한 번 왼쪽으로 돌았다. 오크 전사는 그 움직임에 맞춰줘야 했다. 만약 맞추지 않고, 오른쪽에 하중을 집중한다면 등을 보이게 될 것이다.

“크하아아!!!”

봉보리 팔콘이 옆으로 돌자 뒤에서 그를 덮치려고 했던 오크 전사가 급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다친 오크 전사와 부딪칠 뻔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봉보리 팔콘은 그대로 힘 싸움으로 들어갔다.

도끼와 클레이모어가 부딪쳤다. 여기서 선택이 갈렸다.

오크 전사는 망가진 균형 속에서도 체중을 거세게 실었다. 이유는 뒤에 자신을 도우려는 오크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할 만했다. 동시에 봉보리 팔콘이 뒤로 물러났다.

쿵!

오크 전사가 그대로 몸의 왼쪽이 땅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힘싸움을 한순간에 하고 바로 빤스런을 친 봉보리 팔콘은 두 걸음이나 뒷걸음질 쳤기에 서로 간의 거리는 충분했다.

그대로 두 다리로 뛰어서 팔을 드높였다. 팔 근육이 끊어질 정도로 모든 힘을 다해서 내려쳤다.

“〈충격 파도(Shock Wave)〉.”

동시에 그것을 막으려는 오크를 향해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이제 공격 마법은 단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퍼걱!

목이 크게 베였다. 롱소드 따위로 내려치는 게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병기 중에서도 검면이 넓은 클레이모어의 내려치기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 속에서도 목이 잘리지 않는 오크의 두꺼운 목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피가 쏟아져 내리자 봉보리 팔콘이 그제야 숨을 내뱉었다.

“헉. 커헉. 헉.”

‘한 놈이 더 있어서 3합 만에 끝났다.’

보통은 4합~7합까지 이루어져야 했다. 그리고 그 합을 결정짓는 것은 오크 전사, 개인이 지닌 무력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그 오크 전사가 오크다운지에 따라서 결정지어졌다.

오크 그 자체라면 4합에 죽음을 맞이하거나 전투불능에 빠진다.

오크답지 않은 오크라면 7합까지 가야지 죽일 수 있거나 혹은 기사가 죽을 수 있었다.

놈은 전형적인 오크다운 놈이었고, 자신의 뒤에 있는 오크 전사의 도움을 믿었기에 3합 만에 죽었다. 보통은 왼쪽 다리 뒤쪽에 있는 역관절이 당하면 결코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지 않는다.

“헉. 헉.”

허나, 그것이 노기사의 전력을 다한 싸움이었다. 더는 싸울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다 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무릎은 이미 꺾여있었다. 클레이모어는 바닥에 꽂혀 늙은이의 지팡이 역할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

충격 파도에 뒷걸음질 쳐진 오크 전사의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쐐애애액, 퍽!

동시에 역풍을 가르며 소음이 심한 화살 소리가 들려오며 시원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쿵.

육중한 오크 전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머리부터 땅에 처박았고, 무릎이 뒤에 뚫려서 엉덩이가 하늘로 솟아있었다. 목뼈에 화살이 반이나 박혀 있었다. 단 한 발에 절명한 모습에 봉보리 팔콘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민병대가 봉보리 팔콘을 끌어당겼다. 그는 온몸에 힘이 없었기에 그대로 끌려갔다. 클레이모어 한 자루만이 노기사가 오늘 이곳에서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른여섯.’

강 너머에서 드낙이 시위를 당기며 히죽거렸다. 화살로 죽인 오크 전사의 숫자였다. 뒤통수에 눈이 안 달린 오크 전사들은 도강하며 인간과 싸웠고, 싸우는 도중에 드낙의 화살 공격에 무력하게 당해갔다.

지나칠 정도로 허무했는데, 그만큼 인간들이 오크들의 관심을 잘 끌어주었다. 특히 기사들의 분투는 횃불의 불빛으로 드낙에게 절로 들어왔다.

‘오크들이 환장하네.’

자신보다 작은 인간 놈이 오크를 죽이기까지, 그 호전성이 어딜 가겠는가. 전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좋다, 좋아. 그냥 쓸어담네.’

드낙은 자신을 향해서 덤볐고, 죽은 오크 전사들의 화살을 다 써버릴 때까지 활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전투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화살에 절명한 오크 전사의 숫자가 냉병기에 베어 죽은 오크 전사보다 많았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갔다. 다리에 있는 정규병들의 상태는 끔찍했다. 팔이나 뭔가 하나 없는 자들이 수두룩했지만, 분위기 자체는 조용조용했다. 버텨냈다는 침묵 속의 기쁨을 드낙은 느낄 수 있었다.

“그 화살이 자작의 화살이었소?”

팬크리스 남작이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신궁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아서였고, 그것 덕분에 전투가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지휘하고 있으며 군사적인 역량이 있는 그였기에 알고 있었지, 다른 병사들은 오크들을 해체할 때 깨닫게 될 것이다.

단 한 발로 죽어있는 오크 전사의 시체를 말이다.

그것으로 〈오크 보급소〉는 인간의 손에 점령되었다.

강에서의 전투는 기사들이 활약하며 잘 버틴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민병대만 있는 곳이 제법 되었기에 민병대는 떼 몰살을 당하고, 고작 100명만 살아남았다. 100명은 무상처거나 경상을 입은 게 전부였다. 그렇지 않은 자는 모두 죽었다.

오크와 민간인의 싸움은 그러했다. 죽거나 온전하게 살거나 그게 전부였다.

신성력이 닿기도 전에 한 방에 죽음에 닿은 이들이 많아서 별수 없었다. 또 전투사제들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들은 걸어 다니는 살인병기나 다름없었고, 오크 전사에게 죽기에는 홀로 헤쳐온 고개가 수십 개는 되었다.

보통 기사보다 두 배, 내지는 세 배에 달하는 수라장을 걷는 것이 북부의 고결한 전투 사제들이었다.

정규병의 피해는 고작 60명의 사망이 있었고, 250명의 중상자를 낳았다. 정규병 부상자는 전원 중상을 입었다. 싸울 줄 알기에 버틸 줄 알았고, 그렇기에 다치면 크게 다치고 작게 다친 이가 적었다.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빨피가 많은 채 압도적인 승리를 따낸 상황과 비슷했다. 하나하나가 싸울 줄 알았기에 죽음을 많이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정규병에게 있어서 오크와의 싸움은 죽음 혹은 중상이었다.

총 880명의 인원 중 360명이 죽었고, 250명이 죽거나 다쳤다. 총 사상자는 610명이었으며, 현재 작전수행 가능한 병사의 숫자는 270명에 불과했다.

민병대에게 쓰지 못한 신성력이 부상자 중에 급한 자들을 살리는데 집중되었다.

전투사제인 〈쌍주먹 롤락〉은 치료를 하면 할수록 표정이 험악해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평소보다 신성력이 두 배는 된다.’

괴이쩍은 일이었다. 세상의 거칠고 삭막한 세상 풍파를 잔뜩 맞으며 살아온 롤락에게 있어서 이유를 모르지만 좋은 일이라는 것은 항상 좋지 않게 끝이 난다는 걸 잘 알았다.

신용등급 상관없이 아무렇지 않게 빌려 쓸 수 있는 돈.

무조건 공짜라며 호객하는 사람.

그런 것과 비슷한 상황이 지금이었다.

‘왜?’

알 수 없는 의문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제어해서 최소한의 소모로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일으키면서도 그 의문은 계속 남았다.

“민병대는 오크 놈들의 부산물을 챙겨라! 정규병 중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사망자의 시체를 수습한다!”

시민은 오크의 해체를 맡았고, 정규병들은 아군의 시체 처리를 맡았다.

여기에도 사려 깊은 팬크리스 남작의 면모가 깃들어있었다.

노기사들 대부분은 탈진했고, 3명이 죽었다. 늙으면 괜히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처럼, 사람들에게 인정을 무리하게 베풀어서였다. 현실에서 인정을 베푼다는 말은 스스로 위험을 끌어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잔혹함은 전쟁에서 가장 선명한 죽음으로 보였다.

봉보리 팔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아남은 이유는 단지, 운 좋게 드낙의 화살이 두 번째 오크 전사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동물떼의 고기와 가죽.

오크 보급소의 약탈물.

그것이 모두 손에 들어왔고, 불팬 연합군은 이곳에 진지를 차렸다. 그만큼 오크 약탈물이 매우 많았다. 마을 뒤쪽에 불을 붙였는데 거대한 봉화처럼 연기를 가득 냈다.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정찰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산불을 내는 것은 봉화의 역할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큰 불이었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가 비밀 지하 통로에서 투구를 벗었다. 횃불의 주홍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쳤다. 특정한 지점이었고, 천장의 오돌토돌한 자연적으로 굳은 석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약속된 구간이었다.

미인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날카로운 눈매는 그녀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다.

반대편의 어둠 속에서 그제야 횃불이 켜졌다. 활을 든 이들이 가득했는데, 만약 법칙을 어기고 멈추어 서지 않고, 그대로 걸어왔다면 화살 세례가 쏟아졌을 것이다.

“신분을 말해주시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 불파겐 자작의 가신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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