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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00화 (49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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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악!”

달려들었던 방패병은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오크와 부딪치자마자 중량에서 상대되지 않았고,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부웅!

동시에 찌르기를 하는 노기사, 봉보리 팔콘의 클레이모어를 오크 도끼가 그대로 내려쳐 졌다. 이대로 둔다면 클레이모어가 땅에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 뒤의 광경은 절로 그려졌다.

오크의 자신감 속에서 봉보리 팔콘의 입이 달싹거렸다.

“〈강철 주먹(Steel fist)〉.”

푸른색의 주먹이 그의 머리 위에서 튀어나와 오크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어딜! 이대로 끝장을 낸다!’

자신의 실수를 마법으로 만회하려는 모습이 더욱 오크가 이 한 합에 모든 것을 걸게 만들었다. 방어 주술을 믿었기에 오크의 머리에 푸른 주먹이 그대로 꽂혔다. 하지만 마력이 주력과 상쇄되면서 강철조각이 모습을 드러내며 오크의 머리에 파편이 꽂혔다.

“크아아아아아!!!!”

고통이 몸을 지배하기 전에 오크 전사가 함성을 내지르며 행동을 강행했다.

서로 배짱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서로 격돌했다. 마치 네가 먼저 물러서라는 난폭 운전자들의 자존심이 격돌하는 모습 같았다.

캉! 카카카카카칵!!!!

클레이모어를 내려치고, 도끼날이 검신을 타고 흐르며 강철로 뒤덮인 인간 전사를 노렸다. 하지만 오크 전사가 원했던 그림은 아니었다.

도끼가 부딪치면서 클레이모어의 궤도가 바뀌자마자 중단에 놓았던 팔을 상단으로 크게 올렸다. 머리 위로 팔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땅에 곤두박질치던 대검은 검 끝만이 땅에 박혔고, 검신은 위로 움직이며 대각선을 만들어냈다.

“흐아악!”

오크와 정면으로 힘 싸움을 해야 하기에 봉보리 팔콘이 악소리를 내며 검신을 틀었다. 버틸 수 없어서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검면이 검날로 바뀌었고, 도끼가 옆으로 비켜나갔다.

서걱!

동시에 오크의 손목이 그대로 잘렸다.

인간의 힘이 아니다. 체중까지 실은 오크 전사의 내려치기가 어긋나면서 올라오는 클레이모어의 검날에 스스로의 힘으로 손목을 자른 것이다. 그러나 오크라는 폭주전차는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달려들었다.

그에게 후퇴란 없었다. 끝장을 봐야 했으며, 뭐라도 결과를 내야 했다. 손목이 잘리며 피가 빠져나가며 생기는 탈력감에 거세게 저항했다. 미친 듯이 큰 심장이 펌프질을 해대었다.

피가 사방에 뿌려지며 봉보리 팔콘은 오랜만에 자신이 전장에 들어선 것을 깊게 체감했다. 피부 하나하나가 날이 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오오오오!!!!”

오크 전사의 왼주먹이 봉보리 팔콘을 후려쳤다. 팔뚝으로 막았지만, 팔이 가슴을 치며 주르륵 밀려났다.

“이야아아아!!!!!”

민병대의 긴 무기와 슬링이 오크를 위협했다. 가슴에 나무창이 박히고, 입술에 돌이 맞아서 짓이겨졌다. 그 속에서도 오크는 범처럼 뛰어들어 봉보리 팔콘의 머리를 잡으려고 했다.

뒷걸음질 치며 균형을 바로 하려는 봉보리 팔콘.

성성이 투구 밖으로 튀어나온 새하얀 머리카락이 오크의 두툼한 손가락에 걸리자마자 잡아당겼다.

뚜둑!

늙고 노쇠한 머리카락은 엿가락처럼 부러져버렸다. 오크의 왼팔이 잡아당겨 지며 크게 휘청거렸다. 동시에 등이 뒤로 활처럼 휘어졌다.

부릅뜬 눈이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오크 전사의 등에는 반이나 박혀있는 화살 하나가 보였다.

쐐애애애액! 퍼억!

어둠 속에서 강 너머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정확하게 오크들을 노렸다. 척추, 폐, 심장. 딱 3곳만 노렸다.

‘엄청난 힘.’

봉보리 팔콘이 그 위력이 전율했다. 빛 하나 없는 강 너머라서 누가 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주변에 매복하며 떠돌던 순찰자일까? 알 수 없었다. 불파겐 자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크들을 저지하라!!! 기사들을 도와라! 함께 싸우자!”

“와아아아!”

봉보리 팔콘이 고함을 크게 지르며 옆으로 이동했다. 오크 전사가 하나 난입해서 민병대의 머리통을 곤죽을 냈다. 코뼈는 물론이고, 눈알이 흘러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으며, 두려움에 떠는 민병대 다섯이 줄줄이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후두둑!

오크 전사는 가슴에 박힌 나무창들을 한 손으로 걷어내 바닥에 던져버렸다. 뾰족한 나무창에 피부가 긁히면서 상처를 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소수의 정규병이 있는 곳은 상황이 좋았지만, 민병대만 있는 곳은 형편없이 무너졌다.

그곳이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다. 이곳에서의 싸움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 틀림없었다. 봉보리 팔콘이 전면으로 나서는 곳의 대부분이 민병대와 오크 전사의 싸움이 있는 곳이었다.

“아얄타!!!!”

강철로만 이루어진 투척도끼가 쏘아졌다. 동시에 오크 전사가 쥔 도끼가 하늘로 향했다. 기괴한 짓을 하는 오크 전사였다. 빈손으로 목걸이를 움켜쥐며 입김을 후하고 불자 화염이 봉보리 팔콘을 덮쳤다.

몸을 굴렀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전신갑주에 내장된 마력이 아까웠다.

“〈소지진(Small earthquake)〉.”

쿠구구구!

동시에 달려오고 있을 오크 전사를 예측하며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땅이 울렁거렸다. 구르면서 일어나는 노기사는 보지도 않고, 비전을 준비해나갔다.

땅이 흔들리면 당연히 도약하기 마련이다. 상대는 구르고 있었으므로 시야 파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무엇보다 일찍 도착해서 후려치면 바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상황을 강제하고, 그 상황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는다.

‘상단세를 취하려 한다면, 상대도 깨닫겠지.’

좋지 않았다.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오크 전사는 생각보다 빨리 균형을 잡으려는 모습에 단번에 투척 도끼를 투척했다. 날아가는 투척 도끼와 비슷하게 내려앉아 봉보리 팔콘을 노렸다.

〈보운스 스케우켈든(Bounce schaukelnd, 튕기며 흔들기)〉

카강!

묵직한 투척 도끼에 연달아 맞았지만 깨끗한 타격음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봉보리 팔콘은 미친 듯이 몸이 흔들리며, 강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충격이 향하는 방향대로 움직였고, 불똥이 튀겼다.

불똥이 번쩍이며 잔상이 남았고 오크 전사의 도끼가 아슬하게 노기사의 갑옷을 긁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오크가 너무 근접했다는 점이었다.

서로 상체가 부딪쳤다.

퉁!

서로 허릿심으로 부딪쳤다. 붕 뜬 것은 봉보리 팔콘이었다. 흉악한 오크 전사의 투척 도끼가 붕 뜬 봉보리 팔콘을 노렸다.

부웅, 부웅!

회전하면서 무시무시한 충격력을 지닌 투척 도끼가 봉보리 팔콘의 가슴을 노렸다. 안전하게 목을 치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가슴을 노린 것이다.

‘막을 수 있다.’

대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불운이 찾아왔다. 뒤에서 또 한 마리의 오크 전사가 나타나 연달아 투척 도끼를 투척해서였다.

눈을 부릅뜬 봉보리 팔콘은 그럼에도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투척 도끼가 달리는 오크 전사의 뒤로 2자루가 향하고 있었고, 봉보리 팔콘은 오크 전사의 앞에 쏘아진 투척 도끼를 클레이모어로 쳐냈다.

“기사님을 도와라!!!”

오크 전사와 악다구니를 하면서도 베테랑 병사가 오크 전사 두 마리와 싸우게 된 그를 보고 소리를 지르자 뒤에 보고만 있던 민병대가 어깨를 들썩 들썩하더니 이내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호흡을 맞춰야 한다.’

봉보리 팔콘은 되려 앞으로 나갔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 민병대원들이 손과 어깨에 과하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인간 놈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잡것들은 꺼져라!!!”

짐승 같은 소리를 내었지만 겁먹은 채 뒷걸음질만 쳤던 놈들답지 않게 용감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기사와 함께하고 있어서였다.

노쇠해서 뻑뻑한 눈이 통증을 유발하며 눈을 깜빡이기를 원했지만 봉보리 팔콘은 참아냈다. 충혈된 눈이 시려왔다.

‘지금.’

〈드레헨 드루켄(Drehen Drucken, 돌아 밀어)〉

오크의 도끼질과 뒤에서 쏘아진 투척 도끼 두 자루를 맞이한 봉보리 팔콘의 몸이 반 바퀴 회전했다.

샤아악!

회전하는 갑옷에 맞닿은 도끼날이 빗겨 쳐졌다. 정확하게 오크의 도끼질과 맞물리게 몸을 회전해서였다. 정교한 중갑기술이었다. 이어지는 투척 도끼의 타격점 또한 정확하게 박히지 못했다.

칼을 가는 소리가 났다. 금속과 금속을 긁는 소리.

퍽!

물론 그게 전부였다. 이어지는 오크 전사의 배치기에 봉보리 팔콘이 엉망으로 뒤로 넘어져서 굴렀다. 마무리하려는 오크 전사를 향해서 민병대가 다섯 달려들었다.

휙!

나무창을 손으로 잡아서 휘둘렀다. 손을 놓아야 한다는 훈련을 받지 못한 민병대가 다른 이들과 함께 휩쓸렸다.

“으아악!”

“케엑!”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다. 손을 털며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흥겹게 허벅지로 혁대에 있는 투척 도끼의 손잡이 끝을 올려쳐 허공으로 띄워 손으로 단번에 잡아냈다.

“헉. 헉.”

싸울 때는 지친 기색 하나 없던 강철의 전사였지만 단 한 번의 충격으로 호흡이 흐트러져버렸다. 그 무너짐을 바로 세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 늙은 숨소리에 그제야 오크 전사는 자신을 막아낸 인간이 노쇠한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대단하군.’

세월은 오크도 못 이긴다. 늙은 오크와도 싸워본 적이 있는 오크 전사였다. 나이가 많다고 대우해주는 사회가 아니었기에 늙은 오크를 패본 적도 있었기에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크 전사는 노기사의 분투에 감탄했다.

“이야아!!!”

민병대 하나가 대뜸 튀어나와서는 공구로 쓸 법한 망치를 휘둘러대었다.

턱.

망치를 쥔 손이 그대로 잡혔다. 오크의 팔 길이와 망치를 휘두르는 길이의 차이가 만들어낸 허무함이었다. 망치를 쥔 손을 움켜쥔 채 그대로 휘둘렀다.

퍽.

“걱.”

스스로 쥔 망치에 귀가 짓이겨지고 머리에 박혔다. 그대로 절명했다.

“헉. 헉.”

노기사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지친 숨은 다시 한 번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늙었구나.’

“〈충격 파도(Shock Wave)〉. 하아, 학.”

오크 전사가 순식간에 충격으로 만들어진 파도에 휩쓸려서 두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 오크 전사는 제법 단단한 놈이었다. 내구력에 관련된 타투가 절로 보였다. 하나같이 털가죽이 두툼한 것들이 전신을 뒤덮으며 자리 잡고 있었다.

마지막 발악이라고 오크 전사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법 이후에 기괴한 몸짓을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뭔가가 있다.’

경계보다는 흥미를 느꼈다. 오크 전사의 타투에 윤기가 났고, 이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오크 전사가 거침없이 직선으로 내달렸다.

노기사는 숨을 최대한 크게 들이켰다. 다시 크게 내뱉었다.

‘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숨을 참았다. 각오를 굳혔다.

산소를 원했지만 이것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숨 막혀 기절하더라도 무호흡으로 해야 했다. 자신이 노쇠했으며, 오크 전사의 공격 속도에 맞추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런 비전이었다. 힘과 힘의 싸움으로 보이며, 오크 전사가 사냥감이 되며 인간이 포식자로 보이는 힘의 비전.

〈지벤 말 우버발티겐트(Sieben Mal Uberwaltigend, 일곱 번의 압도)〉

이것은 북부에서 수많은 고위 기사가 배출되면서 윤곽이 만들어지고, 뼈대가 세워졌으며, 피와 살이 세월과 함께 붙어서 만들어진 비전이었다. 북부의 8가문이 서로를 위해서 연구하여 만들어졌기에 비전의 특수성이 옅다는 점이 있었다.

처음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오크 전사에게 있었다.

오른손에는 도끼.

왼손은 빈손이지만, 언제나 투척 도끼를 던질 수 있도록 살짝 주먹이 풀어져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오크의 자세였다. 또한 오크들은 모두, 단 한 마리도 제외하지 않고 오른손잡이였다. 그것이 그들이 쥐고 있는 도끼로 증명되었고, 던지는 손이 항상 왼손이라는 것으로 결정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오크들이 가지는 리치, 긴 사정거리는 이 비전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아야아아알타아아아!!!”

오크 전사가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의 뒤로도 오크 전사 한 마리가 더 있었다.

2:1의 상황 속에서 노기사 봉보리 팔콘은 거침없이 오른발을 내뻗었다.

타, 깡, 탓!

기이하면서도 경쾌한 발소리가 일어났다.

‘미친.’

오크 전사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차올랐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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