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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거침없이 다리의 입구를 봉쇄한 병사들에게 쏘아졌다.
목책 위에서 쏜 것이 아니라 위력이 약하다고 해도 무시무시한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숫자는 계속해서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했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라!”
곳곳에서 〈흘러 붙은 얼음(Flow Attached Ice)〉을 영창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저 시동어만 외치면 되었다. 갑옷을 뒤덮는 얼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그건 마법을 사용한 주체여서 그렇게 작은 영향만 받았다.
차갑게 식은 평지의 바람은 강을 지나 거침없이 흘러 마을을 거쳐서 산으로 향했다. 얼음 마법을 사용한 병사들을 지난 자연 바람은 더욱 온도가 낮아져 가며 강풍이 불었다.
역풍이 더 거세졌으므로 화살의 기세는 줄어들어 버렸다.
단 1명도 화살에 죽지 않는 기적과도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단순히 전술이 좋아서도 아니었고,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퉤! 인간 놈들이 마법을 사용했다!”
“접근해서 도끼를 날린다!”
오크 전사들은 순식간에 결론을 내었다. 싸늘한 공기는 그들의 적극성을 아직은 막지 못했다. 그들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사격 실시!”
다리에 있던 정규병들이 활을 쏘았다.
피피핑!
바람을 타고 화살이 매섭게 날아갔다. 평소보다 너무 멀리 날아가서 오크들 뒤로 뻗어 나가기도 했다.
쒜애애액!
퍽!
“그악.”
오크 전사의 눈에 눈먼 화살이 꽂혔다. 오크 전사가 비틀거렸고, 달리는 속력이 줄어들자 다른 오크 전사와 어깨빵을 하면서 휘청거리다가 이내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강이라 피가 번지는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화살을 뽑은 오크 전사는 잔뜩 젖은 채로 강을 도강하기 시작했다. 깊은 강이고, 손을 뻗어도 다리에 닿지 않아서였다.
“방패병 준비!”
“아이야! 아이야!”
텅! 텅! 텅!
소리를 지르며 방패병들이 무기로 방패 위쪽을 쳐대며 호흡을 맞추었다. 3타를 치면서 들숨, 날숨, 들숨을 서로 맞추며 조밀하게 모였다.
숨을 들이켤 때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것마저도 서로 통일해서 진형의 치밀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투척 도끼를 조심해라!”
터더덩! 터덩!
방패를 뚫는 소리가 방패병에게 들려왔다. 강철로 되었음에도 도끼날이 살짝 안쪽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 속에서도 방패병은 귀를 쫑긋 세우고, 위축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드득.
살짝 들어서 다시 방패를 잡는 자세를 고쳤다.
‘윽. 무겁다.’
투척 도끼가 여럿 박힌 방패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 있어서 들어 올리기도 힘들었다. 방패든 상대를 가장 쉽게 무력화하는 일은 길쭉한 창을 대롱대롱 꽂아버리는 일이었다. 나무는 활로 쏘아도 위아래로 흔들렸고, 나무창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무거워진 방패로 싸우는 건 힘겨웠다. 그 덕에 오크 전사들은 방패를 공격용으로 쓰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투척 도끼의 무게가 5kg은 되어서였다.
일반적인 플랑시스카의 무게가 1kg 내외인 것을 생각한다면 투척 도끼답지 않은 무게였다. 손잡이 부분까지 통짜로 철이라서 가능한 무게이기도 했고, 두툼하기 짝이 없는 도끼였다.
인간이 노획하더라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롱소드와 레이피어가 2kg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될만했다.
방패의 무기가 무거워졌기에 들어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아얄타!!!!”
오크 전사들이 너도나도 소리를 내질렀다.
“버텨라! 하지만 명심하라! 〈반월 포위(Halfmoon Surround)〉로 오크들을 상대한다!”
“아이야!!!!”
병사들이 음률 있게 소리를 냈다. 정신을 차리는지 안 차리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멘탈이 터진 병사는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서 대답에도 높낮이가 사투리처럼 있는 게 전쟁터의 함성소리였다.
카가강!
창과 도끼가 서로 부딪쳤다. 장창수의 창은 오크들이 원하는 대로 내쳐졌다. 길이가 긴 무기의 장점은 사거리였지만, 동시에 제어하는 힘이 매우 커야 했다.
무거운 상자를 들 때, 배에 딱 붙여서 드는 것과 팔을 쩍 벌려서 드는 것의 차이와도 같았다. 인간의 몸에서 멀어질수록 큰 힘이 필요했다.
자연히 형편없이 창이 난잡하게 사방팔방 도망갔다. 오크의 힘을 버틸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게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오크는 창을 걷어내기 위해서 도끼를 휘둘러야 했다.
오크와 방패가 서로 부딪쳤다.
쿵!
“그윽!”
방패병이 형편없이 주르륵 밀렸다. 강에서 물을 퍼서 땅에 뿌려 진창으로 만들어서 다행이었다. 돌에 발이 걸린 방패병은 밀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상체부터 뒤로 넘어가 뒤집히기도 했다.
“쿰!”
오크 전사가 도끼를 내려쳤지만 아슬하게 사타구니 아래에 박혔다. 장창병의 창이 운 좋게 내려쳐 지는 도끼를 건들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향하고 있었기에 옆에서 툭 치는 힘에 무력해서 오크의 도끼 궤도를 바꿀 수 있었다.
“헉헉!”
죽을 뻔한 사실에 숨이 격하게 차올랐지만 방패병은 다시 한 번 일어났는데, 자신의 시야를 검게 지나가는 투척 도끼가 어깨를 부수며 지나갔다.
와장창!
얼어붙은 얼음이 부서졌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방어 마법이 완벽하게 도끼의 충격력을 흩트려냈다. 많이 부서졌기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 충격이 닿기도 전에 부서져서 땅에 떨어져서였다.
“욱! 욱! 욱!”
방패병들이 뱃심으로 악소리를 내며 오크에게 계속해서 힘을 줬다 빼면서 밀리던 것이 멈추었다. 진창이라 오크들이 발에 큰 힘을 줘도 미끄러졌기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수십 걸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오크들의 숫자 배분에 의한 돌진력의 차이로 전방은 많이 밀리고, 좌우는 작게 밀렸다.
반월처럼 인간 정규병들의 형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정지이이!!!”
팬크리스 남작의 외침 소리가 들리자 2열과 3열에 있던 병사들이 혁대에 묶여있는 밧줄의 매듭을 한 손으로 잡아당겨 풀었다.
푹!
묵직한 돌이 떨어졌고, 발로 밀어 방패병의 왼발에 가져다 대자 방패병이 발뒤꿈치를 들어서 단단히 받쳤다. 돌의 앞에는 방패병의 왼발이 왔고, 돌의 뒤로는 3열에 있는 병사의 오른발이 왔다.
2열의 병사는 오른발을 앞으로 향하며 방패병과 하체 자세를 똑같이 하며 찰떡같이 들러붙었다.
1열과 2열은 서로 오와 열이 딱 맞았고, 3열은 어긋나있는 진형이 만들어졌다. 그 덕에 3열의 장창병은 더욱 오크를 보기 수월하고, 창을 놀리기 좋았다. 2열은 한 손 무기를 두 개 들고 있었고, 1열은 방패와 한 손 무기를 무장하고 있었다.
한 손 무기는 30cm도 안 되는 짧은 날무기였다. 그 무기는 대개 짧고 몽땅하게 팔목에 밧줄로 묶여 있었고, 방패의 뒤쪽에 돌출된 걸이에 날을 걸어놓았다.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방패에 더욱 힘을 주고 있었다. 양손으로 방패를 들어도 칼날이 걸이에 걸려 피해를 주지 않아서였다.
이 때문에 투척 도끼가 방패에 박히고서도 방패를 들어 올려 오크와 부딪칠 수 있었다.
1열의 방패병과 부딪친 오크 전사를 향해 2열의 병사가 무기를 휘둘러서 손에 메이스를 박아넣었다. 피부가 찢기며 뼈가 드러났고, 3열의 장창병이 오크 전사의 머리를 향해 창을 찔러대었다.
휙, 휙.
오크 전사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서 창을 피했지만, 시야가 흔들렸기에 방패병을 더 공격하지는 못했다. 무기를 휘둘러대는 2열의 정신 나간 인간 놈 때문에 피해도 제법 봤다.
뒤로 한 걸음 향하면서 단번에 방패병에게 어깨를 들이받았다. 하지만 방패병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상체가 들썩였지만 뒤에 있던 2열의 병사가 받쳐주었다. 사람 두 명에 박혀있는 돌까지.
쉬익!
털가죽이 잘 버려진 창날에 베어져서 땅으로 후루룩 떨어져 내렸다.
오크 전사 1마리가 3명을 상대해야 했다. 오크를 포위하고 있는 형세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어떤 곳에는 병사 6명이서 오크 전사 하나를 두들겨 패는 곳도 있었다.
오크의 진형 때문이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크 전사들이라 서로 협력을 하더라도 칼같이 개인을 버린 채 집단으로 행동하는 인간 군대의 진형에서는 그 빈틈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같이 협력하지만, 객체의 자존심을 쥔 오크와 전우를 위해서 자신이 죽어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병사와 생각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났다.
철퍽! 철퍽!
강을 헤엄치는 오크들의 속력은 매우 빨랐다. 거센 물결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 빛을 냈다. 새하얀 거품이 크게 일어났고, 주변의 모든 빛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뿜었다.
“으으···”
민병대가 무기를 쥔 채 두려움에 떨었다. 기사들이 있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겉으로 내색하고 싶지 않아도 다가오는 흉포한 기운에 잠식되어갔다.
그때,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노기사 봉보리 팔콘〉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함성을 내질러라! 소리를 질러라!!!”
소수의 정규병부터 소리를 내질렀고, 이내 민병대도 고함을 내질렀다. 통일되지 않고, 누구는 소리를 지르는데 누구는 이미 질러서 숨을 들이켜고 있어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꼭 필요한 일이지.’
계속해서 소리를 내지르게 시켰다. 그 사이에 오크 전사들이 근처 강까지 다가왔고, 이내 봉보리 팔콘이 말을 타며 민병대와 소수의 정규병 그리고 전투 사제들을 지나가며 명령을 내렸다.
“사격! 사격! 사격!”
한 명이 쏘자 너도나도 쏘기 시작했다. 슬링부터 투창에 단궁까지 다양했다. 또한, 미리 준비했던 기름병에 불을 붙여서 투척하는 이들도 많았다.
미리 기름을 바닥에 뿌리기에는 흙은 기름이 가만히 유지되기 힘든 곳이었다.
오크 전사들이 하나 둘, 도강에 성공했다. 이들은 물에 흠뻑 젖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기름병이 깨지고 불이 나는 곳으로는 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오크 전사들이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고, 이것은 인간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라!”
“〈흘러 붙은 얼음(Flow Attached Ice)〉!”
소수의 정규병들이 소리를 내자 그들의 흉갑에 얼음갑옷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이들은 민병대들의 앞에 섰다. 그 모습에 절로 민병대는 안정감을 느꼈다.
“아으아얄타!”
소리를 내지르며 오크 전사가 그대로 나무창들이 있는 장애물로 도약했다. 미친 짓으로 보였지만 거침없었다. 창의 기울기 이상으로 뛰어들어 뾰족한 부분을 지나며 발을 내려앉았다.
민병대의 공병술이 얼마나 미흡한지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다리 하나를 만들어도 숙련병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였다. 단순히 나무창을 땅에 박아 고정하는 것에도 노하우와 기사의 관리가 필요했다.
그것을 밤에 실행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고, 짧은 시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민병대의 훈련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강요시켰다.
쿠당탕!
나무 창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투척 도끼가 노기사 하나를 노리며 두 개가 쏘아졌다. 하나는 위에서 내려 휘둘러서 위에서 아래로, 다른 것은 아래에서 올려 휘둘러서 아래에서 위로 쏘아졌다.
카가강.
불똥이 튀었지만, 둘 다 순식간에 쳐내었다. 정교한 방어술에 오크 전사가 히죽 웃었다. 고함을 터트리는 곰의 머리가 타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타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번들거렸고, 오크 전사가 날뛰기 시작했다.
물론 봉보리 팔콘 경은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스스로 나섰다.
전투 초반에 민병대의 피해는 일어나서는 안 되었기에 기사가 나서서 대치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충격 파도(Shock Wave)〉.”
꾸아아앙!
뭔가가 지나가는 끔찍한 소리가 났다. 오크 전사가 주르륵 밀려났다. 무형의 충격 파도에 단번에 휩쓸려서 뒤로 엉망진창 밀려났다. 그것은 매우 짧은 순간이라서 오크 전사가 순간 멈칫했다.
주륵.
동시에 오크 전사의 코에서 피가 짧게 흘러내렸다.
손으로 만지자 손가락 두 개에 피가 점처럼 찍혔다. 쌍코피였다. 금방 멎었지만, 횃불이 곳곳에 있어서 그 모습이 영락없이 보였다.
“하하하!”
민병대가 형편없이 밀려난 오크 전사가 흘리는 쌍코피를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아아아아아!!!!!”
오크 전사가 성이 났는지 단번에 함성을 내질렀다. 사람들이 다시 입을 다물었고, 정규병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온몸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다른 오크 전사가 고함을 내지르는 오크를 쌩하니 지나가서 그대로 봉보리 팔콘에게 돌진했다.
“돌진 방어!”
“돌진 방어!”
노기사의 외침에 방패병이 두 명 양옆에서 튀어나왔다. 동시에 봉보리 팔콘의 클레이모어가 흉악하게 오크의 아랫배를 노리며 찔러졌다.
‘어리석은!’
오크 전사가 앞으로 다가올 쾌감을 느끼며 도끼를 그대로 내려쳤다. 상대 기사가 병사 둘과 협공하여 아랫배를 단번에 도려낼 생각을 가졌겠지만 그건 큰 오산이라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
노쇠한 눈이 노련함으로 반짝였다.
팬크리스 가문의 강력한 비전, 〈언텐 셰넨(Unten Sehnen, 아래 힘줄베기)〉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6016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오늘은 한편밖에 못 쓸 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팬크리스의 노기사인 봉보리 팔콘에 대한 설정이 날아가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