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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98화 (49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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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쓰러진 소의 두개골에서 뇌수가 흰 물과 피가 뒤섞이지 않은 채 물과 기름처럼 안 섞인 채로 흘러내렸다. 서늘한 투척 도끼가 단번에 오크 전사의 손에 착 감기듯이 휘감겨서 빼내어 졌다.

“쿰!”

사족보행 동물의 가장 큰 약점은 머리가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족 보행은 머리보다 다른 것이 앞으로 갈 수 있었다. 그것은 큰 차이였고, 돌격의 순간 동물떼는 끔찍한 손해를 입어야 했다.

삽시간에 흙먼지가 거세게 피어올라 왔다.

동물이 지닌 육중한 체중이 흙을 잔뜩 헤집었고, 오크 전사들이 거칠게 동물들을 쓰러뜨렸다. 그 상황에서 드낙이 오크들과 맞부딪혔다.

그런 드낙의 왼손은 맨손이 아니었고, 방패를 든 것도 아니었다.

오크 활을 엮어서 만든 지팡이, 〈여럿가지 마법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오크를 죽이면서 얻은 노획물을 통해서 마법 지팡이를 만들어냈다. 오크 활의 활대를 엮는 데는 잡광물 따위를 녹여서 흘려 고정했다.

기괴한 형태를 지녔지만, 내구력이 상당했다. 겉만 탄 활대라서 활대의 내구력도 보존하고 있었다.

‘오크와 상성이 좋은 것은 불과 얼음이다.’

〈흘러붙은 얼음(Flow Attached Ice)〉 방어마법을 병사들에게 내어준 이유도 얼음에서 찾아오는 한기는 생명체의 활동성을 낮췄기 때문이다. 몇 명이 모여있는 건 큰 차이가 안 나지만, 잔뜩 모인 곳에서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한기는 상당했다.

특히나 지금은 밤.

강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산으로 밤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오크들은 자연히 역풍을 맞고 있었다.

“〈불타는 신체(Burning Armor)〉.”

드낙이 지팡이에 담긴 마력을 활성화하며 영창하자 지팡이와 온몸에 불길이 타올랐다. 시각적으로 대단히 어그로가 많이 끌릴 수 있는 마법이라 사장된 공격 마법이었다. 투사체의 형태를 지닌 다른 공격 마법과 체계가 달라서 인기도 얻지 못했다.

‘쓰기 어려운 공격 마법이지.’

정확하게는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조금만 떨어져도 열기가 두려울 정도로 높지 않아서다. 뜨겁지만 화상을 입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드낙은 그럼에도 이 공격 마법을 〈여럿가지 마법지팡이〉에 넣었다.

“〈칼날 바람(Blade Wind)〉.”

이어지는 바람 공격 마법이 나무 지팡이에서 레이피어의 찌르기처럼 쏘아졌다. 바람은 여러 가지 방향을 지녔지만, 마법으로서의 〈바람 마법〉은 방향에 따라 마력 소모가 달라졌다.

그중에서 직선이 가장 마력 소모가 적었다. 돌풍이나 나선처럼 움직이는 바람 마법이 가장 마력 소모가 심한 방향이었다.

이 때문에 직선처럼 뻗어 나가는 칼날 바람을 사용했다. 물론 본래 칼날 바람이라는 바람 마법은 사선으로 불며 흙먼지도 일으키는 공격 마법의 일종이었다.

이 두 가지의 마법은 서로 다르지만, 오직 하나의 목적성을 띠고 있었다.

〈오크 주술사의 주술도기〉

그것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마법이었다. 불타는 신체로 영향을 받게 되면, 그것이 뜨겁든 따뜻하든 상관없이 전방위적으로 제법 큰 면적으로 주술과의 상쇄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동시에 칼날 바람을 통해서 근중거리에 걸치는 오크 전사들을 타격하며 방어 주술을 깨뜨린다.

물론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결국에는 다수를 상대할 때, 전투할 수밖에 없었고 아무리 오크 활대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마법 지팡이는 결코 충격에 휩쓸리면 안 되었다.

“〈저린 나무(Numb Tree)〉.”

여럿가지 마법 지팡이의 주위에 희멀건 안개가 기어 나왔다. 마법사 중에서도 독에 관해서 연구한 마법사의 마법이었다. 닿은 부분이 저리게 되어서 힘이 많이 줄어드는 효과를 지닌 안개였는데, 일종의 저주와 같았다.

그 근본은 마비와 비슷했기에 저주라기보다는 독이나 다름없었다.

흙먼지를 거칠게 걷으며 칼날 바람이 질주하여 곳곳의 오크들을 공격하고 타오르는 불길을 지닌 채 드낙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얄타!”

오크 전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드낙의 하단을 향해 투척 도끼를 던지고, 드낙의 왼쪽으로 움직였다. 나무 지팡이를 쥔 왼쪽과 검을 쥔 오른쪽, 어디에서 싸움을 주도할지 선택하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이나 쉬운 고민이었다.

‘역시 인간에겐 트롤보다 오크가 더 까다롭다.’

드낙은 오크의 선택이 무(武)를 쌓아올린 자의 선택이라 절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저린 나무 마법의 안개에 도끼가 닿고, 이내 오크의 손에 닿았다. 닿자마자 오크 전사가 기겁을 했다. 피가 오랫동안 안 통한 것처럼 저려왔고, 자신이 제대로 힘을 주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동시에 희멀건 안개에 있었기에 나무 지팡이를 타격하지 못하고 성대한 헛손질을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 까다롭지, 나한테 까다롭다는 건 아니야.’

모두 드낙이 계획한 대로였다.

한 번의 실수는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모든 신체가 검에 올라선 것처럼 체중이 집중되었다. 실수한다면 바로 고꾸라질 정도로 체중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나 위태로운 도박수였고, 맹렬한 돌진으로 보일 뿐이었다.

〈오크의 이중 관절〉.

다리의 관절이 허벅지에도 하나 있는 것이 오크들이었다. 그덕에 그들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체중을 도끼에 실을 수 있고, 마음껏 무리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역관절만 있는 게 아니라 역관절도 있는 놈들이었다.

이를 통해서 쓰러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다리만 두 개지 실상은 다리가 4개라고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 않았다.

〈미노타우르스 타투(Minotaurs Tattoo)〉가 활성화되었다. 드낙의 오른팔에서 기능하지 않고 있던 힘줄 4개가 추가로 움직이며 오른팔이 부풀어 올랐다.

팡!

실수를 저지른 오크 전사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다. 뼈가 튀고, 뇌수가 폭죽처럼 날아가며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비처럼 흘러내렸다.

단번에 무릎부터 땅에 부딪히며 왼쪽으로 쓰러지는 오크 전사의 시체를 박차며 흙먼지 속에서 오크 전사가 양팔을 크게 들어 올려 드낙을 향해 도끼를 내려쳤다.

휘이익!

어찌나 힘이 강한지 머리가 아래로 내려오고, 다리가 하늘로 향할 정도로 팔의 움직임에 무거운 몸이 휘둘렸다.

불파겐 중급 비전.

이강(肄講) 〈에이너 클린제(Einer Klinge, 하나의 검)〉

드낙의 팔이 상단세를 취했다. 오크의 뛰어난 동체시력이 빠르게 드낙의 의도를 파악했다. 강력한 찌르기가 정확하게 눈을 노리듯이 찔러졌다. 휘두른 도끼가 옆으로 움직이며 면을 드러냈고, 왼팔이 받쳤다.

강력한 찌르기가 드낙의 손에서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상단을 노리지 않고, 휘어서 그대로 중단으로 찔러 들어가 오크의 어깨를 찌르고, 벼락처럼 뽑혀서 회수되어갔다. 드낙 본인이 허리를 오른쪽으로 뒤로 들며 허리의 코어 힘을 강하게 사용해서였다.

동시에 중단, 허리의 약간 위쪽으로 검이 회수되었는데 회수되자마자 다시 한 번 중단에서 쏘아졌다.

어깨에 생긴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나왔지만, 오크 전사는 그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바닥에 내려앉아서 다시 수비로 들어가야 했다. 그만큼 강철 전사의 찌르기는 위협적이었다.

‘뼈조차도 뚫린다.’

투척 도끼가 드낙의 찌르기를 노렸지만 검날을 타고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렸다. 중단에서 하단으로 휘어지면서 찔러진 공격을 오크 전사가 막았지만 도끼가 땅에 박혔다.

캉!

당연하다.

허리에서 다리로 휘어지며 흐르는 검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내려치기밖에 방도가 없었다. 찌르기라는 점공격을 점으로 막는 것은 어려웠고, 무엇보다 찌르기 자체가 휘어지는 궤도를 가져서 시각적으로도 정확한 위치를 막기 힘들었다.

첫타를 성공했기에 경각심을 가진 것 또한 그렇게 내려치게 하기 위함이다.

이미 상처를 입었음으로 추가타를 또 허용하면 안 됨으로 점을 점으로 막는 게 아니라 찔러지는 공격을 내려쳐서 완벽하게 막기 위함이었다.

막았지만 막은 게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번에도 빠르게 드낙의 검이 회수되어서다. 땅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튀어 오르며 내려쳐지는 도끼를 긁으며 튀어올라서 도끼와 검이 땅에 박히지 못하고, 도끼만 땅에 박히게 되어서였다.

“가아아아악!!!”

오크가 흉악한 고함을 내지르며 도끼를 손에서 놓고 투척 도끼를 들어 올렸지만 동시에 하단에서 회수되어 바로 상단세로 휘어 찌르는 에이너 클린제의 마지막 한 수에 목이 꿰뚫렸다.

상단에서 중단. 중단에서 하단. 하단에서 상단.

아래로, 아래로 향하다가 갑자기 크게 위로 올라갔기에 그 궤적은 익숙하지 않았고, 단번에 목이 뻥 뚫렸다.

화르르, 이글이글.

쉬이익!

불이 타오르고, 바람이 거칠게 사방으로 쏘아지는 상황 또한 계속 이루어졌다.

2마리의 오크 전사를 죽였을 때, 그 짧은 순간에 동물떼는 박살이 났고, 오크들은 앞으로 나갔으며 자연스럽게 드낙이 포위되었다.

80여 마리의 오크 전사 중 절반은 동물떼를 죽이며 앞으로 나섰고, 다른 이들은 드낙을 포위했다.

‘어마어마한 돌파력이야.’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체중이 든든한 동물들을 데려왔는데, 순식간이었다. 검은 늑대를 동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개체 수는 정말 적었다.

모든 지성종족이 마브로스 리꼬, 칼 초노 등. 특정한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는 게 〈검은 늑대〉였다. 개체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거의 만인의 적이라고 부를 만 했다.

비단 지성종족 뿐만이 아니었다. 때때로 검은 늑대가 많아지면 곰들도 무리생활을 할 정도였다.

“나부터다! 건방진 놈. 오크 전사를 돌파할 생각을 하다니. 하하하!”

오크 전사들은 드낙을 포위하고 나서 제법 떠들어대었다. 오크 전사 두 명이 머리가 터지고, 목이 꿰뚫려 죽어가고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팡!

드낙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드워프가 만든 명검, 강철이 흐르는 강으로만 할 수 있는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였다.

피와 이물질이 허공에 미립자처럼 흩날리는 것을 본 오크 전사들의 소란이 단번에 사라졌다. 척 봐도 강자의 분위기를 풍겨냈다.

‘새끼들.’

드낙이 거친 기세를 그대로 드러냈다. 오크 전사들의 투기에 감화되어 자신도 어느새 흥분해있었다.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하나둘씩 투척 도끼를 들었다.

“윽?!”

칼날 바람에 오크 전사 하나가 어깨에 날카롭기 그지없는 자상(刺傷)이 생기자 깜짝 놀랐다. 손을 더듬었는데, 방어 주술 도기는 이미 깨어져 있는 상태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전투를 경험하며 내가 가진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

예전에는 철저하게 이득을 생각했다.

1+1=2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전투를 통해서 깨달았다. 〈그라돈 군사학서〉에서 말해주었지만 드낙은 믿지 않았고, 그저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한 부분이었다.

그것은 바로 〈시간에 따른 전공〉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차이를 크게 비교하자면, 2시간 동안 300마리를 잡는 것과 한순간에 30여 마리를 잡는 것 중에 이중택일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전자가 좋다. 시간은 길게 들이지만 많이 죽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실재 전장에서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다수의 싸움에서는 공간 싸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좌익을 얼마나 빨리 섬멸하느냐. 우익을 얼마나 오랫동안 잡아두느냐. 적의 후방을 얼마나 빨리 타격하느냐.

시간이 더 중요했다. 자신의 전공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드낙은 조급해져 있었고, 자신보다 전쟁의 판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똥줄이 타고 있었는데, 북부가 너무 형편없이 밀려서였고, 오크보다 더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서였다.

드낙의 입이 달싹거렸다.

동시에 공간이 비틀렸다.

제국 전신갑주에 있는 〈공간 타격〉이 사방팔방에서 이루어졌다. 남은 모든 마력을 전부 사용했고, 제국 전신갑주의 마력회로는 대량의 마력을 단번에 수용 가능 했으며, 동시다발적으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전신갑주였다.

“그, 뤠리악.”

소리조차도 왜곡되었다.

구루구구구

땅이 비틀거리며 기괴하게 변했고, 돌조차도 이상한 형태를 그리며 조각났다.

“그아, 악?”

코와 입이 서로 어긋났고, 이내 38마리의 오크 전사가 그 자리에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단 한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피와 시체로 가득한 곳에서 드낙만이 홀로 있었다.

철퍽. 철퍽.

시체 웅덩이를 벗어나자마자 내달렸다.

다다닥!

그는 남은 오크들을 쫓아가서 죽였다. 동물떼를 밀어버리던 오크들은 드낙의 뒤치기에 허무하게 목숨줄을 놓았고, 고작 10마리의 오크 전사만이 분투했지만 대지에 쓰러졌다.

드낙이 오크 활을 들어 올려 강을 넘은 오크 전사를 향해 시위를 당겨서 활을 쏘았다.

‘어우, 씨!’

끼기기긱. 쩍.

퉁. 우우웅.

활시위에서 소리가 웅웅 났다. 날아간 화살이 정확하게 오크의 척추에 꽂혔다. 드낙은 명중을 확인하고 활을 확인했다. 활대가 갈라져 있었다.

‘너무 당겼네.’

활을 버리고 다른 활을 잡고, 다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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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고속도로에서 갇힌 분들 계십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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