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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93화 (49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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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파이룬 영지의 중앙을 그대로 꿰뚫으며 질주했다. 〈조련술의 업(業)〉이 상향되었기에 드낙의 뒤로 온갖 탈 것들이 가득했다. 야생마부터 길 잃은 소, 사슴, 멧돼지까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아우우우우!

먼 곳에서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숲이 시작되는 언덕 위에 검은 털을 지닌 늑대가 머리를 한껏 치켜세우고 있었다.

〈마브로스 리꼬〉라 불리는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은 늑대였다. 시골이나 규모가 작은 인간 무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야수 혹은 몬스터였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몬스터로 생각하는 자들도 많았다.

행정력이 닿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남부 왕국의 외곽에서는 검은 늑대를 섬기는 인간들도 있었다.

야만적이었지만, 효과적이기도 했다. 먹을 것으로 혹은 인신 공양으로 검은 늑대들의 보호를 받아서였다.

이런 야만적인 숭배는 인간의 뭉쳐진 힘이 적을수록 더욱 횡행했다.

‘오크 놈들이다.’

드낙이 입술을 혀로 핥았다. 군침을 꼴깍 삼켰다.

벌써 몇 번이나 해 본 도둑질처럼 능숙하게 몸이 반응했다. 식사 전에 먹는 간식처럼 나쁜 버릇에 몸이 길든 듯한 모습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있는 오크를 무시할 수도 없지.’

빠르게 몽펠리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오크를 두고 빨리 간다? 검은 문에 미친 드낙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검은 늑대로 이루어진 척후를 이용하게 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

허둥지둥 드낙이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 너머로 오크들이 약탈한 것을 쌓아두고, 멧돼지를 도축하고 말리고 있었다.

‘식량을 만들고 있네.’

그가 눈을 빛냈다. 인간을 쫓기를 뒤로하고 직접 멧돼지를 잡았다는 것을 봤을 때, 뭔가 일이 있는 듯했다. 마치 큰일을 앞두고 배를 단단히 채우는 느낌이 강했고, 약탈물에 있는 곡물이나 말린 고기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있었다.

갓 살아있는 멧돼지를 죽인 싱싱한 고기를 먹을 정도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드낙은 곰곰이 생각하다, 근처에 인간 군대 혹은 민병대가 다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전투를 앞두고 있네. 그럼 지금이 적기다.’

기습의 묘리를 살릴 수 있었다. 상대는 예상치 못한 상대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싸우게 될 것이다. 마음먹은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기에 그 어떤 계획도 없이 부딪치게 되는 꼴이다.

‘어지간히도 먹네. 저건 좀 배울 만하다.’

드낙은 육즙이 뚝뚝 떨어지며 구워지는 멧돼지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제대로 식사를 한 지 오래되어서였다.

전투를 앞두고 밥 든든히 먹이는 건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그러했다.

고등지식을 익히는 대학생들의 강의에 음식을 베풀어주면 강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연구 자료 또한 있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이고 짐승이다.

오크는 인간보다 더했다.

불을 크게 피워서 주술 행위를 하기도 했다. 주술사가 하나 있는 약탈자였고, 이것 또한 의미심장했지만 드낙은 파악하지 못했다. 주술사가 배치될 정도로 작은 규모의 싸움이 많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라돈 군사학서〉는 남부에서 필사본이 나돌 정도로 제법 유명세가 있었는데, 그걸 아직도 2독 하고 있는 게 드낙이라서 현실에 완벽하게 응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법 규모가 있는 약탈자들이네.’

그게 전부였다.

곧바로 드낙은 말을 타고 내달렸다. 야생마는 거침없이 언덕을 내려갔다. 나무와 수풀을 헤쳤다. 다른 동물들도 드낙을 따라갔다.

“뀌이이익!”

멧돼지가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넘어져서 데굴데굴 굴렀다. 뚱뚱하게 처진 뱃살이 출렁거렸다. 고통에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고, 오크 전사들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동물떼다!”

“드루이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멧돼지, 사슴, 말, 소 따위가 사정없이 내려왔고, 그 숫자는 100마리나 되었다. 흙먼지 속에는 검은 늑대와 도노가 몸을 숨긴 채 따라오고 있었다. 체구도 작아서 오크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낙이 만들어낸 전술이기도 했다. 〈후타격 동물 전술〉이라는 명칭을 지닌 전술이었는데, 그라돈의 군사학서가 그 골자를 만드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전술의 기본을 알기에 그것을 통해서 대충 짜깁기를 한 것이다.

주술사가 주술 도기를 깨고, 그곳에 목걸이를 뜯어서 놓았다. 도기가 녹으면서 주력이 피어올라 왔고, 목걸이에 녹색빛이 강하게 감돌았다. 손을 앞에 두고 몇 번 휘젓더니 이내 손으로 주력이 모여들었다.

〈갈 타크핫(Gal Tarkhat, 번지는 불)〉

“후우우! 후우우!”

모여든 녹색의 주력이 푸르게 타올랐고, 입으로 불자 거침없이 튀어 오르며 조각조각 나서 바람을 타고 동물들을 향해서 쏘아졌다. 큰 방사형 공격 주술이었고, 동물들이 불을 겁내기에 사용한 것이기도 했다.

‘예상하고 있었다.’

드낙 또한 마법사들을 죽여서 얻은 능력이 많았다. 견습 흑마법사였던 포낙서스보다 뛰어난 마법사들이었다. 불의 정령 때에는 그저 효율적인 흑마법의 힘이 필요해서 흑마법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얼어붙은 공기(Ice Air)〉.”

주문을 읊어낼 필요도 없었는데, 간략화가 이루어진 마법이었다. 여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건조한 날, 산불과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재료로 아이스 에어 마법 아이템이 풀린다.

작은 마을에는 촌장이 관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영주성에서 먼 마을은 가질 수 없는 물건일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그걸 만드는 견습 마법사의 숫자도 적어서 공급은 항상 들쑥날쑥했고, 견습 마법사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권위가 없어서였다.

사아아악!

드낙의 거센 마력으로 만들어진 아이스 에어는 대기를 매우 차갑게 만들며 불똥들을 지나가며 단번에 꺼트렸다.

후우욱!

드낙의 입에서 이글거릴 정도의 입김이 뻗어나왔다. 검은 문의 능력, 〈과열 신체(Overheating Body)〉와 얼어붙은 대기의 높낮이 차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강철을 두른 드루이드를 노려라!”

쾅!

손으로 마차를 들어 올리며 적당히 기울자 무릎으로 걷어차서 세운 오크 전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동물의 돌진은 장애물과 약탈물을 쌓아놓은 것으로 막으면 그만이었다. 선두에 선 드낙을 죽이면 동물들은 다시 흩어질 것이다.

“멧돼지부터 골라서 죽여!”

화살을 쏘는 오크 전사들은 멧돼지를 노렸는데, 앞의 경우와 같았다. 동물들이 흩어진다면 멧돼지가 가장 골치 아팠다.

그냥 눈이 마주쳐도 일단 덤비는 게 멧돼지였다. 성질이 고약한 돼지 새끼들이었다.

오크들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온순한 멧돼지를 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법칙처럼 멧돼지들이 표적이 되었다.

“꿱!”

멧돼지의 목에 화살이 푹하고 깊게 박혔다. 단번에 옆으로 튕기듯이 균형을 잃었다. 길쭉한 몸의 형태를 지닌 동물의 균형을 잃게 하는 방법은 사선으로 옆으로 맞추는 것이었다.

사냥꾼인 오크 전사들은 그걸 아주 잘 알았다.

동물은 무조건 〈사선쏘기〉가 답이었다.

두개골을 노리는 오크 전사는 없었는데, 둥근 두개골은 입사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항상 실패하기 때문이었다. 피해를 확실하게 주는 걸 선호해야 했다.

화살의 수는 한정되었고, 그것을 쏘는 시간도 다급해서였다.

무엇보다 실력이 있기에 〈확률〉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피지컬이었다.

“아야아알타!!!!”

돌격의 순간 오크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쾅!

마차가 순식간에 밀렸다. 동물떼가 거침없이 장애물을 밀어버렸고, 넘어뜨려서 발굽으로 부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약탈물이 쌓인 언덕을 넘는 사이에 속력이 늦어졌고, 오크 전사들이 그대로 덤벼들었다.

소의 아랫가슴에 투척 도끼가 퍽하고 박혀 들었다. 소가 고통에 발에 힘을 주지 못했고, 그대로 쓰러졌다. 소의 뿔을 잡고 그 위를 지난 오크 전사를 수사슴이 뿔로 들이받았다.

“웅그아아악!!!!”

오크 전사가 사슴의 머리를 도끼로 찍고, 무릎으로 턱을 올려 찼다.

동물 떼의 돌진을 오크 전사들은 훌륭히 막아냈다. 거칠게 동물들의 속으로 난입한 오크 전사에게 흙먼지 속에 있던 도노가 입을 쩍 벌렸다.

화아아아악!

푸른 불꽃이 오크 전사를 불태웠다. 팔로 얼굴을 막은 오크 전사가 나뒹굴었다. 고통의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이를 악물며 정신을 유지한 채 해야할 일을 했다.

주술 불꽃을 피해 뒹구는 오크 전사에게 검은 늑대 세 마리가 달려 들었다. 하나는 목, 둘은 손목을 물며 입을 좌우로 털어 단번에 힘줄을 끊어냈다.

“끄아악!”

그제야 오크 전사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생살은 물론이고, 신경까지 검은 늑대의 이빨이 깊게 박혀서였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속에서 오크 전사 하나가 그렇게 전투불능에 빠졌다. 검은 늑대들은 흙먼지를 마치 어둠처럼 이용했다.

한 번 오크를 물고 늘어지고 나서도 2초 이상 물지 않고, 그대로 다시 뒤로 물러났다.

푸른 화염이 오크 전사를 노릴 때마다 검은 늑대들이 활약했다.

“하압!”

드낙은 말에서 뛰어내려 도움닫기를 하며 속력을 유지 단번에 검으로 말의 두개골을 터트렸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푸화악!

뼈가 박살이 나며 파편이 튀었고 뇌수가 터져나갔다. 드낙에게 뛰어든 베테랑 오크 전사가 입가에 주름을 보이며 흉악한 고함을 터트렸다.

“미친 인간!”

자신을 태워준 말을 저렇게 죽인 것에 오크 전사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드낙은 가장 확실하게 오크를 상대해나갔다.

오크와 싸운 경험은 며칠을 내달리며 충분한 시간을 통해서 복기 되었고, 이내 하나의 싸움법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오크를 상대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그 과정은 오직 드낙 본인이 해결해냈다.

세파리아스는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드낙이 모른다는 사실 그 자체’를 깨닫지 못해서 조언은 물론이고 자신도 알려줄 수가 없었다.

나는 보이는데 왜 너는 못 보냐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오크를 상대하는 전투법의 개발은 트롤을 암살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정면전투에서 한 걸음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힘의 방향을 항상 다르게 해야 한다.’

사선으로 내려쳐지는 공격에 드낙의 검이 뱀처럼 움직여서 역방향으로 내려쳤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오크 전사의 힘은 드낙의 휘감아 내려치는 공격에 무력하게 땅에 도끼가 곤두박질치는 결과가 되었다.

픽.

서로 몸이 부딪쳤다. 오크는 몸통 박치기를 매우 선호했는데, 체격이 대단하고 체중이 커서였다. 하지만 픽소리가 나는 게 전부였다.

몸을 웅크리며 비틀어서 오크 전사의 몸통 박치기의 충격량과 체중을 옆으로 흘린 것이다. 대전사가 아니라면 대응할 수 없는 높은 정교함이었다.

뻑!

이어지는 드낙의 무릎치기가 오크의 사타구니를 후려갈겼다. 몸통 박치기를 흘려냈기에 튕겨 나가지도 않았고, 바짝 밀착해서 가능한 일이었고, 너무 근접했기에 오크 전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치기로 재차 리치를 길게 하는 게 전부였다.

긴 팔의 단점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아주 근접했을 시에 행동할 수 있는 가짓수가 적었다.

‘기사들이 오크를 어떻게 상대하고 있을지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신세계를 맛 본 것과 같았다.

수학 문제를 못 풀고 답안지를 보면 한 방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같았다. 아주 쉬워 보였다. 거기에 드낙은 다른 기사와는 현격히 다른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다.

쏴아악! 줄줄줄!

오크가 몸으로 드낙을 밀쳐냈지만, 아랫배는 이미 홀라당 털려서 뱃가죽이 갈라지고 내장이 흘러내렸다. 무릎 꿇은 오크 전사의 목젖을 손으로 뜯어낸 드낙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아아악!”

한 곳에서는 동물들의 뒷발차기에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있는 오크 전사가 보였다. 체중이라면 초식동물도 뒤지지 않았기에 도끼를 휘두르지도 못한 채 몸의 균형을 못 가누고 방어만 하다가 초죽음이 될 때까지 두들겨 맞아야 했다.

사슴 하나는 뒷다리 근육이 힘에 부치자 몸을 돌려 앞발을 휘두르며 얼굴을 패버렸다.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린치를 당하는 오크 전사도 제법 있었다.

다구리에는 종족 불문하고 버티는 자가 적었다. 이런 현상은 오크들과의 전투 초반에 그들을 혼란케 한 도노의 주술 불꽃 때문이었다. 충분히 동물떼를 죽여서 대치 상황을 만들어야 했는데, 되려 오크 전사가 허물어졌다.

오크 주술사는 카이야의 번개과도 같은 쪼기 공격에 두 눈에서 피를 흘린 채 방어 주술만 펼친 채 입을 헤, 벌리고 황망해 하고 있었다.

오크 약탈자 30마리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토치라이트 영지와는 다르게 오크의 숫자가 많다.’

파이룬 영지의 상황은 또 다른 듯했다. 왜 그런지 드낙은 매우 궁금해졌다.

“카이야! 주변에 인간의 무리가 있는지 찾아봐라. 나처럼 이렇게 철을 두른 사람이 있다면 사람이 적더라도 알려주고.”

“까악!”

새하얀 털을 지닌 까마귀가 한 번 울더니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올라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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