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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92화 (49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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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

거칠게 경비병들이 질주했다. 숫자는 단 5기에 불과했지만, 말은 15필이나 되었다. 이들이 타고 있는 말은 체구가 상당히 작아서 형편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복장은 녹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위장을 위한 것임을 자연히 알 수 있었다.

휙!

농가 한 곳을 지나가며 밭에 돌을 여럿 내던졌다. 돌들은 땅과 튕기자마자 불꽃을 토해냈다. 마법 아이템이었다. 단순한 〈파이어〉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화르륵!

단번에 불이 번져나갔다. 농가는 텅텅 비어져 있었음에도 집집마다 마법돌을 던져대었다. 그것은 실로 〈모순적〉이었다.

왜냐하면 〈마법 불꽃〉은 번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돌에 새긴 마법진에 깃든 〈파이어〉 마법이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제국조차도 맹신하는 마법불의 법칙을 역행하는 혁신적이고도 놀라운 모습이었다.

마법으로 자연적인 불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로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는데 사방팔방으로 번지는 마법 불꽃의 활용도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비어있는 농가의 집까지 불길이 번져갔다.

이들은 북부의 서쪽에 있는 영지들의 병력들이었다.

〈청야 전술〉은 강력한 상대로 쓰기 좋았는데, 싸우지 않고 적을 물러가게 만듦은 물론이고 피해도 줄 수 있었다.

또한 오크들의 본거지는 백설산맥이었으므로 긴 보급로를 가지고 있어서 청야 전술은 매우 위협적인 전술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쉬운 전술은 아니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거칠게 시민이 백기를 흔들어대었다. 하지만 경기병들은 속도를 멈추기는커녕, 활을 쏘았다.

“아아악! 아아아악!!!”

활에 어깨가 박힌 시민이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독이 발라져 있어서 타들어 가는 감각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글거리는 감각이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단번에 전투불능에 빠졌다.

〈사막 세줄 검은 도마뱀의 독〉.

서부의 사막, 불모지, 거칠고 웅장한 돌산들과 인접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막 세줄 검은 도마뱀의 독은 화상과도 같은 고통을 주는 독이었다. 인체에 해로움은 없지만, 심하면 쇼크사할 정도로 고통이 심한 것이 특징이었다.

“모조리 죽여라! 자비를 보이지 마라! 더 많은 시민을 살리기 위해서다!”

수십 명의 피난민들이 너도나도 도륙당했다. 이동속도가 느려서였는데, 병사들은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충분히 벽보를 붙이고, 이야기꾼들을 푸는 것과 동시에 병사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소수로 퍼져서 피난령을 내려서였다. 자신들의 재물이 아닌 다른 이들이 버리고 간 재물까지 싹 쓸어담아서 한 짐을 지고 가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이 모은 재물은 오크들의 보급을 도와줄 것이 분명했기에 빠르게 죽이는 것이 1초라도 더 아낄 수 있었다.

화르르륵!

색이 변색한 동물 기름을 손으로 녹여서 덕지덕지 곳곳에 묻힌 다음에 부싯돌로 불을 지폈다. 시체가 그 위로 얹어졌다.

경비병들은 말을 바꾸고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길이란 길은 모조리 돌아다녔다.

언덕, 계곡, 산 같은 곳에서도 병사들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들은 경기병들을 통해서 그때, 그때 만날 때마다 잠깐 올라타서 수송되기도 했다.

몇몇은 순찰자이기도 했다.

푸더더더덩!

썩기도 잘 썩고, 변이 들어있는 동물 내장이 고여있는 계곡물에 들어갔다. 흐르고 흘러도 물에서 썩은 내가 날 것이다. 그만큼 많은 동물 내장이 들어갔다. 수원을 공략하는데 이골이 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이렇게 한 곳만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나중에 오크가 물러났을 때, 그곳을 청소해서 다시 수질을 복구시킬 수 있었다.

“하나, 둘!”

덜컥!

“뿔이 걸렸잖아. 그러니까 작업하기 전에 빼자니까!”

오크들이 가깝게 도착한 곳에는 그냥 죽은 동물을 통째로 넣기도 했다.

먹을 수 있을 만한 것이 있는 곳마다 불을 지폈다. 곳곳에 산불이 퍼져나갔는데, 가을이었기에 아주 잘 타올랐고, 잘 번졌다.

“흐악!”

“하아. 흑.”

몇몇 병사들은 산을 타고 흐르는 바람 때문에 산불에 갇혀서 타죽기도 했다. 산불은 지독했고, 사람의 이해를 뛰어넘는 재앙이었다. 그것을 이용하다가 죽어도 멍청해서 죽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스스스···

매캐하고 새하얀 연기가 숲에 가득했다.

‘이쪽이 맞나?’

안개처럼 자욱하게 난 곳에서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아서 헤매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병사도 있었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한 번 착각하면 걷잡을 수 없었다.

이런 분전이 있었기에 북부 서쪽의 청야 전술은 지독하고, 혹독하게 오크들에게 다가왔다.

“퉤! 빌어먹을 인간 놈들.”

오크가 무릎을 굽힌 채 계곡물을 손으로 떠서 냄새를 맡고는 그대로 버렸다. 지독한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수원을 찾는 것은 시간이 제법 걸리는 일이었다.

물은 지상으로 드러났다가도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한 방향으로 쭉 내려오지도 않았다. 수맥을 추적하는 일은 매우 고된 일이었다.

애애앵! 애애애애앵!!!

“제기랄.”

벌레도 급증했다. 파리부터 모기까지 가릴 것 없었는데, 피가 고인 곳에는 모기 유충이 자라났고, 그 위에 걸린 사슴의 시체는 잔뜩 썩어 부패했고 파리들이 엄청나게 꼬여있었다.

곳곳에 기사들이 작정하고 죽인 야수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졌고, 내장이 잘 썩게 후장부터 목까지 쩍 벌려진 채 드러누워져 있었다. 몸의 내부가 훤히 하늘을 보고 있어서 햇빛도 잘 들어왔다.

높은 온도만큼 박테리아와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도 없었다.

귀족들이 주도적으로 청야 전술을 했다는 것이 절로 보였다. 다른 영지처럼 병력을 하나로 뭉쳐서 피난길에 오르지 않았고, 사방팔방으로 퍼져서 제대로 환경을 파괴한 다음 도망쳤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보통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북부의 서쪽에서 가장 큰 가문인 〈킹슬레이 가문〉의 입김이 아주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이 어떻게 예상하고 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마른뚝 부락〉을 비롯한 다른 오크 부락들은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더 이상은 무리요. 주술사들의 힘으로 물을 정화해서 마시는 것도 한계에 닿았다.”

“물의 정령들은 더는 안 도와주는가?”

〈대전사(大戰士) 아리웃갈(Ariutgal, 마른 입)〉의 질문에 주술사 하나가 대답했다.

“그래. 이 주변의 정령들은 하나같이 게으르다. 주력을 줘도 지랄이야.”

드낙이 가지고 있던 〈샘물 단지〉같은 마법 아이템은 없었다. 그것은 물의 정령을 죽여서 파편으로 만드는 것이라 오크들은 문화적으로 쓸 수 없는 방식이었다. 파편의 힘이 사라지면 다시 물이 생성되지도 않았다.

무한처럼 느껴지지만 현대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과장 광고와 같았다.

마법 아이템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아는 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효과만 좋거나 그럴듯하면 구매하거나 대충 받는게 많았다.

“난 이대로는 못 돌아가겠다. 적어도 놈들의 모습은 한 번 봐야겠다.”

아리웃갈이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전사들은 부정적이었는데, 이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아서였다.

“보급이 무리인데 뭘 더 가?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라. 지금 이대로도 위태해서 병력이 반이나 준 상태다. 이제는 진짜로 돌아가야 한다.”

아리웃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가. 오십 명만 이끌고 사막까지는 가볼 생각이다.”

말리지 않았다. 대신 점조직처럼 길목마다 오크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고, 돌아올 때 함께 돌아오도록 하기로 하였다. 아리웃갈은 필요한 자여서였다.

동과 서 그리고 정남쪽으로 침공을 개시했기에 오크 부락간에 점령한 영토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의 싸움에서 유리하게 가려면 큰 부락의 대전사는 죽어서는 안 되었다.

자존심을 긁지 않는 선에서 만약을 대비했다.

10일 뒤에 아리웃살이 이끄는 50기의 오크 라이더는 사막을 앞에 두고 멈추어섰다.

멀리서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위로는 천막을 두르고, 아래로는 흙으로 쌓은 작은 성벽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군영이었다.

“형편없군.”

대부분의 병사들이 경무장을 하고 있어서 아리웃살은 크게 실망한 눈치를 내비쳤다. 하지만 덤벼들지는 않았다.

보급의 무서움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몸에 피하나 묻히지 않은 채로 돌아가야 한다니.’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는 해가 저물때가 되어서야 누그러졌고, 오크들은 그제야 후퇴하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조용한 대치 속에서 〈헤리호르 킹슬레이(Herrihor Kingslay)〉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내 군영의 지하로 들어갔다. 인공으로 만든 석벽으로 이루어진 지하는 서늘했고, 견고해 보였다.

호위병은 다섯 남짓이었고, 〈반 킹슬레이(Ban Kingslay)〉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사람 키만 한 양날 도끼가 거치대에 거치 되어있었다. 멋들어짐 하나 없는 양손 도끼는 실용적이고, 더욱 전투적으로 보였다.

“공작(公爵)님. 오크들이 물러났습니다.”

“어지간히도 독이 바짝 올랐나 보다. 흐흐, 해가 저물 때까지 그러고 있다니.”

거한 중의 거한.

기괴할 정도로 오른팔이 근육으로 부풀어있는 반 킹슬레이 공작이 호탕하게 말했다. 흥겨움이 절로 깃든 목소리였다.

그 전투적인 오크가 한 번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쳤다. 짜릿한 승리감이 그를 지배했다. 물론 그 피해는 엄청났다. 복구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다.

“저는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습니다. 오크들의 보급이 생각보다 너무 탄탄했습니다. 까딱 잘 못 했다면 못해도 1만의 오크와 한 번은 싸워야 했을 겁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특히나 성이 적은 것이 북부의 서쪽이었다. 이를 악물고 청야 전술에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전투 요새〉가 적었다.

“난 못해도 3천 마리는 여기에 올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놈들이 겁이 많았다.”

“신중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반 킹슬레이 공작이 실실 웃었다. 그 모습에 헤리호르가 더욱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의 전략이 가지는 무서움을 안다는 것에서 그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게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오크를 두려워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결코,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비전을 배울 때 항상 듣지 않았나. 체급이 큰 상대에게 덤벼들 때는 확실하게 정하라고 말이야.”

“도망갈지 죽음을 무릅쓰고 덤빌지 말입니까?”

무기를 들거나 중갑을 입은 상태에서는 덩치 큰 상대가 사실 10에 9은 이긴다. 맨손격투보다 더욱 불합리한 것이 중보병의 싸움이었다.

“오크도 같지. 겁을 먹는 순간 지는 것이다. 덩치 큰 놈을 상대로 겁을 먹으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애초에 패색이 짙은 싸움이지.”

탁.

반 공작이 술잔을 놓았다.

“군대가 모이면 곧바로 남동쪽으로 가서 백금 왕가의 군대를 지원한다. 이곳에서의 승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남부의 병력을 통해서 피해를 줄이고, 공적도 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와 마주한 오크들은 물러갔지만, 오크의 주력은 결코 그렇게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크들은 무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터프한 놈들이었다. 힘으로 어떻게든 한 곳을 무너뜨려야 했고, 그것은 오크의 주력을 부숴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잔가지를 꺾었다고 상대가 물러갈 리가 없었다.

주력을 부숴야 오크에게 점령된 곳을 다시 수복할 수 있었다.

북부 최북단의 〈8가문〉을 존속하기 위해서라도 오크 주력을 부숴야 했다. 오크들은 인간들이 도망줄을 놓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상대의 기세가 대단할 때 싸워주는 장군은 목을 쳐도 할 말이 없는 병신이다. 오크들이 승리를 맛보며 자신들이 점령한 영토를 관리할 때야말로 역공을 펼칠 때였다.

그것도 남부 왕국의 모든 인간이 하나가 된 힘으로.

“저, 공작님. 에리트레아 영주의 군대는 왜 원정에 포함 시키지 않고 보급으로 돌리신 겁니까?”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가 그렇게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를 믿어서다. 그 믿음을 저버린다면 다시는 우릴 믿지 않겠지. 거기에 장녀가 잠깐 성채를 방문했고, 일이 터져서 함께 성채를 고수하다가 죽기까지 했다.”

무에 재능이 없어서 15살 이후로는 무기를 들지 않았던 에리트레아의 장녀였다. 내정을 위해서 잠깐 최전선을 방문했는데, 오크의 대침공이 시작되었고 사기를 위해서 성채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에리트레아 영주는 자신의 가족까지 버리고 군대를 보내지 않고, 청야 전술로 돌렸다.

반 킹슬레이는 그 결정 속에 피맺힘이 있는 걸 잘 알았다.

“토치라이트 영지가 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야수 기사〉는 성질이 급하지 않습니까. 그런 고위 기사니, 오크와 전면전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토치라이트 가문의 영주성 또한 너무 북쪽에 있고요. 그걸 포기하겠습니까?”

이에 반 킹슬레이가 코웃음을 쳤다.

========== 작품 후기 ==========

5964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산소 갔다 왔습니다. 오랜만에 아빠 생각 많이 했네요. ㅋㅋ 무협지 엄청 좋아하셨던 아빠와는 다르게 전 판타지를 엄청 좋아했죠.

즐거운 설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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