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489화 (48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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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사의 조〉를 비롯한 순찰자들이 조용한 자연굴에 모였다. 수직 동굴로 내려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 내부에 마련한 또 다른 굴은 발각되기가 아주 힘들어서 애용되는 동굴이었다.

〈송곳니 부락〉의 권역에서 몇 없는 안식처이기도 했다.

“3일이 지났습니다. 곡사의 조! 이제 나가서 불파겐 자작의 유해를 수습해야 합니다.”

“······”

조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더 기다리면 부패할 것이고, 짐승들이 뜯어먹을 겁니다.”

이곳에 모인 순찰자들은 홀로 오크들의 후방을 교란하겠다고 오만하게 순찰자를 깎아내리기도 했던 불파겐 자작의 시체를 수습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도 〈송곳니 부락〉이 있는 곳 인근을 수색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오크들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갔을 겁니다. 더는 길게 봐서는 안 됩니다.”

불파겐 자작의 두개골이라도, 작은 유품이라도 챙기고 싶어하는 순찰자들이 많았다. 그렇게 마음먹은 이유는 자신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서였다.

“밖으로 나간다.”

10여 명에 불과한 순찰자들이 밖으로 나갔다. 대다수는 드낙의 권유를 받아들여 횃불 성채로 향했다.

남은 이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그림자가 그들을 슉하고 지나갔다. 조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까마귀 소리가 났다.

“까악!”

새하얀 털을 지닌 까마귀가 나무에 앉아서 소리를 다시 한 번 크게 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올랐다.

“불파겐 자작의 영물이다!”

순찰자들은 허둥지둥 카이야를 쫓았다. 그들은 3시간을 그렇게 움직여서 겨우 드낙을 만날 수 있었다. 드낙은 온몸에 나뭇잎을 달고 있었다. 그 또한 순찰자를 찾아다녀서였다.

“다행이다. 가까이 있어서.”

“저희를 찾으셨습니까?”

그 말에 드낙이 보통 오크보다 비대한 머리를 지닌 뚜쎠드의 수급을 건네주었다. 오크들이 거둬들인 암염을 통해서 잔뜩 염장한 것이었다.

“이 근처의 부락에 있던 대전사의 목이다. 이걸 토치라이트 가문에게 전해주었으면 한다.”

“예.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남으셨습니까?”

드낙은 투구를 벗어서 빙긋 웃기만 했다. 자신만만하게 지을 수 있는 웃음이었고, 순찰자들은 생각보다 너무 앳되어 보이는 드낙의 얼굴을 보며 놀라자빠졌다.

‘이렇게 젊은 자였나?’

그의 나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항상 전신갑주를 입고 다녔기 때문이었고, 명성이 높은 이들은 대부분 나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어서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조가 사과를 했다.

“뒤를 봐주는 것도 못했습니다. 놈들은 산악에서도 기병을 타고 다녀서, 결코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다.”

드낙이 털털하게 말했다. 결과가 좋았기에 앙금이 없었다. 그런데도 조는 다시 한 번 사죄하였다.

“아닙니다. 순찰자에 대해서 굳게 믿으셨을 텐데, 뒤통수를 당한 것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우직하게 고개를 숙이고, 깔끔하게 사과를 더욱 하는 모습에 드낙이 그의 인품에 반해서 전에 했던 권유를 다시 한 번 내뱉었다.

“그럼, 우리 영지로 오겠는가?”

“그건···”

조가 망설이자 드낙이 고개를 바로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쉽게 무너질 신념은 아니지.’

“나중에 은퇴하면 불파겐 영지로 와주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도와줄 테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드낙과 순찰자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많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둘 다 갈 길이 멀었다.

조는 순식간에 목함을 만들어 머리를 넣었다. 항상 바짝 마를 정도로 수분기가 적은 나무를 사용했기에 대전사의 머리는 썩지 않고, 더 오래 보존될 것이다.

남부 왕국은 오크의 대침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오크의 가을〉이라는 것을 사용했으며, 방방곡곡에 북부가 오크 하나 못 막아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도 고용했다.

“아주 개~새끼들이라까!”

술집에서 용병들이 떠들어대었다. 척 봐도 제법 베테랑 용병들로 보여서 사람들의 이목이 절로 쏠렸다. 그들은 북부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을 해대었다.

쿵!

빈 맥주잔을 탁자에 쳤다. 크게 흥분한 것처럼 보여서 옆 테이블의 사람들도 괜히 귀를 쫑긋 세웠다. 한정된 지역에서 정착하는 사람들보다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용병들은 소식통이나 다름없었다.

‘돈 주고 듣기는 싫으니까.’

쓸모없는 정보를 이야기하거나 철이 지난 소문을 그럴듯하게 비틀어서 헛소문을 내며 동화를 챙기는 용병들 탓이었다. 이 때문에 〈정보꾼〉이라는 별명을 지닌 용병들의 벌이는 더 증가했다.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목이 쏠린 이유도 정보꾼 하나가 함께 술을 걸치고 있어서다.

“남부의 풍요로움만 믿고 있는 시답잖은 새끼들. 안 그래?”

“놈들은 박쥐 같은 놈들이야. 소문에 의하면 오크들이랑 작당했다고 하더군.”

“뭐? 하지만···오크는 몬스터잖아?”

술기운이 확 날아갔는지 절로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술집이 지나치게 조용해서 다른 이들도 들을 수 있었다. 몇몇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눈총을 받아야 했다.

“말이 안 되기는. 작년 겨울에 군사 대치를 했잖아. 당연히 식량이 동이 났을 테고, 그것 때문에 오크들이 침공한 것이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헛소문 아니야?”

이해를 못 하자 정보꾼 용병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 그게 무슨 말이겠어? 매년 공물을 바쳤는데, 이번에는 못 한 거지. 그러니까 오크들이 침공한 것이고.”

“사실이면 북부는 정말 미친놈들이야. 그런 놈들이 메디오인이라고 나대는 꼴을 지금까지 봐왔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네.”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어지간히 북부인들의 자긍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듯했다.

옆 테이블 또한 숙덕거렸다.

“그럴듯한데?”

“설마 그러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음모론은 항상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어찌 되었든, 북부 놈들 때문에 세금만 더 내게 생겼어!”

“대체 북부랑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세금도 적게 내는 놈들인데.”

“우리도 오우거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손을 왜 벌리고, 왜 그걸 들어주려는 거지?”

“남부왕도 문제가 있어.”

북부 보급에 대해서 회의적인 여론이 절로 만들어졌고, 끝에는 남부왕이 잘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를 냈다. 그들에게 있어서 북부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오크를 막아주었지만, 그게 자신들의 삶까지 망칠 정도로 도와줘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만큼 현재 남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궁핍한 지역은 사람을 삶아 먹으며 가을 추수를 기다릴 정도였다. 벌레부터 나무 속껍질을 흙과 빚어서 구워 먹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부에 대한 지원은 힘들었다. 특히나 오우거 토벌 당시 〈징집병〉을 많이 뽑았고, 그 슬픔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플래티넘 왕가는 더욱 이 불만을 부풀렸고, 북부에 대한 반발심을 높였다.

〈남부 왕국의 수도〉

남부왕과 대신들이 모였다. 1왕자는 서쪽에서 오우거의 동태를 파악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어찌 되어가고 있는가.”

플래티넘 42세의 말에 10명의 중앙 대신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말들을 해대었다.

“부모를 돌보기보다 북부를 욕하는 게 더 중요할 지경입니다.”

“아주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다툼이 일어나 북부 출신자가 몰매를 맞아 죽었습니다.”

“가게 몇 곳이 문을 닫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예상된 것처럼 차곡차곡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벽보를 쥐어뜯어서 감옥에 갇힐 정도로 극성인 자들도 나타났고, 왕에 대한 불만까지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나같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보급을 안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할 수는 없지.”

중앙 대신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를 제대로 도와주려면 자신들의 재물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세금은 그대로 두어라.”

“시민들이 크게 감사할 것입니다.”

“대단히 명예로운 결정이시옵니다.”

그중에 몇몇 대신은 남부왕에게 불만을 제시한 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언급했다. 당연히 그들은 처벌받아야 했으며, 그 가족까지 남김없이 처형시키라고 명하였다.

북부로 향하는 보급로는 몽펠리에와 파이룬 가문과 연결된 대로로 이루어졌다. 그 길 말고는 갈 길이 없기도 했다.

또한 보급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졌다. 남부는 여전히 풍요로웠지만, 대부분이 왕족과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궁핍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변명거리가 충분했다.

남부의 상황을 모르는 자가 수도에 온다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있었다.

플래티넘 42세가 심드렁하게 말해나갔다.

“이참에 북부의 길을 들여놔야 한다. 남부가 없으면 북부도 없는 거지. 북부 군사 대치 때, 그들은 마치 다른 나라처럼 격렬하게 반응했어.”

그래서는 안 되었다.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게 옳았고, 자신은 왕이며 상대는 신하였다. 그런데 칼을 뽑아들었다.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려고 말이다. 이미 그때부터 계속 마음속에 담아왔던 생각이었다.

“서부가 마신장 때문에 막혔으니, 북부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앙 대신 중 하나가 음흉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남부왕은 내친김에 동부에 관해서 묻기도 했다. 중앙 대신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동부 또한 족쇄를 채워야지 않겠나?”

남부왕의 말에 냉큼 중앙 대신들이 대답했다.

“북부의 힘이 심하게 줄어든다면, 족쇄를 채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채워질 겁니다.”

“3왕자가 동부로 망명했으니, 언제든지 내부에서 큰 세력을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불파겐 자작 사후를 내다보면 될 듯합니다.”

방향을 잡아주자 중앙 대신들이 온갖 계획을 말하였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불파겐과 각을 세우고 싶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남부왕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남부에 귀족이란 귀족은 모조리 몰락시키고, 오직 플래티넘 왕가를 세우고 관료주의를 구축시켰다. 지방에 대한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적지도 않았다.

“불파겐은 겁을 먹고 있다. 예전부터 그래 왔지. 그들이 새긴 피의 역사에 후손들의 손은 꽁꽁 묶여있는 거다. 북부에서도 그랬지. 영지전을 일으킬 배짱은 있지만, 그 이상은 홀로 싸우지는 못하지.”

“겁쟁이나 다름없습니다.”

“폐허가 된 동부로 기어들어간 것만 봐도 견적이 나옵니다.”

중앙 대신들이 신나게 불파겐 자작을 내려 깠다. 자신들의 역사에 파묻혀서 큰 결단을 못 내리는 드낙 불파겐 자작은 대국적으로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몽펠리에와 파이룬도 드낙에게 개 짓거리를 마음껏 할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드낙의 정보력에 홀라당 털려버렸지만, 교통사고나 다름없었다.

플래티넘 42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북부가 남부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들었다.

“북부는 너무 건방진 놈들이야. 제대로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말을 안 해주고, 군사를 보내달라는 둥, 보급해달라는 둥, 요구 조건만 많지. 그런 괘씸한 놈들에게 식량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내오는 정보는 한없이 적었다. 말 그대로 오크는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처리를 하겠다는 뜻을 은근히 보내왔다. 최대한 허수아비로 쓸 지휘관과 양질의 병사 그리고 보급만 보내라는 소리였다.

“자존심만 높은 작자들입니다. 말이 크게 밀린다는 소리만 하는 거지, 실상 제대로 된 전투 보고서조차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남부의 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오크와 싸우지 않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황을 알 수 있는 보고서도 적었다. 애초에 싸우는 일이 적었고, 함락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하루마다 군대의 지휘를 번갈아가면서 할 정도로 전공을 가리는 것을 칼같이 하는 남부인과는 달랐다.

나중에 소문이나 증인들, 목격자를 통해서 논공행상을 하는게 북부였다. 그리고 오크의 대침공에서 장계를 쓸 여유도 없었다.

“실로 간악하고 비겁한 놈들입니다.”

“하는 짓을 보면, 자기들이 군왕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군왕, 이게 말이 됩니까?”

“왕을 왕으로 보지 않는 것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아무렇게나 떠들어대었다.

남부에서 보급을 위한 병사 6천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큰 대로를 이용하여 보급을 옮기기 시작했다.

많은 남부인들이 세금이 오르지 않은 것에 크게 떠들어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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