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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87화 (48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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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기사는 내 몫이다!]

불의 정령 잘쿠랄은 별이 제 위치로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속 빛을 내자 이내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왔다.

시꺼멓게 타버리고,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던 드낙이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 크게 분노할 만했다.

죽은 줄 알았던 원수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낮은 천장에 가득 메운 화염 속에서 거칠게 뻗어 나간 수염이 투욱 튀어나와서 땅을 태웠다.

“엄청나게 많다!”

잘쿠랄의 참전으로 지하 보급로의 광경이 더욱 밝고, 멀게 보였고, 핏빛쥐들의 군세가 오크들의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엉거주춤 숨어있는 드낙의 모습 또한 보였고, 잘쿠랄이 그대로 작은 회오리처럼 불꽃을 휘몰아 그에게 달려들었다.

‘왔다.’

드낙은 침착하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바닥이 난 마력은 그가 원하자 생명력을 자연스럽게 소모하며 마력을 토해냈다.

고르곤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인간에게 적용되기 위해서 그 기능이 작아졌지만, 그래도 고르곤의 인자가 들어있는 심장이었다.

똑같은 마력을 얻기 위해서 생명력을 소모해도 고르곤의 심장에 담기는 마력의 양은 다른 이들보다 더 컸다. 동시에 트롤의 재생력이 힘을 발휘했다.

넘치는 생명력. 피가 장기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것이 〈트롤의 재생력〉이었다.

그 힘은 평범하지 않았다. 몬스터 중에서도 중립신의 피를 잘 받았고, 그만큼 강인한 능력이었다.

이 또한 완벽하지는 않았다. 인간인 드낙에게 맞추어서 기능이 저하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충분했다.

파아아앗!

고르곤의 심장은 마력을 효율적으로 더 많이 생산해냈고, 심장의 부담은 트롤의 재생력이 메꾸어주었다.

마모되지 않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한계는 뚜렷했는데, 피가 모두 소진되면 끝이었다.

‘악마, 아카타베루.’

공양 중에서도 아기를 바치는 걸 가장 좋아하는 변태적인 악마.

드낙의 몸에서 뻗어나온 마력이 검은색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이 세계에 아예 간섭할 수 없는 이차원에 있는 힘이었다.

마력은 그 힘을 불러들이고, 마력을 통해서 그 힘은 다시 이 세상에 힘을 행사하고, 영향력을 구축한다.

검은 불꽃은 보이지 않는 방어막으로 변해갔다.

간략화가 되어있지 않았음에도 무서울 만큼 빠른 영창 속도였다. 흑마법의 장점 중의 하나였다.

화염이 드낙의 몸을 덮쳤다.

[이번에야말로 새까맣게 타 죽어라!]

불의 정령의 정신파동이 드낙의 뇌를 흔들었지만,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마력은 계속해서 검은 불꽃으로 변환됐고, 검은 불꽃은 인비저블 쉴드에 힘을 제공했다.

주홍빛의 불꽃과 검은빛의 불꽃이 서로 뒤엉켰다. 마력을 집어먹고 이 세상에 영향력을 확보한 검은 불꽃이 정령의 힘과 부딪치며 서로 상쇄되기도 했다.

진한 유황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유황 가루가 불꽃에 녹아가며 액체로 변하여 반짝 반짝 윤기가 흘러내리다가 이내 타들어 사라졌다.

후우우웅!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거친 광풍이 지하를 휘몰아쳤다. 어마어마한 대기가 불의 회오리 속으로 유입됐다.

밑에 있는 이들은 불타는 회오리가 자신들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느꼈고, 오크들은 키가 컸기에 머리가 있는 곳에서는 불의 회오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뒤로 주춤 물러나야 했다.

‘아!’

드낙은 흑마법을 크게 사용하면서 자신을 주시하는 악마의 시선을 느꼈다.

거대한 존재감? 조금은 달랐다. 아주 복합적인 감각이 마력을 역으로 타고 흐르며 드낙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끈적끈적하기도 했고, 마치 과식을 한 것처럼 무력한 마음마저 들었다. 더 나아가 도둑질을 할까? 말까? 같은, 죄의식이 배 아래에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그저 악마와 연결된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배덕감. 하지만 동시에 힘을 느꼈다.

‘이래서 흑마법사가 되는구나.’

마력을 타고 악마의 존재감이 전신에 퍼지면서 기괴하게도 마력이 더욱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페이백처럼 사용한 마력을 되돌려주는 것 같았다.

‘마력을 환급해주는 게 흑마법의 가장 큰 장점.’

그 비율 또한 악마를 더욱 추종하고, 섬기며, 숭배할수록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세상을 적으로 돌릴 정도가 될지도 몰랐다. 악마가 주는 힘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맛본 것이 마력의 페이백이었다.

그 덕에 드낙은 수월하게 불의 정령과 맞설 수 있었다. 자연적인 불이라도 초월의 힘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을 뚫지는 못했다. 갑옷이 달아올랐지만, 그게 전부였다.

비틀.

끝이 없어 보이는 힘싸움에서 드낙이 휘청거렸다. 빈혈 증세가 찾아오자 드낙이 습관적으로 신성력을 터트려 자신을 회복시켰다. 게제라스가 좀 피곤해 보이면 자신의 신성력으로 무조건 신성력부터 그냥 부어버렸기 때문이다.

새살이 돋을 필요는 없었다. 신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고, 생피를 생성시켰다.

‘미쳤다.’

드낙이 이 일련의 과정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신성력은 신체에 부족한 것을 치료해주고, 트롤의 재생력이 깃든 피는 소모되어 생명력을 회복시킨다. 회복된 생명력은 다시 마력으로 변한다.

‘신성력을 소모했는데도, 여전히 신성력이 가득 차 있다.’

드낙은 중립신이 자신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큰 뒷배만큼 든든한 것도 없었다.

‘난 죽을 수 없다.’

드낙이 더 많은 마력을 뽑아냈다. 더 많은 생명력이 소모되었고, 그만큼 피가 빠르게 소진되어갔지만, 신성력이 다시 그 피를 회복시켰으며 신성력은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샘!

[이, 이럴수가!]

경악하는 불의 정령이 이내 사그라들어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검은 불꽃이 사라지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갑옷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강력한 대류현상 때문에 그가 서 있는 바닥은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이게 신의 힘.’

그것도 온전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도와준 경우였다.

‘나는 중립신의 챔피언이다.’

그게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드낙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보이는 게 달구어진 전신갑주였다.

“오크들을 모조리 죽여라아아아!!!!”

드낙이 고함을 내지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핏빛쥐들도 함성을 너도나도 내질러대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말 그대로 폭풍과도 같은 불길 속에서 살아남았다.

“흐흐!”

그 난잡하지만 드높은 기세를 마주한 오크 전사가 거칠게 웃어 보였다. 이곳이 자신의 죽을 곳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뚜쎠드를 위해서 놈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의 대전사를 위해서!”

개인주의가 강한 오크들이었지만, 대전사란 그런 자들을 부락원으로 하나 묶는 역할 또한 컸다.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단어와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게 아니라, 뚜쎠드를 위해서 싸운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우워아아아아아!!!!”

오크들이 거세게 함성을 내질렀다. 핏빛쥐들의 함성이 단번에 묻혔다. 오크들의 소리가 핏빛쥐들의 귀를 강타했다. 그들 또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런데도 자신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오크의 성량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핏빛쥐들의 기세가 크게 주춤거렸다. 양익이 느려졌고, 자연스럽게 중앙 또한 엉거주춤했다. 그 속에서 드낙이 홀로 앞서 나왔다.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

제국 전신 갑주를 쓰지는 않았다. 악마가 지켜보든 말든 강력한 적군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불의 정령과의 싸움으로 어느 정도 선을 넘은 마력량을 사용한다면, 흑마법을 쓰는 게 더 효율이 높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드낙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불꽃이 악령의 머리통으로 변하며 수십, 수백 개로 뻗어 나갔다.

오크 전사들은 몸으로 흑마법을 맞았다.

퍼버버벅!

타격음이 들려왔다. 드낙이 바닥에 있는 투척 도끼를 냉큼 주워서 팔을 안으로 휘두르며 뒤로 도끼를 하나 던졌다.

어둠 속에서 이루어졌고, 달구어진 전신갑주는 그저 달리는 모션으로만 보였다.

퍼걱!

뒤에서 따라오던 핏빛쥐의 골통이 그대로 드낙의 투척 도끼에 쪼개졌다. 시간이 느려졌고, 입을 쩍 벌린 채 달려오는 오크 전사와 그대로 격돌했다.

푸와아악!

오크 전사는 도끼질 한 번 제대로 부딪치지 못한 채 피를 뿜으며 쓰러져야 했다. 쓰러지는 턱을 무릎으로 걷어차면서 확인 사살까지 마친 드낙의 눈이 검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밴시 화살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갔다. 천장을 긁으며 꺾어내려가 오크의 뒷목에 터지기도 했고, 사타구니에 박히거나, 팔을 물어뜯기도 했다.

악령의 모습을 한 흑마법이 드낙의 몸에서 나오는 것과 반대되듯이, 드낙의 몸에 신성력의 황금빛이 밝게 빛났다.

싸움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먼저, 〈굳은살 리전〉의 신무기인 〈후타스 투즈(Futas tuz, 달리는 지옥)〉의 영향이 컸다. 불의 정령 탓도 있지만, 지하의 공기는 크게 오염됐고, 오크들은 빠르게 호흡기관에 타격을 입었다.

물론, 핏빛쥐들 또한 성하지는 못했다. 오크를 찌르다가 켁켁거리며 각혈을 하고 그대로 죽기도 했다. 오히려 폐의 크기가 적은 핏빛쥐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핏빛쥐들이 〈일각수〉라는 초월적 몬스터라는 점이었다.

지하라는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핏빛쥐들의 것이었다.

대전사가 죽어 무너진 지휘체계 또한 당연하듯이 전투가 빨리 끝나게 하였다. 그저 저항한다고, 이겨낼 수 있는 전투는 아니었다.

드낙이 핏빛쥐들을 이용해서 혼자 싸우는 것보다 빨리 오크들을 죽인 것도 있었지만, 중립신이 신성력을 끝도 없이 받쳐줘서 생긴 힘이기도 했다.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그는 신성력의 사용에 스스로 제한을 두었는데, 중립신이 아직 완전히 부활하지 못해서였다. 드낙에게는 무한으로 여겨져도, 한계가 있었고, 소모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조심해야했다.

내일을 담보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내색을 안 할 수도 있는 법이지.’

그 외에 〈굳은살 리전〉의 빠른 변화가 빛났던 전투이기도 했다. 방패를 통해서 오크 전사들의 투척 도끼에 피해를 적게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전투는 빨리 막을 내렸다.

2, 300마리가 넘는 오크를 상대로 드낙은 대승을 거두었다.

불과 6천 마리의 핏빛쥐가 죽었을 뿐이었다. 대승 중에 대승이었다. 오크 보급대를 상대했을 때의 교전 비율과 비교하면 혀를 깨물고 까무러칠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

드낙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태도를 싹 바꾸었다.

“어서 부상자를 챙겨라! 호흡하기 곤란한 자는 현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아라!”

허둥지둥 움직여서 팔이 잘린 핏빛쥐를 들어 올렸다. 〈한성질 쌍쥐〉 또한 드낙의 명령을 수행하라고 말하면서도 오크를 확인 사살하기 바빴다.

드낙은 그것을 눈감아주었다.

“부상자에게 응급처치를 시작해라!”

“예!”

드낙에게 한 소리를 들어서 핏빛쥐들의 부상자들을 위한 복지 또한 열악하지만 탄생했다. 덕지덕지 약초를 짓이겨서 바르는 수준이었다. 〈중급 연금술〉을 흰여우 새린에게서 배웠기에 핏빛쥐들에게 약초를 가르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죽은 이들은 〈굳은살 리전〉의 뜻대로 알아서 처리해라.”

보상 또한 주어졌다. 이 많은 오크 시체가 모두 핏빛쥐들의 것이 되었다. 특히나 죽은 핏빛쥐들 또한 식량으로 사용될 터였다.

“난 지상으로 올라가겠다.”

“안내자를 몇 명 붙여드리겠습니다.”

“아니, 오크 부락의 생존자를 죽이는 일이다. 지금 싸울 수 있는 자들을 절반 위로 보내어 놈들을 쫓아라.”

“뜨낙!”

드낙은 최대한 빨리 지상으로 올라갔다. 3일 밤낮 없이 도망친 오크 가족을 죽였다. 대지에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잠 한숨도 자지 않은 채 드낙은 오크를 죽였다.

‘북부는 이걸 감당할 수 없다.’

부락 하나가 이 정도였다. 그는 다시 남쪽으로 움직였는데, 한 부락을 멸망시키고, 보급대를 처리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드낙이 오크의 보급로를 끊어서 보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전에 북부는 오크의 손에 떨어질 터였다. 그만큼 오크의 전투력이 너무 막강했다.

‘가장 가까운 파이룬 영지로 향해야겠다.’

방향을 가닥 잡고, 서둘러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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