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486화 (48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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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눈을 떴다. 목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콜록.”

기침을 한 번 했다. 목이 마른 것도 아니었고, 그저 검은 연기가 한 번 토해졌다. 그에 반해서 몸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제국 전신갑주〉는 겉에만 그을려져 있었고,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생명력을 소모해 억지로 마력을 뽑아내어서 전신갑주에 흘러보았다. 반발감이나, 막힌 듯한 감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찍찍. 뜨낙! 우리의 창조주를 뵙습니다.”

말이 간호이지 그냥 지켜보던 핏빛쥐가 드낙이 움직이자 소리를 질렀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냐?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저희들이 구출해냈습니다.”

핏빛쥐 병사는 상황을 설명했다.

한성질 쌍쥐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지하 보급로까지 빠르게 굴을 파고, 드낙을 옮겼고, 지금은 오크들과 전투를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벌떡!

드낙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일어났다.

2천은 넘어 보이는 오크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다양한 불빛과 함께하고 있었고, 핏빛쥐들은 어둠 속에 있었다.

“불의 정령은?”

“여기까지 내려오지는 않았습니다.”

‘왜?’

드낙이 고민했다.

지상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혹은 드낙, 자신이 죽인 오크 대전사의 넋을 기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분노했기 때문이며,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핏빛쥐들을 상대하는 건 주술사들과의 계약이 아니라서?’

온갖 상상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왔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드낙은 스트레칭을 하면서 천천히 전장으로 향했다. 좋은 게 좋은 거였다.

그의 시야에 오크가 있는 땅에 거세게 부딪히며 산탄총의 총알처럼 퍼져나가며 불길을 만들어내며 매캐한 검은 연기를 쏟아내는 광경이 들어왔다.

‘명중률이 형편없네.’

힐끔.

드낙의 눈이 어둠을 꿰뚫고 크놀들의 기술력을 통해서 만든 〈후타스 투즈(Futas tuz, 달리는 지옥)〉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짧고, 양옆만 비대한 놈이었다.

‘저러니까 안 되지.’

척 봐도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탱크의 주둥이를 생각했는데, 무조건 길면 좋다고 생각하는 게 드낙이었다. 실제로 매우 중요한지 안 한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럴듯하면 충분했다.

‘세팔이 그 새끼는 틀렸어.’

기사답게 싸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세파리아스에 대한 반발심 또한 있었다.

‘나는 내가 더 잘 알아.’

세파리아스가 던진 화두를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놈의 조언을 고스란히 듣기보다는 머리를 굴려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아크온은 자신의 전력을 철저하게 숨겼지.’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에 상대의 방심을 통해서 한 방에 끝장내기 위해서였다.

심하게 과대포장을 해서 설명을 하자면, 마치 정수기통 옆에서 방방 뛰며 저는 이렇게 무거운 거 들 줄 몰라요~라고 말하다가 한 방에 550kg 데드 리프트를 들어버리는 것과 같았다.

‘나랑 잘 맞을 수 있어.’

실력을 숨긴다는 것은 드낙에게도 매력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숨겨왔던 능력들이 많아서였다.

‘게실리안 지휘관은 철저하게 병사들과 함께 싸웠다.’

병사들의 앞에서 적을 받아주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방패병과 창병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면에 선 것이다. 드낙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족해.’

드낙이었다면 더 치사하게 싸울 수 있었다. 당장 생각만 해도 수 개는 바로 생각될 정도였다.

어떻게 싸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난 다음에는 오크에 대해서 생각했다.

‘계속해서 오크들이 간헐적으로 합류했었지. 오늘의 싸움을 위해서 무리해서 왔다.’

처음에는 고작 500마리에 불과했던 오크 전사들이었다. 이제는 천이 넘어갔다.

‘각개격파를 해야 한다.’

각개격파라기에는 상대의 전력이 상당했지만, 그 이상의 단어는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시간을 들이지 않고, 바로 싸워야 했다. 상대는 계속 이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서 내달리고 있을 터였다.

현재 오크 전사는 1, 800마리에 달했고, 부락에 있던 오크들은 500마리였다. 드낙은 그들을 최대한 빨리 섬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뒤로 1, 800마리가 넘는 오크 전사들이 계속 향하고 있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확하게 전투의 양상을 짚어냈다.

지상에서 오크의 좌익을 후려쳤을 때, 합류한 오크 전사들 덕분에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것만큼 큰 단서가 없었고, 작은 단서는 드낙이 짚어낼 수 없었다.

드낙이 상체를 숙인 채 기괴한 자세로 움직였다.

어둠과 핏빛쥐들의 거친 움직임에 동화되어갔다. 그 속에서 드낙은 〈굳은살 리전〉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질 급한 놈들이네.’

좌측으로 차바퀴부터 집어넣은 다음에 좌측 깜빡이를 켤 정도로 성질이 급한 놈들이 굳은살 리전이었다.

왼쪽으로 달리다가도 갑자기 오른쪽으로 움직이기도 했고, 고개를 너무 자주 홱홱 돌렸다. 슬링을 들었다가 아니다 싶은지 투창을 집어 드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런데도 전투를 잘 수행하는 것도 웃겼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오크를 죽인다는 목표는 모두 같았다.

그 일치된 방향성 덕분에 〈굳은살 리전〉이 굴러가고 있었고, 제법 그럴듯한 전쟁 수행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좋다.’

드낙이 날뛰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굳은살 리전의 급한 성질은 변수를 창출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상대가 적극성을 띄게 하기 충분할 만큼 빈틈을 제공해주었다.

한마디로 들어오라고 각을 내어주는 것과 같았으며, 각이 보이면 일단 달려들고 보는 놈들이 〈굳은살 리전〉이었다.

휘리리리릭!

오크들의 투척 도끼가 사방팔방 쏘아졌다. 어둠 속으로 쏘았기에 그들의 명중률은 형편없었고, 눈대중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실 어디로 던지든 상관이 없을 정도로 핏빛쥐들이 바글바글했다.

드낙이 〈한성질 쌍쥐〉에게 총공격을 명령해서 사격전을 그만두고 앞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핏빛쥐들의 눈에 오크들이 도끼를 던지는 모습이 확연하게 들어왔다. 그들 가까이에 빛이 가득해서였다.

“방패, 방패!”

멍청하게 다른 곳을 보며 산만하게 구는 놈들이 냉큼 정신을 차려서 방패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텅! 깡!

도끼는 거침없이 크놀들이 만든 방패에 박혔다. 빗맞아도 속력이 줄여지지 않아서 그 뒤에 있던 방패에 박히기도 했는데, 그만큼 오크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부상자는 하나도 없었다.

굳은살 리전은 워낙 변화가 빨라서 모두 방패를 쥐고 있었다. 그들의 의원장인 〈한성질 쌍쥐〉조차도 오크 보급대를 마주한 이후에 방패를 들었을 정도였다.

〈오크 보급대 섬멸전투〉는 굳은살 리전의 무장 체계의 변화에 큰 도움을 준 전투였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전투로 리전 자체의 무장 체계를 변화시킬 정도로 성질이 급한 놈들이 굳은살 리전이기도 했다.

“달려라! 달려! 우리의 신이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다!”

뜨낙!

찍찍찍!

사방에서 온갖 소리가 났다. 언어부터 시작해서 쥐의 울음소리와 뜨낙의 이름을 외쳐대었다. 그 허접한 규합은 조잡한 손으로 빚어진 도기와 같았다.

“찌야아아악!”

핏빛쥐가 거침없이 덤벼들었다. 오크 전사는 주먹으로 놈을 후려쳤다. 형편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발로 홀로 도약해서 덤빈 정신이 나간 쥐새끼를 걷어차려고 했지만 오크 전사의 손목이 단번에 날아갔다.

어둠 속에서 총알처럼 튀어나온 드낙이 오크 전사의 손목을 단칼에 베여버린 것이다. 손과 팔을 연결하는 연골이 있는 손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피가 쏟아지는 광경 속에서 오크 전사가 광분하며 드낙에게 덤벼들었지만, 드낙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핏빛쥐들이 달려드는 오크 전사에게 덤벼들었다.

슈슉!

칼을 휘두르고, 오크 전사의 투척 도끼가 더 멋져 보였는지, 다른 한 놈은 투척 도끼를 약탈해서 손에 들고 휘둘렀다.

“이놈들! 방해하지마라!”

오크 전사의 손이 하단으로 향했다. 체격이 작은 것이 핏빛쥐들이라서다. 그 순간에 어둠 속에서 투척 도끼가 쏘아졌다. 드낙이 투척한 것이다. 정확하게 배에 박혔다.

“윽.”

오크 전사가 주춤했다. 핏빛쥐들을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졌기에 싸늘하게 다가오는 드낙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푸걱!

눈이 그대로 패였다. 드낙은 검 손잡이에서 손을 떼 검신을 타고 손을 주르륵 내려가며 오크 전사에게 근접해서 나머지 눈도 다른 손으로 찍어서 터트려버렸다.

“이익!”

오크 전사가 발악했지만 드낙은 순식간에 물러나며 크로스 그립 부분에 손을 고정하며 검을 잡아당겨 검을 회수했다.

“와라, 와라, 와라아아아아!!!!”

핏빛쥐를 닥치는 대로 죽이는 오크가 포위 된 채로 호쾌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양손에 쥔 도끼가 피로 가득 물들어있었고, 날에는 핏빛쥐의 털이 피와 뒤섞여서 들러붙어 있었다.

팡!

시원한 타격감과 동시에 오크 전사의 척추가 그대로 분질러졌다. 오크 전사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고, 핏빛쥐들이 고함을 지르며 놈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보다 먼저 드낙이 빨랐다.

뚜둑. 쯔어억! 촤악!

놈을 마무리 하는 건 더욱 쉬웠다. 다가가서, 발을 어깨에 집어넣고 살짝 들어 올려 목젖을 움켜쥔 채 뜯으면 끝이었다. 피부째로 뜯기면서 피가 솟구쳐올랐다.

물론 홀로 싸우는 오크 전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숫자를 정확하게 몰라서 서로 비슷하게 간격을 유지한 채 싸우는 오크 전사들도 있었다.

태엽처럼 딱딱 맞아가는 합격술은 아니었고, 그냥 뭉쳐있는 것이었음에도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전과 다르게. 더 확실하게.’

드낙은 그곳으로 그대로 뛰어들어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뛰어들면서 가까이 있는 핏빛쥐 한 마리의 머리를 꺾어 목뼈를 부러뜨렸다는 점이다.

오크를 죽인 시점에서 〈킬 더 배틀〉이 시작되었지만, 치고 빠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었기에 죽인 것이다.

안정적으로 킬 더 배틀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잔혹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핏빛쥐들의 문화 중에서도 가장 큰 문화는 바로 〈동족 포식〉이었다. 팀킬에 대한 개념, 사고방식 자체가 인간과 크게 달랐다.

“별의 기사다!”

오크 전사가 고함을 질렀다. 오크 대전사를 홀로 죽여낸 실력자였기에 홀로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놈은 내 것이다!”

물론 다른 오크 전사는 그와 생각이 달랐고, 홀로 내달려갔다.

무기를 휘둘렀지만, 빗나가고 드낙의 발차기에 하체의 균형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오크의 주먹이 드낙을 후려쳤지만, 균형을 잃은 오크의 주먹은 드낙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부우욱!

아랫배의 내장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드낙이 오크의 목에 손을 대면서 강하게 밀어서 옆으로 내쳤다. 탈력감에 힘을 제대로 못 쓰는 오크 전사가 드낙의 발을 움켜잡았다.

퍽!

검면으로 옆으로 아래로, 사선으로 내려쳐서 오크 전사의 머리통을 후려갈기자 손에 힘이 풀렸다.

두 마리의 오크 전사가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후우.”

드낙이 숨을 들이켜고, 반을 내뱉고 난 다음에 숨을 참고 뒤로,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모션을 취했다. 핏빛쥐들이 너도나도 드낙을 지나갔다.

그들과 함께 드낙이 다시 대각선으로 뻗어 나갔다. 물론 반호흡 정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핏빛쥐들보다 뒤에 있었다.

“아아아얄타!”

오크 전사는 핏빛쥐들을 무시하고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카가각!

오크의 도끼를 긁으며 팔 아래로 검이 타고 흘렀다. 오크가 짓누르려고 하자 교묘하게 검날이 바깥쪽으로 살며시 회전하며 그 힘을 흘려냈고, 단번에 오크 전사의 목이 베어졌다.

깔끔한 솜씨였다.

상대의 힘 배분을 완벽하게 흘려냈다. 〈킬 더 배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정교함이었다. 동시에 오크 전사는 핏빛쥐들에게 파묻혀가며 뒤로 넘어져 갔다.

후웅!

다른 오크 전사의 도끼가 뒤늦게 휘둘러졌다. 드낙이 대각선으로 움직이며, 다른 오크 전사가 있는 곳에서 멀어지며 오크 전사를 죽였기 때문이다.

‘피하기는 힘드네.’

드낙의 손아귀에 잡힌 핏빛쥐가 내던져졌다. 오크 전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 방에 핏빛쥐의 두개골에 도끼가 크게 박혔다. 핏빛쥐와 도끼가 쓰러졌지만 뒤에 있는 드낙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빠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크가 옆으로 기우뚱했다. 드낙이 오크 전사의 무릎을 강하게 후려쳐서 부수었다.

스윽!

이어지는 오크 전사의 공격이 허무하게 드낙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체중이 실려지지도 않았고, 균형이 무너졌기에 바람 소리가 한없이 나약했다.

푸우욱!

오크 전사의 목과 턱의 사이에 검이 깊게 박혔다. 온몸의 체중을 실었기에 한 번에 쑥 들어갔다.

“거걱···”

오크 전사가 버둥거렸다. 드낙은 검을 뽑아들고 상체를 숙이며 핏빛쥐들의 사이로 스며들어 갔다.

어둠과 핏빛쥐들이 드낙의 모습을 감추었다. 동시에 오크들의 위로 불꽃이 잔뜩 모여들었다. 천장을 타고 흐르는 검은 연기를 몰아내며 불의 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의 정령 잘쿠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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