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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의 롱소드와 뚜쎠드의 도끼가 거세게 부딪치며 불똥을 토해냈다. 그때마다 도끼의 날이 무뎌지고, 찌그러졌으며, 날의 부분이 긁혀나가며 불이 붙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
“그아아아아!!!!!”
뚜쎠드는 그 속에서 결코 겁을 먹지 않았다. 자신의 도끼는 덩치가 제법 있었다. 겉 부분에 균열이 난다고 해서 쉽게 쪼개질 도끼가 아니었다. 더욱 몰아붙였다.
그 거친 기세 속에서 드낙은 왼손으로 검 손잡이의 끝을 손바닥에 놓고, 잡은 채로 뚜쎠드와 계속해서 부딪쳐나갔다.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기에 박진감과 언제든지 유효타가 쉽게 터질 수 있어 보였지만, 80합이 넘게 서로 유효타 하나 없었다.
‘미쳤다.’
지켜보는 오크 전사들이 침을 삼키면서 품고 있던 주술 도기를 하나 휙 던져서 싸우고 있는 자들의 근처에 놔두었다. 오크들의 풍습이었는데, 저 두 전사의 싸움에 다른 액운이 비집고 들어와서 훼방을 놓지 말라고 주술 도기를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짓을 하는 오크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만큼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이 새끼, 진짜다.’
드낙이 절망적인 생각을 가졌다. 상대의 철저한 간합 관리에 치가 떨려와서였다.
단 한 치 그리고 그것을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온갖 동작을 하면서도, 특히나 상대 또한 거칠게 움직임에도 두 명의 거리는 항상 똑같이 유지된다면? 소름도 그런 소름이 없었다.
이 때문에 뚜쎠드는 드낙에게 유효타는커녕, 비전도 하나 맞지 않았다. 롱소드가 닿지 않기 때문이며, 간합을 줄이는 비전을 쓰더라도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상대의 무기가 닿지 않으니, 폭풍과도 같은 공세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였다.
겉으로는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본래라면, 드낙은 수비만 하다가 밀리고, 뒷걸음질이 쳐지면서 그대로 무너져야 했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동시에 뚜쎠드 또한 놀라고 있었다. 상대의 무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모든 전투적인 능력이 인간답지 않았다.
특히나 근력.
드낙보다 떡 벌어진 어깨, 긴 팔에서 나오는 힘. 거기에 더 무겁고, 큰 도끼.
그 공격을 정면으로 막는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강화 마법을 썼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었다. 자신 또한 타투가 있어서였다.
오히려, 감탄하게 되었다. 그만큼, 자신이 그려낼 수 있는 공격로의 타원은 상대보다 크고 긴데도 상대가 막아냈기 때문이다.
카가가각!
드낙의 검이 뱀처럼 휘어지며 도끼를 타고 아래로 흘렀다. 오른손이 순식간에 놓이며 드낙의 몸 뒤로 향하며 몸을 옆으로 틀었다. 자연히 그만큼 간합이 길어지는 찌르기로 변형되었으며, 뚜쎠드의 하단을 노렸다.
이 과정은 물 흐르듯이 진행됐다. 한 손을 놓고, 뒤로 빼면서 자연스럽게 왼쪽 어깨가 드낙의 전방으로 향하며 리치가 길어진 데다가 찌르기였다.
뚜쎠드의 도끼가 드낙의 허벅다리를 지나가며 금속음을 냈다. 뚜쎠드의 투척 도끼가 귀신같이 허공으로 뽑혔다. 뚜쎠드 본인의 허벅지가 덜렁거리는 혁대에 꽂힌 투척 도끼 하나의 손잡이 끝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습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기술, 비전과 같았다.
탁, 휙!
단번에 투척 도끼가 찔러지는 드낙의 검을 내려쳤다. 검은 땅을 패며 박히지 않고, 기괴하게도 튕겨서 빠르게 회수됐다.
회수되는 검과 도끼가 서로 교차했다. 드낙이 검 손잡이를 돌리면서 검 날을 옆으로 돌려서 회수되는 도끼를 강하게 쳤다. 오른손이 손잡이를 잡았는데, 평범하게 잡지 않았다.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돌려서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아령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오른쪽으로 당겨서 검을 오른쪽으로 휘두르며 하단에서 중단으로 가는 검의 위치 또한 달라졌다.
손이 아령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어깨로 손이 올라가듯이, 검의 위치 또한 올라갔다.
캉!
“후욱!”
드낙이 단번에 범처럼 뛰어들어갔다. 투척 도끼가 정확하게 가슴을 노렸다. 하지만 드낙은 피하지 않았다.
캉!
욱신.
드낙의 눈이 꿈틀거렸다. 〈유령의 이글거림 타투〉! 환상고통을 주며, 신경계를 긁는 것처럼 강렬한 통증을 주는 능력이었다.
송곳처럼 신경계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약간 움찔했지만 드낙은 근접하는 데 성공했다.
“아으으으얄타!”
뚜쎠드가 또 하나의 투척 도끼를 뽑아들어서 몸의 중간에서 잡아채서 그대로 사선으로 내려쳤다. 드낙의 검을 맞추고,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쿵!
어깨와 어깨가 서로 부딪쳤다. 주르륵하고 드낙이 밀렸다. 힘에서 밀린 게 아니었고, 그저 상대의 체중이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드낙은 눈을 찌푸렸는데, 어깨를 부딪칠 때, 살짝 어깨의 위치를 교묘하게 바꾸어서였다.
‘이게 안 통해?’
상대의 체중이 몰리는 점을 회피했는데, 그 체중 포인트는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뚜쎠드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체중을 기울이고, 어디에 압정처럼 체중을 박아넣을지 알았으며 감으로 드낙의 움직임을 습관적으로 따라갔다.
덩치가 큰 오크였기에 체중에 대한 무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크다 보니 기술이 그와 관련된 체중에 집중된 것이다.
‘제기랄.’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뚜셔드가 오히려 드낙의 어깨 밑에 있었다. 드낙이 잘못한 게 아니라, 뚜쎠드가 드낙보다 더 잘했다.
괜히 고함을 지르면서 사선내려치기를 한 게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서 상체를 숙였고, 드낙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동적이었다.
“쿠움!”
부웅!
드낙의 몸이 허공으로 날았다. 갑옷 무게까지 합쳐서 체중이 140kg에 달했는데도 종잇장처럼 붕 떠버렸다. 날아가는 순간 속에서도 서로 주먹질이 오고 갔다.
쿠웅!
착지하자마자 흙먼지가 나부끼고, 아래에 있던 주술 도기가 두셋 깨졌다. 그곳에서 주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저 주력일 뿐이라서 오우거의 적발이 상쇄시키지는 않았다.
“킁!”
드낙이 코에 힘을 줘서 콧김을 내뿜었다. 살짝 응고된 피가 터져나가며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체급에서 너무 차이가 심해.’
드낙이 입으로 호흡하며 침을 한 번 삼켰다. 코에 머물던 피가 침을 넘기면서 함께 목 아래로 넘어갔다. 기분 나쁜 느낌이 났다.
유효타가 아님에도 충격만으로도 코피가 터진 것이다.
아무리 강화해도 인간의 육신은 나약한 곳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코 안쪽이었다. 작게 상처만 나도 출혈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금방 재생되었다. 드낙이 흘려낸 피도 서로 뭉쳐서 살조각이 되었는데, 트롤의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였다.
“하하하. 그냥 작게 쳐봤는데, 피를 흘리네.”
투구 밑으로 흘려진 피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뚜쎠드가 시원하게 웃었다. 하지만 드낙 또한 왼손으로 뚜쎠드의 코를 가리켰다.
“응?”
오크 대전사가 코를 매만졌다. 드낙보다는 적었지만 피가 조금 묻어나왔다.
“흐흐흐.”
짜릿한 기분이 〈대전사(大戰士) 뚜쎠드(Tsusshud, 피묻은 이빨)〉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다시 덤빌 모습에 드낙은 한 걸음 물러났다.
빠르게 마력이 회복되어서 절반 정도 차오른 마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사사사···
“주력이?!”
마력을 끌어올리고, 전신갑주에 마력이 타고 흐르자 주력이 하나의 주술로 뭉치기 시작했고, 이내 드낙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일어났다.
마법이 취소되었다.
“자연의 주력이다. 마법사는 마법을 쓰는 데 사정거리가 필요하지만, 주술사는 아니야. 이미 이 주변의 대기는 주력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自然)의 주력(呪力)〉.
〈범용성(汎用性)의 마력(魔力)〉.
그 차이는 주술과 마법의 사정거리에도 있었다. 〈메시지 마법〉은 거칠게 질주해서 상대에게 도달할 때까지 마법사가 마법진에 마력을 투입해야 했고, 〈공간 타격〉 같은 공간계 마법조차도 150보 이내로 사정거리가 제한되어있으며 동시에 거리가 멀수록 위력이 감소했다.
반면 자연의 주력은 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주력은 보이지도 않는 주술사들에게 의해서 제어되고 있었으며, 하늘에는 주술로 만든 갈매기나 새들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명의 마법사도 아니고, 그 갑옷에서 나오는 마법을 상쇄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
대범한 말에 드낙은 기분이 상해서 마력을 최대한 방출했다. 거센 푸른 빛이 스파크 튀면서 뿜어져 나왔다.
눈을 찌푸릴 정도로 강렬한 발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 불의 정령에 투입된 주력은 어디서 나온 거지?”
“주력을 흙으로 빚은 도기에 담으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
하루 동안 도기를 집어넣는 모습을 보여준 주술사들의 행위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동안 모은 적금을 깨서 정령에게 힘을 주고, 자신들의 주력은 지금 쓰이고 있었다.
‘엄청난 함정이다.’
드낙은 자신이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벌써 오크 전사는 1천이 넘게 드낙을 포위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모이고 있을 터였다.
단기전을 꿈꾸지는 않았다. 덩치 큰 상대와 접전을 벌여서 오크의 기를 살려주고, 지쳤을 때 허무할 정도로 단칼에 죽이고, 포위망을 뚫으려고 한 것이 드낙이었다.
‘한칼에는 못 죽여.’
상대 대전사는 철저한 간합. 투척 도끼를 통한 근거리 봉쇄. 체격을 통한 이득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전도 아니다. 그렇게 부딪쳤는데도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다. 지구력과 관련된 강력한 타투를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어.’
호방한 전사로 보이지만 속에는 음험한 사냥꾼이 있는 게 뚜쎠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덩치도 크면서 지구전에도 자신이 있어 보였고, 실재로도 그러했다.
‘내 전략이 틀렸다.’
상대의 진을 빼고, 임팩트 있게 죽인다. 이게 안 되었다. 무엇보다 마법 자체가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주술사들은 드낙이 마법을 쓰려고 하자 그제야 움직였다. 그전에는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대기에 충분히 주력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한 묶음 강화의 효력마저도 사라지고 있었다.
오우거의 적발은 가랑비에 젖듯이 끝부터 뻣뻣해졌다. 머리카락이 끊어지지는 않았는데, 그만큼 주술의 특징이 맹렬한 기세를 내뿜지 못해서였다.
봄비처럼 스며드는 주술이었다.
“당황한 눈치네. 우리가 너희 인간들의 강점을 모른다고 생각하냐?”
뚜쎠드의 말이 화살처럼 박혔다.
인간의 강점은 당연히 기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점이고, 기사는 능히 병사들과 민병대를 통해서 오크의 빈틈을 보고, 비전을 통해서 그 빈틈을 넓혀서 오크 전사를 죽이는 것이었다.
기사의 중요한 마법을 봉쇄하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주술사를 전쟁에 참여하기가 껄끄러울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드낙은 오크들의 영토에 깊게 들어와서였다.
‘대장부터 죽이고 생각하자.’
드낙은 한 수 앞을 보기가 어려워졌고,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서 고함을 지르며 뚜쌰드에게 내달렸다.
“그래. 그래야지.”
뚜쌰드가 드낙을 향해서 똑같이 달려갔다.
‘모든 것을 담는다? 난 그런 놈이 아니야.’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처럼 보였지만 드낙은 그런 놈이 아니었다.
‘세파리아스와의 대련에서 배운 것은 하늘 위에 하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방법, 허를 찌르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승리로 향하는 그런 방법으로는 인류가 낳은 최강의 우월 인자를 싹쓸이해서 태어난 세파리아스 불파겐을 이길 수 없었다.
유전자의 변형이 심한 인류인 만큼 엘프마저도 아래로 보는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그와의 대련에서 드낙이 3할의 승률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자신의 약함을 뛰어넘을 적극성으로 얻어낸 승리였다.
“이야아아아아!!!!”
드낙이 입을 쩍 벌리며 내달렸다. 자신을 미리 채찍질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그 어떤 조건도 상관없이 상대를 죽인다는 것, 그거 하나 뿐이었다.
휙, 탁!
뚜쎠드가 사람에게는 양손도끼만한 도끼를 한 손으로 고쳐잡았다. 리치를 더 길게 잡았다. 드낙이 아주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 기세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태세는 조금 수비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이다.
상대가 작심했을 때, 똑같이 달려드는 건 어리석었다. 그것을 피하고, 상대의 기세가 누그러질 때, 뛰어들어야 했다.
그게 전투다. 강하다고 완급 조절도 안 하는 상병신은 오크 전사가 될 자격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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