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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이 비탈길을 미끄러져서 내려가다가 도약하며 나무를 발로 밟았다. 나무가 휘청거리면서 아래로 숙였고, 바로 땅에 착지했다.
‘놈!’
〈대전사(大戰士) 뚜쎠드(Tsusshud, 피묻은 이빨)〉이 그 날렵한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날카롭게 판단을 내렸다.
“어리석다. 엉덩이에 불타는 장작을 넣은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
거칠게 웃었다. 상대가 당황했다고 느꼈다.
‘강철을 두르고 저런 움직임이라니. 무릎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무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전신갑주의 무게는 30kg 전후였다. 전신에 퍼져 있어서 군장을 메는 것보다 더 가볍게 느껴져서 체감 무기는 3~5kg 전후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저렇게 속도를 높이고, 도약하는 등의 행위는 매우 위험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산비탈을 내려가고 있었다. 평지보다 더 높은 거리에서 착지하게 되는 게 필연적이다.
물론 제국 전신갑주의 무게는 60kg에 달했다. 〈제국 기사〉의 특수성 때문이었는데, 그들은 거의 인간이라고 부를 수가 없어서였다.
현재 드낙의 총 중량은 140kg이 넘어서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60kg의 전신갑주를 착용한 채로 1층 높이에서 떨어져도 무릎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뚜쎠드의 판단은 매우 논리적이었다.
“후욱!”
드낙은 거침없이 날뛰었다. 호흡을 냉철하게 조율했을 뿐이지, 도망의 신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몇 번이나 저렇게 도망을 치면서 오크 산악 기병을 농락하자 결국 뚜쎠드는 견제를 시작해나갔다.
휘리릭!
드낙은 투척 도끼가 날아와도 피하지 않았다. 예민할 정도로 예민해진 드낙의 신경은 그 도끼가 날아오는 소리만으로도 어디를 향하는지 알 정도였다.
‘긁는 수준이다.’
카각강.
흡집 하나를 내며 전신갑주를 훑고 지나갔지만, 드낙은 송곳과도 같은 통증을 느꼈다. 마치 치과에 간 기분! 그 선명한 고통에 드낙의 달리기가 순간적이지만 미세하게 줄어들었다.
‘놈이다. 상시간으로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드낙의 눈에 질투와 분노가 가득했다. 정말 사기적이어서다. 인간의 뇌는 통증을 받으면 받을수록 지치기 쉬웠다.
그 뒤로 드낙은 뚜쎠드의 투척 도끼를 피해야 했다. 앓는 이를 가지고, 치과를 피해 끙끙 앓는 것처럼 보잘것없었지만,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고통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할 수밖에 없었다.
‘이크!’
‘에크!’
드낙이 점한 좋은 길을 지나갈 때마다 뚜쎠드는 훼방을 놓았다. 그 덕에 드낙과 오크들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화아아악!”
보다 못한 도노가 고개를 홱 돌려서 방사형 주술 불꽃을 쏘기도 했다. 뒤가 크게 주춤했다. 그만큼 넓은 범위의 주술 공격 행위였고, 오크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거대 늑대들이 눈이 크게 뜨일 정도였다. 아무리 조련을 해도 짐승이 불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었다.
영물이나 일백야수 혹은 일각수나 할 수 있는 짓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늑대 종(種) 중에 으뜸으로 치는 〈마브로스 리꼬〉 같은 검은 늑대는 불을 무서워하지 않기도 했다. 횃불을 든 인간을 거침없이 습격하는 놈이었다.
드낙이 어둠을 이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가장 큰 스승이며 멘토이기도 했다.
몇 번 도노로 이득을 본 드낙이었지만, 산에서 내려가자마자 빠르게 포위되어갔다.
“대지 골렘 소환!”
평지에서 산처럼 골렘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오면서부터 오른팔을 그냥 휘저으며 빠른 속력으로 해일처럼 쏟아지는 흙의 파도를 만들어냈고, 왼팔로 땅을 짚고, 다리를 하나 굽히며 일어섰다.
그것을 본 〈대전사(大戰士) 뚜쎠드(Tsusshud, 피묻은 이빨)〉가 이를 드러냈다. 그의 목에서 시작된 검은색의 실처럼 가는 타투가 주륵 심장으로 향하더니 소의 머리를 그렸었고, 선이 다섯 개나 이어져 옆구리를 지나 거칠게 무릎을 굽히고 있는 그림이 이어졌다.
발굽이 엉덩이에 방점을 크게 찍은 길쭉한 타투였다.
〈미노타우르스 타투(Minotaurs Tattoo)〉.
오른팔과 상체 그리고 허벅지까지 이루어지는 힘줄을 추가적으로 다섯 줄을 만들어서 다시 뭉치게 하는 타투였다. 물론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머리도 제법 똑똑해질 수 있었다.
마수(魔獸) 미노타우르스는 마신(魔神) 성현(Sung Hyun)의 든든한 왼팔이었고, 전략가였다.
무엇보다도 〈미궁의 지구력〉이라는 독특한 타투가 미노타우르스의 길쭉한 타투에 가미되어있었다. 블록처럼 직사각형의 점들이 다닥다닥 타투의 안팎으로 두드러기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력한 힘줄. 뛰어난 지구력. 지능의 상향.
블록이 탱크의 궤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시로 사용할 수 있는 타투는 아니었는데, 몸에 부담되어서였다. 이를 통해 〈족장(族長) 도네투스〉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팽팽!
뚜쎠드의 머리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내가 뒤처지더라도, 골렘을 무너뜨려야지 포위망이 숲에 들어서기 전에 가능하다.’
숲에서 포위는 오크에게 어렵지 않았지만, 상대의 거친 움직임. 그 신체능력을 생각했을 때, 피해가 더욱 생길지 몰랐다.
구름에 가릴 때도 있지만, 달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이 짧은 평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숲은 어둡고, 놈은 어둠을 잘 써.’
다른 전사들보다 독특한 타투를 많이 소지한 뚜쎠드였다. 그가 있었기에 산에서 추적이 가능했던 것.
야간 사격 한 번 한 사람이라면, 야간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색적 능력의 저하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드낙을 색적해낸 뚜쎠드가 몸서리칠 정도로 암살자의 카운터였다.
임자를 제대로 만나서 결혼까지 성사된 이 매치는 계속해서 드낙을 위협했다.
쾅!
“아야야아아아아얄타!”
거칠게 소리를 지르며 흙의 파도 위를 내달리며 그대로 대지 골렘을 돌파했다.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갔다. 다른 오크 전사는 그런 호쾌하고 터프한 모습에 너도나도 대지 골렘과 부딪쳤다.
낙마하는 오크 전사도 있었고, 아예 스스로 능숙하게 내려서 골렘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난도질하는 오크 전사도 있었다.
첫 전투에서 뚜쎠드의 강렬한 모습이 전황 자체를 뒤흔들었다.
“따야!”
오크 전사가 양쪽을 포위했고, 뒤는 주춤해졌다. 골렘을 효과적으로 죽인 대가였다. 여기서 드낙은 선택의 가로에 빠졌다.
‘뒤가 느려졌다. 측면을 치려면 지금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숲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가던가.’
짧은 질문지. 빠른 답이 필요했다. 두 호흡 만에 판단을 내린 드낙이 좌측에 있는 오크들에게 덤볐다.
제국식 신형 마법진 체계, 〈육법 태엽식〉에 마력이 빠르게 질주했다. 단번에 6종류의 공격마법이 좌측의 오크들을 공격했다.
타오르는 불의 창, 땅을 긁듯이 지나가며 갑자기 치솟는 얼음 화살, 달리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흙더미, 갑작스럽게 옆을 후려치는 무형의 충격파, 주술 도구를 부러뜨리며 상쇄되는 공간 타격, 휘청거리게 하거나 머리부터 숙이게 만드는 중력.
그 모든 것이 아낌없이 터져 나왔다. 6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제국 전신갑주는 능히 동시다발적인 마법 출력이 가능했고, 드낙의 마력은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이 새끼들!’
오크들의 선택은 빠른 산개였다. 한 마법에 한 마리가 당하는 게 전부였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뚜쎠드와 비슷한 기병술로 함께 온 최정예 오크 전사들이었다. 이렇게 안 당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의 수준을 지녔다.
“크학.”
낙마한 오크가 땅을 굴렀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흙먼지가 강하게 일어났는데, 2m가 무조건 넘고, 체중 또한 150kg은 그냥 넘어가는 게 오크 전사들이었다.
잽 한 방으로도 성인 남자의 턱주가리가 박살이 나는 정도의 전투력을 지녔기에 뒹구는 여파도 남달랐다. 드문드문 평지에 나 있는 수풀의 뿌리가 쩍 뜯길 정도였고, 땅에 들러붙어서 자라거나, 나무가 아닌 작물이 그대로 납작해졌다.
“퉤!”
낙마하고 공격 마법에 당해도 오크 전사는 피가 섞인 침 하나 뱉어나고 일어났다. 빠르게 산개했고, 그 산개의 거리는 거대 늑대를 자주 타고 다니는 만큼 넓었다. 추가 피해는 전혀 없었다.
드낙이 놈들을 쫓았지만 움푹 들어가며 물러났다. 대전사 없이 덤벼들지 않았는데, 드낙이 보여준 힘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뚜쎠드가 드낙과 먼저 싸운다고 단단히 일러두었을 뿐이었다.
강한 상대에게 승리를 얻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건 없었다. 그는 뛰어난 주술사이며 노쇠하여 그 포텐셜이 정상급에 달하는 〈주술사 우데스 흐레그(Udes hleg, 조용한 입)〉의 직접적인 예언을 피해낸 〈별의 기사〉였다.
그의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백설산맥의 지하에서 암약하려고 수를 벌인 미노타우르스, 히브리드를 죽인 뚜쎠드였다.
‘그래도 좌측에 손해를 제법 냈으니, 이대로 숲으로 가면 된다.’
50마리가 넘는 오크 전사가 피해다운 피해를 입었고, 그것보다 배는 많은 거대 늑대가 더는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
“아얄타!”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구름의 밑으로 130마리가 넘는 오크 전사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피해를 입고, 주춤한 좌측에 바로 합류해서 드낙을 지나 앞으로 더욱 나아가서 전방을 차단하려는 모습마저 보여주었다.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이래선 안 된다.’
다시 뒤에 있던 오크 전사들도 바짝 쫓아왔다. 숲을 이백여 걸음을 놔두고, 드낙은 결국 멈추어서서는 충격파 마법으로 땅을 말끔하게 날렸다. 핏빛쥐들의 작은 통로가 눈에 들어오자 도노를 밀어 넣었다.
“빨리 가, 이 녀석아.”
도노가 뒷다리를 단단히 하며 버텼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드낙이 엉덩이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힘으로 양쪽 뒷다리를 한 손으로 들어 잘 모아서 쑥하고 집어넣었다.
도노의 모습이 사라지자 드낙이 고개를 들었다.
오크 기병이 그를 빙글빙글 두르다가 거대 늑대에서 오크 전사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두어야 했다.
말을 타서 얻는 이득은 높은 시야, 위압감 등이 있었지만, 기사를 상대로는 필요가 없었다. 체고가 높다고 해서 기사의 정교한 검술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었으며 기병 따위한테 겁을 먹을 기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회피하기가 힘들고, 기병의 약점을 아는 게 기사였다.
“늑대한테서 왜 안 내려!”
“내린다, 내려!”
늦장을 부리는 오크 전사는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기사를 받쳐주는 병사들이 많았다면, 돌파를 통해서 기사를 홀로 남기는 전술이 강제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놈은 외로운 늑대 한 마리였다.
“비켜라!”
뚜쎠드가 거침없이 소리를 내뱉었다. 잔뜩 열이 올라있었다. 꽁지 빠지게 도망친 기사를 기어코 잡았지만, 그분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올 때, 직감적으로 상대 기사가 자신과 비교해도 전혀 꿇릴 게 없다는 걸 짐작해서였다.
‘그런 놈이 도망을.’
기분이 팍 상했고, 짜증이 났다. 가장 만나기 싫으면서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라이벌 오크를 만난 기분이었다. 거기에 그놈은 혼혈도 아니고, 인간 잡놈이다.
열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호적수가 인간이라니. 불쾌했다.
저벅. 저벅.
신장이 180이 넘는 드낙보다 70cm는 더 큰 오크 대전사가 홀로 걸어 나왔다. 털가죽은 아까 내던져서 상체가 훤하게 드러났고, 수많은 타투가 보였다.
하나같이 기괴했고, 서로 얽힌 것도 있었으며 몸을 통해서 구현되어서 타투의 형상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다.
‘대장이 나섰다. 한 번에 놈을 고꾸라뜨리고, 포위망을 벗어난다.’
드낙이 강철이 흐르는 강을 중단에 놓았다. 그 검 끝은 아래에서 높아져서 오크 대전사의 목을 겨누는 형세였다.
빙글, 빙글.
왼손으로는 투척 도끼의 밑부분에 손가락을 걸어서 돌리고, 오른손에는 사람에게는 양손 도끼로 보이는 도끼를 한 손으로 쥔 대전사가 눈을 좁히며 드낙의 검길이를 가늠했다.
휙, 탁!
도끼를 살짝 위로 올리며 손잡이 아랫부분을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도끼의 리치가 크게 길어졌다. 드낙은 그 모습에 투구 속에서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한 치.’
적은 리치를 지나칠 정도로 잘 아는 자였다. 자신의 롱소드보다 딱 한 치만 더 길게 잡았다. 그럼에도 드낙은 자신의 검이 지닌 장점을 생각했다.
평범한 롱소드라면 길어도 무게가 2kg도 안 되었지만, 한 손으로 쓰기는 어려운 것이 롱소드였다. 하지만 강철이 흐르는 강은 손잡이가 길어서 조작력을 극한으로 높일 수 있었다.
여러가지 파지법 또한 많았다.
드낙의 경우 롱소드를 한 손으로 능숙하게 쓸 수 있었지만, 이번 자세는 달랐다.
세파리아스의 노하우를 터득해 손잡이 끝의 뭉툭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받치며 잡아 양손으로 쓰기도 했다.
검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이를 통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였다.
“후우!”
서로 비슷하게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5934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오늘은 한 편입니다···
오늘, 제가 전부터 꿈꿔왔던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 분에게 플롯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거의 지인인데, 다른 분들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제가 실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플롯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 적이 없고, 완전히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3개월 뒤나 반년뒤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물론 이번 플롯 함께 만들기가 잘 되든 안 되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글쓰는건 본인이고, 전 어떤 이득도 안 봅니다. 전 그냥 일에 치이면서도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플롯을 꼼꼼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게 목표입니다. 부업? 킬링타임? 등등···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해서도 있고, 저 스스로도 공부가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삼류글쟁이라도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쉽니다! 그냥 헤딩이라서 이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욕먹어도 그냥 하려고요. 누군가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