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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르레 부락〉.
그들은 속굽이 부락, 어금니 부락과 함께 토치라이트 가문을 침공한 부락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3개의 부락원 일부가 번갈아가면서 세 개의 보급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심심하다.”
도르레 부락의 오크 전사가 하품을 했다. 보급은 정말이지 지겨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개인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은 오크에게 통할 말은 아니었다. 보급 부대에 속한 오크 전사들은 대부분 무력 수준이 낮고, 타투가 적은 오크 전사들이었다.
한 대 맞고 보급대 일을 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보이는 지표, 오크들이 중요시하는 무력에서 패배한 오크 전사들이었다.
‘젠장.’
괜히 기분이 나빠진 오크 전사가 수레에서 말을 이끌고 있는 콥 고블린의 귀를 잡아당겼다.
“끼엑! 끼익!”
콥 고블린이 펄쩍 뛰었다. 그 반응은 더더욱 그를 괴롭히게 하였다. 펄쩍 펄쩍 뛰는 게 재미났다.
“세게 잡아당기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코웃음을 한 번 쳤다.
두르레 부락은 그 외에도 사자와 멧돼지를 조련해서 이끌고 있었다. 수레의 바퀴까지 내려가는 털가죽과 똑같은 털가죽을 걸치고 있어서 사자와 멧돼지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색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핏빛쥐들이 이에 대한 것을 파악하지 못한 건 이상하지 않았다. 또한 그 숫자도 적었다. 사자는 200마리뿐이었고, 모두 갈기 없는 암사자들이었다.
멧돼지는 300마리였다.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제법 늙은 멧돼지도 보였다.
다른 보급대가 지나간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길을 생각 없이 이어나갔다. 그것은 마치 사람도, 차도 없는 공허한 도로에서 신호에 맹신하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드낙은 가만히 엎드려서 소리로 그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이 대단한 그의 귀는 다른 인간들이 못 듣는 것도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신체능력도 다른 인간에 비할 바가 안 될 만큼 높았다.
이 두 가지 때문에 드낙은 단번에 사자나 멧돼지 따위의 발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정찰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했네. 하지만 작전에 변동은 없다.’
핏빛쥐들 또한 끝없이 변화하는 적응의 동물이다. 현대에서 살았던 박호훈은 인간이야말로 최초이며 유일한 고등 동물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준비도 하지 않고,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먼저 움직이면, 핏빛쥐들이 따라서 움직일 거로 생각하기 쉬웠는데, 당연히 드낙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일이지.’
처음에 드낙은 고블린 1천 군세를 쳐부수었을 때처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놈들은 자신감이 대단해. 수틀리면 일단 돌진부터 박고 본다.’
체급과 체중 그리고 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동체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단순 싸움에서는 밀릴 수가 없었다.
오크 전사의 개인주의!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용기를 역이용해야 했다.
‘시작은 핏빛쥐부터.’
찍찍!
쥐들의 울음소리가 돌들이 많은 지형에서 울려 퍼졌다. 참호처럼 파여진 곳에서 대기하던 핏빛쥐들이 너도나도 빠져나왔다. 가려진 수풀을 치우는 핏빛쥐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선 핏빛쥐들은 곧바로 놈들을 공격했다.
훙훙, 퍽!
“켕!”
콥 고블린이 돌에 맞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며 마차에서 나뒹굴었고, 발 한쪽이 바퀴에 치였다. 단번에 발목이 부러졌다. 그만큼 많은 보급품을 싣고 있었다.
핏빛쥐들이 가장 애용하는 투척 무기는 바로 슬링이었다. 화살은 만들기도 귀찮을뿐더러, 장력이 약한 핏빛쥐들에게 있어서 활은 가장 쓰레기같은 무기였다.
돌들이 마구잡이로 쏘아졌다. 그중에는 동물 기름이 발라지고, 불붙은 돌들도 많았다.
탁!
땅에 떨어진 불타는 돌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가 말을 놀라게 했고, 앞에 가던 짐마차가 옆으로 급하게 틀어졌다. 그것을 막아야 할 마부는 이미 돌에 맞고 자신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끼아악! 끼엑!”
“도망치자!”
“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콥 고블린들이 너도나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굳이 콥 고블린들을 잡지 않았다. 그들은 고블린 사회에서 패배자로 낙인 찍히며 살아왔고, 그 패배자 근성이 척수까지 스며든 패배자 놈들이었다.
“웅츠야!!!! 바리카 데이드, 두테!”
오크 전사가 단번에 돌들을 올라갔다. 슬링을 하던 핏빛쥐가 허둥지둥 몸을 뒤로 돌며 물러났는데, 긴 꼬리가 오크 전사의 손에 잡혀서 그대로 허공을 팽글팽글 날았다. 그대로 나무에 처박혔는데, 나뭇가지가 목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그게겍···”
침과 피를 질질 흘리면서 버둥거리지도 못한 채 고통에 눈이 충혈된 핏빛쥐가 서서히 죽어갔다.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숨을 쉬고 싶다는 욕구에 목젖이 꿀렁꿀렁 움직였으며 나뭇가지가 조금조금씩 움직였다.
그게 핏빛쥐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체중에서 너무 차이가 나서 그냥 잡아당겨서 냅다 던져버리면 그만일 정도였다. 초등학생의 옷을 잡은 채 그대로 옥상에서 던지는 것과 같았다. 그 어떤 양심의 가책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
왼 주먹으로 털가죽으로 보호하고 있는 가슴을 크게 친 오크 전사가 몸을 곧추세웠다. 그를 향해서 핏빛쥐들이 너도나도 덤벼드는 광경의 반대편에서는 도망치는 콥 고블린을 죽이는 핏빛쥐들의 모습이 보였다.
“히익···”
콥 고블린이 넙죽 엎드렸다. 자신이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날이 잘 선 칼이었다.
“꺽. 컥!”
내리 두 번을 내리치자 콥 고블린이 버둥거렸다. 땅에 피가 콸콸 쏟아졌다. 버둥거리는 손을 물어서 피 맛을 본 핏빛쥐들이 너도나도 콥 고블린들을 죽여나갔고, 그 상황에서 오크 전사가 그대로 난입했다.
“우와아악!”
고함을 지르며 사정없이 핏빛쥐들을 짓밟고, 후려치고, 도끼로 찍고 머리통을 잡고 내던졌다.
“캬아악!”
콥 고블린의 눈알을 파먹던 핏빛쥐의 길쭉한 주둥이가 도끼에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마치 롤로코스터의 앞부분과 뒷부분처럼, 주둥이의 뒤를 피가 한가득 따라갔다.
배불뚝 리전과는 다르게 잡졸에 불과할 정도로 형편없는 진형을 잡고 있었다. 굳은살 리전의 군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였다. 비전투 시에는 그럴듯한 정예병으로 보였지만 그 기만술은 금방 들켰다.
드낙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핏빛쥐들이 빠르게 죽어 나자빠졌다. 그것을 보고도 드낙은 설렁설렁 움직였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서 그다음에 냉큼 달렸다.
“〈뚜모르 다이친(Tomor Daichin, 강철 전사)〉!”
핏빛쥐의 머리와 그 밑에 딸려 나오는 척수를 땅에 떨어뜨리며 오크 전사가 도끼로 가리켰다. 그 등판에 핏빛쥐가 올라탔다.
“으으아!”
오크 전사가 거세게 몸을 휘적거렸다. 핏빛쥐는 그 속에서도 단검을 쑤셔 박은걸 힘겹게 잡았다. 드낙이 그 오크 전사를 순식간에 지나갔다.
팡!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오크 전사는 탈력감을 느끼고 그대로 뒤로 뒤집혔다. 뱃가죽은 피로 가득 물들어있었고, 내장에 파열해서 사방팔방에 튀어있었다. 오크 전사에게 수십 마리의 핏빛쥐가 모여들었다.
쯔걱! 츄릅!
긴 힘줄을 뜯어내는 소리와 피를 왈칵 삼키는 소리가 오크 전사의 귀에 들려왔다. 그의 주먹이 핏빛쥐 한 마리의 척추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하하하! 쥐새끼들!”
오크 전사가 무기도 버린 채 터프하게 핏빛쥐 두 마리를 움켜잡고 그대로 꽹과리를 치듯이 두 마리의 머리를 쾅하고 부딪치게 했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놈들에게 시체를 던져대었다.
그 오크 전사의 뒤로 드낙이 지나갔다.
‘헉.’
쉬익!
또 다른 오크 전사는 섬뜩한 바람 소리를 들었다. 검은 것이 눈에 순식간에 들어왔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그 검은 것은 요사스러운 뱀처럼 그 움직임에 따라와 기어코 눈을 앗아갔다.
“크아아!”
시야를 빼앗겼음에도 오크 전사가 광분했다. 드낙은 그 눈먼 맹공을 손쉽게 피하며 근접해서 오크 전사의 목젖을 움켜쥐어서 단번에 뜯어냈다.
목을 베는 것은 어려웠지만, 목젖만 뜯어내는 건 비교적 쉬웠다. 계속 움직여야 해서 구조적으로 단단하지 못했다.
“울컥. 울컥.”
피를 펌프질하면서 목에서 쏟아내며 바람 소리만 내는 오크 전사가 쿵하고 쓰러졌다.
다른 곳에 관심을 기울고 있는 오크의 멱을 따는 것은 드낙에게 너무나도 쉬운 것이었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도 않았다.
‘싸우는 공간이 너무 커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눈이 검은 탐욕에 번들거렸다. 핏빛쥐들이 형편없는 모습에 오크 전사들은 광전사처럼 혼자서 날뛰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야 해!’
드낙은 자신이 지닌 공격 마법을 곳곳에 뿌려대었다. 목표물을 포착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쾅!
땅이 크게 울렸다. 드낙이 2m는 높게 뛰어서 주변을 둘러보며 멀리 있는 오크들에게 마법을 난사했다. 〈파이룬 전신 갑주〉보다 월등히 좋고, 넓은 마법회로를 지닌 〈제국 전신갑주〉는 마법의 연사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2차선 도로가 아니라 4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숫자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법은 초월적인 힘을 사용하지만, 물리적으로 완전히 독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크 전사의 등판에 드낙이 두 다리를 그대로 내려쳐서 쓰러지게 하였다. 상체를 단번에 숙여서 오크의 목젖을 움켜잡아서 그대로 뜯어버렸다. 오크 전사의 도끼가 뒤늦게 투척되었지만 완전히 고꾸라진 채 던지는 투척 도끼는 힘이 적었다.
카기잉.
철을 긁는 소리를 내는 게 전부였다.
“뜨나아아앙!!!”
팔 하나가 그대로 도끼에 잘린 핏빛쥐가 괴성을 지르듯이 드낙의 이름을 외쳤다. 바로 코앞에서 목숨이 구해져서였다. 드낙은 그 절규와 고통의 감정을 오롯이 이해했다.
고통받았기 때문에 그 감정을 공감하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리 이기적인 자라도 3끼를 굶어 봤다면, 굶주리는 이들에게 몇 푼 안 되는 자기 월급을 조금이라도 떼주는 법이었다.
신성력이 터져나갔다. 절단된 부위를 모두 해결할 수 없었지만, 지혈은 할 수 있을 터였다. 드낙은 신성력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수많은 오크 전사가 난전 속에서 드낙의 흉악한 공격력에 살해되어갔다. 물론 핏빛쥐들도 끔찍한 피해 속에서 오크 전사에게 한 방을 먹여주기도 했다.
“찍찍!”
핏빛쥐가 여럿 오크의 앞을 막았다. 우악스러운 도끼질을 바짝 엎드리거나 옆으로 구르기도 했고, 옆에 있는 핏빛쥐의 도움으로 더욱 빠르게 회피하기도 했다.
“쥐 새끼들!”
오크 전사의 상체가 자연스럽게 낮추어졌다. 체급 차이가 너무 나서 도끼를 놈들에게 더 빨리, 더 공격적으로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에 매우 민첩하게 핏빛쥐 2마리가 양쪽 무릎을 밟으면서 옆구리를 타고 오크를 괴롭혔다.
“끽!”
그중 한 마리의 핏빛쥐가 옆구리와 팔꿈치에 털가죽이 끼여서 덜렁거렸다.
“찌아아아악!!!!”
오크 전사의 시선이 절로 오른쪽으로 향했을 때,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서 뒤를 점한 핏빛쥐가 온 힘을 다해서 일어나며 오크 전사의 항문에 단검을 그대로 꽂았다.
“그읍!”
오크 전사가 절로 두 다리를 꽁 모으면서 일자형이 되었다.
“찌아아아아!!!”
항문에 단검을 꽂은 핏빛쥐의 손이 더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오크 전사가 몸을 돌렸는데, 똥과 피가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쿠우워어어아아아아!!!!”
짐승소리가 그 오크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미친 듯이 주변에 있는 핏빛쥐들에게 덤볐지만 핏빛쥐들은 그대로 도망줄을 놓았다.
호다닥!
몇몇 핏빛쥐는 오크의 엉덩이에 칼침을 먹이기도 했다.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오크를 크게 지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곳곳에서 이런 광경이 이루어졌다. 어떤 핏빛쥐는 아랫배를 노렸고, 어떤 핏빛쥐는 콧구멍을 특히나 좋아했다.
그건 단지 3군의 오크 공격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전수받은 핏빛쥐만 그렇게 응용한 게 아니었다.
“그악!”
2군의 오크 훼방에 대한 여러 가지 전술과 방법을 전수받은 핏빛쥐는 오크 전사가 입고 있던 큰 털가죽을 다른 오크 전사의 머리에 덮어씌우기도 했다.
석석, 퍽퍽!
투척 도끼의 손잡이를 바닥에 묻고, 날만 앞에 서게 해서 오크를 유인해서 그 오크 전사의 체중에 스스로 발에 피가 나게 하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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