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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75화 (47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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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보급대를 포착했다는 소식이 드낙에게 들어왔다. 〈한성질 쌍쥐〉가 드낙에게 보고했다.

“들키진 않았겠지?”

“예. 지축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경로를 예상하고, 햇빛이 향하는 곳에서 추가로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전혀 들키지 않았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방향으로 본다면 검은 것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드낙이 이를 깊게 신뢰했다.

“보급대의 숫자는?”

“4천 마리가 넘습니다.”

“뭣?!”

드낙이 기겁을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오크들이 많다고?”

“전부 오크는 아닙니다. 3, 500마리 이상이 〈콥 고블린〉들입니다.”

들은 기억이 있는 놈들이다. 고블린의 전사 계급을 위해서 부려 먹히는 사회의 패배자들을 규정해놓은 것이 〈콥 고블린〉이라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종종 트롤들의 먹이로 먹여지기도 하고, 노예로 다른 종족에게 휘둘리기도 했다.

‘고블린 어(語)를 할 줄 알겠군.’

아직 검은 문에서 오크 어가 나오지 않아서 드낙은 오크와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만난 오크도 고블린 어를 할 줄 알았지.’

제법 옛날 일이 그제야 기억이 나기도 했다. 드낙은 과거를 하루아침에 홀라당 까먹을 정도로 망각을 잘하는 자였다.

“그럼 오크 전사는 500마리 정도인가?”

“예. 그렇게 4천이고, 수레는 약 1, 500대 이상입니다.”

그제야 드낙은 보급대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충분히 급습하기에 좋았다.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드낙 또한 오크를 상대로 엄청난 전공을 세울 자신이 있었다.

‘굳은살 리전 3만 이상. 오크 전사 500마리와 콥 고블린 3, 500마리 이상.’

머리숫자로만 따지면 가히 8배에 달하는 전력 차이였지만, 이 세상에서는 무의미했다. 그만큼 오크들의 수준이 높았다. 이 광활한 〈백설산맥(白雪山脈)〉에는 오크 부락만 30개가 넘었고, 그들이 모두 한 오크의 말을 따라서 침공을 개시했다.

그 역량. 서로 반목하는 자들이 하나 된 힘.

‘인간이 뒤로 밀려날수록 그들은 더욱 뭉치게 될지도 몰라.’

드낙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게 이 현상을 이해하고 있었다.

오크들은 부족 국가에서 고대 국가가 될 수 있는 과도기를 겪고 있었다. 수십 개의 이름이 아닌, 하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조직의 발생.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드낙은 이에 대해서는 깊게 이해하지 못했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오크들이 뭉쳐서 내려온 것에 대해서는 큰 경각심을 지니고 있었다.

보급을 망친다고 해서 오크에게 승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전선은 수많은 전선 중에 하나에 불과해서였다. 이에 대해서 〈검은 회의〉는 침묵했는데, 그것은 중립신의 입김이 작용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놈들의 진로는?”

“최단시간으로 백설산맥을 빠져나갈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기습하기 좋은 곳에도 거침없이 움직였습니다. 자신감이 실로 대단합니다.”

드낙이 히죽거렸다.

“그럴만하지. 생각해봐라, 아무리 강한 놈이라도 태어나서 얻은 신체와 싸우면서 단련된 기술 그리고 신이 내려주는 타투로 이겨낼 수 있고, 실제로 이겨냈다면. 세상이 두렵겠는가.”

오히려 그 어떤 역경과 위기도 넘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드낙이 마주했던 오크 전사들은 그러했다. 함정에 걸리면 그것을 정면으로 부수려고 했고, 그게 오크 전사들의 특징이었다.

앞을 가로막으면 그것을 부순다.

단순하지만, 하나의 진리가 들어있었으며 오크들이 지닌 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코뿔소가 여우처럼 살면 덩치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사방팔방에서 덮쳐들어 가라. 내가 놈들을 죽이면서 안으로 크게 비집고 들어오면 반드시 뒤따라서 와야 하고, 다른 곳에 있는 자들은 오크들이 도망을 못 치도록 겹겹이 둘러싸기만 싸고, 버텨야 할 것이다.”

“빈틈이 더 생긴다면 더욱 들어가겠습니다.”

드낙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했고, 그다음에는 기습할 지형에 대해서 말하였다.

“점찍어둔 지형은 어떻지?”

“도망치기 힘든 곳입니다. 골짜기는 아니지만, 양쪽으로 가파른 돌들이 주르륵 있어서 투척물을 던지기에도 쉽습니다.”

“미리 나무를 베거나 그런 짓은 하지 마라, 오크들에게 들킬 수 있다.”

“땅을 파서 대기하고 있다가 놈들이 지나가면 그때 뛰쳐나와서 덤비면 그만입니다.”

참호처럼 땅을 파서 땅 안에 몸을 놓으면 오크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많은 것들을 지적해서 말했고, 〈한성질 쌍쥐〉는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말했으며, 충분한 것은 충분하다고 말하였다.

이 이야기는 척척 진행되어가서 금방 끝을 맺었다.

‘제법이다.’

드낙이 〈위원회의 일원〉인 〈한성질 쌍쥐〉의 수준이 높아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대장쥐〉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해서 단박에 대답하는 모습은 실무자로서, 지휘관으로서 매우 대단한 일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이었다.

“며칠 남았지?”

“6일의 여유가 있습니다. 공사 들어가면 3일은 가만히 보내야 할 겁니다.”

드낙은 기습 준비를 〈한성질 쌍쥐〉에게 시키며 자신은 주변의 야수를 잡기로 했다. 식량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덩치 큰 놈들 수십 마리면 금방이지.’

“식량을 수송할 놈들을 내 밑에 붙여줘.”

“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낙이 몸을 일으키자 한성질 쌍쥐가 냉큼 소리쳤다.

“뜨낙!”

드낙이 대충 경례에 화답해주고, 굴 밖으로 향하였다. 그 사이에 한성질 쌍쥐는 바쁘게 움직였다.

‘해야 할 일이 천지에 깔렸다.’

“굴을 파고, 많은 이들을 수용할 통로를 놓아라! 지하 식량을 옮겨서 보존할 곳을 짓고, 지네와 두더지들의 생산장 또한 가까운 곳으로 옮긴다!”

엄청난 숫자의 핏빛쥐가 빠르고 대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큰 지하 통로가 필요했다. 이것은 물자 또한 수송할 것이기에 당연히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지하 종족〉은 인간보다도 더 정착적인 요소가 매우 컸고, 먼 곳을 향하기에는 힘들었다.

‘우리는 가능하다.’

〈굳은살 리전〉.

그들이 괜히 단단한 산에서 가장 먼 토치라이트 영지로 향한 것이 아니다. 가장 열정적이며, 급한 성격을 지녔다. 이 리전의 리더마저 〈한성질 쌍쥐〉라고 불릴 정도였다.

‘우리의 창조주는 생각보다 우리에 대해서 모를 줄 알았는데···’

대장쥐가 말해준 것일까? 그건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드낙은 〈굳은살 리전〉이 지닌 장점을 행하라 했고, 성질급한 리더인 〈한성질 쌍쥐〉는 그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했다.

‘트롤을 모조리 홀로 죽인 그 힘.’

트롤 부산물은 하나 얻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크는 다르고, 그는 한 가지 약을 쳤다.

식량이 부족하다고 헛소리를 지껄인 것이다. 개체 수가 많은 핏빛쥐, 그중에서도 가장 성질급한 〈굳은살 리전〉에서 식량이 부족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지하 사정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는 드낙에게 거짓을 고한 것이다.

“흐흐.”

드낙이 떠난 자리에서 명령을 내리던 한성질 쌍쥐가 실성한 것처럼 웃었다.

‘신은 완벽하지 않다.’

“하아아아.”

왠지 모를 쾌감 그리고 안도감이 동시에 그를 덮쳤다. 뇌가 짜릿해져 갔다. 그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대장쥐 때문이었다.

‘우리의 창조주는 인간을 밀어주고 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 핏빛쥐의 창조주는 크게 달랐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 두 개를 크게 구분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핏빛쥐의 짧디짧은 역사가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이며, 그들의 존재, 탄생 자체가 허무해진다.

본능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그 파멸에서 눈을 돌렸다.

‘오늘 있었던 신의 실수···아니, 신의 무신경함을 말한다면, 대장쥐는 인간을 밀어내려고 하겠지.’

드낙의 옆에 서는 것은 대장쥐였고, 그 대장쥐의 옆에 서는 것은 자신이었다.

“찍찍.”

음흉한 쥐소리가 굴에서 울려 퍼졌다. 드낙은 이를 듣지 못했다.

3일 동안 드낙은 많은 야수를 잡아왔고, 핏빛쥐들은 그것을 탐하며 뼈까지 씹어먹으며 자신들의 업을 쌓았다.

“여기인가.”

드낙이 사위를 둘러보았다. 기습하기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길 하나에 돌이 양쪽으로 울퉁불퉁 있었지만, 높이가 높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오크 전사들은 도망칠 수 있어 보였다.

‘반면 장점도 있다.’

전장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었다. 핏빛쥐들의 나약함에 오크 전사들은 초기 대응에서 규합보다는 퍼져서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단시간에 내어 핏빛쥐들이 패주하게 만들 터였다.

‘마치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처럼.’

그 전술을 진돗개가 선 정도에 불과한 키를 지닌 핏빛쥐에게 쓸 것이다.

‘〈배불뚝 리전〉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건 〈굳은살 리전〉이야.’

대장쥐가 이끄는 배불뚝 리전은 130~150cm의 키를 지니고 있었다. 단신이었지만, 50~90cm에 불과한 평범한 핏빛쥐보다는 위협적이었다.

2미터가 넘는 오크와 그 반도 안 되는 핏빛쥐들의 싸움은 근육질의 사내와 초등학생 저학년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주먹으로 싸우는 게 아니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오크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작은 커터칼에도 훅 갈 수 있었다. 드낙은 그것을 생각했기에 핏빛쥐들을 전력으로 생각했다.

“어떻습니까. 오크 전사들은 감히 이곳에서 대규모 접전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

“훌륭하다. 도망치기 좋아 보이지만, 우리의 숫자를 생각하면 그런 단점은 메꿀 수 있다.”

드낙의 말에 한성질 쌍쥐가 웃음을 지었다. 핏빛쥐들의 벽이 오크 전사들을 막을 것이다. 그냥 벽도 아니다. 잘 달라붙고, 작은 데다가, 피부를 찌르고 벨 수 있는 날카로운 날붙이를 지닌 벽이다.

“오크 전사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는 정했나?”

그 말에 부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하던 대로 할 뿐입니다. 덩치 큰 놈들을 사냥해본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선 안 돼. 오크들은 보통 놈들이 아니야. 그들이 그저 큰 몸을 지닌 사냥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내가 봐주지. 3일이라고 해도 어려운 건 아니야. 그냥 전투 방침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내 장기지.’

드낙이 손을 비볐다. 간사했지만, 그것이 한성질 쌍주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워낙 카리스마가 컸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 드낙은 자신감이 넘쳤다.

비전 내지는 전투의 행동 방식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 있어서 드낙은 누구보다도 권위자였다. 세파리아스조차도 드낙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비전에 대해서 평가를 하지만, 드낙의 상상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일절 하지 않았다.

평가한다면 드낙이 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병사를 3부류로 나눈다. 1군은 오크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고, 2군은 오크의 훼방을 놓는데 열일 할 것이며, 3군은 오크를 가장 열정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당연히 이들은 서로 다른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남은 3일간 드낙은 오크를 잡을 비전을 3가지로 쪼개어서 핏빛쥐들에게 전수했다. 3마리는 하나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지만, 결코 아니었다.

‘오크들이 가진 타투는 객체마다 공통적인 것도 많지만, 아닌 것도 많다. 그 변수를 이기려면 분담을 해야 한다.’

오크를 막고, 훼방 놓고, 공격하는 과정 중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여러 마리가 합심하여 도울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드낙이 한 마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지 않은 이유였다. 물론 체격적인 차이 때문에 그렇게 한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앞의 이유를 더 크게 보았다.

“〈드레이 캄프펜(Drei Kampfen, 세 명의 싸움)〉. 이것이 너희들에게 주는 내 힘이다.”

작디 작은 핏빛쥐가 오크를 가장 효과적으로 죽일 힘.

약자를 알기에 드낙이 객관적으로 내어줄 힘.

“뜨낙!”

〈한성질 쌍쥐〉는 물론이고 다른 핏빛쥐들이 그의 이름을 외쳐대었다. 그중에서도 한성질 쌍쥐가 가장 열성적이었다.

‘이건 진짜다!’

엄청난 지식이었다. 그것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핏빛쥐들의 전투력은 급상승했다. 지휘관이었기에, 내전을 크게 경험했기에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역량이 그에게는 있었다.

“뜨낙!”

한성질 쌍쥐가 드낙의 이름을 외쳤다. 주둥이 옆에 있는 긴 수염이 위아래로 움직였고, 어깨가 들썩해졌으며 절로 기쁨이 입에서 번져갔다. 어쨋든, 드낙은 핏빛쥐들의 창조주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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