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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70화 (46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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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전사들은 오합지졸에 보병뿐인 무리에게 관심 하나 주지 않았다. 가장 후미에 있는 오크 전사가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공격 마법이 날아올 수 있었기에 투척 도끼로 요격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정말로 그것뿐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100명의 인간이 단 1마리의 오크 전사의 관심을 끈 것에 불과했다.

그 비참함은 현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당장 해야 할 일과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후웅! 후웅!

“따이야! 하!”

오크 전사가 거칠게 철로 된 올가미를 빙글빙글 돌렸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고, 몇몇 오크 전사는 투척 도끼를 양손에 쥐었다. 그들의 도끼 투척술은 실로 대단했다.

드낙은 타투가 아니라면, 투척 도끼에 대한 기술을 배웠을 정도였다. 그만큼 매력적일 만큼 대단한 기술이었다.

물론 타투보다는 못했다. 〈초월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낙은 초월 신봉자나 다름없었고, 그에게 있어서 기술은 불파겐의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했다.

‘마력을 아낄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쓰는 것도 아니야.’

전의 싸움에서 확실하게 얻은 하나의 진리를 떠올렸다.

〈킬 더 배틀〉의 능력 때문에 난전은 드낙이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옛날 일이었다. 어느 경지에 들고 나서는 오히려 담백하고, 간단한 것이 더욱 상대를 빨리 죽일 수 있음을 알았다.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전투를 자주 경험하면서 주변의 변수가 오히려 줄어들었을 때, 그 최소한의 변수를 강하게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말을 탄 드낙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오크 전사들이 좁혀왔고, 투척 도끼가 먼저 쏘아지며 그다음에 그물과 올가미가 던져졌다.

‘엄청난 숙련도.’

그 공격은 드낙을 명확하게 노림과 동시에 그가 움직일 방향으로도 뻗어있었다. 숫자가 많아서 가지는 이득이었다.

카가강!

투척 도끼가 거침없이 드낙의 전신갑주를 긁고 지나갔다. 본래라면 충격이 드낙에게 전해져야 했지만, 그는 보통 인간이 아닌 것이 컸다. 실질적으로 기술만 따진다면 불파겐의 〈중급 기사〉에 도달한 것에 불과했다.

〈타투〉의 힘을 쓰지 않는다면 드낙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추적하는 불의 창.”

불의 창이 거칠게 뻗어 나가며 올가미와 철그물을 걷어냈다. 변수의 차단이었지만 오크 전사들은 드낙을 비웃었다.

‘햇병아리 새끼!’

‘귀중한 마법을 고작 올가미와 철그물을 쳐내는 데 쓰다니.’

오크 전사들의 기세가 단번에 최고조까지 올라갔다. 그들 중 한 마리의 오크 전사가 가장 먼저 드낙을 향해 버팔로를 돌진시키면서 옆으로 발을 타닥거리면서 크게 발돋움하더니, 단번에 한 손에 든 도끼를 휘둘렀다.

쿠웅!

드낙의 배에 버팔로가 머리부터 들이받았다. 큰 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오크 전사의 도끼가 휘둘러졌다.

촤악!

피가 튀었다. 오크 전사의 팔이 깔끔하게 날아갔다. 동시에 드낙이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어느새 하늘로 솟아있는 양손을 내리며 팔꿈치로 버팔로의 머리를 짓눌렀다.

주르륵!

버팔로의 턱이 땅을 팠다. 숨소리가 거칠게 일어나며 흙이 튀고, 먼지가 제법 강하게 일어났다.

팍! 주르륵!

앞발이 흙을 강하게 디뎠지만 미끄러졌다. 드낙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버팔로의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강하게 짓눌렀다. 버팔로가 뒷걸음질 치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어려웠다.

꾸욱!

왼손으로 강하게 들소의 뿔을 잡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크 전사들이 여럿 드낙을 지나가면서 온갖 투척물을 날렸다.

화르륵! 파지직!

오크 주술사의 주술이 튀어나왔다. 불로 이루어진 독수리가 드낙을 휩쓸었지만 스파크가 일어나며 단번에 힘을 잃고 사라졌다.

따당!

투척 도끼는 드낙의 갑옷조차 두드리지 못했다. 검에 모두 막혔고, 이내 오크 전사들이 버팔로에서 내리면서 드낙을 포위한 다음에 그대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중에는 손목이 날아간 오크 전사 또한 있었다.

“기아아아아아!!!!!!!”

인간은 손목이 날아가는 큰 중상을 입으면 그 자리에서 고통에 움직이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제법 터프한 남자여야 겨우 움직일 수 있고, 쇼크사할 위험조차도 있었다. 하지만 오크는 전혀 달랐다.

조금만 베여도 움츠러드는 것이 인간이라면, 머리통이 날아가는 그 순간 속에서도 적을 향해 도끼질을 하는 게 오크였다. 그 차이는 실로 대단했는데, 전투불능에 빠뜨리는 게 쉽지 않았기에 더욱 전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투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손목이 잘린 오크 전사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드워프가 만든 검으로 베었음에도 가죽과 피만 튈 뿐, 뼈에는 균열이 간 것이 전부였다.

투둑!

피와 뒤섞인 뼛조각이 드낙의 투구에 묻었다.

‘앞으로 반 보, 돌면서 팔뚝으로 막고.’

드낙은 포위된 상태에서 아주 절도 있게 움직였다. 뇌진탕에 걸린 오크가 뒤로 천천히 넘어갔는데, 그 몸을 드낙이 밀어내며 공간을 만들어 몸을 틀며 팔을 자연스럽게 들어 올렸다.

세상이 천천히 느려졌다. 뇌를 타격 당한 오크가 죽은 것이다. 두개골이 함몰되지 않았음에도 죽었다는 것에 드낙이 의문을 가졌다.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허무하게 죽은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할지도 몰랐다.

느릿하게 투척 도끼가 드낙의 머리를 노리고 오고 있었으며, 몸을 틀면서 보이는 오크의 발차기가 보였다. 도끼를 투척하면서 리치가 긴 발차기를 한 것으로 여겨졌다.

오른쪽에서는 범처럼 도약을 한 채로 드낙을 옆치기해서 균형을 크게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베스트다.’

넘어진 사람은 힘을 하나도 내지 못한다. 전신의 힘과 체중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전축도 엉망으로 변하며 하다못해 어깨를 틀며 팔을 크게 휘두르지도 못한다. 팔뚝만 치면 명중률도 박살이 나기 마련이다.

왼쪽의 오크는 몸을 옆으로 보인 채 귀신처럼 들러붙고 있었다. 밀착해서 드낙의 허벅다리에 발을 넣고 단번에 들어 올리거나 밀어서 넘어뜨리기 위함이다.

상체만 튼 드낙의 하체는 정면으로 나란히 서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중 싸움에서는 내가 진다. 하지만 힘은 내가 더 강하다.’

체중이 실린 힘 싸움에서는 드낙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평범하게 후려치거나, 베는 등의 행위에서 오크를 압살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투척 도끼는 신경 쓰지 않았다. 〈냉혈 투구(Cold blood Helmet)〉에 있는 〈위기극복의 얼음화살(Ice Arrow Overcoming Crisis)〉 때문이었다. 알아서 얼음 송곳이 튀어나올 것이다.

검을 들어 올리며 검손잡이의 윗부분으로 오크의 발차기를 크게 들어 올렸다. 체중이 실려있어도 발차기는 돌려차기의 일종이었기에 휘둘러지는 힘만 강했다. 옆으로 힘이 크게 집중되었으므로 위로 들어 올리는 것에 취약했다.

단번에 오크의 발이 들어 올려지면서 오크 전사의 균형이 무너졌다. 얼굴을 땅에 처박으면서 등을 보이며 데굴 굴러야 할 것이다.

양팔을 들어 올려 상단세를 취한 드낙이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다. 도약하는 오크의 도끼와 부딪쳤다. 오크의 팔이 그대로 검이 휘둘러진 방향으로 튕겼다.

‘어마어마한 힘! 인간이 낼 수 없는 힘인데!’

도약한 오크 전사가 경악했다. 하지만 완전히 아래로 꺾여버린 도끼를 지나며 2번째 검격이 그대로 눈을 베고 지나갔다.

차악!

얕았다. 하지만 눈이었기에 효과적이었다. 드낙이 그렇게 한 이유는 당연히 자신에게 돌진해서 넘어뜨리려고 하는 다른 오크 전사 때문이었다.

뻑!

오크와 드낙이 서로 부딪쳤다. 오크의 허벅지가 드낙의 사타구니로 들어가서 드낙을 들어 올렸다. 드낙이 오크 전사의 어깨를 잡았다. 오크가 상체를 기울이자 드낙의 몸이 기울어졌다.

체중이 땅으로 향하며 자연스럽게 오크가 우세를 점하는 형세였지만, 그건 보통 기사를 상대할 때 〈오크의 기술〉이었다.

꾸지직.

오크 전사의 어깨와 붙어있는 쇄골에 드낙의 손이 움푹하게 들어갔다. 오크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함성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자신의 몸을 드낙에게 포개어서 밀어붙였다. 드낙이 땅에 쓰러졌다.

다른 오크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저 팔에서 휘둘러질 뿐인 힘을 크게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한 검이 땅을 크게 패게 하고, 근접하는 오크의 손목을 단번에 날려버렸으며, 발가락은 물론이고, 닥치는 대로 베었기 때문이다.

퍽! 퍽! 퍽!

무릎을 이용해서 3번이나 자신을 체중으로 짓누르는 오크 전사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어도 유연성이 컸는데, 전투용인 전신갑주의 무거움을 크게 단점으로 여기는 자들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하찮은 소문에 불과했다.

뒤구르기는 물론이고, 암벽등반도 가능한 것이 전신갑주의 유연성이었다.

오크 전사의 꼬리뼈가 박살이 났다. 하반신에 힘을 낼 수 없는 그가 옆으로 픽하고 쓰러졌다.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드낙의 발에 짓밟히고 목에 검이 박혔다.

쿵!

그런 드낙의 몸에 오크 전사 하나가 그대로 들이받았다. 드낙이 앞으로 데굴 데굴 2번을 구르고 단번에 일어났다.

카가가가각!!!

도끼 한 자루가 중단, 가슴을 노렸고, 드낙의 롱소드의 검신이 그것을 비스듬하게 막았는데, 불똥을 튀기며 도끼가 검신을 타고 오르다가 양옆으로 뻗어나와서 검신과 손잡이와 십자를 만들어내는 크로스 가드 부분에 부딪혔다.

“그으윽!”

크로스 가드 부분을 이용해서 아예 드낙을 검째로 밀어 타격을 줄 생각이었던 오크 전사가 힘을 크게 내다가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빼려고 했지만, 드낙이 그렇게 보내주지 않았다.

두 번을 내리구르면서 다른 오크 전사와도 거리가 제법 났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나는 오크 전사의 팔을 한 손으로 잡아서 당겼다.

체격이 그렇게 차이가 났음에도 그대로 오크 전사가 앞으로 당겨졌고, 드낙의 검이 그대로 입을 지나서 꿰뚫었다. 오크 전사의 팔이 드낙의 투구를 때렸다. 투구가 크게 흔들거리면서 투구 밑에 선홍빛의 피가 줄줄 나왔다.

‘큭.’

드낙의 무릎이 오크 전사의 턱을 쳤다.

깡!

이빨과 검이 부딪쳤다. 오크 전사가 크게 들썩거렸다. 신경이 아주 많이 몰려있는 이빨에 충격이 짜릿하게 왔다. 발로 걷어차며 검을 뺀 드낙이 아까 넘어졌을 때, 무기와 가락이 날아가서 맨손인 오크 전사가 자신을 껴안으려고 하자 손으로 목젖을 움켜쥐었다.

“크긱.”

눈물이 쏙 빠질 정도의 격통에 시달릴 터인데도 오크 전사는 기어코 드낙을 껴안아서는 들어 올려 그대로 메다꽂았다. 뒷목 밑 부분이 땅에 부딪혔다. 드낙의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뿌득!

목젖이 피부째로 드낙의 손에 의해서 뜯겨나갔다. 오크가 피를 콸콸 쏟아내면서 일어서다가 머리부터 땅에 곤두박질쳤다. 드낙이 있는 방향이었기에 드낙이 옆으로 피했다.

쾅!

거센소리가 나며 투척 도끼가 제국 전신갑주를 두들겼다. 드낙이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치면서 충격을 뒤로 보냈다.

‘4마리까지는 마법을 안 써도 무피해로 죽일 수는 있는데, 그 이상은 안 되네.’

“〈추적하는 불의 창〉.”

끝도 없이 생성되는 긴 불의 창이 남은 6마리의 오크 전사를 스쳐 지나가거나, 꿰뚫기 시작했다.

“〈발목을 움켜잡는 진흙〉.”

기민하게 피하는 오크 전사들은 발이 묶여서 산채로 마법 불꽃에 타죽어 갔다. 불의 창은 속력은 화살보다 느린 데 반하여 관통력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

“그아아아아아아!!!!”

“아으아아야야야야알타아아!!!”

오크 전사들이 진흙 속에서 불의 창이 심장을 타들어 가면서 서서히 느리게 몸을 관통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기어가듯이 움직였다.

피맺힌 고함소리가 드낙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미친놈들이다.’

퍼서석!

주술 아이템이 바스러지고 나서는 마치 드낙의 마법 위력이 높아진 것처럼 오크 전사들은 더욱 빠른 피해를 입으며 죽어갔다. 그들이 지닌 주술 물품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드낙의 마력이 워낙 많아서 사용된 마법을 상쇄하지 못했다.

고기가 타는 매캐함과 오크 전사의 몸에서 뿜어지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왔다.

오크 전사들의 투기에 질린 표정을 짓던 드낙은 마음을 추스르고 전투를 복기했다.

‘할 만하다.’

드낙은 다시 한 번 오크 약탈자 그것도 베테랑들을 상대하면서 전투 경험을 쌓아올렸다. 순수 무력에서는 4마리를 죽이거나 전투불능에 빠질 때까지 무피해로 싸울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느린 체감 속에서 오크들의 머릿수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대단했지만, 그냥 오크들이 잘 죽거나 쓰러지지 않아서였다.

‘터프하다고 해야 하나.’

드낙은 관우를 생각했다. 뼈를 긁어도 장기를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놈들이 오크 전사들이었다. 현대의 고대사에 저런 놈들이 튀어나온다면 인간은 오크들의 노예가 골백번은 되었을 터였다.

“불파겐! 오크 슬레이어, 불파겐!”

쫓아온 민병대가 소리를 내지르며 환호했다. 자유기사와 사제, 성기사들이 드낙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표정은 환하기 그지없었지만, 드낙은 알 수 있었다.

저들의 눈에 깊이 새겨있는 공포를.

단 3분도 안 되는 사이에 오크 전사 10마리를 모조리 죽인 드낙의 무력이 그들의 모든 것을 꿰뚫으며 지나간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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