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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62화 (46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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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스톤 성은 5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첫날부터 성의 뒷문에서는 장정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펄럭!

누런 흰 천에 알차게 초록색으로 물들인 꽃이 자수된 깃발이 펄럭였다.

펄럭!

아무렇게나 장대에 묶어놓은 노란색의 천 또한 함께 휘날렸다.

온갖 종류의 다양한 깃발이 성문의 후문에서 나부끼고 있었는데, 장관이 따로 없었다. 사각 깃발이기도 했고, 단순한 원색의 삼각깃이기도 했으며 그냥 옷을 길게 찢어서 흔들게 하는 자도 있었다.

더럽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하고, 염료를 잔뜩 써버려서 번짐이 심한 것도 있었다.

수제 깃발의 조잡함과 세심함이 동시에 보였다.

“왜 이렇게 많이 왔는가. 먹을 것도 없는데.”

병사들이 괜히 툴툴거렸다.

“그럴 줄 알고, 한 짐을 싸왔소! 들여보내 주기나 해주시오!”

잡다한 무기를 어깨에 걸친 민병대들의 뒤로는 달구지 같이 벽이 없고, 바닥만 있는 수레에 밧줄로 대충 묶은 채로 있는 풀들이 가득했다. 먹을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뽑아온 것이다.

버섯도 풀에 끼어 있었고, 수풀을 이루는 나무의 곁가지를 벗겨낸 것이 말려서 한 묶음으로 묶여서 올려져 있기도 했다. 뿌리채소도 주렁주렁 줄기와 함께 있었고, 애들이 모았는지 가을 꽃망울을 잔뜩 모은 것도 있었다.

“장작이 더럽게 많이 필요하겠어.”

모두 먹을 순 있겠지만, 대부분이 끓여 먹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제법 살기 좋은 남쪽에 있는 가문들이 지원해줄 때까지는 저런 것으로 버텨야 했다.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노기사 봉보리 팔콘〉의 젊은 부관인 〈굴브 랜드센〉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전과 다른 오크의 가을이었기에, 무엇을 해도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약탈하러 내려온 오크들이 많을수록, 도리어 이곳에서 가을을 버텨야만 했다. 그게 옳았다.

첫날에 온 민병대는 200명이 넘었다. 그중에는 은퇴 병사 또한 몇몇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능숙하게 민병대를 통솔하고, 큰 소리를 땅땅 쳐대었다.

2일째에는 인근 마을의 소년소녀들이 몰려왔다. 〈트롤 토벌〉 때문에 주변의 야수와 몬스터가 급감해서 요행으로 이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놈들! 대체 무슨 작정으로 여기까지 온 거냐!”

병사가 꿀밤부터 먹여주었다. 어찌나 아픈지 데굴데굴 땅을 구르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꿀밤을 맞아도 이 소년병들의 무리를 이끈 소년과 소녀는 아주 당당하게 받아쳤다.

“왜요! 우리도 싸울 수 있어요! 돌이라도 던지면 되잖아요! 욘! 빨리 나와봐!”

소년이 말하자 꿀밤을 맞아서 콧물을 줄줄 흘리는 욘이 나와서 울먹이며 말했다.

“난 그냥 돌을 던졌는데 늑대가 죽었어요. 엉엉.”

울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이 녀석들이. 오크가 늑대랑 같아?”

병사의 호통에 이번에는 소녀가 나섰다. 주근깨가 볼에 한가득 있었다.

“그럼 버섯이라도 캐오면 되잖아요! 병사들은 항상 성에만 있다고 말했어요! 저 진짜 버섯 잘 찾아요! 숲에서 나는 먹을만한 것도 가장 많이 알고 있어요!”

“맞아요! 가장 잘 알아요!”

애들의 아우성에도 병사들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괜한 민병대의 일원 5명이 툴툴거리면서 성을 빠져나오게 되어서 아이들은 호되게 혼나고 시무룩한 채로 길을 다시 나서서 피난길에 올랐다.

3일째가 되어서는 자유 기사 중에 상인들이 보내주는 식량들을 가지고 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용병으로 이루어진 무리였다.

“여기 식량 보급에 대한 서류입니다.”

자유기사가 건네주는 것을 〈노기사 봉보리 팔콘〉이 받았다. 식량은 중요했고, 식량과 얽혀있는 이권이 많았기 때문에 부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스트 위트 상단〉의 식량입니다. 밀 포대가 320포대, 야채를 비롯한 바른 채소가···”

목록과 자유기사의 말을 대조하여 확인하고, 병사들을 시켜서 확인도 했다. 큰 차이가 없으면 들여보냈다. 이 식량은 나중에 몽펠리에와 파이룬 가문이 감당할 것이었다.

그 덕분에 북부가 아직도 오크와 전쟁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농성할 수 있었다. 식량도 없이 농성한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지랄하네. 지들끼리 끌어안고 난리를 치네. 병신들..’

자유기사들에게 속해있던 용병들의 표정은 곱지 않았다. 이런 북부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그만큼 은화를 얻기가 좋아서였다. 대부분이 영주의 의뢰였기 때문에 보상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험 또한 존재했다. 북부의 텃세 때문에 오크의 가을에 도망치는 걸 보인다면 민병대에게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칼밥이라도 그것으로 번 돈은 북부에서 나오는 돈이다. 그 돈을 받아먹고 〈오크의 가을〉이라는 큰 공세를 돕지 않은 자들에게 메디오인 중에서도 억세기로 유명한 것이 북부 중에서도 북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거의 반강제로 이곳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래해도 죽고, 저래해도 죽는다면 튀는 게 좋았지만, 길목이 적었기에 사람 손에 잡혀서 고문당할 가능성이 더 컸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용병들이 남몰래 중립신에게 기도했다. 인간들이 알고 있는 신 중에서 그래도 가장 선신처럼 보이는 존재가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었다.

“멈춰라!”

또한 의문의 사람들이 도착하기도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누더기 차림을 하고 있었고, 체격이 다부졌다. 손은 두툼하고, 단련된 흔적이 있었는데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기세가 공격적이지 않아서 병사들은 자연스럽게 의심을 하기 바빴다.

“무기를 거두시오. 우린 중립신을 받들고, 사람을 구하는 신관들입니다.”

그들은 병사들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신관들이었다. 창날을 손으로 잡는데도 상처가 나오지 않을 만큼 손바닥이 굳은살이 박여있었으며, 곰 가죽처럼 두꺼웠다.

‘무슨 덩치가···’

이들은 신성력을 보여주었는데,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 거주하는 신관들은 복장만 신관이지, 우락부락했다. 여자 신관 중에서도 병사보다 체격이 낮은 자가 없었다.

“북부의 거친 환경 속에서는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의문을 품었던 병사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력도 있는 사제들이다. 야수에게 물려도 우직하게 머리만 후들겨패도 승리할 수 있을 터였다.

경비를 서는 이들 중에서는 경험이 적은 병사들이 많았는데, 다른 곳에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고, 베테랑 병사는 화장실을 간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어이쿠!”

베테랑 병사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척 보아도 전투사제인데, 그걸 못 본 병사가 이것저것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잡아두고 있었어! 빨리 들여보내야지! 신관님들이시다!”

“예! 들어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사제는 고개를 숙였다.

자유기사.

민병대.

용병과 상인들이 몽펠리에와 파이룬 가문을 믿고 보내주는 식량들.

독특한 북부의 전투사제들.

물러갔던 순찰자들의 합류까지.

〈팬크리스 영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빠르게 모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오크들의 진격이 느리기도 했다.

〈윙스톤 성〉의 후문으로 뻗어 나가는 길은 숲을 지나고, 평지로 된 농가를 거쳐서 멀리 있는 팬크리스 성까지 이어졌다. 그 길은 피난민들로 가득 찼다.

“영주님이시다!”

“작은 거인!”

아직 몸이 다 성장하지 않아서 전신갑주를 입지 않은 팬크리스 영주가 피난민들을 지나고 있었다. 파이룬 가문의 〈기사 마차〉 30대가 뒤로 보였으며, 기사 10명에 노기사 30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병사는 고작 8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기의 질만큼은 번쩍번쩍했는데, 파이룬 가문에게서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뒤로 천으로 덮인 짐마차에는 무기가 가득 실려져 있었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민병대를 무장케 하기 위함이었다.

피난민들이 향하는 방향의 정반대로 향하면서 올해로 17살인 팬클리스 영주는 착 가라앉은 푸른색 눈동자로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

이에 옆에 있던 기사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깡마른 〈노기사 바이안 엔제브렛〉이 영주를 툭툭 건드렸다. 올해로 71세인 그는 말을 타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노쇠한 기사였다.

“왜 부르는가.”

17살의 말투는 절대 아니었다. 변성기조차도 오지 않은 목소리에도 바이안이 고개를 숙였다.

“영주님. 너무 그들의 얼굴을 보지 마십시오. 마음의 짐이 될 것입니다.”

“날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영주로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겠나.”

“······네. 그렇긴 합니다.”

이들은 최대한 빨리 〈윙스톤 성〉으로 향했고, 오크들이 오기 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상인들이 어음을 생각하고 식량을 보내줬기 때문에 윙스톤 성은 인간들로 가득 찼다.

기사 50명.

기사 마차 30대.

전투사제 95명

병사 300명.

민병대 2100명.

용병 700명.

이들이 전투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오크들의 무리가 도착할 수 있었다.

“썩을 놈의 순찰자 녀석들.”

질겅. 질겅.

나뭇가지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씹으며 〈대전사(大戰士) 규르소모스(Guurshormos, 다리 힘줄)〉가 짜증을 냈다.

북부 순찰자 때문에 산악전을 엄청나게 해대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두르레 부락〉이 〈쌍계곡 성〉을 함락시켜야 정상인데.”

옆에서 듣던 오크 전사가 대꾸했다. 규르소모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산악전을 하는 바람에 선두를 선 오크 부락은 휴식이 불가피해졌고, 그 덕에 뒤에서 늦장을 부리며 배나 두들기며 먹기 좋고, 씹기 좋은 나뭇가지를 찾으면서 천천히 가던 규르소모스가 당첨이 되어버렸다.

“저거 봐라. 저거.”

성벽에 올라선 병사들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많았다. 또한 성벽 밖에는 녹슨 장대가 잔뜩 매우 깊이 박혀있었고, 땅바닥에는 썩은 동물의 장기가 가득했다.

중립신의 신성력만 믿고 내장을 미친 듯이 앞에다가 깔아놓은 것이다. 오크 주술사들의 주력은 전염병에 소모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촤아악!

규르소모스의 눈에 병사가 성벽 밖에 똥오줌을 담은 통을 붓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성벽에 똥오줌이 들러붙어 있어서 미끈거릴 것이 뻔히 보였다.

“아주 작정을 했어.”

“순찰자를 쉽게 밀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인간을 너무 얕보는 게 아닌지···”

오크 전사가 규르소모스에게 도네투스를 까내렸다. 이에 규르소모스가 콧김을 뿜었다.

“모르지. 우리가 너무 많이 내려와서 순찰자들이 더 강하게 반발한 것일 수도 있다. 손뼉도 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잖나. 차라리 소규모로 달려들어서 순찰자를 빠르게 밀어내고, 그다음에 폭풍처럼 성을 함락시켜야 했다.”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하나가 되어서 백설산맥을 내려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번 일은 오크들에게도 이례적이었다.

“원래는 저 계곡을 타고 올라갔었는데, 이번에는 달라야 해서 생각해둔 게 있는가?”

오크 전사의 말에 대전사 규르소모스는 코를 후비면서 코딱지를 꺼내서 검지와 엄지로 동글동글하게 말면서 튕기면서 말했다.

“있지. 인간 녀석들은 오크를 한 놈도 못 죽일 거다. 놈들은 정말~! 정말 약한 새끼들이거든.”

규르소모스가 웃었다. 아무리 범처럼 굴어도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발톱을 세운 여우에 불과했다.

황소 발굽의 타투가 얼굴 전체에 있었는데 웃어 보이자 기괴하게 뒤틀렸다. 큰 눈망울도 눈웃음치면서 좁아 들어서 순해 보이는 인상이 한 번에 흉악하게 변했다.

“은폐할 걸 앞에 치고, 휴식에 들어가라.”

그렇게 명령을 하자 오크들이 가져온 나무를 짊어지고 앞에 다시 심기 시작했다. 뿌리부터 잔가지까지 모조리 통째로 가져온 나무였고, 수풀들이었다.

노동력의 스케일 자체가 인간과 달랐기에 가능했다.

“대전사! 주술사가 부른다!”

“안 간다고 전해라!”

규르소모스가 손사래를 쳤다. 척 보아도 좋은 소리를 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팡이를 휘두르며 찾아온 주술사한테 이리저리 맞아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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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새벽차타고 아산 병원으로 갑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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