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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목욕탕〉의 건설지역은 시작부터 난행을 겪었다.
〈불파겐 마탑〉과 〈호수 마을〉의 거리 때문이었는데, 불파겐 마탑의 경우에는 아직도 건설 중이었으며 〈불파겐 영지의 중앙, 북쪽〉에 위치했고 호수 마을은 동북부 끝자락에 있었다.
이 큰 거리는 결국 논쟁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중심을 잡을 드낙조차도 다양한 여건을 말하며 조율질을 하는 게제라스 총관과 〈파충류의 초원 북부〉를 자신의 장원으로 삼게 된 이실레아 장군의 언쟁은 감히 말을 섞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두 가지 문제가 섞여 있다면 이중택일하면 그만이지만, 복합적인 문제는 무엇을 하든지 단점이 주목받기 마련이었다.
“외척들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파겐 마탑에 대중 목욕탕을 건설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를. 짓는다고 해도 당장 시민들이 이용을 할 수가 없는데, 무슨 소용입니까?”
가장 먼저 중앙에 최대한 많은 힘을 최단시간에 쏟아붓고 싶은 게제라스와 그것을 막고, 자신의 장원 인근에 목욕탕이 들어서는 걸 원하는 이실레아가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드낙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기 때문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말이 딱 그랬다.
‘왜 가만히 계시지?’
게제라스 총관이 답답해했다. 드낙은 계속해서 새로운 곳에 새로운 것을 지어야만 했다. 그래야 두루두루 영토가 발전할 수 있었다.
호수 마을은 〈호수〉가 있었고, 〈늑대가 지키는 대산〉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호수 마을에는 아직 석재를 쓰지 않았고, 석재가 이제 속속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대중 목욕탕은 석재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중부에 짓는 게 좋습니다.”
게제라스는 석재 소모에서 경중을 따지기도 했다. 이미 성장이 크게 된 호수 마을 인근에 더 큰 개발은 시기상조라고 여겼다.
“어림없는 소리요. 사람도 적은 곳에서 무슨···총관이 이렇게 시야가 낮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실레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게제라스를 깎아내렸다. 자신이 할 것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남을 깎아내리는 어법은 항상 승률이 높았다.
존경받기는 어렵지만, 경쟁자를 물어뜯어서 떨어뜨리기는 쉬웠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대 정치에서도 잘 보이는 현상이었다.
‘전보다 듣기는 쉽네.’
드낙은 또한 이러한 대화 속에서 자신의 폭을 조금씩이나마 넓히고 있었다. 항상 전혀 다른 상황에 대한 말해지기 때문에 그 싹은 밖에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차근차근 〈정치 애송이〉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파이룬 가문의 도로 또한 결국 불파겐 마탑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러니, 대중 목욕탕 또한 마탑 인근에 세워야 합니다.”
이실레아의 고운 눈썹이 꿈틀했다. 약간 아치형으로 된 그녀의 눈썹은 실로 아름다웠다. 물론 눈에서 독기가 뚝뚝 흘렸기에 보통 남자는 그런 아름다움조차 느낄 수 없었다.
‘외척에게서 박쥐처럼 굴면서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 것이 총관이다. 저 말은 사실이겠어.’
이제 와서 그런 폭탄을 던지는 이유는 이실레아가 생각하는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조급함을 내어주면서 압박하는 것은 훌륭했다.
그녀가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었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고, 총관에게 이번 일에서는 그의 말을 들을 테니, 자신에게 오는 피해를 최선책으로 밀어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척하면 척이었다. 게제라스 또한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야기가 다 끝났나? 이실레아 경은 그래도 평야를 얻지 않았나. 중앙에 영주성도 지어야 하고, 할 것이 많아.”
“예. 죄송합니다. 가문의 식솔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목례를 깍듯하게 하며 그녀가 사죄를 구했다. 드낙은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불파겐 마탑의 인근에 〈대중 목욕탕〉이 건설되었다. 또한 드낙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대산의 지하수를 끌어서 온천을 만들 생각도 가졌다.
호수 마을이 좀 버려진다는 느낌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덕에 온천을 생각할 수 있었다.
‘〈대산 온천〉이 좋겠다.’
드낙은 그럴 능력이 되었다. 〈질라크 몽펠리에(Zilak Montpellier)〉를 볼모로 잡고, 그 외의 연놈들은 모조리 자신의 힘으로 처형했다.
마법사를 찌꺼기로 만들어서 하나도 남김없이 그 지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사의 경우는 검은 문으로 받아들였는데, 하나같이 중립신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족은 가문원이었고, 지켜야 할 것은 가문 그다음에 나라였고, 인류였다.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있나?”
“길게이 플래티넘 왕자의 제안서가 도착했습니다. 문인 하나와 기사 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게제라스 총관이 소리를 쳤다. 문이 열리고, 문인과 기사가 들어왔다. 기사들은 벽에 붙었고, 문인만이 총관에게 양피지를 건네주고, 원탁에서 가장 말석에 앉았다.
“〈남부 용광로〉 건설에 대한 것입니다. 공동으로 추진하고 싶어 합니다.”
게제라스가 양피지를 훑고 난 다음에 드낙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읽어보았다.
장황하게 서문이 있었고, 그 뒤에는 번호를 매겨서 짧게 적었으며, 그 뒤에는 그 번호에 맞게 설명이 늘어져 있었다.
‘그냥 제철소네.’
정확하게는 무구제작소라고 할 수 있었다. 오직 군사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곳이었다. 그 용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었다.
길게이 플래티넘이 써놓은 것 중에서 드낙이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단 세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철의 공급이요.
둘은 거대 물레방앗간과 물길을 제공하는 일이요.
셋은 부지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길게이가 드낙에게 제공하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15명에 달하는 대장장이들.
현실에서 대장장이는 샤먼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 강력한 권력자였다. 고대에서는 철이 들어있는 운석을 통해서 제련을 했기 때문에 샤먼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상자는 언제나 대장장이가 있는 대장간에 실려 갔다. 농기구를 붙이는 것처럼 사람 또한 붙이고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독교가 성행하던 중세에서도 여전했다. 물론 서서히 사라져 갔지만, 말굽같이 생긴 것을 행운이라 여기며 교회 몰래 가지고 다니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물론 이 세계에서는 그 위치가 정반대였다. 마법과 주술이 살아 숨 쉬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 덕에 길게이 왕자가 대장장이를 거침없이 제어할 수 있었고, 지배하는 게 가능했다.
‘15명.’
현재 불파겐 영지가 데리고 있는 뛰어난 대장장이는 1명뿐이었다. 그 외에는 농기구나 만들 줄 알지 영 엉망이었다.
가려운 곳을 박박 긁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술을 배우는 자들을 7년마다 30명씩 받는다고 적혀져 있었다.
검신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7년의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파격적인 인원이었다.
‘그립과 폼멜 그리고 칼집까지 모두 만들 수 있나본데.’
검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한 4명의 전문 대장장이가 필요했다. 갑옷은 더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구입할 무기와 갑옷에 대해서는 값을 치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드낙 불파겐의 것이며, 자신은 대장장이를 제공하여 그 구매에서 자격만 가지겠다는 소리였다.
“너무 후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게제라스 총관.”
게제라스가 웃음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당연한 일입니다. 영주님. 양피지에 그 어떤 독소 조항도 없습니다.”
길게이 플래티넘의 세력은 상당했다. 그렇기에 드낙은 이 갑질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안 받아주면 훅 갈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저자세인 것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수락하겠다.”
드낙이 양피지에 자신의 인장을 찍고, 불파겐의 인장도 찍었다. 인장이 식으면서 굳자 양피지를 말아서 다시 한 번 인장으로 찍어 봉하여서 돌려주었다.
길게이 왕자의 문인은 서둘러 인사를 하고 회의장을 나섰다.
“이로써 저희는 공식적으로 길게이 왕자와 한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남부에 용광로가 들어서는 것이야말로 저희와 길게이 왕자의 협약이 안전해진 것입니다.”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결혼동맹에 용광로까지 건설하게 되었으니, 서로의 관계가 단단해졌다.
“관리에 있어서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나?”
이에 게제라스가 웃었다.
“호수 마을에 있는 사람 중에 견습으로 보내는 이들이 있는 데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어차피 그들은 다시 우리의 품으로 올 것인데, 뭔가 수량이 안 맞고 그러면 자연히 귀에 들어올 것입니다.”
용광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드낙은 무기와 갑옷에 대해서도 말했다.
“트렌지셔널 아머도 만들 수 있겠지?”
“당연합니다.”
특히, 갑옷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무기의 경우에는 양각 마법진이든, 음각 마법진이든 새기는 것이 불가능했고, 새긴다면 그립과 보석 그리고 손잡이에나 양각 마법진을 그리는 게 가능했다.
한 마디로 마법진이 노출되어있어서 쓸모가 없었다. 내부에 그린다면 내구력이 박살이 날 수밖에 없었다. 속에 구멍이 난 검이라? 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마탑이 멀리 있어서 마법갑주는 만들기 힘들겠지?”
“운송만 하면 될 일입니다. 오히려 더욱 운송을 자주 해서 남쪽의 자원을 끌어오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게제라스가 일어나서 지도를 짚었다.
“남부 왕국에서 상단이 길게이 왕자의 장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물건을 놓고 다시 검과 방어구를 옮기는 의뢰를 받아서 불파겐 마탑으로 옵니다. 마탑에서 의뢰를 완수하고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
“길게이 왕자에게서 잔금을 받아서 은화를 싣고 돌아가는 것이지요.”
하나의 루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상단에 불파겐 영지와 의뢰까지. 속이 꽉 찬 상행이었으니, 누구나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하지 못할 것이고 잔류하는 만큼 씀씀이도 일어날 터였다.
‘와. 쩐다.’
드낙이 그제야 눈이 개안한 것처럼 감탄했다.
게제라스는 그것까지 보고 남부에 용광로 건설을 허락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육중론을 실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경제를 잡고, 원료의 유통 또한 잡으며, 은화를 통해서 남부의 온갖 자원을 받아먹는다.’
그의 눈에는 확실함이 단단히 들어차 있었다. 이미 그의 내정관으로서의 면모는 많은 사람의 입에서 오고 내리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전문업계 종사자들이었다.
드낙은 잘 만나지 못하고 게제라스만 만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불파겐 영지의 재상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렇게 불리지는 않았다. 드낙의 명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감히 게제라스의 호칭을 다르게 부르는 이가 적었다. 게제라스와 크게 친한 이들도 적었다.
대부분 사무적으로 대했기 때문이었다.
*
“킬킬킬! 빨리 패 돌려!”
〈윙스톤 성(兩翼石城)〉의 성문에서는 도박판이 펼쳐져 있었다. 의자 옆에는 사람 다리만 한 맥주통이 있었고, 그 안에 있는 맥주는 이미 반이 텅 비어있었다.
“아~ 이번 패는 진짜 아닌데.”
“그럼 죽던가. 뭘 만지작거리고 있어?”
“너도 똥이냐?”
“모르지.”
병사들은 웃고 떠들기 바빴다. 경계를 서는 이가 없었다. 술에 적당히 취한 베테랑 병사 맥스는 시야가 넓은 게 특징이었는데 잡초가 제법 밟힌 희미한 길에서 사람 하나가 뛰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흐아암. 저기 순찰자가 뛰어오네.”
“보나 마나 또 훈련이겠지.”
하품하면서 눈물을 찔끔 내며 맥스는 다시 패에 시선을 두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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