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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59화 (45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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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마법은 생각보다 효율이 굉장히 높은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선택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38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바람 마법을 사용하면서 정보를 분석했다. 이미 마련된 〈소형 히터〉의 골자에 맞추어서 사용해보았다.

〈갈대숲의 바람〉.

이게 가장 고급스러웠다. 소리도 적었고, 벽에 부딪혔을 때, 자연스럽게 꺾어 들어가는 게 일품이었다. 실내에서 쓰기에는 최적의 바람 마법이었다.

용도조차도 〈갈대숲〉에서 자연스럽게 갈대를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 휴양에 어울리는 마법이었기에 드낙의 마음에 쏙 들기도 했다.

스스슥!

거침없이 철판에 마법진을 그릴 준비를 했다. 마법진을 철판에 새기는 데 있어서 드낙은 두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양각(陽刻)과 음각(陰刻)이다.

하나는 선이 철판에서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철을 파서 움푹하게 새기는 일이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지.’

모든 마법사들이 지금까지도 마법 물품을 만들 때, 고민하는 것이었다.

〈음각 마법진(陰刻 魔法陣)〉은 고대에서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는 마법진의 형식이었다. 쌓는 것보다는 파헤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마력을 액체화한 연금술사들의 액을 통해서 마법진 자체에 최소한의 마력 용량을 만들 수 있어서 마법진의 마력 보유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동시에 연금술사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마법진의 다양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었다. 일종의 합작품이기도 했다.

단점이라면, 철판을 깎아냈기에 거기에서 오는 내구력의 감소가 크고, 균열이 쉽게 난다는 점이었다. 또한 연금술사와 마법사라는 자존심 강한 두 명이 정면충돌 할 수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목적과 목표가 달라지면 마법진의 수준이 급감한다는 점이었다.

〈양각 마법진(陽刻 魔法陣)〉의 장점은 마법물품 자체의 기본 성능이 항상 고르다는 점이었다. 마치 뛰어난 양질을 생산하는 공장의 양산품처럼 항상 사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양각 마법진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 대장장이가 관여하기 때문이었다. 철판의 양각은 그만큼 힘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또한 마법사의 사회적 지위가 대장장이보다 우월했기에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장장이들이 그냥 그렇게 해줄 리가 없다. 말 그대로 틀을 만들어서 찍어내는 게 보통이다. 그렇기에 불량품을 골라내고 주면 그만이었다. 음각 마법진의 경우에는 〈마력 액체화〉를 반드시 사용하므로 그런 방법이 불가능했다.

대체로 생산량에 따라서 양각과 음각 마법진을 가려서 쓴다.

드낙은 당연히 음각 마법진을 썼다. 〈흰여우 새린〉의 찌꺼기 덕분에 공부만 하면 〈마력 액체화〉를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루는 것은 오직 연금술사뿐이었다.

치이이익!

가장 먼저 철판을 녹이고, 액체화가 이루어진 마력이 새지 않도록 코팅을 하는 일이 이루어졌다. 그 깊이가 일정해야 하므로 드낙은 심혈을 기울이면서 최대한 땀을 자주 닦아야 했다.

“으그그그.”

드낙이 기지개를 켰다.

철야를 해서 그런지 어깨가 뻐근했다. 물론 이마저도 신성력 한 번이면 끝이었다. 그래도 정신적 피로함은 그대로였지만, 몸이 편해지기에 그렇게 피곤함을 못 느꼈다.

인간은 정신보다는 육체에 더 많은 영향력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신력이 나약해서도 안 되지만, 드낙은 수많은 찌꺼기를 먹었기에 실재 정신력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오히려 피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피곤함을 느낄 정도였다.

“어디···”

드낙은 완성된 〈히터〉를 켜보았다. 온/오프 스위치를 통해서 켜고 끌 수 있는 이 히터는 마력 충전을 수혈받듯이 받아야만 했다. 크기는 소형이었지만, 제법 큰 거실을 커버할 정도로 더운 공기를 토해낼 줄 알았다.

후우우!

기계 소음은 하나도 없고, 오직 자연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의 세기는 조정이 불가능했다.

더 많은 마법사를 죽이기보다는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는 자를 죽여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마력의 세기를 조율하는 마법을 개발해야 했다. 그런게 있을 리가 없었다. 드낙처럼 편의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일시적인 마법이었고, 대단치도 않았다.

‘요원한 일이지.’

대마법사! 오직 제국에만 있는 존재였고, 그게 아니라면 엘프들을 죽여야 했다. 엘프를 죽이면 그 순간 드낙은 이곳에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가히 영생을 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엘프들이었다. 지금 개체수가 얼마나 될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건 중립신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엘프들의 도시를 휘감고 있는 〈폭풍의 요람(Cradle of the typhoon)〉은 신조차도 그 도시를 주시하는 것을 막고 있는 거대한 마력 폭풍이었다.

‘지금 생각해봤자 소용이 없다.’

드낙은 소형 히터를 쓰다듬었다.

그 날 정오에 견습 마법사와 자유 마법사 그리고 〈일법사(一法師) 페리에 러셀(Perrie Russell)〉이 들어왔다.

그녀는 〈불파겐 마탑〉의 정식 마법사로 인증이 된 마법사였다.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은 일종의 비정규직 내지는 인턴이었다. 그럼에도 일정량의 연구비와 생활비가 따로 지급됐으며 생산하는 물건에 따라서 게제라스 총관에게 값이 매겨졌다.

거의 시장 경제 수준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쿵.

드낙이 철로 된 사각형을 가져와서는 원탁에 놓았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아아, 이것은 히터라는 것이다. 추울 때,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그 말에 많은 마법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는커녕,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뭔 저렇게 허접한 걸···’

‘저런 걸 만들었다고 우릴 다 소집한거야? ···그래도 영주니까, 크게 띄워주기는 해야겠지?’

‘그래도 진짜로 만들었다가 망하면 우리 책임도 있을텐데···’

‘같은 병신이 되기보다는 소신이 있게 반대를 해야 할 텐데···’

‘페리에 러셀님께서 한소리 하시겠지?’

마법을 통해서 모닥불 혹은 등불을 그냥 거실에 하나 띄워놓고 공기를 데우면 그만인데 굳이 〈마법 물품〉으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

철이 귀하기 때문이었고, 엄중하게 관리되는데 민간에 내놓을 수도 없었다. 가격 또한 만만찮게 높아야 했으며, 물건이었기에 도난의 위험 또한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륵과도 같았다.

“이제 이걸 관을 통해서 반영구적으로 마력을 보급할 생각이다. 어떤가?”

마법사들이 서로 눈알을 굴렸다. 그 모습에 드낙이 실망한 눈치를 하자 페리에 러셀이 거들었다.

“영주님. 관까지 만드신다면 그냥 대중 목욕탕을 만드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국의 대도시에서는 물을 데우는 것을 그렇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드낙이 그 말에 눈을 빛냈다.

‘그럴듯하다.’

히터보다 사실 더 좋아 보였는데, 민심을 얻을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지!’

드낙은 자신이 간과한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체온이 일반인보다 높아졌기에 추위를 못 느끼고, 시리도록 차가운 물도 견딜만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겨울에 따뜻한 물!’

보일러도 못 돌려서 꽁꽁 언 물을 깨어서 세수하던 시절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왜 그걸 몰랐을까. 따뜻한 공기보다 따뜻한 물만큼 좋은게 어딨어.’

온천. 목욕탕. 그것만큼 피로도가 풀리는 것이 없었다. 사실 만족도를 비롯해서 임팩트까지 생각한다면 소형 히터의 보급보다는 항상 따뜻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이야말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낙이 제법 생각에 빠지자 페리에 러셀은 차근차근 말을 해나갔다.

‘히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마법적 지식을 상당한 마법사 수준으로 알고 있는 드낙은 훌륭히 마법 물품을 만들었지만, 그 목적과 활용에서 맞지 않았다.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일법사라는 칭호를 이곳에서 받은 그녀의 업무이기도 했다.

“영주님. 생각을 해보십시오. 안 그래도 철이 돈이 되는데, 그런 건 보급해봤자 간부들에게나 할 수 있고, 병사들이 지키는 병영에 주는 게 고작일 겁니다.”

“흠···”

‘도난당할 위험까지 있고, 제한적으로밖에 설치를 못 해.’

드낙이 그 말에 정신을 차리며 냉큼 소형 히터를 쓰다듬었다.

‘내 첫 작품인데.’

미련이 절로 생겼다. 온풍도 잘 나오고, 관을 통해서 자신의 마력을 꽉꽉 채운 큰 마력 탱크를 통해서 각 가구에 보급한다면 명성이 절로 오르고, 선성(善星)이 절로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고 여겼다.

‘목욕···탕이라니. 내가 한 방 먹었다.’

히터만 우직하게 생각한 드낙은 제국 녀석들이 벌써 대중 목욕탕이라는 걸 개발했다는 것에 충격 또한 받았다.

미개한 중세 놈들이 목욕탕이라니?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알았다. 역시 일법사야. 제국의 대중 목욕탕이 불파겐 영지에 있다면 영지민들이 크게 좋아하겠지.”

드낙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페리에 러셀의 생각이 대단히 좋았기 때문이고, 비교하면 명백하게 히터보다는 좋았기 때문이다.

‘히터는 내 방에 하나만 놔둬야겠군.’

드낙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름이 오기를 기대했다.

에어컨!

공기를 냉각시켜서 내보내는 장치였다. 어떻게 냉각하느냐는 전혀 몰랐지만, 그래도 에어컨이라는 존재를 안다는 것만 해도 큰 자산이었다.

‘오늘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다. 눈이 번쩍이도록 만들어주지.’

드낙이 속으로 히죽거렸다. 회의를 끝내고 나온 드낙은 홀로 남게 되자 아쉬움이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

슥슥.

소형 히터를 만지작거렸다.

‘철이 너무 들어가서 그런가?’

괜히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들고 다녀도 될 정도였다. 크기는 사람 머리 정도에 불과했고, 속은 텅텅 비어있었다. 몇몇 바람을 유도하는 철판이 있을 뿐이라 보기보다는 가벼웠다.

‘철을 줄여볼까?’

드낙은 갈등을 겪다가 이내 고갯짓을 했다.

‘말 듣자. 드낙아.’

생각해보면 히터보다는 대중 목욕탕의 보급이 더 먼저였다. 그 뜨뜻한 물에 몸을 녹이는 기분은 겪기 어려운 일이었다. 장작도 장작이지만, 돈씀씀이가 제법 있는 사람들만 하는 일이었다.

뜨거운 물을 얻어도 대야에 담겨 오는 게 고작이다.

무엇이 더 인기가 좋을지는 눈감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비누는 내가 만들 줄 모르니까, 어쩔 수 없고.’

드낙은 입맛을 다셨다. 비누는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었지만, 그런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까막눈이었다.

‘간단한 문서 처리를 위한 문인 교육은 게제라스가 가져갔고···’

문인의 교육은 게제라스가 이미 하는 일이었다. 단순 사무직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드낙은 초등학교에 대해서 생각했다.

‘초등학교 설립은 반대가 너무 심하고.’

이곳의 사람들은 천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자신들 스스로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이며 선택지였다.

그것을 〈애송이 시절〉이라고 부른다.

이 애송이가 열심히 자신만의 선택을 하고, 이 일 저 일 건드려보면서 하나의 일에 종사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설립〉은 그 전통을 단번에 박살을 내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교사〉라는 사람 1명이 다른 애들에게 개입해서 허튼 물을 들이켜게 할 수 있었으며 그 교사라는 자는 친인척도 아니었고, 지인도 아니다.

애들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전통에도 반(反)하는 일이었다.

거대한 전통의 반대에 부딪힌 드낙은 바로 깨갱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기에는 드낙이 지닌 〈교육관〉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서커스가 그나마 할 만한데. 문제는 그런 것을 양성하는 일이야.’

입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집어넣어라? 단박에 네가 한 번 해보라면서 멱살이 잡힐 것이다. 온갖 묘기들도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다.

‘내가 할 게 많아.’

차라리 이야기꾼을 양성하고, 글 쓰는 자들을 모아서 다양하고 책을 출판하고 글을 가르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실용적이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럴듯했다. 문인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었지만, 커리큘럼에 대해서 제한을 둔다면 능히 먹힐 것이다.

〈이야기꾼 양성〉 과 〈출판업 부흥〉 그리고 〈공립 글자관〉!

‘오.’

그렇게 하나로 만들어보니 실로 그럴듯했다. 드낙은 히터를 놔두고 서둘러 자신이 방금 생각한 것을 냉큼 메모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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