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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57화 (45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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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은 타고난 사냥꾼이다. 그들은 300m를 무호흡으로 주파할 정도로 인간과는 격이 다른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호흡하지 않는 시간이 매우 길다는 특징 때문에 사격 명중률, 기습과 은신 같은 모든 전투적인 행동에서 인간보다 한 수 높은 능력치를 주고 있었다.

또한 인간보다 큰 콧구멍과 구강구조를 지니고 있었기에 한 번에 호흡을 크게 당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수중 잠수 또한 뛰어났다.

〈두발로 달리는 짐승〉.

그게 바로 오크였다.

그들과 상대하는 북부 순찰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장점이 있는 오크와 직접적으로 격돌하지 않는다.

찐득하게 기다리고, 소심하게 최소한의 노출을 통해서 사위를 살핀다. 명확한 계획과 진창과도 같은 도주로를 설정하는 것이 그들의 싸움이다.

〈순찰조장 벤〉은 다른 북부 순찰자와는 스타일이 정반대였다. 그래서 그들의 그룹은 변동 인원이 많았다.

죽기도 죽었지만, 노하우는 신선하다 못해 대척점에 존재하는 방향성 때문에 벤과 함께한 순찰자들은 다른 그룹에서 그 지식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능동적이기에 위험하지만, 전혀 다른 형태로 오크와 싸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도망치면서 싸우는 전장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전투 스타일이었다.

슥슥!

거침없이 벤이 손을 놀렸다. 억새풀을 엮어서 간이 발사장치를 만들었다. 투사체로는 갈아놓은 뽀족한 돌이었다.

‘함정 설치는 기본이지.’

잡초를 엮어서 〈잡초 발거리〉 함정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혹여나 다른 순찰자를 대비해서 독특한 자연향기로 〈알림향〉을 제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함정을 설치했다.

‘크크크.’

이때가 벤은 가장 즐거웠다. 누구보다도 깊숙한 곳에서 함정을 설치하면 오크 전사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놈이 걸릴까.’

순찰자 뇨석들이 여기까지? 라고 생각하며 경악하기 때문이다. 이 재미 때문에 벤은 〈순찰조장〉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얻었다. 위험천만하지만 돌아오는 성취감도 컸다.

“후우. 후.”

그다음에 할 일은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필요한 것은 마르고 작은 땔감, 살아있는 풀이나 줄기를 모으는 일이었다.

“후우우! 후욱! 후우우우!”

마른 땔감으로 불을 내자마자 나뭇가지로 옮겨서 생나무에 구멍을 낸다. 그다음에 남은 땔감을 생나무에 난 구멍에 집어넣는다.

사각형으로 꼰 수분을 머금은 풀과 줄기를 집어넣으면 끝이다.

연기가 매캐하게 일어났다. 바짝 마른 것보다는 몇 배에 달하는 연기가 피어올라 왔다.

퉤!

손가락 검지에 침을 뱉어서 들어 올렸다. 방향을 감지하면서 연기를 풀풀 내는 나무를 곳곳에 만들어냈다. 주변이 이내 자욱해졌다.

주변 환경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이유는 당연히 순찰자에게 좋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크가 대개 순찰자를 먼저 찾아내기 때문에 자욱하게 만들어서 오크가 투척물을 던질 때 명중률을 낮추는 효과도 주었다.

또한 숨을 곳이 많이 생긴다는 이득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달리면서도 은엄폐가 그냥 습관처럼 되어버리는 오크 전사와 비등해지는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린 벤이 빠르게 움직였다.

휘리릭, 퍽!

양옆으로, 앞뒤로 괴상하게 걷는 벤의 앞으로 도끼가 지나갔다. 예측샷이 어긋난 것이다. 요행은 아니었고, 벤의 경험으로 쌓인 걸음걸이 기술이 만들어낸 날카로운 회피였다.

‘왔다!’

움직인 대가는 투척 도끼였다. 오크 전사가 먼저 벤을 발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불합리적인 신체능력이 만들어낸 간파는 보통 6:4~8:2까지 벌어질 정도로 확률에서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순찰자는 자연스럽게 수동적인 전투 스타일로 나아가야 했다.

슬라이딩하며 연기 속에 숨은 벤이 빠르게 기어가서 안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구르면서 상체를 낮추고 움직였다.

“알하다! 아크!”

오크 전사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방화한 것처럼 오인하기 쉬운 연기를 풀풀 풍겨서 사방으로 퍼뜨렸기 때문이다.

오크 나무 때문에 산불을 극도로 싫어하는 오크에게 어그로를 확실하게 끌었다.

벤의 이러한 행동은 주변에서 활동하는 순찰자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다. 벤은 정작 몰랐지만.

“와라, 와라, 오트곤~! 오트곤 새끼들아!”

오트곤은 오크어로 똥 혹은 대변이나 오물을 뜻하는 단어였다. 오크 전사들이 그 소리에 뭐라고 지껄였지만 벤은 그들의 말을 대부분 해석하지 못했다.

호다닥!

순식간에 도망쳤다.

“케엑!”

오크 전사가 〈잡초 발거리〉에 걸려서 그대로 엎어졌다. 허리 아래로 연기가 자욱해서 함정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오오!!!!”

물론 한 번 걸린 뒤에는 오크의 근력으로 발이 걸려도 우직하게 뜯어버리면서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피잉!

간석기 같은 날카롭게 간 돌이 쏘아졌다. 길이는 5cm였지만 폭이 작아서 투사되었음에도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오크 전용의 〈오크 뽀족돌〉은 북부 순찰자들이 애용하는 투사체였고, 정확하게 오크 전사의 아랫배를 노렸다. 뼈가 있는 부분은 상처를 주기 힘들었고, 깊게 박히지도 않았다. 중요 장기를 노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 함정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푹!

“씨.”

오크 전사가 달리다가 팔 하나를 나무 등치에 걸었다. 몸이 출렁거렸는데, 그 모습을 다른 자들이 본다면 침을 삼킬 정도로 힘이 느껴졌다.

씨름 선수들의 격돌과도 같은 힘이 서려 있는 모습이었다.

‘젠장할.’

아랫배에 쏙 들어간 얇고 작은 돌의 이물감에 오크 전사가 짜증을 냈다. 손으로 배를 누르자 피가 흘러나왔다. 거침없이 상처를 손으로 벌려서 안으로 집어내어 세심하게 더듬어서 돌을 잡아서 빼내었다.

여기까지 수십 초나 걸렸고, 그 덕에 순찰자를 놓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오크 전사는 작은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혁대에 걸어놓은 약초 주머니에서 다진 약초를 안에 집어넣고, 주변에 바른 뒤에 거미줄을 살살살 펴고 겹쳐서 만든 천에도 약초를 바르고 상처 부위에 덮었다.

“퉤.”

침을 주변에 발라서 촉촉하게 하여서 흡착력을 만들고 배가 보이게 걷었던 털가죽을 내린 뒤에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확인했다.

다른 오크 전사가 다가왔다.

“당했나?”

“당하긴 뭘 당해. 〈좁쌀돌〉이 배에 들어갔어.”

“약초는?”

“필요한 처치는 했다.”

터프한 오크답게 그대로 일어나서 내달릴 정도였다. 피부가 썩어들어가도 자체적인 면역체계로 알아서 자연치유가 이루어지는 오크였다. 장기에 출혈이 일어나도 그냥 놔둬도 응고가 일어나는데 약초까지 넣었으니, 별 탈 없을 것이다.

“넌 다치지도 않았는데, 놓쳤어?”

“〈뎅나뭇가지〉 때문에.”

오크 전사가 그 옆에 앉았다. 그의 훤하게 드러난 팔뚝에는 작은 소동물에게 긁힌 흔적이 많았다. 〈뎅나뭇가지〉의 흔적이었다. 당연히 벤이 설치한 함정이었다.

“후욱. 후욱!”

몸이 끓어오르듯이 열기가 뿜어져 나오자 오크 전사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덩치가 크고 중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과 비교했을 때는 훨씬 큰 것이 오크였다. 기본이 2m를 넘어섰고, 머리를 제외하고 다른 신체가 떡 벌어지고 두툼했다.

당연히 신체 온도 변화에 제대로 대처가 인간보다 힘들었다.

〈뎅나뭇가지〉는 그것을 노린 함정이었다. 나뭇가지를 톱니처럼 만들고, 그곳에 열이 오르는 단순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독을 바르는 게 전부였다.

열이 바짝 오른 오크 전사는 전투불능은 아니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고 달릴 수가 없었다. 땀으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독특한 걸음걸이를 하던데. 도끼를 던졌는데 못 맞췄어.”

오크 전사들은 태평하게 잡담을 떠들었다. 그들에게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며, 성벽이 없으면 제대로 맞붙는 것도 피하는 겁쟁이 중의 겁쟁이들이었다.

“그래도 눈은 안 꿰였네.”

기습이나 비겁한 짓거리로 오크들의 눈을 노리는 게 가장 큰 피해였다. 이 때문에 오크 중에 제법 경험 있는 오크 전사는 왼팔을 항상 적당히 올리고 다니는 게 습관처럼 굳어진 자들이 많았다.

노릴 곳이 눈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크의 기민한 움직임을 봤을 때, 상체에 있는 아랫배를 노리는 건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뒷목? 사람 허벅지만 한 목을 지닌 게 오크였다. 가장 바보 같은 짓이었다.

벤은 이처럼 산불을 내기 힘든 백설산맥 곳곳에서 연기를 내면서 주변 환경을 순찰자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뭐야? 왜 이렇게 순찰자도 많지?’

산을 누비며 절벽을 팔의 힘으로만 올라가서 넘은 벤의 눈에 오크 전사 셋에게 쫓기는 순찰자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그룹은 아니고, 방향이 자신에게 오고 있는 것을 보니 다른 그룹이 확실해 보였다.

‘저러다가 곧 잡히겠는데.’

오크의 신체능력과 인간의 신체능력을 감히 어디서 비교질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런데도 순찰자는 잘 도망치고 있었다.

벤이 하도 연기를 많이 뿌린 덕분에 오크 전사들이 잠깐잠깐 쫓기는 순찰자를 시야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후다다닥!

물론 시야에서 놓쳐도 선두 오크는 결코 멈춤이 없었다. 뒤에서 달리는 오크들은 속도를 줄이거나 주변을 바로 수색했기에 선두 오크는 마음껏 달렸다. 하지만 약간의 방향이 서로 달라져서 그 이득으로 쫓기는 순찰자는 살 수 있었다.

벤이 주위를 살피면서 활을 쏠 곳을 찾았다. 순찰자들의 활은 롱보우였기에 숲에서도 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었고,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북부 순찰자들의 주적이 오크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화살은 뼈를 부러뜨리지도 못하고, 깊게 박혀봤자 별 소용이 없었다. 하도 가리지 않고 먹는 탓에 독관련 타투가 엉덩이에 없는 오크가 없어서 독화살을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순찰자의 독 때문에 되려 그러한 풍습이 오크 부락에 생긴 이유이기도 했다.

탁탁!

눈대중으로 장소를 찾은 벤이 오른발을 디딘 곳보다 살짝 경사진 곳에 왼발을 올리면서 허리를 살짝 굽히면서 호흡을 멈추었다. 동시에 허리 골반을 비롯한 뒤에 놓인 오른발쪽의 허벅다리가 살짝 회전했다.

“흡!”

평범하게는 시위를 많이 당길 수 없기에 전신을 사용한 힘의 추진력이 많이 들어가야만 했다.

끼기긱.

평범한 성인남자는 결코 당길 수 없는 순찰자의 롱보우가 단번에 당겨졌다. 또한 당기고 나서 반호흡의 짧은 시간에 단번에 놓았다. 1초만 잡고 있어도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때문이었다.

소총처럼 숨만 참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투우우웅!

화살을 쏘자마자 활시위에서 소리가 제법 나면서 1~2초정도 진동하며 울려대었다.

활은 정확하게 오크의 허벅다리에 명중했다.

“그흐!”

오크 전사는 고통 어린 소리가 아니라 흥분한 소리를 냈다. 누가 본다면 변태 내지는 사디스트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오크들의 신체는 흥분 상태에 고통도 미약했다.

타고난 전사 종족 그 자체!

인간이 전신갑주에 숨은 탱크라면 오크는 태어나자마자 경전차인 존재였다.

허벅다리에 화살을 맞았음에도 내달린 선두 오크가 쫓기던 순찰자의 슬링에 화살을 맞춘 오른쪽 허벅다리와 같은 오른팔에 돌을 맞았고, 그대로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엎어졌다.

“그아아!”

오크 전사가 화를 냈다. 하지만 한 번 넘어지면서 속력을 잃은 다리는 전만큼 못 달릴 것이 분명했기에 선두로 달리던 오크 전사는 일어난 채로 나무에 기대어 엄폐를 하고, 화살이 박힌 오른 허벅지에 손을 가져다 대고 그대로 한 방에 뽑아버렸다.

‘음.’

화살촉이 살짝 부러져있었다. 손으로 피를 걷어내자 촉 자체가 부러지기 쉽게 되어있었다. 잡광석따위를 아무렇게나 뒤섞은 것이다. 균열이 나기 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 또한 북부 순찰자 특유의 오크 전술이었다.

쭈욱.

허벅지에 손으로 힘을 주자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가루 혹은 철조각이나 구리 따위의 조각난 것들이 흘러나왔다.

“꿀꺽. 꿀꺽.”

오크 전사는 갈증을 느꼈는지 물을 딱 두 모금 마셨다. 언제 전투가 계속될지 모르는데, 몸이 더 무거워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쫓기던 순찰자는 그 덕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벤은 다시 절벽으로 내려갔고, 어둠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쪽잠을 잤음에도 벤은 온몸에서 무한한 활력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우린 지금 함께 싸우고 있다.’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 순찰자를 봤을 때, 그때부터 벤은 연료가 꽉 찬 기차와도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몸을 오들오들 떨게 했던 백설산맥에서의 밤을 지냈지만 온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감정을 가졌고, 그것을 서로 공감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벤은 쫓기던 순찰자와 동이 트기 전에 접촉할 수 있었다.

“난 순찰조장 벤이다. 어디 그룹의 순찰자인가?”

“전 〈곡사의 조〉라고 합니다. 〈높은 능선 헤이츠〉의 그룹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졌는겠지?”

그 말에 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전선에서 하루를 벌면 성에는 병사들이 모일 것이고. 이틀을 벌면 피난민들이 안전해집니다. 삼일을 벌면 지원군이 도착하고, 5일을 벌면 평야의 성조차도 난공불락이 되는 법입니다.”

그 말에 벤이 씨익 웃었다. 곡사의 조 또한 웃었다. 그들은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조는 벤의 정신이 나간 수준의 능동적인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다.

“목숨이 몇 개입니까?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이건···”

“자살행위지. 걷다가 투척도끼가 날라오는 건 기본이야. 하지만 그 정도로 효과가 좋다.”

“한 번 해봅시다. 그래도 들은게 있고, 걸음걸이 같은 경우는 연습도 제법 했습니다.”

그들 또한 벤의 그룹에 속했었던 순찰자를 몇 번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벤의 스타일에 녹여질 여건을 가졌다.

“메디오인을 위해서.”

“백설산맥을 지켜온 선대 순찰자의 명예를 위해서.”

붉은 요새가 함락된 이후로 이어져온 그 역사의 강인한 쇠심줄은 그 어떤 위기 속에서도 굳건하고, 그 위기가 거대하면 거대할 수록 더 높이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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