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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55화 (45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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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의 동북쪽에 있는 호수 마을에서 뻗어 나간 불파겐의 영향력은 동부의 중앙을 강타했다. 중부의 북쪽에 마탑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몽펠리에와 파이룬 가문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히 약탈로 영지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동부로 유입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건축가도 속해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남부에서 살아가는 게 팍팍해졌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리가 꽉 찬 북부보다는 동부를 선택하는 게 편하기도 편했다.

마탑 건설의 계획을 훑은 드낙이 빙긋 웃었다.

‘역시 이 맛이지.’

드낙은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이 이루어낸 하나의 결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주 직접적이라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내 힘으로 이룩한 마탑! 그곳에서 다양한 연구와 온갖 좋은 문물들이 드낙에게 쥐어질 것이다. 천금을 주고도 얻지 못하는 게 〈기사 마차〉였다.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드낙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었다. 마법 물품의 자체 생산은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반이었다.

‘영주로의 길을 선택하길 잘했어. 역시 나야.’

드낙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여겼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본다면 하루 내지는 일주일에 불과한 고민에 불과했다. 자유 기사를 사칭했던 게 생각보다 잘 되어서 그냥 그대로 지른 것이었지만, 사람의 추억은 언제나 자기 멋대로 미화되는 법이다.

게제라스 총관의 반대도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했지.’

“애초에 중앙으로 가야 합니다. 그 시작이 〈불파겐 마탑〉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영주님께서 중앙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고, 외척들에게 몰수했던 장원들 또한 중앙에 새로이 내어주어 그들이 다시 새시작을 하도록 하십시오.”

새마음, 새출발. 죄를 씻기에는 아주 좋았다.

사람을 죽여도 자숙만 하면 되는 게 권력자 아닌가. 이곳에서는 그런 자숙 기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모습만 안 드러낼 뿐, 다른 측근들을 이용해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다.

‘부인들을 내치지 않았으니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있지.’

불파겐이 절대로 자신들을 버리지 못한다는 확신을 하기도 했다. 물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앞으로 더 많은 공물을 보내올 것이 분명했다.

‘북부의 외척들은 이용할 만하다.’

드낙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일인군단이나 다름없었다. 홀로 전투 요새를 함락시키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게 그였다.

‘나한테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

박쥐처럼 외척들에게 굽실거리며 그들의 동향을 살핌과 동시에 그들의 마음을 얻어서 불파겐에게 도움이 되도록 움직이는 게제라스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었다.

‘동부가 너무 넓다.’

게제라스조차도 역사서에 낚여서 동부를 〈버려진 영지〉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은 버려진 지방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상당한 영토를 자랑했다.

‘플래티넘 왕가의 음험함은 보면 볼수록 대단해.’

서부를 먹는 와중이라 플래티넘 왕가는 불파겐 영지를 점령 유지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출입에 금지를 두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생긴 큰 오해가 게제라스의 판단을 흐렸다.

‘오히려 발전을 생각한다면···더 결혼해야한다.’

드낙 불파겐의 사후가 불안해지긴 하지만, 그땐 게제라스도 자연스럽게 한직으로 물러날 것이다. 그런 미래를 보기에는 지금 당장이 더 처참했기에 게제라스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아직 자중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들이 가진 힘이 필요하니까.’

그 죄를 뉘우쳤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지만, 원래 권력자는 다른 것으로 그 죄를 충당하는 법이었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이 장원의 몰수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 또한 언제든지 다시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고, 그들은 당장 지금만 해도 온갖 자원을 선물하고 있었다.

추가적인 선물을 통해서 공적을 세우거나 사업이 일어나면 발을 걸치겠다는 속셈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 〈불파겐 마탑〉의 건설이었다.

‘다른 이들은···마탑에 발을 내밀기가 힘들지.’

제각각 하는 일이 있었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는 〈파충류 초원〉에서 펄 발드들의 세력을 약화 중에 있었다. 결코 공격하는 일이 없었고, 수비만 했기에 펄 발드는 말 그대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인간의 피해는 거의 전무했다.

그만큼 군사적 역량이 뛰어난 것이 이실레아였다.

천부적인 재능!

드낙은 결코 가지지 못한 것을 지녔다.

안젤리카 에오윈은 아기를 돌봄과 동시에 몽펠리에의 장원이었던 곳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드낙이 그곳을 장원으로 내어주었기 때문이며, 이주한 에오윈 가문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스핀은 최소한의 내정을 배우기 바빴고, 돌산의 정령에게 돌을 보내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정령 덕분에 석지 마을은 단번에 경작이 가능한 땅이 되었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정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했다.

“불파겐 마탑의 건설을 맡게 된 파르므 빌더스라고 합니다! 불파겐 영주님을 뵙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닷!”

풍채가 제법 되는 중년인이 드낙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상투적인 말로 가득 찬 말이라 큰 감흥조차 없었으나 감정만큼은 드낙을 봐서 대단히 흥분해있었다.

탁탁.

드낙은 어깨를 두드려주며 고개를 들게 하며 웃어 보였다.

“잘 부탁한다! 파르므 빌더스! 게제라스 총관에게서 빠짐없이 그대의 기술력과 리더십에 대해서 들었다.”

“최대한 완벽한 마탑을 만들겠습니다!”

드낙의 말에 그는 대단히 황송해 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만큼 친시민적인 정책을 많이 하고 있는 불파겐 영주는 성군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몇몇 성질 나쁘고 뒤틀린 자들은 이를 호구로 여기는 건 여전했다.

〈은고원 마을〉에 대한 소문 또한 퍼졌다.

“은맥이 엄청나다던데.”

“경범죄자도 일단 1년은 거기서 노역에 처한다더라.”

“거기서 정착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꿀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놈이 밥도 꼬박꼬박 먹으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갈 곳이 없는 자들은 일부러 작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고원 마을로 보내달라고 하기 일쑤였다.

드낙은 또한 회의장에서 자유 마법사들과 자유 기사 그리고 자유 연금술사들과 만남을 자주 가졌다. 하루에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5명까지 찾아왔다.

적당히 검을 섞어서 수준을 파악했다. 물론 대부분의 자유기사가 바닥을 뒹굴었다. 1합만에 박살이 났지만 그들은 모두 고용됐다.

또한 마탑 사업 때문에 흥분해있는 페리에 러셀을 통해서 자유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의 마법 지식과 연금 지식의 수준을 판별하는 일들을 지켜보았다.

“농지에 써야하는 마법 물품 한 가지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제 자작이지만, 햇빛이 비치고, 햇빛이 꺼질 때마다 일정량의 물을 쏟아내는···”

견습 마법사들의 숫자는 기이할 정도로 많았다. 드낙이 세상에 나와서 마법사를 구경한 게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더욱 크게 반응했다.

“왜 이렇게 견습 마법사들이 많이 찾아오지?”

드낙의 의문에 게제라스가 답했다.

“백금 왕가가 오우거 토벌전에서 견습 마법사들을 소비품 취급했습니다. 이에 뜻을 접는 마법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연히 이곳이나 북부로 흘러들어 가고 있습니다.”

드낙이 눈을 빛냈다. 자신의 마법 공장형 마탑을 생각한다면, 그런 견습 마법사들도 굉장히 중요한 인력이었다.

“마탑에 대한 소문이 난다면 더 많이 몰려오겠어.”

“예. 그렇습니다.”

드낙이 손을 주억거렸다. 그는 조금씩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는데, 바로 세상을 아주 편하게 만들겠다는 야망이었다.

자율 자동차나 인공지능까지 마법으로 이룩해서 많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드낙의 야망이 되고 있었다.

단순하게 자신의 꿈을 다른 이들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대단히 숭고한 야망으로 해석될 요지가 다분했다.

“영주님! 토치라이트 가문에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라.”

회의장에 토치라이트 가문원이 들어왔다. 그들의 병사가 들고오는 선물은 척 보아도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드낙은 뚱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하지 않았다. 게제라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하루가 다르게 그 권세가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시작부터 조짐이 안 좋자 토치라이트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들고온 선물을 건냈지만 드낙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같이 토라진 모습에 게제라스가 땀을 뻘뻘 흘렸다.

결국 토치라이트 가문은 다시 한 번 선물을 주지 못한 채 자신의 가문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이번에 3번째였다.

‘새끼들. 너희들은 절대로 나에게서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다.’

드낙의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킹슬레이 가문과 인접한 빌라이언 가문과 여름의 말미에 결혼을 올리기도 했다. 케이샤 킹슬레이가 딸을 낳고, 드낙이 그 자식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킹슬레이 가문의 자식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빌라이언 가문이 소식을 듣고 허둥지둥 결혼동맹을 제시했다.

드낙은 거부하지 않았다. 21살의 에이벨 빌라이언과 결혼을 호수 마을에서 하게 되었다. 장원 또한 그들은 바로 받을 수 있었다. 곳곳에 마을이 난잡하게 만들어지고 있었기에 주인없는 마을이 많았다.

그가 알든 모르든 동부는 엄청난 속력으로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은화 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상단 때문에 야수와 몬스터가 줄어들었고, 자유기사들의 유입으로 중형 몬스터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형 몬스터의 경우 이야기만 들렸다 하면 드낙이 총알처럼 뛰어나갔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엘프 원정대가 왔을 때는 중부에 사람이 전무했지만 불과 1달새에 마을이 10곳이나 생겨있었다.

〈캉카라쿰(Kankarakum, Black scales Wyvern)〉이 하늘의 지배자처럼 굴며 유유히 백설산맥 주변을 날아다녔다. 고도가 높았기에 그 어떤 것으로도 맞추기 힘들었다.

전격계 마법을 쏜다고 한들, 결국에는 〈초월의 힘〉. 자연 번개와는 파괴력에 차이가 심했다. 닿는다고 해도 블랙 스케일 와이번에게는 통증 하나 주는게 전부였다.

〈오크 족장 도네투스〉는 백설 산맥을 단단히 봉쇄하고 있는 성들을 내려다보았다.

전신이 온갖 타투로 이루어진 그는 높은 고도에서도 정확하게 성의 이모저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깨에 있는 독수리의 눈 타투 덕분이었다.

‘저렇게 허접한 놈들을 내가 지금 전력으로 이길 수 없다고?’

도네투스는 최근 엄청난 갈등에 휩싸여있었다.

주술사의 말을 들어서 힘을 비축하여 인간을 침공하려고 했는데, 날이 갈수록 북부의 힘은 줄어들고 있었다. 〈악마의 힘〉을 얻은 트롤 토벌 때문에 자원이 빠르게 소모되었고, 결과적으로 성에 주둔하는 병사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오죽하면 플래티넘 왕가와 북부의 대치 때 다른 가문은 보이지도 않았다. 대부분이 몽펠리에와 파이룬의 방계였다.

펄럭! 펄럭!

캉카라쿰이 크게 날갯짓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오크 족장 도네투스가 굳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없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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