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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54화 (45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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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오만한 소리에도 세파리아스는 마음을 잡고 돌진했다. 황소와도 같은 모습이었고,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자세였다. 동시에 팔을 머리 위로 크게 올려 태산처럼 내려베기를 사용했다.

따다당!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검격을 엘프는 놀라운 스피드로 3번을 검을 내리쳤다. 그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손에서 갑자기 롱소드가 모습을 드러냈고, 검에는 잔상이 생기지 않고, 팔에만 잔상이 생기며 세파리아스의 내려쳐 지는 검을 3번 두들겼다.

츠가각!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이 끝나자마자 세파리아스의 투구 밑에 있는 턱이 검에 가격당했다. 세파리아스의 내려베기는 중단에서 엘프에게 가로막혔는데, 그 거리를 꿰뚫고 단번에 턱을 검이 후려갈긴 것이다.

문제는 동시에 세파리아스의 검을 막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괴한 검술 그 자체였다.

드낙의 육신은 그것을 버텨냈지만 인간은 못 버텨낼 힘이었으므로 세파리아스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엉망진창 굴렀다. 돌진한 가속력 때문에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아아아!”

널브러지자마자 고함을 지르며 단번에 일어났다. 일부러 볼을 씹어서 투구 밑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다른 엘프들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놀랍습니다. 보통 인간이라면, 무너져야 정상일 텐데···”

“별의 힘을 두 개나 받고 있지 않습니까.”

흉성과 살성! 흉악한 일에는 항상 끼이는 별들이었다. 자연스레 전투적인 스펙이 높아진 것이다.

스스로의 영혼을 육체보다 먼저 움직여서 기괴한 잔상을 남김과 동시에 현실에 개입하는 것이 엘프의 육체술이었다. 그것은 비단 검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기에 경무장한 엘프에게 일검을 먹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함을 지르며 일어난 세파리아스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잠깐의 여유를 두었다. 그 예의있는 모습을 드낙이 봤다면 코웃음치겠지만, 예성(譽星)의 힘을 전투에서 받기 위함이었다.

지하실에 별무리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세파리아스의 주변을 휘감고 사라졌다.

살성과 흉성과는 다르게 예성은 겉멋이 잔뜩 들어간 별이었고, 자신이 힘을 내려주었다는 것을 시각화하는 걸 즐겼다.

“흐읍!”

세파리아스가 상체를 굽히면서 그대로 튀어나갔다.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돌진하면서 엘프를 체중으로 이기기 위한 전략, 검을 중단에 놀며 수비적인 태세를 취했다.

1번만에 패배하지 않기 위함이었고, 왼팔은 주먹을 쥔 채 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엘프의 가공할 만한 속력에 대한 대처로 보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드낙과 엘프는 이번에 첫 만남이기 때문이다.

음흉하고 거짓된 만남을 엘프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중립신의 안배로 이루어진 계획이었기에 엘프보다 한 걸음 더 뻗어 나가서 행동하고 있어서 알아차리는 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세파리아스의 연기력도 절륜했다. 어차피 자신의 몸이 아니었고, 드낙의 육신은 사실 죽는 게 어려웠다.

‘나름대로 생각을 했지만, 엘프를 상대하는 법은 계승이 안 된 것 같군. 하긴, 방계니까.’

에아로테는 도리어 덤벼들었다. 그녀가 휘두른 롱소드를 세파리아스는 단번에 무시했다. 왼팔로 얼굴을 보호했다. 동시에 검을 찔러 들어 에아로테를 노렸다.

검이 변친적으로 휘어가면서 의표를 찌르려고 했지만, 엘프의 속력을 따라올 수 없었다. 얼마든지 영혼을 통해서 육체를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으므로 급습면역이라고 말해도 무방했다.

쉬이익!

영혼이 먼저 움직였고, 엘프의 육체가 물리법칙을 아득히 뛰어넘어 순식간에 움직였다.

단순히 빠른 것이라면 대응할 수 있었지만, 엘프의 움직임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아크로바틱하게 움직였는데, 화려하기도 화려했지만 무엇보다도 영혼력으로 만들어진 옅은 하얀색의 잔상이 겹쳐진 것이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잔상을 남기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엘프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단번에 뒤를 점한 에아로테가 투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큭.”

완전히 농락당하는 모습이었지만, 첫 투구의 타격을 제외하고는 유효타가 없었던 것이 2합이었다.

마지막 3합에 세파리아스는 제국 전신갑주의 힘을 모조리 사용했다. 모두 각본대로였다. 12가지에 달하는 강화 마법이 드낙의 육신에 스며들어갔다.

하나는 육신의 내구력을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작은 미립자로 이루어진 마력은 몸의 전신을 돌면서 다양하게 변화되어서 맞추어 들어가는 변화 마법이었다.

둘은 뼈를 단단하게 만들며 더욱 비대하게 변화시키는 마법이었다. 그것은 오직 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고등한 성질 마법으로, 매우 제한적인 마법에 불과했지만, 그렇기에 뼈와 가장 어울렸다.

셋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에 있어서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연금술의 마약과도 같은 효과를 마법으로 이룩하는 모방 마법이었다. 연금술의 중요한 한 계통을 마법으로 실현시켰다.

넷은 심장의 기능을 거대화 시키는 단순한 마법으로 보였지만, 심장에서 시작되는 강화 마법은 시간이 흐를수록 혈맥마저 크게 만들었기에 〈한묶음 강화〉의 지속력과 유지력을 크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마법이기도 했다.

굳이 〈네번째 강화〉를 이렇게 만든 것은 쉽게 〈한묶음 강화〉를 베낄 수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가장 쉬워 보이는 4번째 강화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었다. 말하자면 마법식의 은폐라고 할 수 있었다.

심장 강화 마법은 자연스럽게 무너져가며 혈맥을 자연스럽게 강화하기에 마법이 힘을 잃으면서 그 목적을 달성한다고 볼 수 있었다. 폐허가 빨리 되는 마법을 깊게 연구할 마법사는 없었다.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가장 부실한 마법이고,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마법으로 보일 뿐이었다.

다섯은 신경의 둔감함이었다. 전투에서 인간의 민감한 신경계는 불필요하기 때문이고, 비효율적이었다.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의 감각은 〈감각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줄 정도로 제한적인 시야와 감각을 제공하게 되었다.

자신을 철로 둘둘 말았는데 민감한 감각은 두려움과 공포만을 줄 뿐이었다. 내장이 파열되어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 신경계를 속이는 환영 마법이 다섯 번째 강화 마법이었다.

여섯은 마법 투구에서 제공되는 〈마법 시야〉를 보충, 보완하기 위한 마법이었다. 눈의 가장 내부에 존재하는 시신경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뇌에 시각정보를 제공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이 마법은 가장 피비린내가 났는데, 인간의 시야에 대한 연구는 오직 점진적이고 철저한 실전 위주의 연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씩 수치를 조정하여서 만들어냈기에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다.

일곱은 관절에 회복 마법을 상 시간으로 돌리는 일이었다. 무리한 움직임에도 능히 관절이 버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덟은 각력이다. 다리의 힘줄을 더 멀리 늘리게 해줌과 동시에 굵기 또한 크게 만드는 거대화 마법이었다. 인간의 피부 조직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강화 마법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절의 강화 마법이 먼저 이루어졌다.

아홉은 목의 방어에 있었다. 단순하게는 피부의 금속화가 일어난다. 움직일 때마다 금속가루가 떨어지고, 그만큼 〈한묶음 강화〉가 풀리면 신체에 결함이 생기는 무시무시한 방어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전투에서만큼은 탁월했다.

피부와 살덩이를 내어주고, 혈맥과 혈액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은 이 모든 강화 마법에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돕도록 되어있는 유기적인 마법진이었다.

열하나는 피부에 마법 보호막을 씌우는 보호 마법이었다.

열둘은 이 모든 강화 마법의 효율을 객체에 맞도록 조정하는 마법에 불과했다.

그 모든 것이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겹겹이로 생성되는 마력의 결집에 엘프들의 녹안이 반짝였다.

‘상당한 고등마법이야. 남부 왕국의 것은 아니군. 지나치게 효율적이다.’

동시에 여섯가지의 공격 마법이 에아로테를 향할 준비를 하며 드낙의 몸 주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마법!’

또한 흙의 골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차원 마법식, 붕괴 거미줄〉.”

에아로테의 녹색 눈에 자연스럽게 세파리아스가 사용한 강화 마법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특히나 여섯가지의 공격 마법 중에는 가장 고등한 마법으로 분류되는 〈공간 마법〉에 해당하는 공격 마법이었다.

당연히 전력으로 상대해야 했다.

투명화된 혁대에서 처음으로 〈연혼석(鍊魂石)〉이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사각형의 손바닥만 한 것이 11개나 튀어나와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그중에 하나의 연혼석을 손으로 잡은 에아로테에게서 시작된 마력의 푸른 줄기가 서로 뒤엉켰다.

쯔릉.

귀에 이명이 들림과 동시에 연혼석이 반투명하게 변함과 동시에 공간에 균열이 와락 생겼다. 하지만 그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았지만 허무하게도 제국 전신갑주가 사용한 모든 마법이 와해되었다.

와르르 무너져내렸고,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거미줄처럼 서로 엮어진 이차원이 현실차원에 간섭하면서 균열이 난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게 무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짓거리에 세파리아스가 경악했다. 자신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400년이 흐를 동안 엘프가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마법 체계를 한 차원 도약시켰다.

검으로 반투명해진 연혼석을 후려쳤지만 투과할 뿐이었다. 마법 혹은 초월의 힘으로만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였다.

“놀라울 수밖에 없겠지. 보고도 무슨 현상인지 모를 것이다.”

허망해하는 세파리아스를 보며 엘프들이 히죽 웃었다. 저 표정을 보라, 무지한 자의 말로였다. 엘프들은 제국 전신갑주를 챙겼다. 세파리아스의 3합은 준비단계에서 완전히 격파되었다.

만약 그가 덤빈다면 죽일 생각을 엘프들은 가지고 있었다.

‘데려갈 가치도 없다. 그때와는 다르다. 별의 힘은 강대하지만, 그것을 받는 그릇인 인간의 그릇은 제한적이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증명됐다.’

또한 신변을 억류할 생각도 사라졌다. 세파리아스 때에는 별의 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드낙을 통해서 본 별의 힘은 형편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힘을 받는 객체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확인한 싸움이었다.

“불파겐의 인간아. 엘프와 대적하려 하지마라. 제국에 대한 정보는 귀중히 쓰도록 하겠다. 또한 항상 선하게 살도록 해라. 허튼 짓거리를 한다면 너희를 멸망시킬 수밖에 없다.”

제국을 멸망시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엘프가 보여준 영혼력.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제국은 엘프들에게 멸망할 것이다.

‘건방진 인간놈들. 감히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

엘프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그만큼 엘프들은 인간이 영혼력까지 손에 넣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자신만의 영혼을 다룰 수 있는 엘프와는 다르게 인간은 타인의 영혼력을 이용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옛날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무력적인면에서 한 수가 낮은 불파겐의 방계보다는 제국 쪽이 더 위험해 보였다.

엘프 원정대는 대저택을 박살을 내면서 그대로 하늘 위로 날아올라 갔다.

세파리아스는 계획대로 되었지만 썩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계획된 패배도 패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식 자체가 일반인과 달랐다. 그리고 그렇게 패배를 강요할 정도로 중립신이 세파리아스에게 주는 대가가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드낙은 대산을 올랐다. 정상에서 구덩이를 팠다.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구나. 두렵다.’

맨정신에서 세파리아스에게 육체를 넘겼기에 그와 엘프가 싸운 것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이차원에서 물리적 법칙을 피해낸 마법 봉쇄는 경악 그 자체였다. 엘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접혔다.

그 덕에 드낙은 중립신이 하라는대로 넙죽하게 되었다.

북북!

삽으로 땅을 적당히 파고, 손목에 상처를 내어 〈중립신의 챔피언〉으로서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현기증을 느낄 때까지 두세 번 손목을 그어야 했다. 트롤의 재생력 때문에 계속 상처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트롤의 재생력은 드낙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활성화가 안 되는 게 아니었다.

피 웅덩이를 다시 흙으로 덮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 단순한 행위로 〈중립신의 재단〉이 대산에 만들어졌다. 본격적으로 중립신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지만, 휘광이 번쩍인다던가, 날씨가 크게 변한다는 것은 일절 없었다.

그저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산신처럼, 하나의 지역에 대해서 드낙 없이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편했다. 꿈 같은 간접적인 행위가 아니라, 직접적인 행위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거리는 지역적으로 매우 제한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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