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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집정관 에아로테 게이아(Ealote Gaear)〉를 책임자로 7명으로 이루어진 엘프 원정대는 남부왕국 동부 불파겐의 옛 수도에 그대로 강하했다.
쾅!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멀리서 본다면 밤하늘에 푸른빛을 반짝이는 유성이 떨어지는 것과 현상이 흡사했다. 이 때문에 일부러라도 이렇게 빠르게 강하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결정되었다.
내려앉은 에아로테 게이아는 주변을 살폈다. 다른 이들 또한 사주경계를 주의 깊게 하며 대형을 만들었다.
대형은 마름모꼴 진형에 삼각형이 들어있는 진형이었다. 마름모의 꼭짓점에 4명. 삼각형의 꼭짓점에 3명이 있는 식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삼각형을 중심으로 마름모 앞쪽에 있는 2명을 1조로 하는데, 그 인원이 겹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잘못하면 순식간에 와해가 될 정도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진형이었다.
“생명체 탐지.”
에아로테의 말에 투명화된 혁대에서 연혼석이 튀어나와서 마법진을 토해냈다. 작은 사각형의 형식으로는 탐지 마법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었기에 토해낸 것이다.
마법진의 위로 주변 진형이 모습을 드러내고, 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객체 특정 인간. 진형 좌표 형식으로 변환.”
진형이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변했다. 인간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리 30km.”
엘프 에아로테에게서 마력이 넘실거리며 연혼석으로 투입됐다. 마법진이 단번에 몸집을 키우고, 몇 가지 마법진이 더 추가되었다.
“50km."
에아로테의 녹색 눈이 새파란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100km."
그녀의 눈 주변에 핏줄이 가득 돋아났다.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서 솟아오르기 시작했는데, 황금색의 윤기 나는 금발이 윤기를 자연스럽게 잃었다. 태어나면서 마력을 품고 태어난 종족인 엘프는 마력의 소모를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여러 가지 자잘한 방법을 유전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피부 각질이 일어나거나, 머리카락의 윤기가 사라지거나, 긴 머리카락이 끊어지거나 뽑히는 등, 생명력이 소모되는 이러한 현상은 큰 마법을 펼칠 때마다 있었다.
물론 인간 마법사와는 다르게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인간 마법사의 경우에는 심장과도 같은 중요 장기의 생명력이 빨리고 나서야 피부가 갈라지지만 엘프는 그 반대였다.
“인간이 살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부터 조사를 해야겠습니다.”
엘프 원정대는 모든 것을 법대로 진행했다.
고위 집정관은 법의 권한 내에서 전술적 요소를 집어넣어서 불파겐 중앙을 급습. 드낙이 지닌 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나서 전략적 후퇴 및 주변 조사 이후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일이 틀어졌다.
지금 당장 드낙에게로 향하기에는 정보가 부실했다. 별을 추적하면 드낙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이 틀어졌어. 인간 한 마리도 없다니.’
에아로테는 생각했다.
하여간, 형편없을 정도로 나약한 놈들이었다. 돌연변이에 기대어서 마구잡이로 종의 특성을 난잡하게 낳는 저열한 것들답게 엘프의 선택을 받은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죽음 이후로 동부에서 완전히 멸종된 듯했다.
“주변 환경 조사는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전에 수입한 불파겐 영지에 대한 정보에 큰 변화는 없었다. 큰 줄기는 그대로고 잔줄기만 변했다. 그 덕에 전에 수집한 데이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 데이터는 엘프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인간의 저열한 기억력과는 다르게 엘프는 그 자체가 슈퍼 컴퓨터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멍청함을 로망이라며 망각이라고 높여 부르지만 엘프들이 보기에는 그냥 멍청한 것에 불과했다.
“흉성과 살성이 언제든지 나타나기에는 개체가 급격하게 감소한 흔적 또한 없습니다.”
“외부에서 얻었다는 것이라면 소문이 퍼진 것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불파겐이 버려진 이 땅에서 별의 선택을 받았다면,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외부에서 선택을 받았다면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큰 공적과 큰 살육을 벌여야지만 별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드낙의 행방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획득할 수 있었다.
어떤 별을 소유했는지 알 수 있었으므로 그것을 역추적하면 그만이었다.
“저주성(詛呪星)이 가장 문제입니다.”
엘프 원정대는 또한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소유하게 된 저주성에 대한 말도 언급했다. 고위 집정관은 이 저주성에 대한 비밀이 〈이번 사태〉에 결정적인 뭔가를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환경 조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저주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탐색해야 합니다.”
“조사 범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황상 남부 왕국 전체를 수색해야 합니다.”
그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이에 에아로테는 장고 끝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나중에 이에 대한 조사의 불안함에 경질을 당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원정대의 주목표를 잃을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원정대 필수 조건인 환경 조사를 포기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무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법무관은 상투적인 소리만 해대었다. 이미 법으로 지정된 경질의 종류와 그 수순에 대해서 읊었다. 물론 그 뒤에 고위 집정관인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을 했다.
“주변 상황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별의 힘을 선택받는 속도를 고려하였을 때,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겁니다.”
“집행관의 생각은?”
“법무관이 이미 모든 걸 말했는데, 뭘 더 말하겠습니까.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드낙의 환경을 조사하는 일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었다. 〈드낙 불파겐〉이라는 존재가 걸어온 길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색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단축, 축소되었다.
외부에서 활동하여 별의 힘을 쌓았기에, 환경 조사에 걸리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으며 무엇보다 그렇게 조사를 하더라도 별의 선택을 받는 시기가 너무 빨라서 데이터를 수집하다가 때를 놓칠 수 있었다.
“일단은 남부 왕국의 수도로 향하며 인간들에게서 정보를 획득하겠습니다.”
별을 추적하면 드낙을 볼 수 있었지만 그건 가장 나중에 해야 할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엘프 원정대는 남부 왕국의 수도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고위 집정관의 명령만 있으면 되었다.
우웅.
엘프 부관 중 하나에게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엘프의 긴 귀는 그 파동을 잡아냈다.
“주변에서 진동음이 들립니다. 마차 다섯 대, 그 외의 전력은 판별 불가능입니다.”
“환영 마법을 사용한 다음, 하늘에서 급습하겠습니다.”
무기물체에 대한 투명화는 쉬웠지만, 생명체에 대한 투명화는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환영마법으로 대체됐다. 일렁거림이 있었지만, 허공을 주의 깊게 보는 생명체는 없으므로 들키지 않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무리는 상단으로 보였다. 규모는 소규모였지만, 엘프들은 중규모로 생각했다.
남부 왕국이 지닌 힘이 형편없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저 정도 규모는 중규모였다.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에아로테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메시지 마법이 전달되었고, 일사불란하게 7방향으로 포위하듯이 상단을 습격했다.
가장 먼저 날카로운 바람이 단번에 앞에서 달리는 말 두 마리의 머리를 잘라냈다. 피가 비현실적으로 크게 튀어나오면서 말이 상체부터 고꾸라졌고, 마차가 엉망진창으로 쓰러졌다.
나무 바퀴가 박살이 났고, 타고 있던 마부는 그대로 허공으로 튀어 올라서 땅이 머리에 부딪히며 즉사했다. 마차 위에 있던 용병은 나무에 갈비뼈를 부딪치며 뼈가 폐를 찔렀다.
“허윽. 으. 흐! 흐으! 헉! 헉헉헉! 헉헉헉헉!”
공기가 차오르는 폐 때문에 미친 듯이 호흡해도 나아지는 것 없이 질식사했다. 마지막에는 입에서 피를 줄줄 흘려대었다.
“무, 무슨!”
갑작스러운 사태에 주변을 둘러보던 용병들의 눈에 일렁거리는 뭔가가 시야에 잡혔다. 그건 서서히 녹색의 물결로 변하며 부드러우며 하늘하늘 날리는 실크 옷으로 변했다.
멀리서 봐도 확연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새하얀 긴 귀와 비현실적인 균형감을 지닌 미형의 얼굴에 용병들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외쳤다.
“엘프!”
그 속에는 미인을 봐서 횡재했다는 게 아니었고, 환영 마법을 난사하고 다니는 트롤 내지는 오우거를 보는 것과 비슷했다.
공포 그리고 체념이 서려있었다.
‘기세가 이렇게 쉽게 꺾이다니.’
엘프 부관 중 하나는 문서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나약한 인간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엘프의 문서에 남겨질 정도의 인간은 당연히 인간 중에서도 강자이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자들이 많았다.
용병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이었다. 그 모습에 부관들은 처참한 얼굴을 했다.
저런 인간이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어디의 누구고, 어떻게 이곳에 있는가.”
고위 집정관 에아로테가 입을 열었다. 능숙한 인간말이 흘러나왔는데, 약간 옛날 말투였고, 고어를 썼다. 하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살기 위해서 놀라운 집중력을 하고 있었기에 용병 대장이 나서서 말했다. 상인은 마차 안에서 숨만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저희는 남부 왕국의 남쪽에서 활동하는 용병단이고, 상단입니다. 최근 불파겐 영지와 저희 땅에 밀 가격이 크게 달라서 그 차익을 노리고 상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관들은 저들의 짐을 확인해주십시오.”
대답은 없었다. 엘프 부관들은 상단의 짐을 확인했다. 몇몇 밀주와 마약류가 있었는데, 보는 대로 밖으로 내던졌다. 신체와 정신적으로 완성된 엘프에게 이런 저급한 약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졌다.
‘아, 저 아까운걸.’
용병들이 입맛을 다셨다. 담배와 마약이 불에 타오르는 걸 봤을 때는 엘프들에게 적의를 드러낼 정도였다.
“상단이 맞습니다.”
그 말에 에아로테의 손이 짐마차가 아닌 상단의 주인인 장인이 들어있는 마차에게로 향했다.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내부에서 물이 콸콸콸 대량으로 쏟아져나오며 상인이 그 물에 휩쓸려서 밖으로 끌려왔다.
“어푸풋! 푸헷!”
땅에서 일렁거림이 일어나며 그대로 흙이 움직여서 상인을 에아로테의 앞으로 당도케 했다.
“흐어억!”
상인이 땅이 흔들리자 뒤로 자빠지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혼비백산하는 모습에 에아로테가 인상을 찡그렸다.
‘천박해.’
동시에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저런 게 〈지성종족〉에 분류가 되어있다니, 엘프 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도 궁금해졌다.
“진정하라.”
“예! 예예!”
상인이 대답하면서 절을 하듯이 넙죽 엎드리며 말했다. 에아로테는 불파겐에 관해서 물었고, 상인은 물론이고 용병들까지 아낌없이 말해주었다.
‘이상하군.’
에아로테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용병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일정을 변경하겠습니다. 상단으로 위장하여 불파겐 영지의 수도격인 〈호수 마을〉에서 정보를 수집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엘프들이 면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려서 움켜잡았다. 용병들이 목을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강력한 염력이 그들의 목을 압박했다. 이내 서서히 인간들의 숨소리가 작아졌다.
〈다섯 보석의 염력〉은 말 그대로 엘프 원정대를 위한 작은 마법 장비였다. 필요한 공간은 손가락의 손톱에 불과했다.
강력한 마법은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절대법칙은 엘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우회해서 효율적이게 사용할 뿐이었고, 〈다섯 보석의 염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섯 개의 보석이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서로 마법진을 토해내어 수신호하는 사이에 그 거리야말로 마법진으로 만들어지는 식이었다.
기괴한 방법이고, 안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메시지 마법〉의 수신호와 〈마법진 설계〉를 하나로 만들어야 했다.
그 덕에 작은 손톱만 한 것으로도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염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간은 엘프와 같은 지성종족으로 뷴류되기 때문에 죽은 인간들은 매장됐다. 엘프 원정대 중에 부관 하나가 연혼석을 하나 꺼내어서 변장 물질을 만들어냈다. 흙 한 줌에 얼굴 면피가 나타나고, 흙 한 줌에 머리카락이 검게 변했다.
긴 귀는 환영 마법을 통해서 가려졌는데, 매우 심혈을 기울여서 상인의 마차 내부를 들어내고, 그 안에 마법진을 그렸다. 이 〈마차 환영마법진〉을 통해서 보정을 받은 환영 마법은 놀라울 정도로 감쪽같았다.
엘프 원정대는 호수 마을로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 드낙이 소유한 별이 반짝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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