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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46화 (44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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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한 판 뜨기는 무슨.’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트롤의 재생력이고 무엇이고 결국 드낙도 인간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세파리아스조차도 다수에 의해 둘러싸여서 죽음을 맞이했다.

역사를 지우고 싶어도 워낙 많은 이들이 목격한 위업을 달성한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아직도 이야기꾼들에게 톡톡한 돈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드낙은 세파리아스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무력에서 수없이 두들기고, 캐어내어도 끝도 없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트롤 100마리를 잡았다고 해도 한 번에 다 잡은 것도 아니니.’

사기가 높은 4천을 상대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았다. 대신 드낙은 1층에서 〈대지의 골램〉을 소환했다.

쿠구구구!

돌가루와 흙으로 이루어진 골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주먹에 돌들이 가득 뭉쳐있어서 한껏 멋이 났다.

“이쪽으로 땅을 크게 파라.”

골램이 움직였다. 드낙 또한 입구로 향했다. 입구 밖에는 이미 병사들과 기사들이 바글거렸다. 드낙은 입구를 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보담 오프힐〉이 드낙의 피에 절인 모습을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명예도 모르는가! 정정당당함을 모르는 거냐!”

드낙 또한 지지 않고 소리쳤다.

“1명 상대하는데 4천 명을 끌고 온 놈들에게서 듣고 싶지 않다! 부끄러움을 알아라!”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검을 거세게 들어 올려서 겨누었다.

“정 그렇게 명예를 찾는다면, 덤벼라! 명예로운 죽음을 선사해주마!”

트로스 사일런스까지 조용히 죽인 실력자가 드낙이었다. 당연히 보담 오프힐은 그런 제안을 듣지 않았다. 진실로 수백의 기사, 그것도 〈북부 기사〉를 상대로 연전을 거듭하여 피로 물든 길을 만든 것이 불파겐이었다.

‘규합된 힘으로 죽이는 것이 옳다.’

작은 입구를 두고 서로 대치가 이루어졌다. 괜히 목청만 높아졌는데, 드낙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하느냐! 이렇게 일을 크게 벌여놓고 마법 시설 하나 믿고 까부는 것이냐! 나와서 싸우자!”

“어디서 대군을 끌고 온 놈이 오라고 소리를 치는가! 이 많은 이들 중에 나와 상대할 자가 정녕 하나도 없는 것이냐!”

드낙의 소리에 보담 오프힐 경이 당황했다. 혼자서 쳐들어온 놈은 드낙이었기 때문이었다. 얼척이 없었다.

‘정말 미친놈이군! 말이 안 통하겠어.’

자연스럽게 질척거렸고, 병사들의 고양된 사기도 순식간에 풀이 꺾였다. 진정으로 목숨을 걸 날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파겐 자작은 병사들에게 겁을 먹고 있었고, 보담 오프힐 경은 불파겐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지만 드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어찌나 목청이 높은지 가까이 있던 병사들이 방패를 땅에 대충 놓고, 한 발로 지탱한 다음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을 지경이었다.

“흐아암.”

‘이걸로 그냥 끝나겠네.’

가장 뒷열에 있는 병사가 하품을 하면서 적당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꿈뻑였다. 이 대치도 30분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엉?”

하품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냈다. 엉뚱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저저. 저거 봐! 첨탑이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 정말이네!”

후방의 병사들이 웅성거렸고, 베테랑 병사가 가장 먼저 해당 정보를 획득했다. 그다음에는 기사에게 전해졌고, 후방에 있는 기사가 전방으로 전령을 통해 보내었다.

“어떻게 저렇게 한 것이지?”

“골램으로 내부를 파괴한 것이 틀림없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법 시설이 고작 3m짜리 대지 골램 따위에게 무너지는 건물인가.”

이들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드낙은 그 기반을 이루고 있는 흙을 골램에게 파내도록 지시했다. 마법 시설의 내구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기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드낙은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씨. 무슨 건물이 이렇게 붕괴가 느려? 영화 같은데 보면 금방이던데.’

3m짜리 거인이 흙을 파면서 완전히 기반을 박살을 냈는데도, 기울기가 30분이 지나도록 크게 변하지 않는 것에 드낙이 크게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일정 기울기에 도달하자마자 높고 큰 첨탑이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피해라!! 피해라!”

기사들이 병사들을 전체적으로 뒤로 물렸다. 여파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도망치는 순간에도 드낙은 대범한 척 가만히 있었다.

‘북부 놈들은 너무 용감해.’

겁쟁이 같이 군다면 오히려 덤벼들 것 같았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이윽고 첨탑이 그대로 기울어져서 땅에 부딪혔다.

쿠구구구!

먼지가 가득 피어올라 왔고, 충격이 드낙을 덮쳤다. 때 좋게 튀어나갔지만 직격만 안 당했을 뿐, 그 여파에는 그대로 휩쓸렸다. 전신갑주 덕택에 체중이 100kg에 달했지만 먼지처럼 날아갔다.

퍽.

우직!

‘크윽!’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를 정도로 시야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팔이 기괴하게 꺾였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드낙이 이를 악물면서 억지로 관절을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렸다.

뇌가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지만 거침없었다. 세파리아스와 〈검은 꿈〉에서 대련을 하면서 점점 고통에 익숙해져갔고, 무엇보다 트롤의 재생력을 믿었다.

드낙이 사위를 살폈다. 그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앞으로 넘어졌다.

먼지가 사방에 가득했다.

‘어디까지 날아간 거지?’

드낙이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넘어지며 팔꿈치가 땅에 그대로 부딪히면서 전기가 부르르 통하듯이 고통이 저릿하게 느껴왔다.

‘생각보다 몸에 피해가 크구나. 너무 미친 생각이었나.’

숨을 고르면서 주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멀리서 외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귀가 먹먹했다.

바짝 엎드린 채 먼지 구름 속에 숨어서 드낙은 엉금엉금 기어갔다. 방향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무작정 기어갔다. 기어가면서 청력이 복귀됐다.

“정렬! 정렬!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라! 목소리, 부딪치는 소리마저 허투루 여기지 마라!”

“우! 악!”

북부의 병사들은 역시나 강군이었다. 기울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5분 내지는 10분 안에 빠르게 병력을 안정권 내로 물러날 수 있었다. 밀집한 상태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지휘관이 원하는 전술을 100%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덕에 드낙은 포위를 뚫을 수 있었다. 물러나면서 빈틈이 많아졌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몸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에 〈트롤의 재생력〉으로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아무리 트롤의 힘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몸은 인간이었기에 트롤만큼 대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능력인 것은 분명했다.

뚜둑. 뚝.

‘하, 이상하네. 왜 다 치료가 안 되지.’

완전히 돌아갔던 관절은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안에 들어간 것처럼 도독, 도독 거리면서 관절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파아앗.

이 때문에 드낙은 밀들이 가득 차 있는 식량 창고에서 신성력을 손에서 뿜어내어 팔꿈치에 가져다 댔다. 그제야 팔이 말끔하게 회복됐다.

‘첨탑을 부수는 건 더 해서는 안 되겠다. 기사를 죽인다.’

북부 병사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현대인과 달랐다.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느냐는 식이었다.

지휘관이나 군을 이끄는 장수라면 척추가 으슬으슬할 정도로 전율케 하는 병사들이었지만, 그것을 상대하는 드낙에게는 짜증 그 자체였다.

드낙은 다시 어둠으로 들어갔다.

해지기 전에 이실레아의 기만술이 통했는지, 중기병과 경기병이 기사 다섯과 함께 출정했다.

밤에도 경계는 실로 대단했다. 못해도 내성을 지키는 인원이 400명은 되어 보였다.

‘멍청이들.’

낮과는 달리 어둠이 내려온 곳에서 드낙은 〈마브라스 리꼬〉, 검은 늑대 그 자체였다. 달빛이 내리쬐어도 구름과 조각상이 만들어내는 음울한 그림자를 통해서 순식간에 안으로 진입했다.

보지 않아도 자신의 몸이 그림자에 다 가려지는지, 안 가려지는지 본능적으로 알았고, 상대의 시야각이 어떤지도 어렴풋이 감으로 알고 있었다.

마치, 차량의 차폭감을 천재적으로 잘 아는 것처럼 굴었다. 감각적으로 매우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닥! 후두둑!

내성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이 건물을 타고 올라갔다. 유리로 된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기에 드낙은 창문틀에 손을 잡았다.

푸른빛이 미약하게 창틀에서 일어났지만 드낙의 마법저항력 때문에 금방 사그라들었다. 마법함정이었지만 불파겐에는 소용이 없었다.

‘휴.’

움찔한 드낙은 이내 잠금장치를 손으로 쥐어서 천천히 소리를 내어 부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비전. 비전이라도 얻자.’

북부 병사들의 기상에 두들겨 맞은 드낙은 그 패배감을 다른 것에서 보상을 얻고 싶어 했다. 지휘관을 살해해서 몽펠리에를 항복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을 안 죽인다는 건 아니었다.

통로를 거닐던 병사 3명은 2층의 순찰을 맡고 있었는데, 숫자가 적은 이유는 1층에 150명이나 배치되었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방에서 숨어있다가 그들이 지나가자 귀신처럼 문에서 빠져나와서 뒤를 쳤다.

뿌드득!

목이 돌아가면서 그대로 분질러졌다. 왼손으로만 머리채를 잡으면서 천천히 쓰러지게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 놈의 투구를 잡아당겼다.

“윽?!”

가슴이 덜컹하면서 뒤로 넘어간 병사는 흉악한 검이 그대로 쑤우욱 얼굴을 향해서 내려쳐 지는 것을 보았다.

피가 거세게 튀었고, 마지막 남은 병사가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지르려고 입을 쩍 열었다. 그 전에 드낙의 투척 단검이 목을 때렸다. 목젖을 맞자 병사가 눈물을 찔끔 빼면서 기침을 했다.

“케헥.”

그것으로 끝이었다. 피를 게워내는 사이에 드낙은 연이어서 멱을 따버렸다. 그러는 순간에도 차선을 위해서 무기로 벽을 치려고 했지만 드낙에게 막힌 것은 덤이었다. 〈킬 더 배틀〉은 모든 것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시체도 처리하지 않고, 드낙은 2층에서 곤히 자는 기사 3명을 말끔하게 죽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창문으로 다시 빠져나가서 3층으로 올라갔다. 내성은 영주성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아래를 힐끔 보자 횃불이 한 가득하였다.

‘백날 밖을 지켜봐라. 내일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3층 또한 창문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쥐자 아래의 홈에서 독액이 분사되어서 전신갑주에 묻었다. 하지만 드낙은 무덤덤하게 창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드낙이 내는 소리에 그 방에 있던 기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일어났다.

푸걱!

롱소드가 투척되어서 그대로 머리에 박혔다. 아슬하게 벽을 검 끝이 긁으면서 소리를 내며 떨어졌기에 드낙은 가슴이 철렁했다.

‘힘이 좋아도 문제네.’

강철이 흐르는 강이 너무 명검인 것도 문제였다. 죽인 기사는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투구를 쓰는 건 답답했는지 쓰고 있지 않았다. 어두워서 검을 회수하면서 그걸 깨달은 드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명중률 때문에 다른 곳을 노렸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드낙은 또 위험에 맞닥뜨렸다. 가까이서 병사들이 촛대를 들고 순찰을 하고 있었는데, 숫자가 갑자기 불어나 있었다. 10명은 되어 보였다.

드낙은 놀라운 팔심으로 그대로 벽 위에 올라가서 몸을 고정했다.

척. 척.

강철 부츠로 소리를 내며 병사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경무장하고, 천만 발에 두른 병사가 웅크린 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촛대가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드낙은 충분히 여유를 두고 있었으므로 이 때문에 걸리지는 않았다.

내성에 있는 기사 중에서 1층에 있는 9명을 제외하고 45명이 하룻밤 만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순찰을 하는 병사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드낙 자체가 인간 같지 않은 근력으로 길이 없는 곳을 길처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첩보영화를 본 드낙과는 다르게 이 세상은 그런 것이 없었고, 경호에 있어서도 평면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암살하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온 곳에 마련된 기계식 함정들도 드낙을 어떻게 하지 못했다.

그 바로 다음 날에 〈다섯 쇠뇌 요새〉에 백기가 올려지고, 새하얀 삼각깃을 휘날리며 전령 몇몇이 〈몽펠리에 성〉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드낙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서서 소리를 질러대었다.

“내일 내로 요새에서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 번복은 없다!”

그 소리에 기사 몇몇과 병사들이 이 잡듯이 곳곳을 뒤졌지만 드낙의 그림자 하나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한 일은 성에서 빠져나가는 일뿐이었다. 다시 밤이 찾아온다면 기사들이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급자 없는 군대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다섯 쇠뇌 요새〉를 홀로 점령한 드낙은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아크온이 온다면, 이실레아를 불러들일 생각을 가졌다.

아직 전쟁은 현재진행형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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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년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또한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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