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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45화 (44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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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거주하는 병영 한 곳에 몰래 잠입한 드낙이 창문을 통해서 사위를 살폈다.

‘조용하네. 계획대로다.’

드낙은 총사령관 노릇을 하는 〈트로스 사일런스〉 경을 죽였고, 이어서 병사들을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마법, 비전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병사는 물론이고 기사들에게 큰 위기감이 들겠지.’

북부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진짜배기라고 불러도 부족할 정도로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는 자들이었다.

죽음이 두려움에도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남자 중의 남자였고, 기사를 상대함에도 계획대로 움직일 줄 알았다.

그렇기에 드낙과 상대한 병사들이 많았음에도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큰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대책을 논의하는 게 먼저다.’

생활 냄새가 제법 나는 한 채의 병영에 병사가 하나 없는 이유도 드낙의 말도 안 되는 힘 때문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흡사, 〈버팔로 나이트〉의 근력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위 기사가 없는 가문들의 출병이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병영의 2층 창문에서 드낙의 눈이 먼 곳을 향했다.

〈마법 쇠뇌〉를 쏘아보내는 다섯 개의 첨탑이 그 눈에 맺혔다.

쉬익!

바람 소리가 드낙의 귀를 스쳤다.

퇴로가 막히기 쉬운 〈반지하 무기고〉를 치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병사를 오직 힘으로 무식하게 패 죽인 결과 기사들은 대책 논의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병사들을 끌어안았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드낙이 공격이라면, 상대는 수비였다.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지붕 위를 순식간에 뛰어서 지나가는 드낙의 밑으로 철그물을 잔뜩 끌고 가는 병사들이 보였다. 못해도 50명에서 100명이서 우루루 몰려다녔다.

‘이제는 걸리면 안 된다.’

드낙은 지붕에서 지붕으로 옮겨 다녔다. 이곳은 군사적으로 지어진 곳이었기에 지붕 위도 궁수들이 활을 쏠 수 있도록 돌로 된 발판이 존재했기에 막힘없이 뛰어나딜 수 있었다.

병사들이 없는 외곽지역을 돌고 나서는 건물 아래로 내려왔다.

‘여기서부터는 길과 집을 병행하면서 다니는 게 최고지.’

드낙이 귀를 쫑긋 세웠다. 코너를 결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건 사냥꾼으로서의 소양이기도 했다.

눈으로 상대를 확인하면, 상대 또한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코 0%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었다.

‘귀가 있는데. 뭐하라고 눈을 써?’

실로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그만큼 인간은 눈에 모든 감각이 집중되어있었다. 귀를 잘 활용하는 인간은 드물었다. 그리고 자주 쓰지 않아서 둔감하기도 했다.

짐승과도 같은 방식이었지만 그게 사냥꾼의 방식이었고, 암살자의 방식이기도 했다.

귀를 기울이며 교차로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나무 창문에 귀를 대었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도 기척도 없자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건너갔다.

드낙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또한 잘 이용했다. 위험하지만 건물을 경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람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졌다. 궁수였다. 첨탑은 중요한 마법시설이었기 때문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드낙은 그림자를 통해서 궁수의 존재를 확인하자 되돌아가서 사각으로 들어간 다음 궁수가 배치된 집의 벽에 손을 짚으며 지나갔다.

멀리 보는 인간은 가까운 곳을 못 보기 마련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드낙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남들은 생각하고 교육을 받아서 행하였지만 드낙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물론 운이라는 것은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었다.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움직임 없이 코너에 가만히 서 있는 병사를 사전에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은 손거울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게 드낙이었기 때문이다.

“익!”

순식간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드낙은 상대 병사의 입에 손을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병사의 사타구니를 다른 손으로 잡아서 그대로 들어 올렸다.

병사는 버티려고 했지만 힘과 체중에서 그대로 밀렸다. 넘어진 병사가 둔기를 뽑아들었지만 드낙이 손의 힘만으로 상체를 끌어와서 무릎으로 팔을 짓누르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강철 글러브로 둘러싸인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면서 이 과정을 거쳤기에 병사의 이빨은 박살이 났고, 입에서는 피가 쉼 없이 줄줄 흘러나왔다.

“크읍!”

몸이 크게 요동을 쳤다. 숨을 쉬고 싶어서 기침을 했는데, 막혔기 때문에 소리는 나지 않고 몸이 들썩거리기만 들썩거렸다.

꿀꺽. 꿀꺽.

피를 계속 마시면서 코가 미친 듯이 호흡했다. 드낙은 놈의 목을 강하게 다른 손으로 움켜잡았다.

뿌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힘이 쭉 빠졌다. 동공이 위로 올라가며 눈이 까뒤집어졌다. 절명한 것이다. 드낙은 시체를 들쳐메고 그대로 비어있는 병영 창문에 넘겼다.

‘큰일 날 뻔했네.’

왜 저런 곳에 있었는지는 알 만했다. 이제 첨탑이 불과 100m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 시설〉을 지키는 데 있어서 인력을 배치하여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는 건 필수나 다름없었다.

‘더 조심해야겠어.’

드낙은 사각으로 들어갈 곳을 찾았지만 궁수가 아닌 병사도 지붕 위에 있는 돌을 얹은 발판에서 사위를 살폈다. 어떤 놈은 다리를 내놓고 앉아서 근거리를 보기 바빴다.

결국 드낙이 선택한 것은 강행하는 것이었다.

‘밤까지는 못 기다린다.’

기다린다고 해도 밤에는 더 많은 병력이 배치될 것이다. 기사들이 자신의 몸을 보존하고, 생각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닌 드낙을 대처하는 방안을 궁리할 때 마법 시설을 하나라도 더 파괴해야 했다.

소리 없이 내달렸지만 금방 발각됐다.

“불파겐이다! 불파겐이 저곳으로 달려갔다!”

그림자 그 자체가 되지 않는 이상은 들킬 수밖에 없었다. 호각소리가 울려 퍼지고, 병사가 무기를 쳐대면서 시끄럽게 굴었다. 하지만 드낙의 달리기 속도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

그곳으로 시선이 모이면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다른 곳의 병사는 드낙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병사가 저곳에 있다고 외치느라 그곳을 봤기 때문에 자신의 구역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맹렬하게 달리면서도 소리 없이 내달리는 드낙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많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병영이 있었고, 군수창고부터 습기가 차지 못하도록 지상에 건설된 곡물 창고 따위도 많은 곳이 〈다섯 쇠노 요새〉였다.

건물을 통해서 모습을 숨기기에 좋았다.

들키긴 들켜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은 드낙을 찾으려고 날뛰지 않았다.

이미 드낙과 소규모 접전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병사들을 모았다.

“첩탑이다! 첩탑!”

이런 혼란은 공터가 크게 마련되어있는 첩탑으로 향하는 곳에서 끝났다. 지붕 위에 올라선 병사든 첩탑에서 경비를 서든 자든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공터를 내달렸기 때문이다.

휘익!

바람 소리와 함께 롱소드가 휘둘러졌다. 방패와 함께 입구를 지키던 병사가 뒤로 튕겨 나가며 벽에 부딪혔다가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워낙 힘이 강했기 때문에 벽에 부딪혔음에도 충격이 끝나지 않았다.

달려가면서 휘둘렀기 때문에 더더욱 강한 힘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까드득!

끔찍한 소리를 내면서 다시 드낙에게 쓰러지는 방패수의 가슴 흉갑이 그대로 일그러지면서 방패병이 뒤로 넘어지며 땅에 쓰러졌다.

“쿨럭!”

피가 입에서 튀어나와서 높이 솟아올랐다. 가슴이 패이면서 기관지에 피가 왈칵 들어온 것이다.

옆에서 함께 덤벼든 병사는 드낙의 어깨를 둔기로 후려치려고 했지만 드낙의 주먹에 철퇴가 그대로 잡혀서 낑낑거려야 했다. 힘으로 도저히 안 되자 단번에 철퇴를 포기하고 보조무기인 대거를 꺼내 들어서 드낙의 팔뚝을 공격했지만 깡소리만 날 뿐 그 어떤 저지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끄아아악!!!”

손이 잡히고 그대로 악력에 병사가 몸을 비비 꼬면서 고통스럽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 입에 롱소드가 박혔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 둘을 처치한 드낙이 거침없이 첨탑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봉쇄하고 기사를 기다려야 한다!”

베테랑 병사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만 다른 병사들은 또 다른 의견을 내었다.

“첨탑 안에만 병사가 150명이 있다! 우리가 들어가서 도와야 한다!”

“기사도 없이 불파겐은 못 막는다!”

“아니! 기사도 사람이다! 지치게 하면 이길 수 있다!”

“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야 한다!”

사방에서 소리를 질러대었다. 입구를 막고 있는 베테랑 병사의 의견을 묵살하기에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파겐과 싸우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소규모 접전이 아니다. 우린 들어가야 한다!”

결국 베테랑 병사가 입구를 비켜주었다. 병사들이 우루루 올라갔고, 갈등하던 베테랑 병사 또한 따라서 올라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많은 훈련과 전투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노출된 경험을 함께 공유한 이들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우애는 큰 위험 속에서 더욱 꽃피는 법이었다.

물 한 잔 먹는 게 평생소원일 정도로 극한의 상황이 오면, 부모보다도 전우들에 대한 추억이 더 각별한 법이었다.

흐아압!

끄악!

나선형의 통로의 위로 들려오는 기합소리와 끔찍한 소리가 올라가는 내내 들려왔다.

주르륵···

계단으로 피가 흘려 내려오는 건 기본이었고, 시체가 엎어져 있기도 했다. 때로는 투구를 쓴 머리통이 통통 튀면서 데굴데굴 굴러오기도 하였다.

“헉헉! 헉!”

병사들이 계단을 두 개. 세 개씩 건너뛰면서 올라갔지만 드낙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대신 시체만 계단에 가득했다.

때로는 다섯 명. 때로는 열 명. 혹은 스무 명이 진형을 쌓은 채 한 자리에 죽어있기도 했다.

“그만, 그만 가야 한다!”

베테랑 병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첩탑 중앙에서 멈추어섰다. 여기에서는 한 층이 방 구분 없이 대전처럼 구성되어있었고, 내부에 있는 중앙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기 전에 베테랑 병사들이 다른 병사들을 멈추게 하였다.

가장 뒤에서 올라오던 이곳에 올라가는 걸 반대하던 베테랑 병사가 앞으로 나서서 다른 베테랑 병사와 합류했다.

베테랑 병사는 21명에 달했다. 하지만 아래에서와는 다르게 모두 의견이 똑같았다.

“내려가는 게 옳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힘겹게 올라온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시체 또한 놔두었는데, 그만큼 상황이 급했다.

왜냐하면,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는데, 다수가 다수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첨탑은 말 그대로 기사 하나 없어서 훌륭하게 전술적 판단 착오를 내렸다. 아무리 병사들의 멘탈이 위대하여도 그것을 지휘할 지휘관이 없고, 현장 간부만 존재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쉬웠다.

군을 이끈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하나가 부족하면 전체가 무너지기 쉬웠다.

드낙이 벌인 소란에 첨탑의 인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었다. 웬만한 투석기 공격에도 버티는 것이 〈마법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오우거의 공격도 너끈하게 버틸 수 있도록 마법적 처리가 잘된 곳이었다.

당연히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좁은 입구를 사수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낙의 너무 빠른 달리기 속도는 이 판단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렸다.

내려오는 놈들은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고, 공격당하는 소리에 모인다고 해도 합류 속도보다 드낙이 들이닥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 〈빠른 타이밍〉은 고작 계단을 30개 뛰어서 내려가는 5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으로 드낙이 20명 내외로 모인 병사들을 후려쳤고, 그것으로 도미노처럼 첨탑 내부는 이미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들을 도우려고 미친 듯이 따라 올라간 병사들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드낙의 전술에 그대로 농락당한 것이다.

꽈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 첨탑에서 푸른 마력이 폭발하며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건물은 멀쩡했지만, 마력을 수용하고 있던 마력 탱크가 드낙에게 박살이 난 것이다.

“입구를 막아라! 불파겐이 곧 들이닥칠 것이다!”

“와아아!!!”

기사들 또한 잔뜩 모여있었다. 병사들은 첨탑 주위로 죄다 모여있었다. 그 숫자는 3, 800명에 달했다. 하루 만에 200명이 나가 죽어도 사기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몽펠리에를 지키자! 우리들은 시민을 지키는 창과 방패다!”

“저어어언우르으으을 위하여어어어, 칼날과도오 같은 칼바람을 맞이하여어어도오오!”

병사들이 노래를 통해서 서로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드낙은 첩탐에 작게 나 있는 홈에서 그 장관을 바라보았다.

‘공포로 가득 물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네?’

드낙이 오히려 당황했다.

이건 〈검은 회의〉에서도 오판을 한 것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크온 몽펠리에〉의 등장으로 몽펠리에 령은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으로 합일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영웅이 만들어내는 민간에서의 규합력은 그 어떤 곳에서도 환하게 빛날 수 있었다.

비록 이 자리에 그가 없어도 그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행을 했기 때문에 병사들은 겸허하게 드낙과 마주할 수 있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모여서 만든 광경이기도 했다.

그들은 몽펠리에를 지키는 병사들이었다.

“죽음보다 더 가치 있게!”

“이 자리를 지키자!”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가문을 위해서 오욕(汚辱)으로 물든 귀족들에게 고용된 병사들이었지만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병사들의 기상은 가을 하늘처럼 매우 높았다.

========== 작품 후기 ==========

6385자

평추코! ㄷ ㅏ양한 의견추!

2018 노티에 제 작품이 걸렸네요. ㅋㅋ 덧글보고 이런 이벤트 하는걸 이제 알았네요.

당장 생각나는 수상 소감이라고하면

내일도 오늘처럼 장르 소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 취향이라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변하지 않다고 싶다고해서 안 변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오늘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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