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442화 (44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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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 성〉은 거대한 도시와 같았다. 외성벽은 3m에 불과했고,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존재하는 성곽이었다. 새하얀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성벽은 실로 아름다웠지만, 내구력은 투석기 하나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대의 성곽이었다. 도끼질 하나에 푹푹 패이면서도 세월은 끝도 없이 감당하는 모습은 실로 〈고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미스터리는 지금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

〈백색 성벽〉은 수많은 이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마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 성벽의 가루를 연구하고 싶은 마법사와 연금술사도 많아서 자유 마법사나 자유 연금술사들이 외성 지역에 많이 살고 있기도 했다.

푸른 빛깔을 옅게 내면서 회색 바탕에 흰색 점들이 박혀있는 돌들이 모여서 대로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 끝에는 내성문을 지나 영주성까지 이어져 있었다.

탁탁.

“왜? 뭐야?”

여관의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지하실에 있든 시원한 맥주를 마시든 남자 두 명 중에 하나가 맥주잔을 맥주잔으로 쳐대었다.

“저기 멀리서 오는 기사. 덩치가 아크온 님처럼 보이지 않냐?”

그 말에 눈을 찌푸리면서 시력을 돋운 남자가 그대로 맥주잔을 들어 올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버팔로 나이트 만세!”

“아크온 몽펠리에 만세!”

남자 두 명이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절로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고, 그들이 무례하고 예의 없게 손가락으로 아크온을 가리키자 이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몽펠리에가 지키지 못해 장남임에도 백금왕가의 손에 이끌려서 남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이후에 기사로서 자격을 지녔음에도 몽펠리에 령에서 활동하지 못한 채 남부에서 기사 마차를 끌고 다녔던 아크온이었다.

몇 년 전에 겨우 북부로 돌아왔음에도 몽펠리에 성에서 귀족들과 지내기보다는 밖을 돌아다녔다.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있어서 버팔로 나이트는 굴곡 있는 삶을 살아간 자였다.

그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수두룩했고, 어떤 사업에서든지 아크온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한 자도 많았기에 이야기꾼에게서 들은 것만으로도 열렬한 지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레와도 같은 환영 속에서 아크온은 홀로 영주성까지 걸어갔다.

외성지역에서는 환영을 받았지만, 내성문을 지난 내성지역은 조용하기만 했다. 몇몇 이들만이 조촐하게 마중 나와서 아크온을 환영해주었다.

영주 집무실에서 아크온은 자신의 아버지인 젝팔론 몽펠리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아크온보다는 덩치가 작았지만, 살이 잘 붙은 근육 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단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그렇게 불러주는 거냐?”

젝팔론이 웃음을 지었다. 아크온은 엄청난 혈통을 타고났다. 그 때문에 백금왕가의 표적이 되었고, 몽펠리에는 정치적 패배로 인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크온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편지에서는 항상 그렇게 적었지 않습니까.”

“처음 북부에 왔을 때는 영주님이라고 말했지.”

“보는 눈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는데, 그렇게 불러야지.”

“그럼 영주님이라고 해야 합니까?”

“이런 자리에서는 안 불러도 되겠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젝팔론이 오크통의 뚜껑을 열고 술을 한 바가지 퍼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크온은 잔을 들고 와서 바가지에 잔을 담가 술을 퍼서 젝팔론에게 건네주었다.

“무슨 일로 온 거냐.”

“이번 기회를 잡고 싶어서 왔습니다.”

가주인 젝팔론이 술잔을 들이켰다. 아크온은 이미 잔을 비워버렸다. 주량하면 몽펠리에였다. 오죽하면 영주 집무실에 술을 담아놓은 오크통이 크게 한 통 있을 정도였다.

“설마 그 이상론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이라면 한 번 시도해볼 만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젝팔론이 흉악하게 킬킬거렸다. 평범한 이들이 들었다면 위장이 쪼그라들 정도로 무서운 웃음이었다.

“짧게 생각해도 내가 오물을 뒤집어쓰게 생겼는데?”

“그래서 부탁하는 거 아닙니까.”

“싫다.”

잠깐 침묵이 나돌았다. 술을 퍼담은 바가지가 3번 리필되고 나서야 아크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파이룬이 싸운다고 싸우겠습니까? 천둥과 번개 치듯이 소란만 크게 키우고 말겠지요. 이번 일에도 그냥 발 하나만 담근 것 아니겠습니까?”

“어지간히 운 좋은 놈들이야. 세상살이, 어떻게 하는지 잘 알아. 곁다리 하는 맛에 중독되어서는 주도적으로 뭘 하는 걸 못 봤어.”

파이룬을 욕하면서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리스크가 있다면 먼저 하는 일이 없는 것이 파이룬이었다. 이번 일에서도 몽펠리에와 함께했다는 의리만 적당히 세우고 불파겐과 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다.

“몽펠리에는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가 웬일로 주전론(主戰論)을 입에 담느냐?”

젝팔론이 그렇게 물었다가 두툼하기 짝이 없는 손으로 무릎을 쳤다.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허벅지살이 출렁거리는 게 눈에 보였다.

“이 녀석. 피로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그 외침에 아크온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젝팔론과 눈을 마주했다.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젊은 혈기가 만들어내는 높은 기상이 젝팔론에게 보였다.

“나아가 전쟁하신다면, 그 뒤는 제가 해결해보겠습니다. 싸우는 것으로 몽펠리에의 용기를 보여주고, 패배함으로써 불파겐의 손을 들어주십시오.”

“명분도 없는 전쟁에 피를 뿌리는 게 무슨 용기냐.”

“명분은 불파겐에게 없습니다. 진흙탕으로 만들면 그만입니다.”

확고한 계획이 아크온에게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네 뜻대로 할 수는 없다.”

“···어째서입니까?”

“네 동생이 호수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아크온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젝팔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알고도 하겠다고? 동생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드낙 자작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재물에 눈이 먼 자에게 어느 시민이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아크온이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패배해도 패배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통해서 몽펠리에는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진정으로 귀족을 경외하는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상론이다. 불파겐 이후로 겉으로는 바뀐 것 같지만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걸 잘 알지 않느냐.”

“썩은 물을 도려내어도 그렇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난 가주 못한다.”

“그 가주, 제가 하겠습니다.”

젝팔론의 눈이 커졌다.

“동생도 데려오겠습니다. 품성은 죽여도 시원찮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귀족다운 녀석 아닙니까. 지금까지 실수를 저지른 적도 없고.”

자기 위에 누군가가 있어서 행실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가주를 안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놈이,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제가 안 한다고 말해야 흑백을 가려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신과 방계 중에 질라크의 본성을 모르는 이가 적은데, 질라크의 파벌이 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황소처럼 굴더니, 속에는 구렁이가 들었구나.”

젝팔론이 등받이에 그대로 기대었다.

“그럼 하시는 겁니다?”

“그래. 좋다. 하지만 가주에 오른다는 약조를 해라.”

“예?”

아크온이 멍청하게 소리를 냈다.

“아니, 제가 그렇게 신뢰가 없습니까?”

“네 녀석이 하는 꼴을 봐라. 밖에 있는 사람들은 널 대단하다고 여길지는 몰라도 나는 아니다. 밖에만 나돌기만 한 놈을 내가 어찌 믿느냐. 많은 이들의 신망을 얻은 건 알지만, 방계를 그저 썩은 물로만 여기는 네놈이다.”

“방계 모두를 썩은 물로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철부지놈. 귀족 중에 누구 하나는 오물을 뒤집어엎으면서 더러운 욕받이가 되어야 하는 것도 모르고. 하지만 뭐, 질라크보다는 네놈이 낫겠지.”

‘어차피 방계의 힘도 줄여야하고.’

장성한 아들을 놔두고 가주 노릇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뒤에서 봐주기는 하겠지만, 가주직은 일찍 받으면 받을수록 좋았다.

‘내가 살아있을 때, 실수하고 넘어지기도 넘어져 봐야지.’

젝팔론은 기어코 아크온에게서 계약서를 받아냈다. 개인 인장은 물론이고 지장까지 찍어야 했다.

“지독하십니다.”

“내가 아직도 팔팔한 것처럼 보이지? 언제까지 계속 내가 중심을 잡아야겠냐. 이제 네 책임이다.”

“예. 제가 지목한 방계 8가문은 반드시 전쟁에 포함해야 합니다.”

“알겠다. 하지만, 불파겐은 100명도 안 되는 병력이다. 그가 이길 것 같으냐?”

아크온이 시원하게 웃었다.

“그라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쾅!

집무실의 문짝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경비를 서던 근위병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자기 몸보다 크고, 무게 또한 대단하고 굵은 집무실의 문이 두 쪽이 나서 덜렁거렸기 때문이었다.

“씨익! 씩!”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크온이 빠져나갔다. 근위병이 그 짐승 같은 큰 숨결에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입이 바짝 말라져 있어서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는데 칼칼해서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근위병이 안을 보자 오크통의 밑이 부서져 있었고, 술이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신들을 모두 호출해라!”

“예!”

근위병이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 날부터 몽펠리에 성에 전운이 감돌았다. 단순히 불파겐과의 전쟁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로도 내전이 감돌았는데, 아크온이 스웬슨 보두앵과 에녹 히터와 병사들을 불러모아서 몽펠리에 성 동쪽에 있는 대저택에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버팔로 나이트는 대체 무슨 생각이오! 이런 시기에 자기 파벌을 끌어들여서 병사까지 모으다니!”

비밀스러운 모임을 하고 스스로를 〈8인 원로회〉라고 몰래 칭하며 몽펠리에의 힘을 빨아먹는데 바쁜 방계 중 하나인 〈프론 사일런스〉가 호통을 치기 바빴다.

군사적으로 몽펠리에의 방계 중에 주력이라고 할 만한 3개의 가문 중에 2개의 가문을 아크온이 휘어잡은 것에 대단히 놀라서 팔딱팔딱 뛰기 바빴다. 그 정도로 아크온이 인망이 두꺼울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끌시끌한 대전에서 가주가 기침 소리를 내자 금방 조용해졌다.

“아들 하나는 전쟁을 싫어하고, 하나는 불파겐에게 잡혀있다. 경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전쟁을 수행하겠습니까? 못해도 보두앵만큼은 있어야···”

몽펠리에의 기병 중에서도 뛰어난 기병을 보유한 것이 방계 보두앵 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이 아크온의 그림자를 믿고 숨어버렸으니, 당연히 전쟁을 수행하면 다른 귀족들만 힘을 소비하는 꼴이었다.

“방금 파이룬에게서 메시지 마법이 들어왔다. 불파겐의 전력은 기병 50이고, 기사는 세 명이 전부다.”

가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보를 풀었다.

비밀 모임 〈8인 원로회〉의 일원인 〈프론 사일런스〉의 표정이 붉게 변했다. 자연스럽게 50명이 무서워서 도망치자고 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파이룬은 어떻게 하기로 했답니까?”

“밀 50만 포대. 철괴 8만괴, 은 50만닢을 주기로 했다.”

“미친 소리입니다!”

귀족들이 발작하듯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정도로 엄청난 배상금이었다. 10년을 모은 것을 그냥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몽펠리에는 그 2배였으니 20년 모은 재물을 강탈하는 것과 같았다.

몇 백 년 동안 존속했던 가문이었기에 그만큼 축재한 재물이 많았다.

“파이룬 가문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습니다! 기병 50에 굴복하다니! 모든 이들이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베사스 오프힐〉이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이룬 가문의 음흉함이 드러났는데, 전쟁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드낙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은 라이벌 관계이며 서로 영지가 붙어있어서 적이나 다름없었다.

서로 결탁해서 음모를 꾸미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로 잡아먹을 때는 잡아먹었고, 칼질할 수 있을 때는 칼질을 하기 마련이었다.

가주 젝팔론은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자신의 주관을 말했다.

“파이룬의 박쥐 새끼들은 싸우지도 않고 굴복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야 한다. 불파겐에게 명분이 있지만 그 명분은 멀리 퍼지지도 않았고, 우리 또한 많은 곳에 공문을 돌렸다.”

명분은 진흙탕이나 다름없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대었기 때문이다. 믿고 싶은 세력의 말을 믿을 뿐이었다.

“전쟁은 해야한다. 하지만, 크게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나설 수 없는 일이다.”

서로 죽자고 싸우는 전쟁이 아니었다. 승패를 놓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또한 아크온은 가주와 싸우고 틀어박혀 있는 상태였다.

‘이건 기회다.’

프론 사일런스가 눈을 빛냈다. 견적을 내보면 공적을 얻을 수 있어 보였다. 불파겐과 무승부만 되면 되는 일이었다.

“저희 가문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기병 50만 막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보급로를 지킬 놈들도 아니니, 몇 번 보급로를 끊어내면 절로 승패가 결정지어질 것이다.

너도나도 자신이 나서겠다고 했고, 가주는 그들 중에 직접 선봉을 설 가문을 프론 사일런스에게 지명하도록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사일런스 가문은 당연히 오프힐을 비롯한 비밀 모임의 방계들을 선봉으로 세우고, 나머지 가문은 보급으로 돌려버렸다.

이들은 각기 500명에 달하는 병사를 끌어왔고, 4천 명에 달하는 병사를 일으켰다. 동시에 기사만 해도 60명에 달했다. 그중에 명성 있는 고위 기사는 없었는데, 무력으로 대단한 가문들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인류를 위해서, 남부왕국과 자신의 가문을 위해 숭고한 마음으로 여름에 날뛰는 몬스터들과 야수를 사냥하기 바빴다.

========== 작품 후기 ==========

6383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교육 받았습니다.

운전 초짜였던 내가 사실은 F1 베스트 드라이버의 재능이?! 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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