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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40화 (43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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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불파겐이 군사를 일으켰다.

기병 50에 불과한 인원이었지만, 그 기세를 하늘을 찔렀다.

파이룬 가문은 이미 몽펠리에에게서 언질을 받았는지, 도로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채 도망쳐있었다. 이에 드낙은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파이룬 가문의 영지에 속해있는 곳 중에서 가장 동북부에 인접해있는 마을은 <걸쇠 마을>이었다. 걸쇠 마을의 구불구불한 윗길로 가면 <세 개의 강가>와 <봄녘 마을>이 나왔다.

“문을 열어라!”

장정들이 목책 위에 있었는데, 병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드낙이 고함을 지르자 자경단 중에 어린놈이 화살을 쏘았다. 당연히 맞을 리가 없었다. 픽하고 쓰러지듯이 땅으로 박혔다.

퍽.

뒤통수를 한 대 맞고 그대로 멱살이 잡혀서 내려가졌다.

드낙의 패기에 맞서 싸울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무장한 장정들의 모습이 보였다. 드낙이 무식하게 들어가자 주춤거리면서 물러나기 바빴다.

“촌장은 어디에 있나?”

“제가 촌장입니다. 콜록.”

여름인데도 감기에 걸린 모습을 하고, 털가죽을 어깨에 짊어진 늙은이가 부축을 받으며 왔다.

“파이룬 가문에게서 언질을 받았느냐?”

“예. 마을 중앙에 벽보도 붙어있습니다.”

드낙이 검을 뽑지 않고 묻자 촌장이 대답하였다. 싸우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귀족들의 싸움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세금을 내고 지켜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전쟁에 있어서 드낙을 두려워한다는 말이었다.

벽보를 드낙이 훑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불파겐 자작이 영지전을 걸었다는 불친절한 벽보였다. 대피하라고 적혀져 있었지만, 마을 주변에 있는 농지에서는 밀이 자라나고 있었다.

‘버릴 수가 없지.’

죽어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일반적인 인간의 삶이었다. 드낙은 그것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굶어보지 못한 귀족은 자존심을 위해서 죽을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자존심을 버리고 양식을 취한다.

“들어라! 걸쇠 마을의 시민들아! 나의 적의는 제국 전신갑주로 재미를 보려고 결혼동맹까지 한 불파겐을 뒤통수친 몽펠리에와 파이룬 가문에게 있다!”

“그대들이 창칼을 나에게 겨누고, 내가 가져온 보급을 훔치려 한다면 응당 분노로 대답해주겠지만, 그대들은 나를 위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이 마을에서는 그 어떤 약탈 행위도 없을 것이다! 길만 열어주면 된다!”

“불파겐! 불파겐! 불파겐!”

마을 장정들이 불파겐의 이름을 소리 높였다. 마을을 점령하고, 약탈하지 않는 것은 진실로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지 않게 하려고 뒤에 멀리 물러나 있던 기병들이 그제야 들어왔다. 그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직접 물을 떠 오고 가져온 식량으로 해결했다.

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은화를 주고 술을 얻었다.

“이게 뭔가?”

“감사해서 사슴 고기까지 준비했습니다. 훈제한 것이라서 비린내가 하나도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흔쾌히 훈제한 사슴 고기까지 내어주었다. 술장사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호감이 간 것이다.

“개에게 먹여보고 이상이 없으면 먹도록 해라. 버리면 아깝잖나.”

이실레아가 이를 보고하자 드낙이 제한적으로 허락했다. 모두 표정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드낙 군대의 진격속도는 매우 빨랐다. 마을의 협조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다섯 마을을 그렇게 연달아서 지나가자 그제야 성 하나가 보였다.

두 개의 언덕이 있었고, 아래로는 돌들을 쌓아올린 엄청난 수준의 다리가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다리에는 투석기들이 좌르륵 나열되어있었다. 척 보아도 무시무시했다.

‘중대형 몬스터고 나발이고 걸레가 되겠네.’

다리에 투석기들이 있다면, 언덕을 두르고 있는 성벽의 곳곳에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보석이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고 있었다.

내성벽을 지나 영주성은 두 곳이었고, 그곳은 첨탑처럼 높이 솟아있었다.

“<쌍둥이 언덕성>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네.”

“남부를 막아내는 중요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수준 높은 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마법사는 없을 겁니다.”

마법사는 매우 귀한 재원이었다. 마력을 많이 성에 쌓아두고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죽으면 30년은 기다려야 했다. 재충원이 거의 한 세대가 지나야 할 정도였다.

페리에 러셀 또한 겉은 젊어 보이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서고 독립하여 하나의 마법사로 스승에게 인정받았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 젊은 마법사는 무조건 실력이 낮다고 보면 되었다.

“항복 권유를 하고 오겠다.”

드낙은 거침없이 말을 몰았다. 투석기는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 성벽 위에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껍다고 표현하고 싶은 큰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했소. 불파겐 자작! 나는 크샤크 바파이아룬이라고 하오! 오면서 마을 다섯 개를 점령하는 큰 공을 세웠으니. 이제 만족하는 게 어떻소!”

크샤크는 드낙을 보자마자 신경을 긁었다. 마을 다섯 개를 큰 공이라고 말하면서 드낙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공은 마을 다섯 개를 먹는 게 전부라고 돌려서 때리는 격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 말에 그 어떤 분노도 일으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말에 담겨있는 흉험함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 다섯 개를 먹은 게 무슨 큰 공인가! 성 하나 책임지는 기사가 그런 걸 큰 공이라고 말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말을 괴상하게 받아쳤다. 이 때문에 크샤크가 헛웃음을 지었다.

‘무식하다 무식하다 하더니 정말로 무식한 새끼구나!’

기가 찼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파이룬 가문의 죄를 물으러 왔다! 항복을 권유한다!”

“고작 기병 50기로 뭘 하려고 하는가! 불파겐 자작을 내 내리까는 것은 아니나, 이 요새는 엄연히 전투요새다! 오우거가 덤벼도 버틸 수 있다!”

드낙은 거기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다리가 아닌 성벽 쪽을 빙 두르듯이 움직였다.

‘병사들의 숫자는 적군.’

큰 요새였지만 병사들의 숫자는 고작 500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350명이 용병들로 채워져 있었다. 워낙 드낙의 진격이 빨랐기에 주변에 있는 정규군을 싹 모았지만, 많이 오지 못했다.

“시답잖은 놈들.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대지 골램(Earth Golem)>.”

붉은색 염료로 칠해진 제국 전신갑주에서 빛이 반짝이며 흙이 순식간에 튀어 오르며 단번에 주먹이 만들어졌다. 토사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속력이 붙으면서 머리가 튀어나오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흙의 거인이다!”

3미터에 달하는 골램은 언덕 위에 쌓아올려진 성벽보다는 작았지만, 거침없이 성벽으로 돌진했다. 그 뒤로 드낙이 멀머리를 돌리며 역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용병들은 골램이 자기 쪽으로 달려오자 냉큼 성벽을 잡으면서 기기 시작했다.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뭘 기고 자빠졌어! 무기를 던져라!”

베테랑 병사가 명령하자 용병들이 몸을 일으켰고, 그 순간에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골램이 성벽에 부딪혔다.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크게 흔들렸고, 용병 몇몇이 그대로 안쪽 아래로 떨어졌다.

“걱.”

작고 짧은소리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만큼 높이가 높았고, 떨어진 용병은 죽은 것처럼 떨어져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병사들과 용병들은 추락한 용병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부딪친 흙의 골램은 성벽 곳곳에 있는 보석에서 쏘아진 이글거리는 화염에 순식간에 녹기 시작했다.

흙이 매캐한 검은 연기를 내면서 녹아내렸지만 흙의 양이 양이라서 쉽게 녹지 않았다. 애초에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성벽의 화염 보석>이었다.

골램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드낙은 말로 질주했다. 성벽에 붙어있는 푸른 보석이 화염을 토해냈지만 드낙에게 도달하기 전에 <강철이 흐르는 강>에 의해서 막혔다. 화염이 검에 들러붙었지만, 전혀 녹지 않았다.

‘명검은 확실히 명검이야.’

드낙은 성벽으로 향하다가 말 머리를 돌렸기 때문에 다리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육법태엽식(六法胎葉式)>

“<추적하는 불의 창>.”

드낙이 입은 제국 전신갑주의 등 뒤에서 2m에 달하는 길이를 지닌 창이 계속해서 쏘아져서 투석기를 노렸다.

쿵! 화르르르!

허공에서 불의 창이 마법 방어막과 부딪치며 충돌했다. 스파크가 튀면서 불의 마력과 방어막의 마력이 서로 상쇄를 일으키며 빠르게 소모되어갔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서 끝도 없이 불의 창이 순차적으로 방어막에 들이박았다.

마법사 13명분에 달하는 마법을 모두 쏘아내고 있을 때, <크샤크 바파이아룬>이 성문을 열며 중기병 100기를 이끌면서 빠져나왔다.

“적은 단 한기다! 전신갑주에 있는 마법까지 모조리 사용했다! 잡으면 우리의 승리다!”

드낙이 도망치려고 할 때를 노린 것이다. 미친듯이 마력을 쏘아제겼기에 더 이상 마법을 못 쓰는 것이 틀림없어보였다.

“와악! 와아아아!”

기병은 이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빠르게 지원을 온 부대였다. 워낙 급하게 왔기 때문에 중기병을 맡고 있던 기사는 오지 못했다. 다른 곳에 토벌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북부는 인간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온 곳에서 몬스터와 야수들이 득실거렸다.

전투마의 엉덩이에는 여분의 렌스를 꽂아놓는 렌스 보관통이 있었는데, 렌스는 하나도 없었다. 인간 기사를 상대하면서 사실 렌스는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남부 귀족들이 매일 같이 연회를 연다면 북부 귀족들은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토지를 지키기 위해서 수련만 하는 자들이었다.

몇몇 예외를 빼놓고는 북부 귀족은 남자든 여자는 무력이 높았다.

두두두두!

거칠게 먼지를 일으키며 중갑기병이 쫓아왔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드낙의 전투마는 마갑은 물론이고 천이나 가죽도 한 겹 입고 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도망을 치기 좋았다.

“어딜 도망가느냐!!”

크샤크의 외침에 드낙이 고함을 질렀다.

“파이룬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본대가 와도 영지전을 계속한다면 온 영지를 돌아다니며 자라나는 푸른 밀밭을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이다!!!”

드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도망자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다. 뒤를 보면 속도가 느려지고 조급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가자! 가즈아!”

드낙이 열심히 말을 닦달했다. 말도 눈먼 투창질 때문에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 도망쳤다. 이실레아를 비롯한 기병대가 마중을 나와서 드낙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함께 도망치자 크샤스가 손을 올리며 추격을 중지했다.

“되돌아간다! 퉤!”

기분이 더러워진 크샤크가 바닥에 침을 뱉고 성으로 돌아갔다.

드낙은 파이룬의 본대가 오는 동안에 이 짓을 계속 반복했다. 컨디션에 따라서 마법사 11명~15명분의 마력을 토해내는 드낙의 마법폭격과 대지 골램의 성벽 파괴는 끝을 몰랐다.

“방어막이 뚫렸습니다!”

“투석기를, 투석기를 안으로 들여보내라! 어차피 맞추지도 못하지 않느냐!”

대형 투석기 3대가 불타올라서 전소 됐다. 큰 투석기가 비싼 것임을 잘 알았기에 다른 중소형 투석기는 말짱했다.

“투척! 투척!! 양손부터!”

<쌍둥이 언덕성>에 설치된 마법보석은 <성벽의 화염 보석> 뿐이었다. 생명체를 카운터치는 보석이었지만 무생물체에는 오히려 약세였다. 이 때문에 온갖 무거운 투척물이 대지 골램을 노렸다.

골램을 잡는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건 드낙도 마찬가지였다. 다리에 있는 투석기를 무력화시키고 나서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다리에 소환해서 다리를 치기도 하고, 동북남, 서북남으로 양쪽 성의 성벽에 소환을 해대었다.

“으아아아!!!!”

크샤크가 열이 뻗쳐서 고함을 내질렀다.

경기병으로 드낙을 어떻게 함 잡아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대지 골램이 튀어나오며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드낙의 마법공격은 계속되어졌다.

<소환 마법>은 대단히 큰 용량을 가져야했기에 <마법 마차>에나 새길 수 있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제국식은 그것을 전신갑주에 담아낼 정도로 축소화했고, 그런 신진문물을 오래 전에 지어졌던 <대(對) 몬스터 전투요새>는 감당할 수 없었다.

쿠구구···

“무, 무너진다!!”

북쪽 성문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매일 15개체 이상의 3미터짜리 대지골렘이 부딪치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걷어찼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늦게오지.”

드낙은 단 7일 만에 군대를 제법 크게 끌고 온 파이룬 가문의 본대를 보며 아쉬워했다. 규모만 봤을 때, 가히 1천이 넘었다. 그런 걸 벌써 끌고 오다니, 역시 명문가다웠다.

<쌍둥이 언덕성>의 외성벽을 모두 무너뜨렸을 때,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파이룬 가문의 가주인 <질베이런 파이룬>이 성벽이 모조리 무너진 쌍둥이 언덕성을 보며 눈을 비볐다.

“가, 가자. 일단 가서 쌍둥이 언덕성으로 향한다!”

당황해서 처음에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언덕을 끼고 높이 9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마법성이 쌍둥이 언덕성이었다. 그런 곳의 외성벽이 폭삭 무너져서 외성지역이 그대로 보였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순순히 물러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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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기능 교육입니다. 시험은 아직..ㅠㅠ 필기도 공부했는데 61점으로 겨우 합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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