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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다.’
그게 바로 게제라스의 의견이었다. 또한 피를 뿌려도 노력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줘야 했다. 과정에서 공을 들여야 결과가 나빠도 욕은 먹지 않는 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끝장을 내야 한다. 그러므로 난 오히려 배짱을 더 부려도 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 문제는 점점 소문을 타고 흐를 것이고, 몽펠리에와 파이룬은 선택을 해야 했다.
‘또한 북부 귀족들의 판단은 명예와 이익에 따라간다.’
드낙은 이 세상 사람들이 결코 착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증거도 없고, 증인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었으며 살인멸구(殺人滅口)가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의 인간성은 손바닥 뒤집듯이 선과 악을 오고 간다.
그 본성을 억누르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그 결과는 불파겐 내전 이후에 명예를 숭상하는 것으로 눌러졌지만,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양분되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해야 했다.
불파겐과 결혼동맹을 한 두 가문을 도와줄지. 그 두 가문을 찍어누르려는 불파겐을 도와줄지.
“마법사들이 메시지 마법을 설치했습니다. 마력을 담을 수 있는 용기 또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알겠다.”
고용인의 말을 들으며 드낙이 방을 나섰다.
얇은 벽을 통해서 가림막을 설치하고, 위에는 천막을 두었다. 그 아래에 집 한 채는 들어갈 정도의 큰 마법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법진의 밖에는 철판이 하나 반듯하게 있었는데, 마법진이 그곳에도 그려져 있었다.
마법사가 철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에 마력을 부여하시면 됩니다.”
드낙은 거침없이 그곳에 손을 올렸다. 한 달거리에 달하는 먼 곳으로 메시지 마법이 향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일주일 넘게 메시지 마법이 유지되어야 했다. 말이 달리는 것과 조금 더 빠른 것이 메시지 마법이었다.
파아앗!
푸른빛이 강렬하게 드낙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철판의 마법진이 빛으로 가득 채워지고 나서는 철판마저 빛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법사 몇몇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마법사 15명분은 꽉 채울 용량인데. 저걸 홀로 다 채우다니.”
“엄청난 마력···”
드낙은 손을 놓았다.
“이것으로 며칠 가겠는가?”
“충분히 도달할 것입니다.”
지팡이와 로브 하나 입지 않은 마법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만큼 드낙이 무서웠다.
10일을 그렇게 기다렸다. 그 사이에 별일은 없었다. 록시 몽펠리에나 아샤 파이룬은 조용히 지내고 있었고, 응당 그래야 했다. 무슨 벌을 받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이실레아는 게제라스를 도와서 보급로를 설정하고, 그 양과 중간지점마다 확인할 중간직 또한 젊은 문인들을 다른 직책으로 임명하여 유기적으로 활동하게 하기도 했다.
그 어수선함은 저택의 창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술집마다 전쟁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미 불파겐 영지의 마을에는 벽보가 붙었다.
이런 점진적 분위기의 고양은 절로 압박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준비되었습니다.”
드낙은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몽펠리에의 가주와 메시지 마법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었다.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뵙겠소. 드낙 불파겐이오. 남작.”
오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대화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노타임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게 바로 마법이었다.
“이렇게 메시지 마법으로 연락을 걸어온 것을 보니, 급한 일이 생긴 것이오? 자작.”
병사가 지키고 있었으므로 몽펠리에 가주는 마법사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속으로는 일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드낙은 짧게 몽펠리에와 파이룬의 간악한 수작질을 거론했다. 이에 <젝팔론 몽펠리에>이자 <몽펠리에 52세>인 가주가 그 모든 말을 듣고 대답했다.
“질라크 그놈이 정신을 놓았나 보군. 아무래도 이야기가 제대로 안 된 것 같소.”
메시지 마법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감정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제국 전신갑주가 그렇게 가치가 낮은 것인가?”
“결코 아니지. 하지만 나는 이 일을 질리언에게 맡겼소. 그가 그런 짓을 꾸몄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무조건 나를 탓하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하오.”
몽펠리에 가주는 순식간에 꼬리를 잘라냈다. 일을 맡긴 놈이 잘못이지 자신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게 끝인가?”
드낙의 말에 가주가 대답하였다.
“제국 전신갑주에 대한 연구는 다시 한 번 내가 직접 관리하여 보답해드리겠소. 또한 은화 100만 닢을 사죄의 의미로 내어드리겠소.”
땅을 지배한 가문이 지니는 힘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괜히 토지 제도에 따라서 왕과 가신들의 힘을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화폐에 대해서 큰 감흥을 못 느꼈다.
이미 큰 산에 은맥이 크게 있었기 때문이다. 되려 철에 대한 욕망만 커졌다. 대산 너머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철맥을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광맥은 운빨이 컸고, 동부는 버림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조건 철과 밀이다.’
이 시대는 그게 깡패였다. 3차 산업이고 나발이고 식량과 철이 굉장히 중요했다. 게제라스가 하도 철이 꾸준히 자주 유입이 되어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더더욱 드낙은 그런 쪽으로 눈이 뜨여져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소. 대신 밀 100만 포대(20kg)과 철괴 50만괴를 보내주시오.”
엄청난 양이었다. 쌀과는 다르게 밀은 그렇게 많이 추수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지만, 그건 질라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루어진 일이오.”
몽펠리에 가주가 또 질라크를 팔았다.
“자꾸 다른 이의 이름을 파는데 그도 몽펠리에 아니오? 또 상식적으로 이 문제가 질라크 혼자의 힘으로 끝낼 수 있다고 보시오?”
드낙이 화를 냈다. 이렇게 무거운 일을 꼬리를 자르려고 하다니, 심보가 고약했다. 자기 손해를 막기 위해서 응당 해야 할 일이었지만, 드낙은 몽펠리에 가주가 아니었다. 뜯어낼 만큼 뜯어내야 했다.
‘괘씸하기도 하고.’
“그럼 은화 100만 닢과 금화 30만 닢으로 타협하는 게 어떻소?”
어떻게든 화폐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재차 보여주었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영지에서 한 번에 밀과 철이 그렇게 빠져나가면 온 사방에서 골골거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몇몇 가문은 몽펠리에의 힘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다닐 터였다.
“화폐로는 안 받겠소.”
드낙이 칼같이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는데, 밀 30만 포대. 철괴 10만괴.”
드낙이 칼같이 대답하자 가주 또한 기분이 나빠졌는지 경고하며 말이 짧아졌다.
“싫소.”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소.”
잠시 침묵이 돌았다.
‘그래. 함 끝까지 가보자.’
치킨 레이스는 누구보다 잘하는 게 드낙이었다. 적이 쳐들어와도 유격전이든 장거리 마법 타격을 하든 자신이 있었다. 또한 <호수 마을>은 동부에서도 동북부 구석에 있는 곳이었다.
드낙이 드잡이질을 받으면서 호수 마을에 군대가 도착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었다.
드낙이 마법사에게 말했다.
“메시지 마법을 중단해도 좋다. 몽펠리에 남작. 가을이 오기 전에 서로 얼굴을 보게 될 것이오.”
“기대하고 있겠소.”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법사들은 다시 내 저택으로 돌아가시오.”
<불리 몽 위저드>는 주저하다가 드낙에게 물었다.
“자작님.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다리시오. 몽펠리에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하니.”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연히 너희도 다 뒤질 목숨이야.’
얇은 벽을 나가며 드낙의 눈에 검은 탐욕이 드글드글 거렸다. 마법 지식을 얻을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게제라스 총관! 보급 준비는 모두 마쳤나?”
“예!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병사의 숫자는 적습니다.”
“상관없다. 하지만 기병만은 모두 출병할 수 있도록 해라.”
“예! 이미 그렇게 준비해놨습니다. 이실레아 경과 기병 50기는 당장 갈 수 있습니다.”
드낙은 그 날로 그대로 거병(擧兵)하여 파이룬 영지로 향했다.
*
남부왕국의 남동부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던 길게이 플레티넘은 수행원의 귓속말을 듣고 어깨를 들썩였다.
“잠시 큰 볼일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소. 모두 와주셔서 고맙소.”
몰락한 남부 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모두 복장이 제각각이었다. 사람들이 나가자 <불릿 발레아르>가 들어왔다.
“내가 들은 게 정말로 사실인가?”
“예. 2왕자님이 오우거의 볼모로 잡혔고, 토벌은 실패하였습니다.”
길게이가 주먹을 내려쳤다.
“이런 미친.”
손톱을 깨물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삼파전에서 이파전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폼포스 플래티넘(Foamforce Platinum)>이 사라졌으니, 내가 수도로 돌아가면 평생 갇혀서 지내게 될 것이다.’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죽인다면 1왕자 <아라온 플래티넘(Araon Platinum)>의 정통성에만 흠집이 날 뿐이다. 그만큼 길게이의 재능과 정통성을 두려워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건 무조건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남은 일은 길게이가 돌아온다면 평생 갇혀 지내게 만드는 일이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
2강 1소라고 말해지는 후계 싸움이었다. 1소가 당연히 길게이였다. 그는 몇몇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서 <볼레티안 기사단>을 남부왕에게서 받은게 전부였다.
“볼레티안 기사단원들은 모두 날 위해서 남을 수 있다고 보나?”
“급여가 밀리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면···”
불릿 경이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하지만 길게이는 웃어 보였다.
“굶주림만큼 무서운게 어디에 있겠나. 다 이해한다. 그래도 돈 때문에 떠나지는 않는다고 말해주니 아주 고맙다.”
“죄송합니다.”
“죄송할게 어디 있나···”
길게이는 그대로 도망칠 생각을 했다. 제국으로 망명하는 것은 선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의 민족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그곳에 간다고 해봤자 적당히 이득을 보고 제국을 추켜세우는 일을 하고 다시 남부 왕국에 보내질 것이다.
“북부와는 한 번 척을 졌고.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이지 남부왕의 수가 무섭군.”
<북부 대치>. 그것이 부메랑처럼 다가왔다.
겉으로 보면 공을 얻으려고 간 것이지만, 공을 얻어도 북부와는 영영 척을 지게 되는 것이었다. 플래티넘 왕가의 핏줄을 빼닮은 것이 아라온 플래티넘이었다. 남부왕은 오늘의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해서 돌을 던졌고, 운이 맞아떨어졌다.
물론 10번 중에 1번 걸린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것으로 길게이는 북부로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불파겐은 어떻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그가 나를 받아주겠는가?”
“이 가문, 저 가문 다 끌어오면서 온갖 일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힘 하나 믿고 영지가 어찌 되든 일단 세력을 크게 살찌우려고 하고 있으니, 저희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레이시아 공주님께서 아직도 생존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길게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몰락 귀족 중에 철과 식량과 노예를 취급하는 자들에게 서한을 보내야겠다. 불릿 경은 떠날 채비를 마치게.”
“불레티안 기사단의 일원은 600명입니다. 저희를 건들려면 군대를 일으켜야 하기에 몰락 귀족들을 왕자전하께서 직접 방문하실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런가? 그럼 그렇게 하자.”
길게이가 서둘러 움직였다. 마치 본능처럼 불파겐 영지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게제라스는 남부로도 상로를 뚫으려고 남부의 상단에게 서한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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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한편입니다. 이유 2종 자동 운전면허 실내 운전 교육을 받습니다. ㅠㅠ 너무 무서워서 유튜브로 운전하는거 봐야하기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