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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36화 (43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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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큰 결함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드낙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불리 몽 위저드>가 냉큼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제국기사는 간악한 생체 실험을 통해서 혼이 마력과 결합하여 유리관에 담겼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입는 <제국 전신갑주>는 평범하게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늙은 마법사가 손짓하자 마법사 몇몇이 크게 봉인된 함을 원탁 위에 올렸다. 그곳에서 전신갑주가 끌려 나왔다. 작아 보이는 함인데도 전신갑주가 두 개 모두 나왔다.

몽펠리에와 파이룬에게 각기 준 전신갑주였다.

“정보를 수집할 때,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두 가문이서 공동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 이 전신갑주는 개조가 안 끝낸 것이고, 이 전신갑주는 개조가 된 것입니다.”

개조되지 않은 제국 전신갑주의 상체 갑옷을 늙은 마법사가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 보시면 안쪽에 척추가 있는 곳에 유리관이 장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그곳을 둘러싸는 곳에서 튀어나오는 뼈대는 갈비뼈처럼 상체 앞쪽으로 뻗어 나갑니다. 말하자면, 유리관은 척추와 갈비뼈에 연결되며, 제국 기사는 한 번 이 전신갑주를 입게 되면 다시는 벗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척추와 갈비뼈를 전신갑주가 대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반드시 개조가 필요했다.

“실력 있는 대장장이가 형태는 바꿀 수 있지만, 그곳에 담긴 마법진은 수정할 수 없습니다.”

드낙은 상석에서 내려와서 유심히 달라진 제국 전신갑주를 확인했다. 하나는 척추와 갈비뼈가 전신갑주 내부에 존재했고, 다른 것은 말끔하게 사라져 일반적인 전신갑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하니 정말 명확하게 다른 체계를 쓰고 있군.”

“예. 자작님의 말씀대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가진 것이 제국 전신갑주입니다. 사람이 쓸 수 있게 갈비뼈와 척추 그리고 유리관을 빼면 마법진을 건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불리 몽 위저드의 말에 드낙이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절로 설득될 수밖에 없었다.

“마법진은 어떻게 수정해야 되는가.”

꿀꺽.

불리 몽 위저드가 침을 꼴깍 삼켰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

드낙은 제국 기사와 전투를 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소환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마법은 대부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서 다른 것으로 대체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떼어낸 것만큼 마법진의 용량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 하지만 버릴 건 버리더라도 제국식 마법을 남겨놓는 게 좋지 않겠나?”

드낙의 날카로운 말에도 마법사는 능숙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그게 바로 골램 소환 마법입니다. 스위치형식으로 된 골램 소환은 강력한 수단입니다. 거의 다방면에 걸쳐서 어디에서든지 효과가 큽니다. 공격 마법과는 비교도 안 되고, 소환 마법이라서 마법진의 용량이 큽니다.”

“버려서 그것만 건진 건가.”

“예.”

주변이 조용해졌다. 드낙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아쉽군. 이게 최선인가?”

“노력을 해보았지만, 영혼을 마법에 소모하는 제국 전신 갑주입니다. 영혼을 소모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힘을 낼 수도 없습니다. 최대한 노력한 것입니다.”

“정말로 최선인가?”

“······예.”

불리 몽 위저드의 볼에 땀이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을 닦으며 늙은 마법사가 조금 미소를 지었다.

“날이 덥군요. 늙으면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지만 드낙의 표정은 풀어질 줄 몰랐다. 딱 봐도 의심하고 있는 것이 표정에 보였다.

“만약 그대로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영혼 없이 사용한다면, 갑주가 녹아내립니다. 마법진이 과열되기 때문입니다. 파괴된다고 봐야지요.”

“볼 수 있나?”

“예. 파이룬에 내어주신 제국 전신 갑주는 비교 대조를 위해서 남겨두었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병사가 제국 전신 갑주 중에 개조가 안 된 것을 들고갔다. 척추의 모습으로 유리관을 고정하기 위한 툭 튀어나온 고정쇠 같은 것이 움직일 때마다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갑주였다.

‘이미 수정이 되어있지.’

불리 몽 위저드가 웃음을 지었다. 이것 또한 계획에 있는 것이었다.

“그럼 골램 소환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마력을 넣어도 녹아내릴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혼을 소모하는 마법진의 일정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년 마법사가 특수한 가죽 장갑을 끼고 전신갑주에 손을 얹었다.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공터에 흙으로 이루어진 골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시에 갑옷의 안쪽부터 전신갑주가 녹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녹았다는 것을 알게 될 무렵에 마법을 해제하자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다. 실로 엄청난 결함이었다. 이걸 모르고 그냥 사용했다면 기사는 피부가 녹아내리게 될 것이다.

열기가 펄펄 끓어올라 왔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놀랍군. 사용자가 다르니, 이런 결과가 되다니. 수정을 하는 데는 오래 걸리는가?”

“하루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고의 인원을 데려왔습니다.”

대부분이 나이가 찬 마법사들이었다. 그만큼 전문성이 돋보였고, 있어 보였다. 뭐라도 전문가라고 소개하면 일단은 신뢰성이 그냥 말만으로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제국 전신갑주를 모두 내어주어라. 그리고, 수정하는 것도 한번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마법사는 원체 보기 힘들어서.”

드낙의 말에 마법사들이 웃음을 지었다. 최고의 찬사였다.

“오히려 저희가 부탁하고 싶습니다.”

호수 마을에서 빈 창고에 마차에 실려있는 온갖 마법 물품들이 옮겨졌다. 하나같이 신기한 것들이었다. 드낙의 눈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부글부글.

물이 끓고, 수증기가 관을 통과하며 증류수를 만들어냈다. 똑 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면 그것은 다시 아래로 향하며 마법으로 만들어진 보석에 묻었는데, 물의 색이 변하였다.

그 외에도 전신갑주의 표면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무채색의 끈적한 뭔가를 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칠은 금방 사라져 갔다.

연금술사인 <흰여우 새린>에게서 어느 정도 초월적인 힘에 대한 지식을 배운 드낙이었기에 단번에 저 칠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법진을 지우는 일은 저런 게 아니지.’

그저 조용히 전신갑주에 손을 대고 집중하고 있는 마법사들이 진짜배기들이었다. 다른 자들은 열심히 전신갑주에 뭘 하기는 했지만 하는 게 전혀 없었고, 드낙에게 관심이 가득 가 있었다.

1벌의 수정은 30분도 안 되어서 끝이 났다. 그냥 마법진을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골렘 소환 마법만 남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만큼 <소환 마법 용량>에 대한 상식은 남부 왕국에 만연하게 퍼져있었다.

<불리 몽 위저드>가 곁눈질로 드낙을 확인했다.

‘벌써 흥미가 없어 보이는군.’

뭔가 신기한 건 많았지만, 그것도 한두 번 보면 끝이었다. 뒷걸음치면서 적당히 나갈 때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법사들이 속으로 드낙을 비웃었다.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무식한 자작이 정말로 있구나.’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12벌만 수정하면 끝이었다. 불리 몽 위저드가 두 벌째 수정을 위해서 제국 전신갑주를 건드렸고, 그게 끝났을 때, 드낙이 남몰래 하품까지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부인들은 드낙에게 인사를 하고 창고에서 떠난 지 오래였고, 질라크를 비롯해서 중책을 맡고 있고, 영향력이 있는 자들만 남아있었다. 그들도 드낙이 나가면 나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커흠.”

불리 몽 위저드가 기침을 하면서 두리번거렸다. 이에 드낙이 기회를 잡았다는 것처럼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마력을 소모해서 잠시 쉬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빈 창고뿐이라서···”

“아. 그런가? 마법사들은 마력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더니···.”

드낙이 더는 안 지켜봐도 되도록 운을 띄워준 것이다. 마법사를 처음 봤는데, 쉽게 나가면 영주로서 자작의 작위를 받은 자로서 모양이 안 살기 때문이었다.

“근데, 조금 이상하군.”

하지만 마법사들과 외척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드낙이 반응했다.

“예? 무엇이 말입니까?”

“그냥 이상하다는 말이네. 전신갑주를 수정하는데 30분에 1벌이라니.”

“아아.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이지요. 하루 철야를 해야 합니다.”

드낙의 의심을 불리 몽 위저드가 노쇠한 몸답게 능숙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런데도 손뼉을 치면서 주의를 끌었다. 작업하던 마법사들이 절로 드낙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작업을 중단하라! 뭔가 이상하다.”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하다고 말하자 게제라스가 어쩔 줄을 몰라하고 이리보고, 저리 보고 왔다 갔다 몸과 고개를 돌리면서 허둥지둥 드낙에게 달려와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여, 영주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러시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영락없이 간신배의 상(相)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마음이 없자 질라크가 나섰다.

“자작님. 아까 다 보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저희는 오늘을 위해서 밤낮없이 연구했고, 그에 대한 자세한 성과를 자작님께 보여드리는 수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다니 당황스럽습니다.”

크게 손짓을 하며 질라크 몽펠리에가 이어서 말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하십니까? 여기에 오기 위해서 50명이 한 달 치 식량을 소모했고, 가치가 높은 마법 물품도 한가득 싣고 왔습니다. 기사 또한 저를 포함해서 2명이나 동원되었지요.”

드낙이 민감해 한다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말 참 많네. 무슨 혀가 저렇게 길어.’

“하지만 이상하다는 판단을 지울 수가 없으니, 작업을 중단하고, 잠시 호수 마을에서 지내주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보다 못한 <불라온 세파르섹>이 간절하게 말하였다.

“우리들의 자존심을 이렇게 짓밟는 게 말이 된다고 하십니까? 이걸 어찌 감당하려고 하십니까? 지금이라도 사죄를 하신다면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신갑주의 수정이 이렇게 빠른 건 이상하군.”

드낙이 똑같은 말을 재차 반복하자 <불리 몽 위저드>가 언성을 조금 높였다.

“불파겐 자작님! 아직 2벌이 모든 마법적 처리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대장장이도 와야 하고, 유리관의 연결부위와 전신갑주와 연결된 마법진을 조율하여 말끔하게 떼어내야 하는 가장 고도의 작업이 남아있습니다!”

귀족들이 드낙의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온갖 말로 설득을 하려고 애를 썼다. 왜냐하면 드낙은 그저 직감만으로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말로 그를 나무라고 비난하고 설득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이 쉬웠다.

또한 이 광경이야말로 드낙이 원하는 그림이기도 했다.

‘더 짖어라.’

짖으면 짖을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목줄을 채우고, 문제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회하게 될 것이오.”

질라크가 존대를 하지 않고 하오체를 쓰며 드낙에게 경고를 하며 마법사들을 이끌고 창고에서 빠져나갔다.

“도렌! 이 창고를 철저하게 지켜라. 원리원칙을 벗어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가차 없이 죽여라. 누구를 죽이든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

“명을 받듭니다!”

도렌이 우렁차게 말했다. 그리고 드낙은 가만히 창고 앞에서 기다렸다. 곧 질라크 몽펠리에가 록시 몽펠리에와 아샤 파이룬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두 부인은 시녀들 또한 여럿 이끌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작업을 중단시켰다고요.”

“내 직감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을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엄청난 손실을 떠나서, 마법사, 기사들에 대한 모든 명예를 짓밟으셨습니다. 그들을 모욕하셨어요.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닙니다.”

드낙은 그런 말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이실레아 경이 곧 마법사를 데리고 올 것이오. 그때 가서 이야기합시다.”

드낙의 입에서 폭탄이 떨어졌다.

“겁. 콜록! 콜록콜록! 켁!”

질라크가 숨을 잘못 내쉬어서 헛바람 소리를 내더니 거칠게 기침을 했다. 침이 폐 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

그 기침 속에서 외척들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그 표정을 본 드낙이 검을 빼 들고 말하였다.

“표정들을 보니 수작질을 하기는 했네. 여기서 피를 뿌리고 싶은 자는 무기를 뽑아라.”

누구도 검을 뽑지 못했다. 상대는 불파겐이었다.

“내 저택으로 가자. 묶거나 무장해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택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귀족이든 부인이든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드낙이 기세를 뿜으면서 말하자 록시 몽펠리에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휘청거리자 시녀들이 그녀를 부축했다.

중대형 몬스터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괴물 같은 인간이 드낙이었다. 드낙은 그것으로 경고를 끝내고 천천히 외척 무리를 뒤에서 이끌며 자신의 목조 저택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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