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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27화 (42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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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는 투구를 벗지 않은 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결과론적으로 두 가지의 큰 갈래에 빠져든다.

하나는 불파겐 영지의 영주인 드낙 불파겐에게 기사 서임을 받은 직책을 통해서 약식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둘은 영주에게 데려가서 판결하는 것이다.

야지(野池)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신분이 뒤엉킨 문제에는 기사가 약식판결을 내리는 것보다 그냥 즉결처형이 대부분이었다.

번거롭기 때문이고, 누가 진짜 죄인인지 판가름하기도 힘들었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되어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대로 납득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었기에 피해자든, 가해자든 확실하게 정한다면 죽이는 편이었다.

“약식판결을 내리겠다. 상황을 봤을 때, 명확하게 판결하기가 어려우므로 용병단은 여성을 풀어주고, 몸을 쓴 대가를 치러주어라. 용병이 8명이니 두당 동화 10닢씩 내라.”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사창가도 두당으로 안 치고 그냥 동화 50닢인데.”

이실레아는 그 말에 가볍게 반박했다.

“그녀는 창년이 아니기 때문이지. 대답이 되었나?”

“어쩔 수 없지요. 돈을 내어줘라.”

용병이 가죽 주머니에서 하나씩 돈을 세 알렸다. 그사이에 병사는 여자를 풀어주었다. 가족을 죽인 것도 누가 먼저 싸움을 건지 알 수 없었으므로 판결할 수 없었고, 여자가 도둑질한 것도 진짜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판결할 수 없었다.

“제 엄지 손가락을 잘라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 말에 이실레아는 털가죽으로 그녀를 덮어주며 말했다.

“신관이 있으니 치료해줄 것이다.”

그것으로 문제는 끝나는 듯했지만 이실레아는 의심이 들었다. 용병들이 너무 쉽게 동화 80닢을 주었기 때문이다. 8만원 수준으로 은화보다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치가 낮은 돈이었지만, 밑에 사람들에게는 큰돈이었다.

귀족이 경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쥐꼬리만 한 경제 규모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저 낮은 바닥이었다. 귀족은 금화로 노는데 서민들은 동화로 놀았다. 하지만 이실레아는 자유기사로 오래 방랑했기 때문에 그 관념에서 벗어났다.

‘쉽게 줄 수 없는 돈이지.’

반박 한 번을 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큰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용병들은 이렇게 쉽게 내어줘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한마디를 했으면, 여자나 사건에 대해서 반박을 더 하며 값을 낮춰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끝내고 싶다는 것이지.’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이다.

“전투는 어디에서 벌어졌지?”

“···여기서 하루 거리입니다.”

용병대장 리큰의 말에 이실레아는 작은 호각을 들었다. 불자 거친 호각 소리가 났다. 먼 곳에서 잠시 뒤에 높은 호각 소리가 나며 화답했다. 다른 곳에서도 높은 호각 소리가 났는데, 처음 울려퍼진 곳에서 여러 번 높은 호각 소리가 연거푸 퍼졌다.

곧 순찰자 1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전투 로브>를 입고 있었다. 순찰자들의 독특한 제작 방식으로 무두질 되고 단단해진 껍질 같은 전투 로브는 어떤 상황에서도 두툼한 형상을 지니고 있었다.

내부에는 동물의 척추뼈로 형태를 고정하려고 받친 골대도 있었다.

그 덕에 전투 순찰자는 많은 물건을 들고 다니고 있었고, 전투력 또한 높았으며 전투 유지력과 온갖 방법의 전술 활동을 홀로 행할 수 있는 고급전력이었다.

현대전의 산간지역 대장이 포병이라면 이 시대의 산간지역 대장은 순찰자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깍듯하게 순찰자가 고개를 숙였다. 이실레아는 인사를 받고 목례를 하는 것을 보여주며 순찰자의 예의에 화답해주었다.

“문제가 있습니다. 추적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이실레아가 대충 말하자 순찰자는 거리낌 없이 추적에 나섰다. 용병들이 한 모든 것을 낱낱이 확인할 생각이었다.

“제기랄. 짐수레는 어쩌고?”

“다시 들고 돌아가야지.”

“미치겠네.”

용병들이 툴툴거렸다. <깊은 녹색 숲>은 정말이지 울창했기 때문에 짐수레를 끌고 가는 것이 힘들었다. 길이 나 있어도 짐수레의 폭보다 좁았기 때문이었다.

“컹컹!”

현장에는 시체를 뜯어먹던 작은 육식동물들이 있었다. 까마귀나 독수리 같은 놈들도 적당히 쪼아서 먹고 있었는데, 횃불을 들고 사람들이 십여명 들어오자 몇 번 짖더니 냉큼 도망쳤다.

“켕!”

순찰자의 활에 여우 하나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벌떡 일어났지만, 폐에 맞았는지 새액거리다가 몇 걸음도 채 못 가서 재차 쓰러졌다.

푹!

소리를 낼 공기를 낼 수 없어서 소리 하나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슥슥!

숨통을 단번에 끊어낸 순찰자가 목을 베고, 나뭇가지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곳에 능숙하게 아랫배를 끼워 넣고, 뒷다리를 꼬아서 짧은 밧줄을 하나 꺼내서 뒷다리 끝과 나뭇가지를 다시 한 번 묶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막힘없는 손길에는 능숙함과 전문성이 절로 느껴졌다. 남자들은 특히나 이런 것에 열광하는 법이었다.

“쥑이네.”

“허투루 한 행동이 하나 없어.”

용병들이 수군덕거렸다. 그 정도로 대단했다. 그 뒤로 묻어지지 않은 사람들을 조사했다. 오직 순찰자만 돌아다녔다.

이실레아의 곁으로 돌아온 순찰자가 입을 열었다.

“용병들이 습격을 받은 건 확실합니다.”

“근거가 뭐죠?”

“하나는 수풀에 장시간 숨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또, 짐수레가 멈췄다가 다시 간 흔적도 보였습니다. 만약 용병들이 쉬거나 은폐를 했다면 짐수레는 숨겨야 정상이죠. 또 숲에 저 폭이 넓은 짐수레의 독특한 흔적은 안 보였습니다.”

지웠다는 것도 우스웠다. 전투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같은 동료인 용병 시체도 놔두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이실레아는 짧게 말하고는 시체를 모으고 주변 낙엽과 죽은 나무를 끌어다 놓고 기름을 조금 뿌린 뒤에 불에 태웠다.

용병들과 병사들은 그 사이에 주변에 흙을 적당히 쌓고, 주변에 불이 붙을 만한 것들을 발로 걷어차서 치웠다.

“아악!”

엄지손가락이 잘린 여자는 다시 포승이 되어졌다.

“용병을 습격하고, 물건을 탐했고 강도짓을 하려고 했으니 10년 노역형에 처한다.”

“자비를! 자비를 주십시오!”

여자가 애걸했지만 소용없었다. 남녀노소 잘못하면 닥치는대로 노역형에 처해지는 것이 현재 불파겐 영지의 법이었다. 그만큼 개간할 곳이 많았고, 인력이 부족했다.

밤은 그렇게 함께 보내고, <둥근 언덕 마을>로 <부라큰 용병단>과 함께 돌아갔다. 이미 그곳에는 용병단이 여럿 지내고 있었다.

“이것에서 지내면 된다. 그리고 오늘부터 부라큰 용병단은 <제6단>이다.”

“예.”

이실레아는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그사이에 용병들을 위한 보급 또한 이루어졌다. 술까지 공짜로 보급되자 용병들의 표정이 대단히 밝았다. 자신들이 써야 할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배분되는 의뢰금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의뢰다. 역시 여기에 오길 잘했어.’

리큰 용병대장이 히죽거렸다. 드낙이라는 이름표 하나만 듣고 왔지만, 역시나 옳았다. 이미 드낙은 거의 공식이나 다름없었다. 확실한 대우! 그것이 드낙의 이름에 깃들어있었다.

“<체력 뺏기 전략>은 병사가 해줄 것이다. 여러 번 말할 것이고, 몇 번 훈련하기도 할 것이다. 허투루 한다면 돌려보낼 것이니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저주성(咀呪星)이 밤하늘에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흉성(凶星), 살성(殺星), 예성(譽星) 또한 구름처럼 움직였다. 기괴한 별의 움직임은 물리학적으로 옳지 않았지만, 신의 피와 힘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흉성은 재앙, 흉함을 뜻했고, 부차적으로는 광기와 불운을 불러일으키고 이내 악재를 세상에 도래하는 사악한 별이었다.

살성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투에서 가장 빛이 나는 별이었다. 그 행위에 있어서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았다. 죽이는 것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시선과 간교한 사상이었다.

예성은 명예의 별로 객체의 명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큰 도움을 주고 특히나 악한 명성을 쌓은 자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저주성은 가장 종잡을 수 없는 별 중에 하나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저주의 효과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효과로 변질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저주를 자기 입맛대로 내키는 대로 변형시켰다.

이러한 별들은 드낙이 가는 곳을 따라다녔다. 이 별들이 보이면 드낙이 있다고 생각해도 무관했다.

“난 드낙 불파겐이다! 문을 열어라!”

해가 저물자마자 둥근 언덕 마을에 도착한 드낙은 그대로 가장 큰 집으로 안내됐다. 마을 회관이었으며 그중에서도 2층에 있는 가장 큰 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매일 같이 청소를 하는지 먼지 냄새가 하나 나지 않았고, 생화 또한 팔팔한 상태로 창틀에 놓여 있었다.

나무향이 잘 나는 나무 또한 장식품처럼 벽 한쪽에 걸려 있었다.

불파겐 가문의 깃발 또한 있었는데 그것보다 조금 작고 낮은 활과 화살이 그려진 깃발 또한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이실레아가 찾아왔다. 물론 도렌도 함께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본 드낙이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도 신혼이네. 보기가 좋아.”

도렌이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팔짱을 풀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체격은 도렌이 위에 있어도 골밀도부터 시작해서 압축된 근육을 지닌 이실레아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체급이 깡패라는 게 정석처럼 들리지만, 판타지 세상에서는 한두 체급은 언제든지 엎어질 수 있었다. 두 체급이라고 해봤자 10kg 미만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 건 자세에 따라서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었다. 팔짱을 끼는 것에도 기술의 차이가 절로 보였다.

“굳이 풀지 않아도 돼. 브릴리언트 가문은 하나의 가문으로써 불파겐 가문의 우방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니까.”

버려진 영지, 남부 왕국의 동부는 광활한 대지였다. 그리고 드낙의 야망은 그리 크지 않았다. 더울 때 시원하게 지내고, 추울 때 따뜻하게 지내는 삶이면 부족하다고는 여기지 않을 수 있었다.

현대인으로 살 때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력 뺏기 전략>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겠지?”

“날이 더워질 때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용병들을 받아들이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이실레아가 즉답했다. 그녀가 세운 전략이므로 가장 전문가였다.

“초여름인데 지금 시작하는 거 아니었나? 시기가 늦춰진 것 같은데.”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팔짱을 풀면서 진지하게 의견을 냈다.

“생각보다 펄 발드의 세력이 남쪽으로 넓게 포진되어있으며, 그들의 규합력이 높습니다. 기수 50명을 이끌고 평야를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숫자도 많았습니다.”

더욱 숙련된 상태로 부딪쳐야 한다는 말이었다.

“몇 마리던가?”

“당장 싸운다면 펄 발드 쪽에서는 300마리 이상입니다.”

드낙이 기억을 더듬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도렌이 냉큼 대답했다.

“기수가 50. 기사가 자작님을 포함한다면 셋. 순찰자들은 5명에 정규군은 자작님과 함께 온 다섯 명을 포함하여 보병 10명입니다. 거기에 용병단 6부대, 63명입니다.”

총 128명이었다.

“의외로 정규병의 숫자가 많은데? 감당이 되나?”

“펄 발드들의 식량을 소모하기 위해서 정찰 때 조금 무리했습니다. 용병단이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치면 기수 30명은 다시 되돌아가야 합니다.”

“그럼 98명이군.”

그래도 많은 숫자였다. 엄청난 대군이기도 했다. 영지전이 아닌 토벌에 투입된 인력치고는 과잉병력이었다. 그중 63명이 용병이라고 해도 그러했다.

“머릿수가 많아야 펄 발드들 또한 자원 소비를 할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도 뼈아프긴 뼈아프다.”

드낙이 보급을 생각하며 혀를 찼다.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적당히 국경선을 만들어내고 압박을 할 것입니다.”

“기사 때문이라도 놈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겠지.”

“계속 드잡이질을 하면서 식량을 소비시킨다면 내년 가을에 침공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정석입니다.”

단숨에 끝장을 내기에는 펄 발드들의 기동력이 무서웠다. 그렇기에 <체력 뺏기 전략>이 채택된 것이기도 했다.

상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확인한 드낙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실레아 경. 완벽해.”

“감사합니다.”

타고난 지휘관의 면모가 보였다. 어디서든 빛이 났다. 드낙은 두 사람을 배웅하고 문을 닫았다.

============================ 작품 후기 ============================

5813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폰이 맛이 갔네요. ㅠㅠ 잘가 j7···넌 훌륭한 보급폰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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