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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23화 (42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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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선별 조례>가 이루어지는 <의식소>는 매우 깊은 곳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으며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드낙이 행한 은혜와 행위가 벽화로 남겨져 있었다.

핏빛쥐들의 탄생을 시작으로 그 이후의 드낙이 행한 행보가 적혀져 있는 벽면의 반대 벽면에는 간악한 <뿔없는 핏빛쥐>들이 행한 악행들이 낱낱이 적혀져 있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었으므로 당연히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뜨낙!”

교육을 하던 핏빛쥐가 경례했다. 대장쥐는 냉큼 그것을 받았다. 뿔이 조금조금 나 있는 어린 핏빛쥐들이 반란군과 드낙에 대해서 배우는 교육의 장이 <의식소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배불뚝 리전> 네 마리의 호위를 받으며 통로를 지나 의식소에 들어선 대장쥐의 귀에 물소리가 들려왔다.

킁킁.

습기가 진득하게 느껴졌다. 또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의식소는 양옆에 물이 흐르고, 길쭉한 공간이었다. 큰 구덩이가 하나 있고, 그곳에 계단이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계단을 지나면 적당한 크기의 제단이 있었다.

또한 드낙의 조잡하고 퉁퉁하고 두꺼운 석상이 있었다.

“찍찍!”

북적거리는 곳에는 <뿔 없는 핏빛쥐>의 새끼들이 바글바글했다. 모두 일차적으로 눈이 뽑혀서 무엇도 볼 수 없었고, 서로 버둥거리며 온기를 느끼기 바빴다.

<배불뚝 리전>이 그것을 철통처럼 지키고 있었다. 지키고 있는 자들만 300마리가 넘었다. 정말 엄청난 인력이 쓸모없이 소모되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적지.’

<반란군의 난>은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졌다. 많은 핏빛쥐가 죽임을 당했다. 대장쥐의 전략이 아니었다면 영영 내전이 끝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산>의 내부는 피와 시체로 가득했었다.

이 때문에 <선별 조례>가 생겨났다. 강력한 규칙이기도 했으며, 그것을 지키지 않는 뿔 있는 핏빛쥐는 죽는 게 당연했다.

뿔이 없이 태어난 핏빛쥐는 눈이 뽑혀서 모여지고, 때가 되면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드낙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의식이었다. 또한 이 조례는 <11인의 위원회>가 돌아가면서 하는 일이기도 했다.

당연히, 죽이고 먹음으로써 뿔이 더 자라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불운한 반란군의 씨앗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위대하신 드낙 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지만, 우리는 한때 서로 죽이며···”

대장쥐가 상투적인 말을 하고 난 뒤에 하나씩 새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씹어먹었다.

꽈득, 츄르릅.

수백 마리에 달하는 새끼들이 대장쥐의 입속으로 쑥쑥 들어갔다. 뼈 씹는 소리와 피를 빨아먹는 소리가 났지만 물소리 때문에 파묻혀서 사라졌다.

<선별 조례>의 모습은 그저 한 마리의 거대쥐가 새끼쥐들을 포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서 온갖 장치들이 많았다.

목을 쥐어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다거나.

머리만 씹고 그 뒤로는 그냥 꿀꺽해버린다거나.

최대한 경박하게 먹지 않는 다던가.

때때로 드낙을 숭배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모조리 먹어치운 대장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 손을 들어 올려 핏빛쥐의 무한한 영광을 위해 소리를 냈다.

“반란군은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핏빛쥐는 영원토록 부흥할 것이다!”

뜨낙! 뜨낙!

쿵! 쿵!

드낙을 외치고, 무기로 바닥을 찍거나 발을 구르며 대장쥐의 외침에 모두 화답했다. 동시에 대장쥐의 정수리에 있는 두 번째 뿔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첫 번째 뿔이 이마 위에 있었다면, 두 번째 뿔은 정수리에 나고 있었다. 때때로 뿔의 위치가 매일 움직이면서 서로 위치를 잡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대장쥐의 자세가 항상 덩치가 좀 있어 보이려고 배를 내고 다녔기 때문이다.

“아아!”

대장쥐가 바들바들 떨었다. 이각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힘이 크게 흘러넘쳤다. 또한 <배불뚝 리전>의 정예병들이 대장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모든 면에서 성장했기에 카리스마 또한 철철 넘쳐흘렀다. 남들은 열마디 말을 해도 설득하지 못할 것을 한 마디에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도도도···

대장쥐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물이 흐르는 곳으로 향해 정수리에 나 있는 두 번째 뿔을 확인했다. 이번에 새로 완성된 뿔은 첫 번째 뿔과 비교해도 부족함은커녕 오히려 더 중요하게 보였다.

‘칠흑처럼 새까맣다.’

대장쥐가 조심스럽게 뿔의 표면을 만졌다. 뿔은 확실하게 느껴졌지만, 횃불의 조잡한 조명으로는 완전히 밝힐 수 없는 검은 뿔은 보고 있어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확실하게 만졌음에도 불확실함을 느꼈다.

‘마치 그분의 움직임과 같다.’

헛깨비처럼 움직이는 드낙의 은신술은 발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어둠을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장쥐는 드낙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닮으려고 노력하는 자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뿔은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마치 날개를 처음 얻은 것처럼, 새로운 근육의 감각에 놀라는 뇌가 줬다 놓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기복이 들쑥날쑥했다.

“헉!”

다른 핏빛쥐들이 소리를 질렀다. 붉은털을 지닌 대장쥐의 모습이 검은 장막으로 덮은 것처럼 검게 물들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괴이한 감각이다.’

등 혹은 꼬리에 힘을 바짝 세웠을 때 장막이 깊게 튀어나왔다. 숙련된다면 꼬리를 들어 올리거나 등에 힘을 주지 않아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순식간에 <검은 장막>의 능력을 사용한 대장쥐는 주변 이들의 태도를 보고, 자신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자가 되는 거구나.’

명도가 서로 다른 곳에 서면 그것만큼 밝아지기도 했다. 지나칠 정도로 은밀한 능력이었고, 드낙을 흠모한 그대로 이루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때가 왔다.’

<검은 장막의 대장쥐>는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엄청난 자신감이 그를 휘감았다. 눈까지 모조리 검게 변하기 때문에 전투에서도 유리함이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어디를 보는지 정확하게 모를 것이다.

초점이 안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이점이었다.

<선별 조례>가 끝났다. 두 번째 각성을 이루어낸 대장쥐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잘 되어가나 싶었던 드낙의 거대 석상이 기어코 무너졌다는 소리였다.

“먼저 가겠다. 천천히 따라와라.”

“찍찍!”

대장쥐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이각수가 되면서 더욱 날렵해졌다.

“왜 거기서 두들기고 있었어! 팔이 뚝 부러지면서 그대로 역으로 무너져버렸잖아! 찍찍!”

“어디서 그딴 소리를! 당초에 설계를 잘못한 거지!”

서로 볼을 잡고 늘어뜨리며 석공들이 싸우고 있었다. 대장쥐는 먼저 도착해서 그것을 구경하며 염탐을 했다.

“아직은 기술력이 안 된다니까. 비계를 치우면 또 어찌 될지 모르는데, 무작정 일만 하고 있으니. 이 꼴이 나지.”

가만히 사태를 지켜보던 놈이 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어린애처럼 싸우던 두 마리가 고개를 홱 돌렸다. 입가에 난 길쭉한 털이 거친 숨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럼 무슨 해결법이 있어?”

한소리를 한 핏빛쥐 석공은 눈만 굴렀다. 해결책도 없으면서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입만 터는 놈이었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물론 대장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계획이 한 번 언급되기는 했다.

“벽에 붙여서 석상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무게 중심이 항상 뒤에 벽에 붙어있으니 더 안전할 텐데.”

“보기에 안 좋겠지.”

한 마디에 일축되었다.

“배불뚝 리전이 온다!”

망을 보던 핏빛쥐가 소리를 질렀다. 석공들은 서둘러 복장을 재정돈하고 말을 맞추었다. 자신들끼리 이놈 저놈 해도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처지였다.

대장쥐는 적당히 배불뚝 리전의 뒤에 모습을 드러내어 혼란을 없애고 석공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너!”

“예!!”

대장쥐의 지목에 석공 하나가 화들짝 놀랐다. 의견을 내기는 내어도 결단력이 없어서 묻히는 게 일상인 핏빛쥐였다.

“벽을 이용해서 한 번 다시 지어봐라.”

“예? 예!”

핏빛쥐 석공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가 이내 우렁차게 대답했다. 대단한 사람과 마주하여 대화한 적이 없어서 그냥 대답만 잘했다.

대장쥐는 그대로 어둠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그는 곳곳을 누볐다. 새로운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대장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11인의 위원회>는 그 뒤에 10일 뒤에 열렸다. 물론 예정보다 바짝 당겨져서 열렸다.

“무슨 일로 그렇게 보채는지.”

태초의 핏빛쥐들은 구시렁거렸다. 물론 대장쥐를 비난한다고 해서 오지 않을 자들은 없었다. 이들 중 태반은 드낙이 아니라 <대장쥐>를 우상숭배(偶像崇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한 리더는 드낙이 아니라, 대장쥐라고 믿고 행동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조련술의 업(業)>은 지성이 뛰어나면 잘 안 듣기 때문이었다. 대장쥐처럼 드낙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이 없기도 했다.

그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대장쥐>가 의자 뒤에 모습을 드러내며 붉은털을 내보였다. 그 놀라운 모습에 의원들이 깜짝 놀랐다.

“이, 이게 무슨!”

“대장쥐! 이게 무슨 상황인가!”

모두 경악했다. 하지만 대장쥐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두 번째 뿔이 완성되었다. 나는 <검은 장막>을 손에 넣었고, 그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게 되었다. 이에 우리의 대계(大計)를 실행하려고 한다.”

꿀꺽.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물론 예정이 되어있기는 했지만, 시기상으로 너무나도 빨랐다.

“<북부>라고 불리고 있는 이곳을 우리의 권역으로 만들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은 드낙님께서 우리에게 남겨두고 간 업이기도하다.”

대장쥐의 말에 의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속은 달랐다. 그들 중에 태반이 넘는 자들이 드낙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대장쥐를 숭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려를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대장쥐. <배불뚝 리전>의 숫자는 이제 겨우 800명을 넘어섰소. 만약 지하에 큰 전쟁이 터졌을 때, 어찌하려고 하시오?”

“우리는 핏빛쥐고, 뿔이 있는 뿔쥐다. 적들은 결코 우리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또한 내 리전보다는 다른 의원들의 리전이 더 많고 더 수준이 높을 수 있지 않은가.”

대장쥐는 의원들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의원 중에 대장쥐를 진심으로 따르는 <대장쥐지파>는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반란군을 압도적인 전략으로 굶겨 죽일 수 있게 큰 영향력을 끼친 배불뚝 리전 아닌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대장쥐가 찍찍거리며 웃었다. 제법 기분이 좋았다.

“반란군의 대군을 막았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다.”

못을 박자 더 말하지는 못했다.

핏빛쥐들만 알 수 있는 지도가 펼쳐졌다. 인간들의 독도법과는 크게 달랐다. 지하를 통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실선이 많았고, 특별한 지점은 온갖 문양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었다.

산 모양에 동그라미가 세 개가 있는 문양은 <단단한 산>의 덩치를 다섯 단계로 나누었을 때, 3단계에 불과한 크기의 산이라는 뜻이었다.

또한 선 중앙에 옴폭 들어간 문양은 지하수가 많은 곳을 뜻했다.

“나는 아래로 내려가겠다. 드낙 님께서는 <몽펠리에>와 <파이룬>을 크게 경계하셨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 놈들에 대해서 알아야겠다.”

대장쥐가 갈 곳을 정하자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의원들도 갈 곳을 정했다.

본격적으로 북부에 <지하 침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출정식은 단단한 산의 뒤쪽에 있는 <넓은 골짜기>에서 하겠다.”

인간은 결코 오지 않는 곳이었다. 또한 11개에 달하는 리전들이 한곳으로 모일 장소이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5521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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