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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21화 (42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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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겐 쟝(Gen Jean)> 경과 함께 드낙은 <호수 마을>로 일시적으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드낙은 제국에 대해서 물었다. 겐이 제국에 있다가 왔기 때문이다.

“불파겐의 생존자는 제국으로 향했고, 나의 뿌리 되는 조상께서는 낙오가 되어서 남부 왕국에 숨어들었지. 그래서 제국에 대해서 알고 싶네. 정확히는 그 후손에 대해서 말이야.”

케이샤에게도 부탁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제국에 상단을 운용하고 있었다.

“제국 군단장을 죽였는데 어떻게 제국에 남겠습니까? 물론, 세월이 지나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힘들 겁니다. 제국민들은 결코 역사를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겐은 회의적인 말을 꺼냈다. 살아남지 못했으리라고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드낙의 모습을 훑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쟝의 스틸레토(Jean's Stiletto)>는 가지고 계십니까?”

드낙이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네.”

“모른다니···<세리안 불파겐(Serrian Bulpagen)>에 대한 <계승>을 못 받으셨나봅니다. 하긴, 그런 상황 속에서 남부 왕국에 남으셨으니. 굉장히 초기에 숨어들으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늙어서 은퇴했다가 다시 들어 가셨을지도···”

겐의 말에 드낙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설마, 쟝 가문의 가보를?”

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조상이신 릭 쟝 조사님께서 도착했을 때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죠. 소문이 도착하고 나서 출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파리아스 불파겐님의 따님을 찾아서 건네주었습니다.”

“어디서?”

“제국 국경지대에서 줬습니다. 11개의 가문이 각별하게 아끼는 가보 중에서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방관한 가문이라도 도망치는 것까지 방관할 수는 없었지요.”

드낙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협이 남아야지만 그들 또한 명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돕지 않은 한 가문은 누구인지 알고 있겠지?”

그 말에 겐 경이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생각만 해도 열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굴리데라스(Gullidearas). 지금은 백금 왕가의 외척이 되어있습니다. 아주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드낙은 겐과 함께 굴리데라스 가문을 욕했다. 숨을 조금 돌릴 때 겐이 드낙이 차고 있는 롱소드를 보며 말했다.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을 가지고 계셨다면 그래도 이런 건 알고 계셔야할 텐데, 도중에 무슨 위협이라도 있었습니까?”

“몇 번이나 있었지. <계승>은 가면 갈수록 줄어들어갔다.”

드낙의 말에 겐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강철이 흐르는 강은 불파겐의 상징과도 같은 검입니다. 물론 엄청난 성능을 지닌 드워프제지만 <적혈대검(積血大劍)>만큼은 못합니다.”

“···들어봤지. 제국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들이 불파겐의 적통을 죽였다면, 방방곡곡에 알렸을 겁니다.”

겐은 드낙이 <엘프의 녹안>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적통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일한 불파겐은 드낙뿐이라고도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 겐은 낭떠러지에 서있기도 했다.

적통을 따질 여건은 아니었다. 똑같은 핏줄이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호수 마을>에 도착해서 총관을 만났다.

“그냥 오시다니요!”

게제라스는 잔소리부터 했다. 병사 중 가장 고참에게 관리를 맡긴 것에 대해서 게제라스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문인이라도 하나가 있으니 괜찮지 않겠어?”

“······”

태평한 소리에 게제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이 겐 쟝에게는 무례하게 보였지만, 한 소리하지는 않았다.

어디에서건, 어떤 조직에서건 처음 들어온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찌 되어있는지, 조직의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알아야했다.

가만히 있는 게 보통은 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과거에 끝까지 불파겐을 위해서 행동한 가문의 일원이다.”

드낙, 게제라스, 겐. 3명이 서로 한 곳에 모여 원탁에 자리 잡았고, 드낙이 겐을 소개해주었다. 게제라스가 고개를 숙이자 겐도 숙였다. 일단은 굽히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보였다.

“그에게 작은 마을이라도 내어주고 싶은데.”

드낙이 쉽게 말했다. 하지만 게제라스는 이런 식으로 일을 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쉽게 얻은 열매는 쉽게 먹고 잊어버리지.’

“어렵습니다. 지금 저희 영지내 세력을 본다면 그를 꼭 방계로 키워야하겠습니까? 봉급을 주고 기사로 키운 뒤에 공을 받아서 장원을 받는 게 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인가? 아직 땅은 많지 않은가.”

게제라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지닌 조롱을 느낀 겐이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드낙이 손사래를 치며 겐에게 말했다.

“겐 경. 총관은 무인이 아니야. 하물며 기사도 아니고. 기세를 늦추게.”

“예. 하지만 총관께서는 말을 좀 부드럽게 해야 할 겁니다.”

400년 전에는 친구였어도 지금은 영주와 자유기사의 신분이었다. 겐은 깍듯하게 대답했다.

“동부는 이미 외척에게 찢겨졌습니다. 광활한 대지 때문에 얼핏 보면 외척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실 겁니다. 하지만 해를 지나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킹슬레이의 이름으로, 몽펠리에의 이름으로, 파이룬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동, 남, 북으로 마을 하나가 있는 게 전부였지만 애당초 드낙이 그렇게 방위를 구분하여 내어주었다. 그것은 이미 그 방면의 땅은 외척에게 준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물론 큰 거래가 있을 때마다 내어주겠지만 사실상 주인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외척은 불파겐 영지에 많은 힘과 자원을 집어넣을 것입니다. 이번 첫 해는 서로 약식으로 자작님의 행보와 결정을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년에 눈이 녹으면 상상 이상으로 몰려올 겁니다.”

드낙이 잠시 말을 골랐다.

‘호수 마을은 동북부에 크게 치우쳐져 있고, 바로 대산이니.’

버려진 영지의 끝자락에 있는 땅을 토치라이트 가문에게서 받으면서 이곳에 처음 자리 잡은 것이 드낙이었다. 그렇기에 지리상으로 썩 좋은 건 아니었다.

트롤 원정 이후에 <버려진 영지>에 대한 광활한 대지를 남부왕국에게 인정받았기에 <깊은 녹색 숲>의 남쪽에 있는 중부에 터를 새로 잡아야하는게 정상이기도 했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중부에 마을을 둬야겠지?”

“그렇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거기에 마을을 두는 것도 어렵습니다.”

현재 불파겐의 세력은 동부를 중심으로 잡았을 때, 동북부에 마을들이 들어서있는 형세였다. 당연히 북부의 동북부에 위치한 토치라이트 가문과 가장 가까웠고, 그 다음에 파이룬 가문과 인접해있었다.

“병사 때문이구나.”

드낙이 대답했다. 게제라스가 냉큼 받았다. 최근의 드낙은 말 그대로 물이 올라있었다. 척하면 척이었다.

“예. 동부의 동북쪽에 위치한 저희들은 외척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지만 중부로 향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이곳을 방비하는 것만으로도 인력이 모자랍니다.”

“흠···”

드낙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내 사람을 불러서 지도를 가져오라고 했다.

<깊은 녹색 숲>은 동남쪽까지 길게 쭉 내려가는 큰 숲이었다. 지휘봉으로 그곳을 짚으며 드낙이 얘기했다. 어떻게든 겐을 대우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숲은 어떤가. 내가 토벌을 진행한다면···”

“<둥근 언덕 마을의 케샤스>에게 물어봐야겠지요.”

드낙이 혀를 찼다. 깊은 녹색 숲 북부에 대해서 확실하게 잡아두라는 명령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망의 눈빛을 보고 게제라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조금 들은 것이 있습니다. 하피와 슬라임들이 남부에 많다더군요.”

“하피···”

드낙이 턱을 쓰다듬었다. 공중 몬스터는 성가시다. 토벌하기가 매우 힘들고, 인간이 하피들의 보금자리를 습격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숲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하피였다.

“앞뒤가 안 맞는데, 숲에 하피들이 산다고?”

“예. 슬라임들이 워낙 많은 숲이라 먹이 때문에 그곳에 사는 듯합니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드낙은 다른 곳도 말했지만 게제라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이유를 들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내 드낙이 게제라스에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봉급제로 기사로써 활동을 하다가···”

드낙이 손사래를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총관! 그는 쟝 가문의 후손이다. 나는 그를 높게 대우해야할 이유가 있어! 다른 자유기사들과 똑같이 대우를 할 수가 없다.”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게제라스가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진 척을 했다. 이미 답은 나와 있었지만, 뜸을 들였다. 몇 번 지도를 살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 사이에 드낙은 겐에게 말했다.

“영지가 많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장원 하나 못 내릴 정도는 아닐 거다.”

“자작님. 전공을 세울 기회를 세 번만 주신다는 약조를 해주신다면, 불파겐 영지 나름의 봉급제를 받고, 기사가 되겠습니다.”

“아직 총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특히나 세파리아스와 검은 꿈에서 박터지게 싸우면서 <12가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 정도면 됐네.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지 빠르게 판단하네.’

게제라스는 겐이 스스로 그렇게 말하자 지도를 보면서 눈을 빛냈다. 또한 겐이 얼마나 자신의 무력을 자신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싸우면서 순식간에 상대의 반응을 꿰뚫어 투구를 벗겨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비전이었다.

“<바세안 토성>이 있지 않습니까. 오면서 사제들이 하도 제령을 많이 해서 악령들이 모두 퇴치되었다고 합니다.”

“폐허가 된 곳 아닌가?”

<피의 신 아토라신>의 은총으로 피의 괴물이 된 추종자와 싸우면서 폐허가 된 곳이었다.

“다시 재건하면 되지요. 물론 들어가는 돈은 만만치 않겠지만, 동부의 서북을 강하게 쥐어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게제라스는 옆에 있는 물을 한 모금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본래라면 엘라한 가문이 눈독을 들이는 것이었으나, 꼭 줘야겠다고 하시니···”

“엘라한 가문이?”

“예. 다른 가문과 빠르게 교역을 하기도 좋은 곳이 바세안 토성입니다.”

불파겐 영지의 서북부의 국경지대에 인접한 곳이기도 했다. 욕심이 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단 말이지···”

드낙이 고민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는 고민하면 답이 나왔다. 사용을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제법 좋은 것이 드낙이었다.

‘북쪽은 킹슬레이가 맡고 있다. 엘라한 가문이 교역을 하고 싶어지면 자연스럽게 킹슬레이와도 관계가 깊어질 수 있지.’

그 콩고물을 잘 받아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엘라한 가문의 무력은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옹골찬 물의 정령>의 힘으로 방계로 자리 잡은 것뿐이었다. 지금도 무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몰랐다.

‘약점이 있기에 킹슬레이와 친해질 수 있는 거다.’

반면 쟝 가문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장 전신갑주를 입으면 그대로 고위기사급으로 될 만한 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전공을 세울 수 있고, 그 때문에 순식간에 세력이 팽창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방면으로 견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강점과 서로 맞부딪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었으므로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후려칠 것이다.

“이거 정말 난제네. 총관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

드낙은 대충 문제점을 알았지만 그 경중까지는 체감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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