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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18화 (41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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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은고원 마을>에서 드낙의 하루는 누구보다 빨리 시작했다. 신체능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피로가 적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마법을 자주 사용하며 정신력의 총량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쉬이익! 탓!

상단세를 취한 드낙이 한 번 허공을 사선으로 베고, 등을 굽혀 순식간에 체고를 낮추어서 하단세를 취하는데 체중을 기울었다.

보통은 왼발이 앞으로 나가지만 드낙은 이제 보법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검사가 되었고, 오른발이 뻗어나가며 자연스럽게 검 손잡이를 잡고 있던 양손 중 하나가 떼어져 뒤로 향하고, 뒤에 있던 손이 잡고 있는 상태에서 비틀어졌다.

카각!

흙을 긁는 소리와 함께 찌르기 한 번을 끝으로 드낙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실패네. 어렵다.’

<쥬사멘발룽(Zusammenballung, 결집)>.

상단세와 하단세의 반복이 뼈대인 삼강(三講) 중 하나의 비전이다. 칠주를 익히고 나서 배우는 비전이었다. 완급 조절을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서 위력이 천지차이로 변모하는 <기사 살해>의 비전이기도 했다.

<불파겐 가문>의 기사 살해 비전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적에게 3타를 꽂아 넣는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흙을 긁었으므로 느려진 검으로는 3번째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가장 쉬운 강약약도 힘든데.’

상대가 피해를 입지 않아도 약공격을 3번까지 하고 빠지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2번과 3번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랑비>에 눈 녹듯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3타의 법칙>은 복서에서도 있었다. 그저 툭 치는 거라도 3타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명백했다. 필수는 아니었지만 중갑옷을 입는 싸움에서는 필수가 되는 게 차이점이었다.

‘여기서 <게이겐쥬그(Gegenzug, 역습)>와도 연결을 시켜야 하니까.’

무기를 치고, 상대의 가드나 균형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는 기술이었다. 상하단에서 시작하는 쥬사멘발룽과 연계가 가능했다. 중단세를 쓰지 않는 쥬사멘발룽이었기에 게이겐쥬그를 중단세에서 사용하여 상대의 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숙련된다면 상대의 무기를 축으로 삼아서 상대를 넘어뜨리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드낙은 평생을 수련해도 할 수 없는 기믹이기도 했다.

<새벽 수련>을 그렇게 끝마치고 전신갑주를 벗고, 우물에서 물을 엎어 쓴 드낙이 시원함을 느꼈다. 보통이라면 어흐흐! 거리면서 냉수에 펄쩍 펄쩍 뛰었겠지만 드낙의 신체 체온은 보통 인간의 두 배까지 올라갈 수 있었기에 아무리 차가운 냉수라도 시원함을 느꼈다.

수증기가 피어 올라왔다. 쌀쌀한 새벽의 공기 덕이었다. 드낙은 훈련장으로 향했다. 병사들의 아침은 기사보다 늦었고, 그게 거의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기사는 기사. 병사는 병사이기 때문이다.

새벽에도 일어나는 병사를 보고 싶다면 추가로 임금을 더 줘야 했다.

“자작님을 뵙습니다!”

“그래. 오늘도 우렁차네. 보기 좋다.”

“감사합니다!”

막내 병사가 가장 먼저 소리를 지르며 드낙이 온 것을 주변에 알렸다. 무기 손질을 하던 병사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기 바빴다.

“하던 일 해.”

드낙은 인원수를 세알렸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병사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특히 하루에 3명 정도는 대련을 해주며 실전 감각을 부여해주었다. 최대한 완급조절을 해서 오랫동안 공방을 했다.

“합!”

그 덕에 병사들은 드낙과의 대련을 가장 좋아했다. 수준이 얼추 맞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조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흡 조절해! 여기서 흐트러지는 게 말이 되나!! 강하게! 호흡에 힘을 주고!”

“후욱! 후우욱!”

인간은 근육을 쓰면서도 산소를 공급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강력한 힘이고, 지구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도마뱀의 경우 달릴 때는 호흡을 하지 못한다.

“감사합니다!!”

“항상 단련하라. 이 세상은 녹녹치 않은 곳이니까.”

“예!”

점심 전에 수련은 끝났다. 병사들이 너도나도 흩어졌다.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남짓이었지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훈련시간이었기에 피곤함을 크게 느끼는 병사도 있었다.

“아우우!”

멀리서 도노가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낙은 광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감독관들이 채찍을 손에 쥐고, 둔기를 혁대에 건 채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제법 덩치가 있는 남자들을 고용했다.

병사들을 시키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작님을 뵙습니다!”

그들이 인사를 올렸다. 드낙은 고개를 까딱하며 말했다.

“별일 있나?”

“없습니다. 범죄자들이야 자기 죄를 갚는 것이고, 애초에 이곳에 정착하려는 마음을 요즘 가지고 있어서 몇몇 놈들 빼고는 고만고만합니다.”

“항상 방심하지 말고.”

“예!”

감독관들에게서 대충 상황을 들었다. 도노가 시간을 낼 때만 광산 안에 들어가는 드낙이었다. 그 외에는 태평하게 잠을 자거나 수련이나 공부를 했다. 멀리 원정을 나가기에는 광산을 관리할 지휘관급 인사가 없는 게 불파겐 영지의 현실이었다.

‘자유기사들은 언제 오나.’

귀족이 아닌 준귀족급으로 대우를 하겠다는 게제라스의 방침 때문에 온 자유기사들이 대부분 떠났기 때문이다. 장원이 아니라 저택을 주고, 임금을 주기 때문이다. 대우는 기사였지만 귀족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주저하고 있었다.

‘공적을 쌓으면 장원도 얻을 수 있는데. 하여간 요즘 것들은 정신 상태가 영 아니라니까.’

드낙이 툴툴거리면서 도노를 기다렸다. 용병부터 시작한 것이 자신 아닌가? 시작부터 준귀족으로 대우받는 곳에 오는 것을 망설이다니. 이실레아였으면 냉큼 들어왔을 것이다.

“컹.”

늠름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 도노는 날이 갈수록 변하고 있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털이 점점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력 때문인가.’

드낙의 주력 회복력은 전과 같았지만 막대한 양을 척추에 저장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도노와 오래 만나지 않아도 주력을 대량으로 모을 수 있었다.

“깍!”

카이야는 한발 늦게 도착했다. 상당히 멀리까지 나간 듯했다. 새하얀 까마귀가 된 카이야는 드낙의 어깨에 거침없이 앉았다. 덩치는 커지지 않았다. 그 덕에 드낙은 주력의 25% 정도만 카이야에게 주고 나머지 75%는 도노에게 투자하고 있었다.

드낙은 두 동물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후각이 뛰어나고, 눈이 좋아야 했기에 두 마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나무로 된 기둥이 곳곳에 일정하게 박혀서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굴은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갈림길이 생기기도 했지만 파생된 갈림길은 막혀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채광 작업을 한 흔적이었다.

광부들과 곳곳에서 마주쳤다.

“자작님을 뵙습니다! 헉헉!”

“그래. 오늘도 가장 열심히 하는데?”

광부들과 잡담을 간단하게 나누기도 했다. 도중에 감독관을 만나기도 했다.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대우가 좋았고,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이 받는 임금을 범죄자들이 듣고 나서는 아예 광부가 되려는 생각을 가진 범죄자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오고 가는 길은 전혀 걱정하지 마. 목책으로 양옆을 막아서 아주 안전하게 만들 거니까.”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은고원 마을>이 가진 하자를 드낙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입을 털고 다녔다. 철조망길은 무산되었지만 안전한 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포기하지 않았다.

‘은매장량이 엄청나거든.’

광산도시는 더 커져야 했다.

광산에 대한 순시가 끝나고 나서는 도노와 카이야에게 주력을 불어넣어 주고 해산시켰다. 카이야는 주변에 드낙이 잡을 만한 놈이 나타나면 알려줄 것이고, 도노는 대산을 든든히 지킬 것이다.

“응? 왜?”

드낙은 도노가 자신을 머리로 툭툭 밀자 물었다. 하지만 도노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드낙은 도노가 가자는 데로 가야 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예!”

병사들에게 짧게 말해두고 드낙이 도노를 따라서 대산으로 향했다.

<산지기 산골 마을>이 먹고사는데 가장 중요한 곳이 대산이었다. 그곳은 도노의 늑대 무리가 단단히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탁!

도노는 거침없이 2m를 높이 뛰어서 단번에 바위를 넘어갔다. 드낙 또한 능숙하게 뛰어넘었다.

대산 곳곳에는 드낙이 전파한 <고블린 재배 통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물 대신에 낙엽이나 인간에게 필요가 없는 식물을 짓이긴 것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곳에는 버섯뿐만 아니라 약초 또한 재배되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있네.’

곳곳에서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이 대산이었다.

도노의 늑대 무리는 양지가 확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만큼 주변에 천적이 없기 때문이었고, 도노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어!”

드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그만 강아지같이 작은 늑대 새끼의 털이 푸른 빛깔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도노는 드낙에게 자신의 아내를 소개해주기 바빴다.

“그래. 그래.”

드낙은 도노에게 한참을 시달렸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도노는 왜 이마에 뿔이 나오지 않을까? 인위적으로 주력만 많이 줘서 탄생한 영물이라서 그런 걸까?’

거친 털을 쓰다듬었다. 웬만한 화살은 털조차 못 뚫을 것이다. 드낙은 이어서 도노 무리와 제법 시간을 보냈다. 특히 푸른털을 지닌 새끼 늑대는 도노의 자식이라는 게 너무 명확하게 절로 예뻐 보였다.

“끼엥.”

너무 자주 만지자 늑대 새끼가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렸다. 핑크빗 아랫배가 훤히 들어올 정도로 버둥거리자 도노가 드낙을 밀었고, 드낙이 놓아주자마자 호다닥 달려나가다가 벌러덩 뒤집어지기도 했다.

‘귀엽다.’

역시 새끼 때가 최고로 귀여웠다. 드낙이 몸을 일으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좋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오크 대회의>는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가장 먼저 부락 간 분쟁이 중단됐다. <족장 도네투스>는 부락의 크기, 실력, 주술사의 수 등등을 조합하여 지표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서 백설산맥의 영토를 분할하였다.

31개의 부락을 경계 짓는 수백 개의 큰 돌은 도네투스가 혼자서 끌어와서 땅에 박았다.

그 퍼포먼스를 본 오크들은 감히 도네투스의 결정을 번복하지 못했다. 또한 최대한 조율을 한 것이므로 반박한다면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부락의 영토를 확정 지은 도네투스는 곧바로 거대한 식량 정책을 시작했다.

오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거침없이 불었다.

퍽! 퍽! 퍽!

“넘어간다아아!!!!”

오크들에게 필요 없는 나무가 넘어갔다. <오크 나무>로 삼기에 품종이 안 좋은 나무인 <거칠지만 나약한 나무>는 생존력이 억세기 때문에 어디서든 잘 자라는 나무였지만 내구도가 낮고, 쉽게 분질러지며 오크 나무로 삼아도 단단해지지 못하고 무엇보다 열매가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

이런 나무는 오크들의 손에 의해서 박멸되다시피했다.

엄청난 양의 나무가 벌목되었다. 동시에 오크 나무로 쓰기 좋은 <복숭아 딱나무>, <사과 울울나무>, <계곡소리 밤나무> 등 10종류의 나무가 심어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펄펄펄!

약재가 단지에 담긴 채 펄펄 끓여졌다.

새로운 <오크 나무 약재> 방식이 도입됐다. 오크가 약재를 먹는 방식을 나무에게 도입한 것뿐이었지만, 다양한 나무를 더 빨리 <오크 나무>로 만들 수 있었다.

부욱! 부욱!

애송이 오크들이 땅을 파고, 한 번 끓여진 약초 덩어리를 넣고, 흙을 살짝 덮은 뒤에 묘목을 심고 볼록 튀어나올 때까지 흙으로 덮었다. 그다음에는 약초를 끓이고 식힌 물을 콸콸콸 부었다.

“오크 나무 만드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니.”

“그래도 이렇게 하면 확실히 더 빨리 오크 나무가 된다잖아.”

“그래도 번거롭잖아.”

궁시렁거리기는 거렸다.

구우우우우어어어어어!!!!

검은 비늘로 뒤덮인 <캉카라쿰(Kankarakum, Black scales Wyvern)>이 하늘을 날았다. 도네투스의 눈에 백설산맥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인간이 버틸 수 없는 힘으로 후려치겠다.’

멧돼지를 타고 가축을 이끌고 있는 오크들을 도네투스가 내려다보았다.

부락끼리의 분쟁이 사라지고.

오크 나무가 대량으로 자리를 잡고.

도네투스는 몬스터의 다양한 위협을 사정없이 격퇴했다.

오크 개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부족해. 예언을 쳐부술 힘을 난 원한다.’

도네투스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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