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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16화 (4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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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흑마법사 게페락스>를 필두로 한 흑마법사들은 마신장에게 의탁한 때가 있었다. 그때 발라쿠는 그들을 마냥 던전 밖에서 활동할 식량 보급책으로만 이용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약점. 보다 자세하게 <남부 왕국>에 대한 계략을 많이 들었었다.

‘나약하지만 수많은 마수 침공을 격퇴한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발라쿠는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은 오직 <부모의 복수>를 위해서, 드워프를 멸망 시키는 것.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오우거에게 있어서 부모와의 연대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발라쿠를 죽이지 못했다.

그 작은 실수는 드워프를 죽일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을 침공한 결과로 이어졌다.

“허접한 인간 놈들아! 작은 나무보다 작은 벌레 같은 것들아! 무엇이 그리 영광스러워서 이곳에 서있느냐! 그저 핏물이 될 뿐이거늘!”

발라쿠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손만 뻗어서 구덩이 위로 올렸다.

“<불꽃 축제(Bulkkoch Chugje)>!”

기괴한 언어가 발라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마신 성현의 권능이기도 했다. 압도적인 마력이 벼락처럼 발라쿠의 손으로 모여서 단번에 마법이 완성되었다.

마법진도 필요 없었고, 주문을 읊을 필요도 없었다. 수인은 더더욱 불필요했다.

후두두둑!

불꽃이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방방 뛰면서 튀어나갔다.

“마법진 발동! <방어막(Shield)>!”

“<물의 숨결(Breath of Water)>!”

미리 준비한 방어 마법진이 단번에 불이 켜지며 방어막이 켜졌다. 동시에 로브에 각인된 마법이나 지팡이에 <물 속성>의 공격 마법이 토해졌다.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스파크가 튀었다. 물과 불의 마주침에 수증기가 있었고, 초월의 힘이 서로 부딪치며 스파크를 발생시켰다. 마치 구름 속에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물의 방어막(Water shield)>!”

주문을 읊으며 물 속성의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비눗방울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고 물이 줄줄 흐르는 방어막이 생겨났다.

“이럴 수가?! 제대로 작정하고 마법사들을 데리고 왔구나!!”

발라쿠가 비명을 질렀다. 천명이 넘는 마법사가 발라쿠의 마법을 효율적으로 막아냈으니, 당황할 법도 했다.

“와아아아!!!!”

정예병들이 그것을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엄청난 양의 불꽃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2왕자 폼포스 플래티넘(Foamforce Platinum)>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소리를 증폭해주는 마법이 반지에 새겨져있었다. 보잘것없는 마법이었기에 반지에 새겨질 수 있었다. 큰 마법은 큰 용기에. 작은 마법은 작은 용기에 담을 수 있었다.

“들어라! 오우거 발라쿠! 남부 왕국을 침범하고, 인간을 죽이고, 요새를 부수고, 땅을 황폐화 시키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넌 누군데 그딴 소리를 나에게 지껄이는 거냐?!”

발라쿠가 던전 진입로의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고함을 질렀다. 나올 생각이 없는 모습에 폼포스는 기고만장해서 더욱 대범하게 나섰다.

“남부왕국의 정통한 계승자! 폼포스 플래티넘이다!”

“헉? 굴리데라스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흑마법사들의 이야기가 사실이었군!”

발라쿠가 경악했다.

“흑마법사? 흑마법사라니!”

폼포스 또한 발라쿠의 정보에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흑마법사들은 오우거 발라쿠를 통해서 국가전복을 노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오우거 토벌>과 <서부 수복>에서 <남부 왕국 멸망 시도>를 막는 자리에 선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가슴이 쿵쿵 뛸 정도로 고양될 수밖에 없었다.

“남부왕국의 용사들아! 흑마법사와 결탁한 오우거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모~든 생명이 우리에게 달려있다! 무기를 들어 올려라!”

와아아아!!!!

병사들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동시에 발라쿠는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톱날과도 같은 날카롭게 솟은 육식동물의 이빨이 어둠 속에 드러났다.

그는 <흑마법사의 계략>을 그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이용한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간들에게 어떻게 오우거가 마수를 이끌고 이 정도로 먼 거리를 원정 나올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흑마법사가 결탁한 진실로 인간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되려, 발라쿠가 폼포스에게 이용당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쟁의 향방이 아니었다. 사기의 높고 낮음, 정보의 전파 따위가 아니었다.

‘인간은 특이해.’

높은 사람이 대단히 가치가 높아지는 독특한 사회였다. 일신의 무력이 마신의 은총과 권능으로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오우거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군집을 손쉽게 박살 낼 수 있는 방법은 계급이 높은 놈을 잡는 것이다.’

흑마법사들은 죽여서는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발라쿠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흑마법사들을 믿는 건 아니었다.

‘인간의 나약함이지.’

인간들의 추악할 정도로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나약함을 믿었다.

“<피부 비늘(pibu bineul)>!”

발라쿠의 전신이 반짝반짝 빛이 나며 잉어 비늘이 둘러쌌다. 그것은 오직 마법만을 방어하는 비늘이었다. 머리카락의 내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최소화하는 게 좋았다.

공성전에서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쓸어버리는 게 이득이었지만, 포위를 뚫는 것은 방어 마법이 효율이 좋았다.

피부 비늘의 단점은 물리적 방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발라쿠는 신경 쓰지 않았다. 중형 투석기는 이곳에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신장의 힘에 굴복하라아아아!!!!”

머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손이 거칠게 구덩이 위에 올려지며 계단을 올라가며 한 발이 지상을 밟으며 그대로 마신장의 모습이 노출되었다. 동시에 마법과 발리스타가 발라쿠를 덮쳤다.

슈우웅!

소형 발리스타의 공성 화살은 피부 비늘과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투명하게 지나갔고, 그대로 발라쿠의 피부를 꿰뚫었다. 하지만 피는 조금 흘러질 뿐이었다.

거인족(巨人族)에 해당하는 오우거는 인간과는 신체구조가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의 피부는 무게가 충분하고, 끝이 뽀족한 공성 화살에 손쉽게 뚫리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야수들이 거친 털과 두꺼운 가죽, 충분한 지방층으로 보호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신체 방어 구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 편없다!”

발라쿠의 외침에 병사 중 심약한 자들이 벌벌 떨면서 귀를 부여잡았다.

“우웨에엑!”

토를 하며 안에 것을 게워냈다.

뒤늦게 마법 공격이 발라쿠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푸르게 빛나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비늘이 옅어지고, 가루로 변하고, 균열이 나서 사라져갔다. 그 뒤로는 머리카락의 저항이 공격 마법을 막아냈다.

이글이글···!

“<손에서 번개(son-eseo beongae)>!”

강력한 1점 타격의 마법이 펼쳐졌다. 그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발라쿠가 주입하는 마력만큼 유지되었는데, 사정없이 90도를 주윽 긁었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벼락이 휩쓸고 간 곳에는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 새까만 재가 한가득이었다. 파괴적이어도, 너무나도 파괴적이었다.

동시에 <던전 진입로>에서 <백두전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강력한 근력과 여러 개의 다리를 통해서 벽을 타고 올라왔다.

온갖 물건들로 가로막힌 계단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장창벼어어엉! 준비!”

척!

긴 장창이 들이밀어져서 대형 마수인 백두전갈을 밀어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백두전갈은 뭔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뒤로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가려고 용을 썼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인간들의 시야로는 뒤가 보이지 않았다.

촤르륵!

백두 전갈의 뒤로 끌어당겨지는 꼬리에 묶여진 쇠사슬이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며 쇠사슬 괴인이 하나 지상에 올라왔다. 그리고 거침없이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크응!

콧김이 뿜어지며 단번에 쇠사슬이 쭈욱 당겨졌다. 동시에 거칠게 백두전갈이 앞으로 몇 걸음 뻗어나가며 뭉툭한 망치와도 같은 앞발 두 개를 한 번씩 휘두르며 좌우로 몸을 당겼다.

쇠사슬 괴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갈 녀석이 마수들을 끌고 있다! 전진! 전진!”

병사들을 통솔하는 기사의 말에 병사들이 전진하며 공간을 압박했지만 쇠사슬 괴인과 백두 전갈과 부딪치자마자 주춤거렸다.

“으아아아!!!”

고함을 지르는 병사가 악다구니를 썼지만, 출렁거리는 뱃살을 지닌 쇠사슬 괴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백두 전갈은 미친 듯이 광분하며 그대로 진형을 뚫고 미친 듯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기사가 너도나도 올라탔지만 백두 전갈은 무시하고 병사들만 노렸다. 명백하게 공간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포위된 마수들은 어떻게라도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서 싸움을 이끌어야 했다. 반대로 인간들은 계단만 막아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그하아아압!”

그 사이에 발라쿠는 온갖 공격을 맞으면서도 자신의 할버드를 대로에 투척했다. 백금색으로 도금된 전신갑주를 입고, 황금색의 망토를 입은 폼포스가 기사단을 이끌고 후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빤스런은 위아래가 없었다.

튈 수 있을 때, 튀어야 했다. 왕자가 죽으면 토벌은 그날로 끝이기 때문이었다. 욕을 먹든 말든 인간은 결국에는 개체로서의 속성이 강했다. 그것을 훈련과 세뇌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지만, 권력 앞에서는 또 무력했다.

“막아라!! 막아!! 왕자전하를 지켜라!”

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온갖 마법이 발라쿠에게 쏟아졌고, 인간 기사가 강화 마법을 통해서 발에 들러붙고, 허벅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발라쿠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우직하게 뻗어나갔다.

“방해하지 마라! <거대한 충격(geodaehan chung-gyeog)>!”

왼손이 허공을 가리키며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거대한 바람을 동반했고, 마법사들의 마법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동시에 그 방향에 있던 마법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가서 벽에 부딪치고, 발라쿠와 가까이 있던 마법사는 3층 높이 이상으로 날아올라 그대로 추락했다.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들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기사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그 용맹함에 그대로 전염될 수밖에 없었다.

“밀어라! 밀어라! 기사들이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게 우리는 마수를 밀어야 한다!”

“으그그극!”

가장 앞에 있는 방패병의 머리에 쇠사슬이 감겨서 조여왔다. 하지만 방패병은 머리가 조여오면서도 손을 머리로 올리지 않았다. 약 먹은 황소처럼 그대로 방패에 손을 올리고 무기도 버린 채 앞으로 기운 채 힘을 쏟아부었다.

천천히 쇠사슬 괴인이 뒤로 밀려나갔다.

그런 방패병의 뒤로 백두 전갈이 기사의 손에 껍질이 박살이 나서 체액을 허공 높이 쏟아내는 광경이 이어졌다.

쿵! 쾅! 쿵! 쾅!

거칠게 발로 땅을 내려치고, 그대로 4걸음만에 후퇴한 왕자를 뛰어넘은 발라쿠가 마치 씨름하는 자세를 하며 양다리를 쩍 벌린 채 그대로 오른 주먹으로 대로를 내려쳤다.

흙먼지와 함께 잔해가 해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에 휩쓸린 기사들과 폼포스가 형편없이 뒤로 밀러 났다.

흙먼지 속으로 발라쿠의 외침이 들려왔다.

“<파멸의 불꽃(pamyeol-ui bulkkoch)>.”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는 들렸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흙먼지 때문이었고, 양다리를 쩍 벌린 채 상체를 낮추고 오른손으로 땅을 받치며 벌레처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런!”

마법사들이 크게 당황했다. 진원지를 알아야 미리 마력이 모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을 집중하지 못하면 놈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 파멸의 불꽃은 그러한 것이다!”

마법사들이 일단 개인적으로 마력을 모았다. 흙먼지가 서서히 걷혀지며 발라쿠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대한 화염 구체를 보자마자 마법사들이 자신들이 지닌 마력을 통해서 상쇄를 시작했다.

스파크가 일어났지만 마법사들과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모은 발라쿠의 마법은 무시무시한 마력량을 가지고 있었다.

화르르르!

구체가 그대로 던져졌다. 워낙 거대했고, 거리가 제법 있었기에 느려 보였지만 말이 달리는 속도는 되었다.

“크으으윽!”

마력이 동이 난 한 마법사의 두 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입이 바짝 마르더니 시퍼렇게 변했다. 생명력이 소모되면서도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컥!”

짧은 시간에 많은 마력을 소모한 마법사가 피를 토하거나, 눈이 움푹 들어가는 등 온갖 부작용에 시달렸다. 몇몇 마법사는 머리카락이 홀라당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저것을 막지 못하면 어차피 죽을 것이 뻔했다.

번쩍!

그 때 검은 돔의 밖에 있던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모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신성 벼락>이 그대로 파멸의 불꽃을 강타했다. 거리가 멀었기에 뒤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파멸의 불꽃이 그대로 소모됐지만, 거기에 온 신경이 가있던 인간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너희들이 대단하게 여기는 인간은 내 손에 있다!!! 검은 돔에서 물러가라! 협상을 위해서 조금만 남아라!”

발라쿠가 기절한 폼포스를 들어 올렸다. 전신갑주 때문에 생체기 하나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폼포스의 휘황찬란한 투구를 볼 수 있었다. 인간들은 쉽게 후퇴했다. 하지만 검은 돔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대치를 했는데, <1왕자 아라온 플래티넘(Araon Platinum)>의 존재 때문이었다.

먼 곳에서 푸른 깃발이 수백 개가 올라가고 나서야 인간들이 반파되어서 천천히 하늘부터 가리고 있는 검은 돔을 빠져나갔다.

정규병 1200명이 그날 전투로 죽임을 당했고, 기사 300명이 줄초상이 났다.

마법사는 400명이 생명력을 담보로 한 마력을 사용하여 즉사했고, 500명은 후송 도중에 사망. 총 900명의 마법사가 죽고 말았다. 대부분이 젊은 마법사였고, 평민이었음에도 끔찍한 피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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