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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11화 (41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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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

<오후 회의>의 첫 결실은 드낙이 외척세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결단력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게제라스 총관의 계획과는 무관하게 다른 인물들이 능히 드낙의 이번 발언을 통해서 외척과 각을 세워 드낙에게 충성심을 보일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기도 했다.

그것을 모조리 꿰뚫어 보이지는 못한 드낙이었지만, 적어도 어렴풋이는 느낄 수 있었고, 특히나 자신이 나서서 외척이 딴짓을 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생각이었다.

‘게제라스 총관이 막아서면 물러나면 되는 것이고.’

오히려 중간에 서서 두 세력을 막는 역할에 총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향후에 외척을 더 좋게 관리할 수 있었다.

이중스파이 같은 포지션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일을 벌인다는 것은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나 귀족들의 통찰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결코 혼자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

가문이라는 굴레가 묶인 시녀들은 하나같이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질 것이다. 방계라서 X같다는 것이 아니라 방계이기에 직계를 위해서 직무를 다한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게제라스는 드낙이 크게 반응하자 이러한 것들을 미리 짐작하고 말을 아꼈다. 이실레아는 미소를 지었다. 훈훈한 미소와는 달랐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차가운 뱀>과도 같은 미소였다.

‘장원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겠지.’

게제라스가 그 미소를 보고 장원에 대해서 가장 먼저 생각을 뻗어나갔다. 이미 외척들이 장원을 세우고, 이주민들을 들여보냈으며 동시에 1차 산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브릴리언트 가문의 장원은 나중에 주는 만큼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 생각이 아니었다면 무리해서라도 <석지 마을>을 얻었을 것이 이실레아 브릴리언트였다. 그녀의 공명심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막은 것이 게제라스였다.

‘드낙에게 몇 번이나 대들은 것이 그녀다. 장원에서도 부딪치면 나중에는 좌천될 것이 뻔해.’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만큼 상황이 잘 보이는 것이 없었다. 바둑과 장기에서 훈수가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덕에 게제라스는 이실레아에게 좋은 조언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고, 현재 군권을 드낙에게서 받았음에도 장원이 없는 기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스핀의 보고서> 이후에는 이실레아가 발언권을 가져갔다.

“<파충류 초원>에 대한 보고를 하겠습니다. 전에 자작님께서 초원 토벌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고, 현재 상황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을 바꾸어서 사전 조사를 했습니다.”

토벌의 시기를 두고 게제라스와 드낙이 부딪쳤다. 이것에서 승리하려면 발에 땀이 나도록 움직여야 하는 것은 가신인 게제라스였다. 그리고 게제라스는 이실레아와 한통속이 되었던 적이 있었으므로 쉽게 그녀에게 부탁을 할 수 있었다.

‘자작님은 이실레아 경의 용병술을 크게 생각하고 계신다.’

훈련부터 통솔까지 불파겐 영지의 전투적인 지분을 많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 이실레아였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철통과도 같은 힘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드낙의 총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실레아 경이 생각하기에 토벌은 어떨 것 같나?”

“원정, 토벌은 쉽습니다. 자작님이 있기 때문에 패배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말에도 드낙은 잠자코 들었다. 이 세계의 전쟁은 고위 기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을 단기전에 끝낸다면 기사, 병사들이 대단해서 끝난 것이고.

전쟁을 장기전에 끝낸다면 병사들과 보급이 끝도 없이 지원되어서 끝난 것이다.

또한 하나라도 부족한다면 지휘관은 항상 뒤통수를 조심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전투도 쉽습니다. 제가 키운 기병의 숫자는 50기에 달하고, 병사들은 평야전과 산지, 숲지에 대한 높은 훈련도를 자랑합니다. 그 숫자가 300명입니다.”

이미 소영지가 지니고 있을 병사 동원 숫자를 넘어섰다. 중규모의 영지라고 봐도 무방했다. 명문가나 대영지에는 비비지 못했지만, 그래도 300명의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척이 얼마나 대단한 도움을 주는지, 드낙이 트롤 원정에서 가져온 것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독기가 가득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실레아의 군대는 전투와 관련된 정신력, 기강만큼은 그 어떤 군대와 마주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동원할 수는 없겠지?”

“예. 치안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한다면 기수들은 모두 동원할 수 있겠지만, 보병은 200명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펄 발드>를 상대로는 백전백승입니다.”

이실레아가 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신전 또한 저희들이 요청하면 도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펄 발드는 인류의 적이며, 이주민들의 위협이 되는 몬스터입니다.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종족을 뛰어넘은 박애정신을 지닌 사제는 극히 보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그런 사상을 가지는 것이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존재하기는 했지만, 많지는 않았고 주류도 아니었다.

인간의 적에게 철퇴를 내릴 존재가 중립신의 사제와 성기사들이었다. 그들은 보통 귀족들이 자원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았지만, <불파겐 영지>의 경우에는 일단 동원하고 싶은 게 신전의 인물들이었다.

“허면 외척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드낙의 물음에 이실레아 브릴리언트가 고개를 내저었다. 대답은 게제라스가 일어나서 말했다. 이실레아는 앉지는 않았다. 금방 자신의 차례가 오기 때문이다.

“이주민에게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구휼이 진행될 겁니다. 개간과 경작이 아직도 첫 추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 참. 보급대를 꾸려야 하지.”

드낙이 아차차했다. 엄청난 실수였지만 누구도 비웃지 않았다. 드낙의 나쁜 버릇이 도진 것이라고 여겼다.

“예. 그것 때문에 외척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척 문제는 일단 뒤에 이야기하고, 다른 문제는 더 없나?”

이실레아가 코로 길게 숨을 내뱉으며 주의를 모으고 뜸을 짧게 들었다.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드낙도 자세를 고쳐잡았다.

“<파충류의 초원>은 폐허가 된 바세안 토성을 지나서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저희가 점령해야 하는 평야입니다. 대부분이 초지(草地)인데다 <펄 발드>들이 적당히 풀들을 관리했기에 목장이 들어서기 좋습니다.”

지리적으로 2차 방어선의 중추가 될 수 있었고, 지형적으로 대규모 목장을 설립할 수 있었다. 드낙은 몬스터 기병 다섯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기병에 거는 기대가 크기도 컸다.

이러한 점을 상기한다면, 파충류의 초원은 지금 당장 얻어도 시원찮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었다.

“하지만 <호수 마을>에서 크게 떨어져 있고, 숲을 지나서 <둥근 언덕 마을>과 접촉할 수 있어서 웬만한 자원 없이는 장원이 들어서기 힘들 겁니다.”

잉여 식량 자원의 누적이 없으면 사람이 살기도 힘들고, 목장을 대규모로 꾸리기도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숲을 지나야 하므로 보급 부대의 중요성도 컸다.

미리 <둥근 언덕 마을>에 식량을 축적시키기에는 창고 부지가 없다시피한 것이 케샤스의 마을이었다.

이러한 요건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이실레아는 점진적으로 불전(不戰)에 의견을 기울었다.

“좋다. 더 할 말이 있는가?”

드낙은 납득한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그 물음 속에는 더 많은 근거를 원했다. 물론 이실레아는 당연히 그것을 준비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야전 사령관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에서의 승리는 쉽다고 말했지만 평야에서의 싸움은 특히나 기동성과 머릿수가 중요합니다. <펄 발드>들이 덤벼들면 이길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몰아내고, 평야 전체를 점령하는 것은 장담하지 못합니다.”

점령이 어렵다는 것을 말했다.

“발룬이 있잖아?”

“놈들이 산개한다면 며칠이 걸리겠습니까? 평야에 초지라고 해도 구불구불한 완만한 능선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축을 키우기에 좋고, 숨기도 좋습니다.”

높은 곳에서 정찰을 하기 어렵고, 한다고 하더라도 거리에 한계가 있었다.

“음···”

드낙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멀리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힘들긴 힘들겠네.”

“예. 그렇기 때문에 못해도 외척들이 군사적으로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용병들을 다수 고용해서 토벌령을 내리고, 미리 펄 발드들의 체력을 빼놓아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내키지 않으신다면, 기병 전력이 300~500은 되어야 합니다.”

드낙이 눈을 반짝였다.

“용병을 이용하자고? 그건 어떤 말인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지금부터 용병단을 수소문하여 고용하고, 펄 발드와 드잡이질을 하며 체력을 빼앗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군대를 밀어붙여서 전쟁과 점령에 드는 자원을 줄이는 겁니다.”

드낙의 눈이 이실레아에게서 게제라스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효과가 클 것 같은가?”

“당연히 큽니다. 은광맥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용병들을 고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외척보다는 이게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이실레아가 게제라스의 말을 받았다.

“물론, 펄발드의 전력 자체를 빠르게 소모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자원은 빠르게 소모할 것입니다.”

펄 발드는 그리 강력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토벌을 하는 용병단이라면 능히 움직일 것이다.

“좋다. 북부 영지 곳곳의 술집에 의뢰서를 놓도록 해라. 그리고···이실레아 경이 <둥근 언덕 마을>에 거주하며 파충류 초원에서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하는데. 어떻나?”

“저는 상관없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향하겠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실레아가 흥분했는지 볼이 달아올랐다. <브릴리언트 가문>이 자리 잡을 곳이 <파충류의 초원>이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못 알아차리면 병신이었다.

“도렌도 데려가게. 내가 그 사이에 광산을 관리하도록 하지.”

“저, 정말이십니까!”

이실레아가 언성을 높였다. 도렌을 못 본 지 꽤 되었기 때문이었다. 드낙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전력이 2명이면 기수들의 피해가 적겠지. 용병들을 최대한 이용하고.”

“예!”

이실레아가 냉큼 대답했다. 만족한 <오후 회의>였다.

게제라스 또한 본격적인 토벌이 한 해 미루어졌으므로 흐-뭇한 표정이었다.

두 명 모두 적당히 이득을 취한 회의가 되었다.

“정령을 이용해보는 건 어때?”

그 외에는 <석지의 거인>을 이용하자는 안건도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한 번 물어는 보겠다고 말했지만 회의적이었다.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 게제라스는 케이샤의 호출을 받았다.

‘다른 외척은 시녀들을 안 보내는 것 같으니, 서로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날 부르는 게 틀림없다.’

게제라스는 외투를 입었다. 여름에도 바람이 잘 불어서 시원한 것이 남부 왕국의 기후였다. 늦봄이라도 해가 저물면 금방 서늘했다.

“안내하겠습니다.”

시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드낙의 아내들은 장원을 한 번 갔다 오고 다시 <호수 마을>에서 지내고 있었다. 불파겐 영지에서의 중앙 정치라고 할 수 있었다. 장원의 관리는 가문의 방계가 하고 있었다.

목조 건물이었지만 아래에는 양탄자가 깔리고, 동상과 그림이 걸린 통로를 지났다.

문은 소리 없이 조용히 열렸다. 안에 있는 시녀가 문을 잡았다. 상시 대기하고 있는 듯했다. 케이샤는 몸을 일으켰다. 제법 튀어나온 배가 게제라스의 눈에 들어왔다.

“레이디 케이샤. 앉아계셔도 됩니다.”

“배려 고마워요. 앉으세요.”

시녀가 의자를 당겨주었고, 게제라스가 케이샤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로 거리가 제법 되었다. 식사를 하기도 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차락.

커튼을 치는 모습에 게제라스는 자연스럽게 침을 삼켰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괜히 조바심이 났다. 드낙이 자신을 받쳐주고 있다고 하지만, 임신을 한 케이샤가 게제라스를 불렀다. 안 좋은 소식을 말할 것이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5721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 달은 방구석에 박혀서 글쓰기가 참 힘드네요 ㅠㅠ 거듭 죄송합니다. 이번 달에 뭔가 연재가 잘 안되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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