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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06화 (40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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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

드낙은 지금도 한창 공사 중인 <은고원 마을>에 귀환했다. 그곳에는 도렌 홀그린이 거주하며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행정적으로 가장 고된 <호수 마을>을 벗어난 도렌은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고, 가장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물이 훤하네.”

드낙의 말에 도렌이 웃으며 말했다.

“할 게 많이 없어서 말입니다.”

“다시 호수 마을로 보내줄까?”

“아니요!”

서로 웃었다.

제법 큰 산의 고원에 자리 잡은 <은고원 마을>은 석양이 질 때가 가장 멋졌다. 관광으로 제법 이름을 날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요즘 비전 연습은 잘 되나?”

드낙은 신체능력이 높아지고, <고르곤의 심장>을 획득한 이후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 비전이었다. 인간이 강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고, 기사와 기사의 싸움에서나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체능력이 괴물처럼 점점 상승되고 있는 드낙에게 비전은 비효율적인 행위나 다름없었다. 빠르고 강하게 일직선으로 뚜까패는게 가장 효율적인 법이었다.

또한 대산 너머는 기사라고 불릴만한 특징을 지닌 것들이 없었다.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도렌이 거리를 벌리자 드낙이 검을 빼어들었다. 이스핀이 중(重)과 변(變)의 칠주(七主)를 배웠다면 도렌은 충(衝)과 쾌(快)를 하사받았다.

포괄적으로는 <부딪힘>에 대한 공부가 충이었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투박한 몸통 박치기부터 무기의 부딪힘, 힘과 힘의 충돌 등 전반적인 전투의 양상에 모두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 충(衝)의 묘리였다.

그리고 그런 방대한 부딪힘의 묘리를 보완해주는 것이 빠름의 묘리인 쾌였다.

부딪힘의 묘리가 신체 외적인 면을 주시한다면, 빠름의 묘리는 몸 내부를 단련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도렌이 가진 힘이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기사급>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물론 고위 기사 또한 될 수 있었다.

하나의 묘리만 알아도 능히 그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깊게 이해하는 것은 분명 강력한 이점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위기사급에 무조건 도달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케바케가 심했다.

물론 세파리아스의 뇌피셜이었다.

‘도렌의 무장은 숏소드와 버클러.’

본래는 도렌에게 롱소드를 들라고 조언해주었지만, 이스핀이 대신 롱소드를 들었다. 때때로 이스핀은 숏소드를 쓰기도 했다. 둘 모두 숏소드를 즐겨 사용했는데, 이스핀의 경우 리치가 짧은 무기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뒷골목에서 쓰는 무기는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렌의 경우 숏소드만 단련했었다.

드낙은 가볍게 롱소드를 하단에 놓았다. 리치가 짧은 무기를 상대할 때는 그 리치를 더더욱 짧게 만들려면 하단에 무기를 놓는 게 좋았다. 방어를 위해서 짧은 무기를 든 상대는 무기를 낮게 잡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각도가 아래로 꺾이면서 길이가 더 짧아진다.

시작부터 불리한 이점을 가진 도렌이 심호흡을 했다.

‘침착하게. 항상 상상했던 것처럼.’

드낙과 대련을 한 적이 많았기에 도렌은 쉐도우 복싱을 하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 적이 많았다. 많은 공부가 되었고, 수련에도 큰 진전을 보이는 것이 드낙과의 상상대련이었다.

쉭.

바람 소리는 매우 작았다. 하지만 도렌의 숏소드는 섬광처럼 뻗어나갔다. 드낙의 가슴을 노렸다. 드낙은 방어 대신에 롱소드를 찔러 툭 튀어나온 오른발을 노리며 왼발을 뒤로 빼며 가슴의 정면이 옆으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자연스레 상체를 뒤로 뺐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롱소드로 척 봐도 보였기에 도렌은 버클러로 그것을 후려쳤다. 롱소드가 옆으로 픽 쓰러지는 듯 보였지만 땅을 팍! 치면서 뱀처럼 휘어져서 위로 올려쳐졌다.

깡!

버클러로 막았지만 상체를 뒤로 빼고 공격한 것치고는 막강한 충격량에 도렌의 상체가 흔들거렸다. 하지만 그 부딪힘에 있어서도 크게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도렌은 그대로 근접할 수 있었다.

따다당!

“웃!”

도렌을 치면서 그대로 회수된 롱소드가 도렌을 세 번 연속으로 찔렀다.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있었기에 도렌이 첫타를 맞고 소리를 낼 정도로 당황했다.

3번 찔러들어오는 공격 중 유효타는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를 허용했기에 서로 간의 간격은 도렌의 간격에서 한 치 멀어졌다.

‘침착하게!’

이어지는 찌르기는 버클러가 올려쳤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휘이익!

롱소드는 마치 그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며 충돌음 하나 나지 않았다.

‘할 수 있어!’

자연히 버클러 또한 드낙의 재빠른 검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갔다.

롱소드는 길었고, 버클러는 짧았으며 서로 맞댄 곳이 도렌의 신체 가까이에 있었으므로 드낙보다 버클러가 더 공간적으로 이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캉!

버클러에서 흉악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튕겨진 롱소드는 그대로 도렌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드낙과는 다르게 도렌은 무기가 두 개였다.

숏소드와 버클러. 왼팔이 자연스럽게 뻗어나가고 있는 곳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숏소드에 내려쳐지는 숏소드가 부딪쳤다. 비스듬한 숏소드에 충격이 흘러졌고, 쭉 뻗은 왼팔에 있는 버클러가 드낙에게 도달했다.

‘지금!’

하지만 그럼에도 도렌은 지금 이 순간을 노린 <비전>을 사용했다.

모든 신체능력에서 약자인 인간이 강자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 비전의 시초.

<게레이드 오베라름(Gerade Oberarm, 곧은 팔뚝)>

온전한 비전은 아니었다. 본래라면 1차적으로 숏소드가. 2차적으로 버클러가. 3차적으로 팔꿈치를 접으면 만들어지는 앞쪽의 긴 팔뚝의 면. 그것을 이용한 비전이기 때문이다.

‘오.’

드낙은 도렌이 단기전을 노리자 감탄했다. 도렌의 성격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버클러와 드낙의 팔 보호대가 부딪쳤다. 동시에 더 가까이 오자 드낙이 그대로 무릎을 들어 올리며 하체를 가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교묘한 간합을 두고 도렌이 살짝 물러섰다.

‘멍청한. 들어오려고 했으면 들어와야지.’

드낙의 롱소드가 벼락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 도렌이 호랑이처럼 그대로 전신을 기울며 덤볐다. 빠지는 뉘앙스를 기가 막히게 아는 드낙이었기에 찌를 수 있는 비전이었다.

“흡!”

드낙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몸통으로 부딪치려고 했지만 가슴과 가슴 사이에 도렌의 접혀진 팔이 쑥하고 들어왔다. 마치 태권도의 품새처럼 단단하고 직각처럼 보였다.

쿵!

서로 부딪쳤다. 하지만 드낙은 답답함을 느꼈다. 제대로 자신의 충격량이 도렌에게 전해지지 않고, 왼팔로 흐른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뛰어나다는 것의 맹점을 찌른 공격은 탁월했다.

연달아서 도렌이 버클러로 드낙의 롱소드를 괴롭히고, 숏소드로 관절을 후려쳤지만 뒷심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흐압!”

드낙은 힘으로 짓밟고 들어와서 들어 올려 그대로 도렌을 때려눕혔다.

“켁!”

“후우. 제법인데. 근데 힘에서 차이가 나는 게 뻔한데 그렇게 크게 근접하면 안 돼.”

전신갑주를 입은 상태에서는 체급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덩치와 힘에서 밀린다는 생각이 들면 위축되기 마련이고 위축되고 겁을 먹은 순간 상대와의 힘차이는 곱절로 차이가 나버린다.

겁을 먹을 수 있는 도렌에게 현실적인 조언은 필수적이었다.

“기사전에서는 차라리 중병기를 쓰는 게 좋지 않나. 요즘 생각 중입니다.”

“덩치 큰 놈을 상대로는 중병기를 쓰면 오히려 더 쉽게 결말이 나지. 차라리 한손 둔기는 어때?”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드낙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실레아 경에게 가르침을 받아. 단순한 무기술이니까.”

도렌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드낙이 걱정이 들어서 물었다.

“왜? 이실레아 경과 조금 어색하거나, 문제가 있어?”

“예? 아뇨. 아니, 예. 조금 있기는 있습니다.”

드낙이 쓰러진 도렌을 일으켜주었다.

“뭔데?”

투구를 벗으며 땀을 닦은 도렌이 볼을 긁었다. 말하는 게 부끄러운 것 같았다. 괜히 장난기가 돈 드낙이 재촉했다.

“영주가 가신이 가진 고민을 들어줘야지. 뭔데 그래?”

“조금 버겁습니다.”

“···? 버겁다니?”

도렌은 그 이상으로 말하지 않았다. 드낙은 왜 도렌이 이실레아를 버거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편할 것 같은데.’

이실레아는 강하다. 그렇다고 멍청하지도 않았고 사려가 깊었다. 때때로 공적에 눈이 멀어서 폭주하기는 하지만 야망이 대단히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쓰기 좋은 말이었다. 그리고 파트너로써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하자가 몇몇 있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리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처녀에 환장하는 남자보다는 재산, 가문, 영향력에 환장하는 남자와 여자가 많기 때문이다.

“무슨 비전이냐? 상당히 쓸모가 많아 보이는데.”

“완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덤비자는 생각으로 쓴 거라서.”

도렌은 거침없이 알려주었다. 비전 이름은 게제라스가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간합 조절을 통해서 짧은 무기로 이점을 보고,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빠름의 묘리를 이용하는 거네.”

‘좋다.’

침착한 도렌이 쓰기에 좋았다. 적의 긴 무기와 숏소드의 리치거리. 버클러의 리치 거리.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팔뚝으로 한 번 치는 것까지.

복싱선수가 힘이 없어도 3타는 때리는 것과 같았다. 그것이 쌓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손목의 스냅의 힘만 들어간 잽도 가랑비처럼 적을 피로하게 만들 것이다.

“기사를 상대로는 수정을 많이 해야겠는데.”

“예. 근데 이스핀한테는 제법 잘 먹혀들었습니다.”

그 말에 드낙이 낄낄 웃었다. 분명 간합 싸움에서 형편없이 휘둘렀을 것이다.

“머리 타격을 제법 넣었나 보네.”

“투구 밑으로 피가 조금 흐를 정도로 먹여줬죠. 사제님에게 바로 치료받도록 했습니다.”

이스핀이 도렌보다 실력이 낮다는 말이 아니었다. 대련에서의 싸움은 실전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드낙이 세파리아스를 상대로 3할의 대련 승률을 가진다는 것은 세파리아스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실전에서는 어찌 될지 몰랐다.

각오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대련에 대한 짧은 조언을 마치자 해가 저물었다. 드낙은 저녁을 먹고, 광산을 기습적으로 점검했다. 도렌은 무덤덤했다. 매일 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마인드였다.

“나누어서 잠을 지내나 보네?”

“예. 반은 범죄자, 반은 노동자입니다.”

광산 입구 밖에는 두 개의 캠프가 나누어져 있었다. 그중에 노동자 캠프는 번듯하게 오두막도 있었다. 드낙은 범죄자 무리에서 어렵지 않게 그룹이 나누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매와도 같은 눈은 밀주를 확인했다. 찌꺼기가 많았기에 몰래 만든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여기서 몰래 술을 만들지?’

궁금증이 당연히 일어났다. 거침없이 드낙이 범죄자 캠프에 들어섰다. 모두 눈치를 보며 주춤거리며 물러났고, 고개를 숙이는 자들도 있었다.

범죄자이기에 더욱더 강자에게 굽실거렸다.

“여, 영주님을 뵙습니다.”

<벤 패거리>가 만든 밀주를 드낙이 들어 올려 확인했다. 사과향이 났고, 찌꺼기도 사과였다. 물컹할 정도로 알코올에 묵혀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과일주의 일종이었다.

‘맛도 괜찮은데.’

달면서도 사과의 물컹한 것을 씹을 때, 향이 더 강렬해지고 뭐라도 먹은 기분이 들었다. 포만감을 조금 채워주는 만능형 과일주였다. 고급술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술은 아니었다.

“허. 어떻게 여기서 술을 만들었나?”

“부, 불법은 아니지 않습니까?”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궁금해서 그렇다.”

그 말에 벤이 손을 싹싹 비볐다. 뭔가 떡고물을 원하는 듯했다. 이에 드낙은 조금 고민했다.

“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광산 노역을 피할 수 있게 해주지. 이 마을에서 술제조를 맡아보는 게 어떻겠나?”

벤이 넙죽 절을 했다. 거침없는 행보에 도렌이 손을 꿈찔했다. 좋아하는 벤에게 드낙이 속으로 코웃음쳤다.

“30년 정도 광산 노동자들에게 술을 제공해라. 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 대신 그 외에의 행동에는 자유를 주겠다.”

“사, 삼십년이요?!”

벤이 펄떡 일어나려다가 다시 절을 했다. 도저히 지금 생활을 못 버티기 때문이었다.

“술을 어떻게 만들었지?”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벤이 앞장섰다. 도렌이 드낙에게 말했다.

“자작님. 정말로 그렇게 하실 생각입니까?”

“밀주를 만드는데 도가 튼 놈이야. 이런 곳에서 붙잡아두어 관리하는 게 더 편하고, 재능이 있는데 써먹는 게 좋다. 놈도 돈을 벌 것이고, 패거리도 먹여살려야 하지 않겠어? 곳곳으로 날뛰는 것보다는 낫지.”

물론 그 관리는 도렌의 몫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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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수익입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더 많은 지표로 많은 분들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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