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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도시
휘이익!
철이 휘어지며 교묘한 소리를 냈다. 그것은 앞에 있는 고블린 전사를 스쳐 지나가며 뒤에서 보호받으며 주술 도기를 양손에 쥐고 뚝 부러뜨리고 있는 고블린 주술사를 노렸다.
퍽!
베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물기가 있는 수박을 터트리는 소리가 났다. 한순간에 머리의 반이 날아간 주술사의 피, 두개골 뼛조각, 뇌수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며 농밀한 피냄새가 짙게 퍼져나갔다.
후각이 대단히 발달한 고블린들의 기세가 흉포해진 것을 드낙은 느낄 수 있었다.
땅!
앞에 있던 고블린 전사가 있는 힘껏 둔기를 휘둘렀지만, 드낙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대로 어깨로 들이받고 지나갔다.
“크엑!”
부딪치고, 짓밟힌 고블린 전사는 일어나지를 못했다. 체급 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소형차에 부딪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히으윽.”
피가 사정없이 튀고, 목이 단칼에 잘려나갔으며, 튕겨져서 데구르르 구르며 벽에 처박히는 고블린 전사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다.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치면 밀려나가고, 발로 걷어차면 퉁하고 튀어 올랐다. 체중의 차이가 끔찍할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
그 모습을 보며 헛바람을 집어먹은 주술사 하나가 손을 휘적휘적 움직이며 수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그럴싸한 종유석이 솟아나서 그의 모습을 지웠다. 입을 틀어막은 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살아야 한다.’
대적할 수 없는 기괴한 존재로 비추어지는 것이 지금 드낙의 모습이었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몸으로 눈이 달린 것처럼 죽이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인간처럼 보였지만 이미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감에 물들었다.
‘정신없는 와중이야. 날 보지는 못했을 거다.’
끄악!
아악!
으으으, 으으아아아아아아!!!!
주술의 타격감, 폭음, 소환으로 이루어진 덩굴이 찢어발겨지는 소리. 뚜둑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숨어있는 고블린 주술사에게로 들려왔다. 고블린 주술사는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15명의 주술사, 수십의 고블린 전사들은 10분도 버티지 못했다.
마법 저항력을 지닌 드낙은 모든 공격 주술과 묶으려는 소환 마법에서 자유로웠고, 전사들과의 싸움은 체급으로도 압도적인 싸움밖에 되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머릿수에 밀렸겠지만, 전신갑주를 통해서 체중이 받쳐주었기에 상관없었다. 또한 밀리기 전에 공격력이 높은 드낙이었고, 정밀도 또한 높았다.
고블린 전사 중에 급소가 아닌 곳에 당한 놈이 없을 정도로 살상력이 뛰어났다.
휘익!
“아!”
또한 <킬 더 배틀>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맹한 능력이었다. 느려진 체감 속에서 긴박한 전투 속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히 이곳에 고블린 주술사가 종유석을 세우는 것도 봤다.
휘어진 검이 그대로 목을 절반 베고, 종유석을 박살 냈다. 무너지는 종유석과 함께 주술사의 몸이 파묻혔다. 피가 주르르 바닥으로 흘려내렸다.
드낙은 검을 휘둘러 팡하고 허공에 치며 검에 묻은 것을 세파리아스처럼 지우며 손수건을 꺼내서 닦았다. 그와 다르게 이물질과 기름이 조금 묻어 나왔다.
인간으로 올라설 수 있는 무(武)의 끝에 도달한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그를 따라잡는 것은 드낙에게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력으로는 닿지 못하는 구간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환경 속에서 최고점을 찍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은 행위를 해도 다른 결과에 도달하는데 최고점을 항상 찍는 세파리아스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수많은 운 속에서 잉태한 돌연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꺽!”
“끄윽!”
고블린 전사 중에 겨드랑이를 찔러 잠시 동안 전투불능에 빠뜨린 놈들도 확실하게 조졌다.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드낙은 그 뒤에 나선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의 옆에는 내리막길이 있었고, 수레가 오고 간 흔적이 보였다. 또한 곳곳에 주술로 이루어진 함정이 드낙을 덮쳤다.
화아아악!
푸른 불꽃부터.
콸콸콸!
녹색의 독액까지.
인비저블 실드를 통해서 능숙하게 드낙은 함정을 지나갔다. 바닥이 꺼지는 고차원적인 함정은 없었다. 그것은 기계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혹은 미리 기다려서 당기던가.
기감을 잡는데 뛰어난 드낙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매복 또한 존재했다. 음울진 천장에 망루를 놓고, 숨어있었다. 기둥으로 오인하기 쉬웠고, 드낙 또한 기습을 당했다. 하지만 기습을 당한다고 해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휘익!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드낙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휘두른 고블린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투구에서 작은 얼음 송곳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와서 강철로 된 도끼를 그대로 튕겨버렸다.
파각!
궤도가 변경된 도끼가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동시에 드낙의 주먹이 머리를 후려쳤다.
퍽!
“꺽.”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
체고가 낮은 고블린이라 검을 휘두르는 것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공격! 공격!”
너도나도 뛰어들며 달려들었고, 슬링이나 창을 던지기도 했다. 오인 사격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상관없이 뛰어들어갔다.
“키아아악!”
날렵한 몸으로 드낙의 어깨 위에 올라탄 고블린이 돌로 그대로 드낙의 투구를 찍으려고 했지만, 다리가 끌어잡아져서 그대로 앞으로 기울며 패대기쳐졌다. 굽은 등 위로 고블린이 올라타는 감각에 드낙의 왼쪽 팔꿈치가 순간적으로 뒤로 향했다.
퍽!
뭔가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며 고블린이 뒤로 뒹굴 구르며 목이 땅에 부딪치더니 나선의 계단으로 두르기 시작했다. 버둥거리며 뭔가를 잡으려고 했는데, 같은 동족의 다리를 잡으며 함께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런, 멍청한 새끼들!”
순식간에 뒤쪽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전사 계급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전쟁 하나 치르지 못한 것이 <고블린 지하 도시>의 고블린 전사였다.
같은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강자 노릇을 했던 그들은 결코 약자가 된 적이 없었다.
후웅! 퍽!
팔을 붙잡아도 그대로 휘둘러져서는 벽에 부딪쳤고, 투구를 잡으려고 했지만 드낙은 투구 때문에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기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잡으려고 하다가 되려 손이 먼저 날아갔다.
“터져! 터져!”
단검으로 기어가서 드낙의 사타구니를 퍽퍽 찌르는 고블린도 있었다. 전신갑주로 보호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발로 걷어차였는데, 털가죽은 타격력을 모두 보호하지 못했다.
“으윽···”
고블린 전사는 갈비뼈가 움푹 들어가서 함몰되어 그대로 숨을 헐떡거리다가 죽어가야 했다. 그리고 얼음 송곳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고블린들의 발을 얼음이 뒤덮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흐으윽!”
고블린 전사들이 벌벌 떨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 때문이었다. 습도가 높고, 석탄이 대량으로 매장된 지하도시였기에 추위를 느낀 적이 없어서 더더욱 심하게 반응했다.
‘주술사가 하나도 없네. 어떻게 된 거지?’
적어도 150마리는 더 잡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매복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급함이 생긴 드낙은 빠르게 행동했다.
50마리에 달하는 전사들이 내놓은 매복은 훌륭했지만 전신갑주를 입은 고위 기사 하나 감당하지 못했다. 초반이 지나자마자 얼음으로 뒤덮인 곳에서 벌벌 떨다가 얼음 송곳 때문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고블린 전사들이 40마리가 넘었다.
드낙은 그들을 모조리 죽였다. 무기를 들어 올려도 무기째로 끌려가서 목이 베였다. 리치가 긴 롱소드 때문에 공격 일변도로 고블린 전사 40마리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타다닥!
드낙이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의 끝에서 방 하나에 도착했고, 그곳을 발로 걷어찼다. 경첩이 부러지며 그대로 문이 바닥에 떨어졌다.
내부는 텅텅 비어있었다.
‘도망쳤다?’
드낙이 사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곳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흔적을 유심히 확인했다.
떠듬. 떠듬.
한 걸음씩 드낙이 천천히 움직였고, 이내 벽의 한곳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서 단번에 대인마법을 사용했다.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
얼음으로 이루어진 큰 독수리가 드낙의 등 위로 솟구치면서 그대로 내려찍어 벽을 박살 냈다. 내부에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과 돌의 파편을 지나서 통로에 진입한 드낙은 그대로 내리막 통로를 내달렸다.
비밀 통로는 지하도시 밖으로 드낙을 인도했다. 그 어떤 것도 없는 칠흑과도 같은 어둠으로 가득 찬 비밀통로에서 빠져나온 드낙을 향해 통로를 지키고 있던 고블린 전사 두 마리가 그대로 창을 찔렀다.
터덩!
그들 또한 어둠 속을 볼 수 없었기에 아무렇게나 찌를 수밖에 없었고, 드낙은 그들이 놓아둔 화덕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므로 대처가 가능했다.
“어! 어억!”
고블린 전사 하나가 그대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퍼걱하는 소리와 함께 박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검 하나가 총알처럼 쏘아져서 땀을 삐질 흘리는 고블린 전사의 눈을 꿰뚫었다.
확인 사살을 마치고, 드낙은 서둘러 고블린 주술사 무리를 추적했다.
‘빤스런이라니? 하나같이 수가 틀리면 바로 튀네.’
드낙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감당이 안 되자 바로 튄 것을 보고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도주는 항상 하기 좋았다.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기분마저 들면 짜릿할 때도 있었다.
‘기다려라. 나한테 주력은 주고 가야 해!’
손으로 발자국의 깊이를 가늠하고, 굳어진 정도를 확인했으며, 화덕 위에 손을 놓아서 마르게 한 뒤에 공기를 한 번 휘저어서 습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드낙은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지혜의 볼마두>는 <초록 동굴>로 향했다. 그곳에 <고블린 재배 통나무>를 비롯해서 온갖 식량이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또한 콥 고블린들도 많았다.
“이미 놈이 다녀간 것 같습니다.”
입구에 죽어있는 고블린 전사들과 조금 녹은 얼음이 즐비했다.
“들어가서 입구를 무너뜨려야 한다!”
볼마두가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찌 되었건 지금 레우치터는 지하 도시에 있었고, 인간 기사 또한 주술사 거주 지역을 침범했다. 고로 여기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콰드드득!
넝쿨이 주술사의 손에서 튀어나와 동굴의 위로 타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송곳과도 같은 돌덩어리들이 천장을 두들겨팼다. 흙먼지가 끼일 때마다 물의 주술을 부려서 흙먼지를 가라앉혔다.
132마리의 고블린 주술사의 작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소란을 들은 콥 고블린들은 조잡한 무기 따위를 들고 종유석 사이사이, 움푹하게 들어간 곳에 쏙 들어가서 눈만 빼꼼 내밀었다.
그 숫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졌다.
등이 굽은 <용맹한 웅타> 또한 도착했다. 그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올려서 휘적휘적 거렸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패배자라 낙인찍히며 한쪽 눈이 찍혔다. 발에 차이면서도 식량 하나 어떻게 얻어보려고 활력이 가득 찬 것처럼 활동하며 열일 했다.
고블린 전사의 오물을 황금처럼 칭송한 적도 있었다.
그 굴욕을 통해서 그 거지 같은 <콥 고블린 거주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웅타는 꿈에서 수없이 그려왔던 날을 목도(目睹)하게 되었다.
콥 고블린들 중에 고함을 지르는 자들은 없었다. 주술사 하나가 돌에 그대로 머리가 찍히며 헛바람 소리를 내며 무릎부터 꿇려지며 철퍼덕 넘어졌다.
“우오아아아아아아!!!!!”
주술사의 피에 맞은 콥 고블린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 흥분은 피냄새와 함께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전사 하나 없는 주술사들은 주술 하나 완성시키지 못했다.
처참하게 도륙 당했다.
죽은 시체는 훼손당했으며, <지혜의 볼마두>는 손가락에 밧줄이 하나하나 묶여져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끼가 그 볼에 묻었다. 그가 장대에 올려졌다.
후장을 찌른 장대는 끝까지 뚫고 올라가 목 위에 튀어나왔다.
“꺽. 꺽.”
30초도 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며 콥 고블린들이 히히덕거렸다.
쾅!
거친 소리에 콥 고블린들의 환희에 찬 표정이 딱 멈추었다.
무너진 입구에 놓인 잔해들이 크게 들썩거렸다.
쾅!
쾅!
스멀스멀 한기가 피어오르며 아래로 흘러들어왔다.
꿀꺽.
콥 고블린 하나가 침을 크게 삼켰다. 웅타가 소리쳤다.
“모두 굴로 대피하라!”
콥 고블린들이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웅타는 홀로 그곳에 남았다. 그는 마치 죽음을 각오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기로 가득찬 눈동자는 결코 죽은 눈동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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