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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03화 (402/1,239)

403====================

지하 도시

드낙은 가장 먼저 <고블린 지하 도시>의 책임자를 찾았다.

‘일단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노력을 해보자.’

그와 거래를 통해서 레우치터를 물리치는 것을 돕고, 협의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는 길은 힘들기만 했다. 사각이 없을 정도로 철통같이 <지혜의 볼마두>에게로 향하는 길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자연동굴이었고, 천장이 대단히 높았지만, 그 끝에 굴을 파서 만든 곳에 볼마두가 있었고, 주술사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콥고블린> 덕분에 추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쉽게 만든 것이다. 또한 좁은 입구는 기득권층에게 굉장히 중요했다.

기득권층은 전사 계층과 콥 고블린들의 폭동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기세등등하면서도 전사 계층을 확실하게 휘어잡음과 동시에 만약을 대비한 것이 통로였다.

훅!

드낙은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고블린 전사 수십의 앞에 섰다.

“이 도시의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

“어림도 없다!”

전사들이 하나같이 흉흉한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안으로 내달렸다. 인간으로 치면 내성과 외성을 구분하는 것이 이 작은 입구였다.

‘죽일까?’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을 적당히 달려들어 공격하여 물러나게 만들며 드낙은 주술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내 꾸역꾸역 주술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뒤에서 드낙의 모습을 보고 고블린들이 모였다.

그중에는 전사가 아닌 이들도 많았다.

이 사태의 흉수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뭐 하는 놈이냐!”

“책임자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넌 결코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드낙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유로움이 철철 넘쳤다. 하지만 드낙의 눈은 날카롭게 날이 세워져있었고, 고블린 전사들의 뒤로 철그물이 스믈스믈 바닥에 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철그물은 처음 보네.’

야수 대책인지, 덩치 큰 놈들을 상대해서인지 독특한 무기 체계였다. 혹은 빠르게 큰 동물을 잡기 위해서 개발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물>을 쓰는 휴머노이드 종족은 처음이었다.

남부왕국의 경우 철그물은 보기가 힘들다. 철이 귀하기 때문이고, 그걸 만드는 대장장이의 인건비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철그물 하나를 만들 바에는 미늘 갑옷이나 트렌지셔널 아머 혹은 판금을 만들어 전투원의 능력치를 높일 것이다.

공격 마법으로 간단하게 파훼가 되기 때문에 그물이 발전하지 못했다. 충격 마법은 그만큼 운동량이 높았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운 그물은 기사의 카운터가 되지 못했다.

짝짝!

박수소리가 나자마자 고블린들이 우루루 드낙을 향해 몰려왔고, 철그물이 던져졌다. 드낙은 괴물처럼 튕겨져나가며 높이 뛰었다.

“덮쳐라!!!”

“잡아! 죽여!”

드낙의 다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고블린의 체중과 힘이 너무 형편없었다. 도약한 드낙은 탱크처럼 착지점에 무기를 든 고블린을 그대로 덮쳤다.

“껙!”

찍소리 하나 내고 그대로 엎어진 고블린이 철퇴를 휘둘렀다. 뭉툭한 소리가 났지만 그리 강하지 못했다.

퍼걱!

검에 의해서 고블린 전사의 얼굴이 그대로 패였다. <킬 더 배틀>이 활성화가 되면서 시간이 느려졌다. 드낙은 검을 회수하기보다는 옆으로 흘리면서 힘을 집중하여 검으로 적들을 베어 나갔다.

키가 다르고, 자세가 달랐지만 순식간에 6마리에 달하는 고블린의 목을 놀라운 정교함으로 베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주춤하는 고블린들을 밀치고 지나치며 순식간에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쫓아라아!! 뭐 하는 거냐!”

그런 목소리와 함께 목이 베이고 얼굴이 짓뭉개진 고블린 전사 7마리가 허물어지듯이 쓰러졌다.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무위였다.

‘나라도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겠지.’

이 정도로 개판이 났는데 거래? 대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뛰어난 전사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야지 항복할 터였다. 혹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거나.

어느 쪽이 되었건 지금 당장은 고블린과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레우치터의 족적을 추적하며 검은 연기를 지우려고 하기 바빴다. 사태가 끔찍하다는 것을 받고 나서야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늦어.’

그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레우치터라고 말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못해도 고블린 주술사는 드낙이 반드시 죽여야 했다.

‘레우치터라.’

드낙은 <두개골 진흙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주력을 통해서 놈과 접촉을 해볼 생각이었다.

‘조련이 가능할지도 몰라.’

척 봐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조련이 쉬울지도 몰랐다. 지성이 높을수록 조련술의 업이 잘 듣지 않았기 때문에 레우치터를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반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깁니다! 여기!”

횃불을 든 고블린 무리가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콥 고블린 거주지>를 돌아다니며 용맹하게 진흙집을 파괴하는 놈들이었다. 드낙은 딱히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레우치터의 흉험함 때문이다.

‘마법 저항이 소용이 없었지.’

인간의 마음? 그런 것을 자극하며 통증과 환각을 주는 것이 레우치터의 공격법으로 여겨졌다. 드낙 또한 그것에 휘둘렀기 때문이다. 미리 마력을 끌어올려야지만 차단이 가능했고, 그것도 썩 좋은 효율을 가지지 못했다.

‘신성력을 쓰기에는 아깝다.’

레우치터를 단번에 타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힘이 필요했다. 신성력은 즉발성이 다른 마법과는 다르게 매우 높았기에 아끼는 것이 좋았다. <한 방>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신성력의 장점이었다.

특히나 <원시 저주>로 육체가 없고, 힘으로 이루어진 레우치터는 초월의 힘으로 쳐부숴야 했다.

‘잘 부숴라.’

드낙은 그들과 반대편으로 향해서 <두개골 진흙집>의 앞에 섰다. 앉아서 상태를 확인했다. 진흙집의 표면은 검게 변질되어 있었고, 내부의 두개골은···

“뭐가, 이래?”

드낙이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손으로 두개골 하나를 집으며 눈에 손가락을 넣고 단단히 고정하여 조금 당겼다. 다른 두개골이 함께 끌려오는 감각에 손을 놓았다.

슥! 슥!

두개골 표면에 가득한 검은 물들을 지웠는데, 다른 두개골과 결합이 되어있었다. 또한 두개골이 촛불의 농처럼 녹아서 흐르다가 굳은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원시 저주>···생각보다 더 끔찍한 것이 아닐까?’

괜히 지성 종족이 원시 저주를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것까지 추측하지는 못했다. 배경 지식이 얕은 것은 드낙의 또 다른 문제점이었다.

‘일단···’

심호흡을 하며 드낙이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발로 거침없이 내부의 두개골을 일부 박살 낸 다음 안으로 들어가서 모습을 숨겼다. 다음 강철 글러브를 벗고, 맨손으로 두개골을 짚었다.

“어우씨!”

드낙이 화들짝 놀라며 내뺐다. 뭔가 차가운 것이 손을 타고 팔의 내부를 지나 심장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치 냉수를 마셨을 때, 가슴까지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과 흡사했지만 기분이 나빠지는 것만 달랐다.

‘레우치터가 이 두개골 진흙집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을지도.’

다시 침착한 드낙이 두개골에 손을 얹고, 주력을 끌어올렸다. 탐욕스러운 뭔가가 주력을 탐했다. 드낙은 이를 통해서 레우치터와 정신적 공유를 이루어냈다.

이것은 드낙의 재능이라기보다는 <검은 꿈>을 통해서 이미 개통된 도로를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엉! 어흐흐흑!”

수천 마리에 달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블린들의 찢긴 영혼이 온갖 행동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행동들뿐이었다. 울거나, 발악하거나, 파괴행위를 하거나,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감각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곳저곳들 헤매었지만 드낙은 레우치터라고 할 만한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황당하네.’

손을 뗀 드낙이 눈을 깜빡, 깜빡 거리며 눈의 상을 현실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흐릿흐릿한 초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집합체? 그런 건가? 조련은 가능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가능할 것 같았지만 접근법을 모르겠다는 것이 맞았다. 온전치 못한 사념인 고블린들을 휘어잡는다고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레우치터>를 조련한다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두 가지 과정에서 모두 허탕을 친 드낙은 결국 <검은 회의>에 들어가기 위해서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충분히 마력을 통해서 몸과 정신을 보호했다.

화아아아악!

검은 연기가 거세게 드낙을 덮치고 지나갔다.

‘어?’

검은 연기는 사실 중립신 이후로 사라진 임팩트 같은 것이라서 드낙이 어리둥절했다. 주변에 검은 연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드낙과 인물들이 있는 곳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필요한 조치다. 주술사들이 설마 <형태를 잡아서 토벌>을 할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어리석은 짓이고, <주술>을 구두로 이어받았다면 결코 모르지 않았을 텐데, 계승에 누락이 있었나 보다.”

중립신이 빠르게 대답했다.

“벌집을 건드린 것 같은 겁니까?”

드낙이 태평하게 말했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원시 저주>만으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막대한 양의 주력이지. 대형 주술을 사용하려고 했으니, 레우치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중립신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드낙이 그에게 해결법을 물었다.

“당장 이득을 보는 방법은 고블린 주술사를 죽이고 빠지는 것이다. 레우치터가 자신의 힘을 나누어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안전할 때다. 고블린의 숫자가 줄어들면 그대도 위험해질 것이다.”

“그 정도로 놈이 강합니까?”

중립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

“레우치터의 강함은 첫째, 사령마력. 둘째, 주력. 셋째, 사념.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지금의 네 힘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초월의 힘을 지닌 존재는 초월의 힘으로 상대해야 했다. 총량을 보면 드낙이 형편없이 후달렸다. 결국 도망치는 것이 답이었고, 레우치터가 <자연소멸>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에휴.”

드낙은 큰 아쉬움을 가졌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중립신의 말을 따르는 게 가장 안전했기 때문이다.

“놈이 지금 이렇게 뿔뿔이 흩어졌을 때, 죽일 수 있을까?”

“불가능. 피해가 조금 누적된다면 바로 하나로 뭉쳐서 덤빌 것이다. 가장 위협적인 자를 노릴 것이고, 그것은 챔피언인 그대가 될 공산이 크다.”

드낙은 취할 수 있는 것만 취하고 빠지기로 했다. 그만큼 중립신의 발언은 드낙에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태풍처럼 거세게 휘몰아치는 검은 연기는 위협적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대형 주술>을 만들 정도의 주력이 있다면 레우치터를 양산할 수 있을까?’

적을 향해서 쓰기에 단연코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조리 기괴하게 죽이지만, 적을 향해 그 어떤 자비도 없는 것이 드낙이었다.

<검은 꿈>을 뒤로하고 눈을 뜬 드낙은 밖으로 나섰다. 아직도 불을 지피며 <두개골 진흙집>을 처리하는 것을 보니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았다.

‘주술사만 죽이고 빠진다.’

그게 드낙이 이 지하 도시에서의 싸움에서 얻을 것의 전부였다. <레우치터(Leuchter)>를 잡고 싶었지만, 홀로 고블린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며 도시 전체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레우치터(Leuchter)>를 잡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각수와는 또 다르니까.’

심장을 찌르면 죽는 일각수와 <초월의 힘>을 완전히 소모해야지만 죽는 레우치터는 또 달랐다. 드낙에게는 고르곤의 심장이 있었지만, 레우치터가 드낙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힘을 한데모아 타격할 터였다.

9천 마리 이상의 시체자원에서 뽑아지는 사령마력.

죽인 고블린들의 찢겨진 사념.

대형 주술을 위한 포석으로 깔려졌던 주력.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럼 게임 끝이지.’

다른 방법? 고블린과의 협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드낙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드낙이 적인지 아군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드낙은 건물의 창틀에서 창틀로 뛰어들어가며 막힘없이 뻗어나갔다. 때로는 창문 밖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높은 곳이기에 고블린들은 볼 수가 없었다. 검은 연기를 찾으려고 때때로 머리를 하늘로 볼 뿐이었지만, 그런 것에 들킬 드낙이 아니었다.

“컥!”

고블린 전사에게 보급된 창이 하늘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주술사의 목을 꿰뚫었다. 호위병들은 단번에 머리를 들어 올려 쏘아진 곳을 봤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암살자가 사방팔방을 누비며 흩어진 고블린 주술사 142마리를 죽였다.

거침없이 날뛰는 레우치터 때문에 고블린 주술사 암살에 대한 보고는 굼벵이보다 느려졌고, 그 긴 시간을 드낙은 거침없이 사용했다.

저벅, 저벅.

진흙과 피가 뒤섞인 몸으로 드낙이 걸어가며 검을 털었다. 동굴의 끝. 주술사들이 지휘부로 삼은 곳의 유일한 입구를 지키던 고블린 전사 50마리가 깔끔하게 급소에 찔려 죽은 채 널브러졌다.

그곳을 지나 드낙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술이 드낙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그것은 닿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말도 안 되는!”

경악하는 소리 속에서 드낙이 범처럼 뛰어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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