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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97화 (396/1,239)

0397 <-- 지하 도시 -->

“끄아아아악!!!!”

고블린 초병이 끔찍하게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동물의 발굽을 거칠게 깎아만든 특수한 굽이 있는 신발이 벗겨졌다. 하지만 그것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으그으으윽!!!”

이를 악 물었다. 팔이, 팔뚝이 통째로 뜯겨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만큼 드낙의 흑마법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는 강력한 공격마법이었다.

초급 수준의 마법임에도 공격력 하나는 인정해줄 만했다.

악마의 힘이 스며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흉악함은 방어구 하나 입지 않은 고블린 초병을 피떡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주르륵!

“제기랄···”

한 걸음을 내디디려다가 미끄러지며 다시 넘어진 고블린 초병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 특수한 발굽 신발 없이는 이 〈재의 통로〉를 건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분의 재를 뿌려서 일시적으로 땅을 거칠게 만들 수는 있지만 긴 통로를 갈 수 없었다.

특히나 〈저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재의 통로이기 때문에 오르막이 많았다. 내리막길이 많다면 돌아가려고 해도 적은 돌아가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도시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퍽!

흉악한 소리와 함께 악령의 머리가 그대로 고블린 초병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강력한 타격력에 그대로 두개골이 갈라지고 함몰되며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르륵···

힘을 잃은 고블린의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이내 피의 흔적을 남기며 미끄럼틀같이 통로로 내려다가가 오르막길에 반쯤 올라가다 다시 내려가서 벽 한쪽에 처박혔다.

드낙은 검을 이용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려고 했지만 체력의 소모가 상당했다. 별 수없이 고블린이 착용하고 있던 신발 한 켤레와 되돌아가서 죽은 고블린의 신발을 더 회수하여서 대충 엮었다.

조금 툭 튀어나왔지만 오히려 그것이 걷기 편했다. 작은 것보단 나았다. 단단히 묶으면 되기 때문이다.

‘신기하네.’

지하 통로는 굽이치는 길이었지만 걸으면 신기하게도 꾸준히 아래로 내려가는 기분을 들게 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것이 분명했다.

드낙은 반쯤 소모한 마력을 채우며 꾸준히 걸었다. 오르막이 끝나는 시점마다 내리막이 있었는데, 그 짧은 평편한 곳에 모닥불을 지핀 흔적과 재를 쓸어 담은 포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꽁꽁 묶어서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한 재 가루는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3번이나 오르고 내려가고 나서야 〈재의 통로〉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성을 지닌 놈, 고블린을 꼭 잡아 쳐죽이겠다는 생각을 지닌 놈이 아니라면 여기까지 도달하지 않고, 되돌아갔을 정도였다.

통로의 끝은 그 누구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통로의 양쪽 끝에 몸을 대어서 밖을 최대한 염탐했다.

‘지하 도시네.’

천장은 자연적으로 생겼는지 종유석도 많았고, 인공적인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바닥에는 고블린들이 지은 온갖 형태의 집들이 많았다. 그중에 나무는 없었다.

동굴 내부는 습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나무집을 짓는다면 반년마다 썩은 나무 때문에 집이 무너질 것이다. 대신에 돔 형식으로 만들어진 진흙집이 많았다.

‘안에서 불을 지피나. 검은 연기가 상당한데.’

천장 위로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그 연기는 드낙이 있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고, 꾸준히 이동하고 있었다. 환풍기 역할을 해주는 곳이 있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진작에 고블린들은 죽어있어야 했다.

운이 좋았다.

‘석탄이다.’

한쪽에 쌓여진 반질반질한 빛깔을 지닌 검은 돌들이 가득했다. 매장량이 엄청난지 체격이 낮은 〈콥 고블린〉도 거리낌 없이 가져갔다.

그 덕에 이 고블린 사회는 번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 온기! 그것이 가지는 힘은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동굴의 습함은 다양한 것들이 살기 좋았고, 지상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식량 자원이 풍부하게 있었다.

이 고블린 도시는 그렇게 여러 가지 운이 겹쳐져서 만들어진 행운의 도시였다.

‘통로가 여러 개인가 싶다.’

드낙은 천천히 고블린들을 사냥하기로 했다. 그는 어두컴컴한 고블린의 지하 도시로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제법 그럴듯한 문양이 새겨지고, 석상이 드문드문 있는 집들이 즐비한 곳이 아니었다.

항상 그렇다. 범죄자들은 가장 나약한 자들을 상처 입힌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지만 자신들이 최대한 늦게 잡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진흙집으로 가득한 곳으로 드낙이 흘러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드낙을 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마브로스 리꼬〉. 그 검은 털을 지닌 음흉하고,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은 늑대의 강렬한 인상은 드낙이 사냥꾼으로 살면서 어둠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암살자와 사냥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자였고, 이곳에서 그를 잡아낼 수 있는 고블린은 크게 드물 수밖에 없었다.

질퍽!

거침없이 쇠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재와 뒤섞인 진흙을 온몸에 덕지덕지 발랐다. 투구에 있는 〈마법 시야〉 때문에 투구를 진흙 덩어리로 만들어도 상관없었다. 진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드낙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길을 밝히는 것은 이 진흙집이 많은 지역에는 사거리에 하나씩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콥 고블린들이 그냥 수다를 떨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공공재라고 할 수가 없었다.

드낙은 정보를 수집했다. 사거리는 훌륭한 콥 고블린들의 수다 떠는 장소였다.

“두더지 고기 먹고 싶다.”

“전에 병사들을 돕고 지네 껍질을 먹었는데, 바삭바삭하고 고소하고···”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굶주린 이들이 콥 고블린 들이었다. 죽은 콥 고블린을 구워서 먹는 놈들도 있었다. 옷을 벗기고 자신이 입기도 했다. 벗은 콥 고블린의 모습이 석탄으로 타오르는 불빛에 비추어졌는데, 고름과 질병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럼에도 용케도 움직이는 것을 보니 휴머노이드 종족이라고 해도 몬스터긴 몬스터였다. 생명력 자체가 인간보다 높았다.

‘쓸만한 건 없네.’

진흙집 한곳에 들이닥쳐서 단숨에 내부에 있는 고블린 가족을 암살한 드낙은 시체를 땅에 파묻어버린 채 진흙집 위에 구멍을 뚫어놓고, 불을 지폈다.

내부에서 웅크려있는 어린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새끼.”

“!!!”

도망치려던 놈이 그대로 드낙의 검에 목이 달아났다.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헛바람 소리 하나가 전부였다.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자와 마주쳤는데, 소리를 지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덩치가 작아서 숨소리도 작았고, 움직이지 않아서 드낙의 기감에 안 잡힌 것이다. 조금만 움직였어도 들켰을 텐데, 침착함이 대단한 놈이었다.

‘혹은 두려움 때문에 얼어버렸거나.’

드낙은 이 거주 지역의 규모를 떠올렸다.

‘못해도 1500가구.’

1가구마다 새끼가 많은 것이 고블린들이었다. 콥 고블린들이 방치되어있었기에 성행위는 더욱 극성이었다. 쾌락을 주기 때문이다. 고로 1가구당 최소 6마리는 있다고 봐야 했다.

‘9천 마리의 콥 고블린. 미쳤네.’

숫자가 괴이했다. 매일매일이 굶주림의 연속이겠지만, 어떻게 유지되는지 의문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의문은 다음 날에 풀렸다.

“끼아아악!”

“크아아아!!”

“저리 꺼져!”

“내꺼야! 내꺼!”

소란이 크게 일어났고, 많은 콥 고블린들이 우루루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드낙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느긋하게 뒤따라갔다. 마주치는 콥 고블린들은 그대로 목이 분질러지고, 방치됐다.

물론 목을 똑바로 하게 해서 그냥 죽은 것처럼 위장했다. 이렇게 하기만 해도 의심을 가지는 고블린은 적을 것이다. 애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동족이 죽어도 그냥 고기가 추가된 것일 뿐일 것이다.

‘고블린 전사.’

수많은 수레를 가져다 놓고, 빠지는 고블린 전사들과 벌써부터 싸우고 있는 콥 고블린들이 드낙의 눈에 보였다. 고블린 전사들은 또한 콥 고블린 수백 명을 데리고 갔는데, 노동자가 필요한 듯했다.

수많은 수레에는 온갖 음식 쓰레기가 가득했다. 썩거나 곰팡이가 핀 것도 많았다. 지하 도시에서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인 듯했다.

“음! 음헤헤! 하! 꺽!”

콥 고블린이 허겁지겁 먹다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뒤에서 큰 돌을 쥔 콥 고블린이 그대로 머리를 내려찍었기 때문이다. 시체가 하나 생겼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미친 듯이 움직이며 양손에 음식물을 쥔 채 허겁지겁 눈치를 보면서 먹기 바빴다.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며 드낙은 이 진흙집에 사는 고블린들이 다 죽어나자빠져도 지하 도시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려진 자들이네.’

슬럼가와 비슷했다. 조금 다른 점은 필요할 때마다 곡물창고에서 빼내지듯이 빼내져서 끌려가 노역에 투입된다는 점이었다.

짐승과도 같이 방치된 〈콥 고블린〉들을 드낙은 단숨에 처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착실하게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을 통해서 선한 업을 쌓는다면, 고블린을 죽여서 악한 업과 〈조련술의 업〉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고블린이 한 마리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직접적으로 콥 고블린을 죽이지 않았다. 대신, 흑마법을 사용했다.

“〈일루전 운드(Illusion Wound, 환상 상처)〉.”

“끄?! 아, 아악!”

길바닥에 퍼질러서 거대 지네의 껍데기를 오도독 씹고 있던 콥 고블린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펄쩍 뛰더니, 고꾸라지면서 버둥거렸다.

다치지도 않았는데, 도끼에 찍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 환상 고통은 고블린이 쇼크로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정신병자처럼 침을 질질 흘린 채 죽은 콥 고블린을 다른 고블린들이 툭툭 건드려보고 이내 그대로 끌고 가서 석탄 위에 올렸다.

그렇게 죽는 고블린들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달그락.

콥 고블린이 살지 않는 진흙집에는 고블린들의 두개골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드낙은 그곳에 〈원시 저주〉를 퍼부었다.

하루에 한 번씩. 모든 주력을 쏟아부어서 고블린들을 저주했다.

다른 콥고블린들에게 먹혀서 탄 자국이 있는 두개골이 오늘도 수십 개나 쌓아지고 이내 진흙집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때부터 신호탄처럼 콥 고블린들이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시 주술〉은 제법 공을 들여야지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으히, 히히히! 히히히히!!!”

콥 고블린 하나가 빙글빙글 춤을 췄다. 돌고 돌아서 죽을 때까지 계속 돌았다. 혀를 길게 내밀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얼굴은 웃는 상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 광경을 끝까지 지켜본 콥 고블린들은 그렇게 죽은 고블린을 먹을 엄두를 못 냈다. 방치된 콥 고블린에게 파리가 들러붙고, 구더기가 빠르게 생겼다. 그러는 사이에도 흑마법에 의해서 쇼크사하는 콥 고블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단 5일만에 〈콥 고블린 구역〉은 전멸했다.

드낙은 50개의 진흙집을 고블린의 두개골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주력을 채우기는 힘에 부쳤지만 하루에 5곳으로 나누어서 주력을 뿌렸다. 주력은 계속 남아 온갖 음험한 기운을 뿜어냈다.

사령마력과 저주는 제법 잘 어울리기도 했기 때문에 드낙은 몰랐지만 주력을 통해서 한 번 〈원시 저주〉를 내린 곳에서는 주력이 모두 소모되어도 계속해서 저주가 유지되었다.

그것은 태풍처럼 고블린 도시로 뻗어나갔다.

“저리 꺼져! 꺼지라고!!”

장신구를 입고 콥 고블린을 이용해서 부를 채운 고블린 하나가 거칠게 대거를 휘적거리면서 미친놈처럼 허공에 휘둘러대었다. 환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내 그대로 3층 높이에서 떨어져서 머리가 깨어져 죽었다.

음험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블린 지하 도시를 강타했다.

드낙은 그러든 말든 질 나쁜 지하 수로에서 고블린들의 손뼈를 헹구고 더러운 누더기나, 구멍이 조금 뚫린 가죽 포대 등에 손뼈를 담아서 한쪽에 모아두기 시작했다. 자신이 할 일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적을 마주하면 도망치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제자리에서 죽겠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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