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96화 (395/1,239)

0396 <-- 봄이 시작되고 -->

〈패밀리 벤〉.

그들은 석지 마을의 공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감히 병사나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뼈 속부터 자리 잡은 불신감 때문이었다.

“신고해도 제대로 처벌할지 누가 알아? 안 그래?”

“한 놈만 살아남아도 신고한 사람의 멱을 반드시 따버린다고 하던데.”

“놈들 패거리들은 서로 피도 나누어서 마셨다더라. 미친놈들.”

그들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평민들에게나 있는 이야기였다. 이스핀의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괜히.

혹시나.

만약에.

이런 단어들은 인간의 나약한 정신을 지배하기에 딱 좋았다. 만약 물난리가 난다면?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면 그날부터 생수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소위 문명인이라 불리는 현대인조차도 이런데, 이 세상 사람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모두 잔을 들어라!”

벤이 술이 차있는 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여관은 한 번 더 개조를 해서 2층 여관업이 아예 사라져서 제법 그럴듯한 회관이 되어있었다. 2층도 음식을 파는 것처럼 테이블이 놓인 것이다.

“우! 우우! 우우우!”

짐승처럼 소리를 내면서 남자다움을 표현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우리 가족이 50명이 되었다! 그 누구도 우리를 가볍게 여기지 못할 것이다! 안 그러냐아아!!”

“맞다! 맞다!”

벌거벗은 여인들이 여럿 있었는데 하나같이 얼굴이나 팔에 멍이 들어있었고, 손등에 불로 지진 듯한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 어떤 꼴을 당했는지 능히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도박에 미친 가족에게 의해서 벤 패밀리에 팔려온 여자들이었다.

“우리는 이제 호수 마을로도 가서 밀주를 팔고! 농부들의 땅을 빼앗을 것이다!”

까막눈이었기에 토지 대여 문서를 땅문서로 알고 있는 것이 벤 패밀리였다. 누가 설명해도 믿질 않았다. 대부분이 그들에게서 문서를 빼앗기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딴 생각을 한다고 생각됐다.

“읍!”

여관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목에 순식간에 단검이 박혀들어갔다. 시간차도 거의 없었다. 그들은 목에 박힌 단검을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쓰러졌다. 이스핀은 놈들을 확인사살하지는 않았다. 대신 입에 누더기 천을 쑤셔 넣었다.

골목길에서 나온 이스핀은 능숙하게 손짓을 했다. 곳곳에서 수신호를 본 병사들이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와서 여관을 둘러쌌다.

똑똑똑. 벌컥.

지붕과 사방에 인접해있는 건물에는 미리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문이 열렸고, 대화 하나 없이 병사들이 들어왔다. 궁수들이었다.

척!

창문에 석궁이 놓였다. 아바레스트는 아니고, 그냥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는 석궁이었다. 하지만 이런 좁은 오두막에서는 가장 쓰기 좋았고, 명중률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잘 보이나?”

“엉. 나오면 바로 쏜다.”

“연습했던 대로 해.”

“근거리라서 빗나갈 수가 없어.”

순차적으로 한 창문에서 두 발을 쏘기 위해 집마다 2명~4명은 배치됐다. 그들이 석궁을 쓰는 이유는 좁은 실내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활은 단궁이 아니면 건물 안에서 쏘기 대단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활이 불편한 게 아니라 활을 당겨야 할 공간이 크게 필요했다. 자세 또한 중요했으며, 눈으로 가늠을 하는 게 어려웠다.

반면 석궁은 창틀에 놓고 그냥 자세가 어떻게 되었든 창문 가까이 얼굴을 대고 있어도 괜찮았다.

여관 주위의 창문을 두고 병사 두 명이 하나씩 점령했으며, 아래에는 마름쇠를 깔아놓았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마름쇠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한 함정이었다.

“기사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문부터 들어가서 시간을 들여서 점령하겠다.”

“예.”

이스핀은 가져온 전신갑주를 다시 입었다. 소리 없이 근접해서 입구에 있는 놈들의 목을 따버리느라 벗어두었기 때문이다.

쾅!

닫힌 여관 문이 그대로 경첩이 떨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끄럽게 떠들던 내부가 조용해졌다.

“어떤···”

퍽!

가장 문에 가까이 있는 놈이 말을 하려다가 그대로 이스핀의 방패에 처맞고 이빨이 우수수 떨어지며 나가떨어졌다.

“우으으···”

울먹거리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칠주(七主) 중에서도 강함의 묘리를 배운 것이 이스핀이었다.

“윽!”

그대로 다시 벽에 머리를 스스로 처박으면서 기절해버렸다. 드낙보다 덩치가 큰 것이 이스핀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 기사다!”

소리를 지른 한 놈이 술을 그대로 떨어뜨리고는 밖으로 단번에 빤스런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창문을 나오려고 다리를 내빼자마자 석궁이 쏘아졌다.

푹!

“끄악!”

장력이 장궁보다는 못했지만 단궁보다는 강한 석궁이었고, 한 발을 창문에 걸친 어정쩡한 상태였기에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땅에 부딪쳤다. 아랫배에 화살이 박혀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가 허둥지둥 거렸다.

“들어라! 이 간악한 깡패 새끼들아! 선한 사람들 등 처먹고 사는 버러지 같은 것들아!!!”

이스핀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주변으로까지 퍼질 정도로 성량이 대단했다. 웅성거리고 당황하던 패거리가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거기서 벤이 나섰다. 대화를 한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증거로 우리를 핍박하려는 것이오!”

“증거라면 산처럼 쌓여있다. 저항하지 마라! 저항하면 죽음뿐이다.”

이스핀이 롱소드를 뽑아들며 검신을 버클러 위에다가 놓았다. 특이한 자세였다. 당연히 드낙의 어레인지 비전 중에 하나였다. 본래는 도렌을 위한 비전이었다. 이스핀은 한 손으로도 롱소드를 자유롭게 다룰 정도로 힘이 좋았기에 필요 없는 자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벤은 쉽게 무릎을 꿇었다. 물론 속마음은 달랐다.

‘제기랄. 다 들켰구만. 하지만 상관없다.’

끽해야 광산에서 일 좀 하다가 나올 것이다. 심하면 5년. 그리고 자신에게는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든 보물이 있었다. 노후가 보장될 정도의 은화와 동화가 쌓여있었다. 그만큼 드낙이 밑에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베풀었고, 석지 마을의 화폐 유동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대로 죽인다!”

병사들이 50명을 묶은 뒤에 목을 줄줄이 밧줄로 엮어버렸다. 이들을 압송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구경할 수 있었다.

축배를 든 날에 모조리 소탕된 것이다. 물론 억울한 놈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재갈이 물려져서 말을 하지 못했다.

누가 신입인지 누가 오래 몸을 담군 놈인지 이스핀은 대충 구별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자신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가두어졌다. 날씨가 나쁘지 않았기에 야외에 목봉이 박힌 곳에 묶여졌다.

병사들의 수련을 위한 곳을 감옥으로 쓰고, 곳곳에 화덕과 횃불이 놓이며 병사들이 틈틈이 밧줄을 확인하며 순찰을 했다.

“이 새끼가!”

그중에 물고기의 단단한 가시를 손에 쥐고 있던 놈은 피떡이 되었다. 그 모습으로 바늘이나 락픽 따위를 가진 놈들은 하나같이 땅에 버렸다.

“어푸풋!”

잠에 들면 곧바로 물세례도 이루어졌다.

“어헉! 허어억!”

차가운 냉수에 정신을 못 차렸다. 그 상태로 다음 날이 되었다. 그냥 묶인 것도 힘든데 체온 저하까지 겪었기에 피곤에 절어있었으며 잠도 자지 못했다. 새벽에는 순찰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을 빌미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놔! 씨발 짐승 같은 새끼들! 니들이 사람 새끼냐!”

“퉤!”

폭행을 주도한 병사는 〈농부 론〉의 절친이었다. 〈벤 일당〉이 모두 잡히고 나서야 론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들에 대한 처우는 당연히 모조리 광산행이었다. 그것도 15년이나 노역을 해야 했다.

괘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이스핀은 벤에게 말했다.

“마을 입구에서 서쪽으로 500걸음 정도. 조금 굽은 땅에 박혀있는 길쭉한 돌 하나. 네가 모은 돈은 마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으아아아아!!! 아아아아악!!!!!”

벤이 발악을 했다. 변호를 위해서 재갈이 물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짐승과도 같은 소리가 마을로 울려 퍼질 정도로 절박했고, 처절했다. 당연히 두들겨맞고 태아처럼 웅크려야 했다.

“데려가라! 오늘 호수 마을로 바로 출발해서 게제라스 총관에게 내어줄 것이다.”

“예!”

50명의 범죄자! 그것은 게제라스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다. 안 그래도 지원자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총관이었다. 이스핀은 자신이 한 건 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보상도 해주었다.

“만세! 만세!!”

전부는 해주지 못해도 환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스핀이 기분 좋게 웃었다. 나쁘지 않았다. 자신 또한 벤이 모은 금고를 털었고, 여관에 모인 패거리들이 가진 재산을 피해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모든 내막을 안다면 애매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으므로 칭송할 만했다.

가족들의 손에 팔려진 여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고, 신전으로 향했다. 사제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가족들에게 물건을 던지고 침을 뱉는 여자도 있었고, 불로 고문당한 흔적을 보여주며 욕을 바가지로 쏟아붓는 여자도 있었지만, 가족과 만남을 가지는 것조차 싫어해서 패닉에 빠진 여자도 있었다.

그때는 그랬으니까라는 변명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법이었다.

〈대산 너머〉

탁! 탁!

고블린 두 마리가 털가죽을 입은 채 은폐된 동굴의 안쪽에서 돌멩이 따위로 간단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넝쿨로 은폐한 입구를 뒤적거리며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케케케. 내놔.”

“제기랄. 여전히 강한데.”

오목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놀이에서 이긴 고블린이 손짓을 하자 짜증을 내던 다른 고블린이 품에서 고기 조각을 여럿 꺼내서 건네주었다.

“히히.”

“한 판 더 둬.”

“싫은데?”

“개새끼.”

고블린 두 명은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장난을 쳤다. 대산 너머라고해도 잘 은폐된 고블린 동굴은 지금까지 침략자 한 번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불을 지피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경계심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곤충의 울음소리가 끊어져도 태평했다.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사락.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넝쿨이 움직이자 고블린의 귀가 쫑긋거렸다. 토끼처럼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귀가 큰 것이 고블린이었다.

“뭐지?”

고블린 하나가 덩굴을 걷었다. 바람이 조금 불어왔다. 자연스럽게 콧물이 주륵 흘러내리며 촉촉한 코가 냄새를 맡았다.

알싸한 철냄새와 늑대 특유의 노린내가 맡아졌다.

“철 냄새다.”

그 말에 한 마리가 뒷걸음질 쳤다. 앞에 있는 고블린은 그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넝쿨 위에서 회백색의 기괴한 악령의 머리가 튀어나와서 고블린의 머리에 그대로 부딪쳤다.

퍽!

흉악한 소리와 함께 두개골이 함몰되며 그대로 앞에 있던 고블린이 흐물어지듯이 쓰러졌다. 꼴사나운 모습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이 넘치게 쓰러졌다. 남은 고블린이 미친 듯이 동굴 안으로 도망쳤다.

끼아아아!

넝쿨을 찢어발기며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 흑마법으로 생성된 악령들이 동굴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그 숫자만 수십이 넘었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벅.

전신갑주를 입은 드낙은 흑마법을 쓰면서 동굴에 쓰러진 고블린의 시체를 확인했다.

“새끼. 살아있네.”

맥이 뛰는 것을 보며 드낙이 고블린 언어로 말하자마자 고블린이 벌떡 일어났지만 목이 잡혀서 그대로 벽에 등을 부딪쳐야 했다.

뿌득!

“꺽!”

드낙의 악력에 그대로 고블린 초병의 목뼈가 부러졌다. 축 늘어진 머리에서 눈을 뗀 드낙이 고블린을 놓아주고, 안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아아!”

미친 듯이 샘솟는 〈고르곤의 심장〉에서 나오는 마력으로 소모된 마력이 차오르자 드낙이 탄성을 내지르며 밴쉬 에로우를 사용했다. 두툼한 얼굴을 지닌 악령이 드낙의 손에서 뿜어져 나와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고블린 녀석들. 어디에나 있단 말이야.’

대산 너머는 진짜 야수도 많았고, 변이야수나 일각수도 볼 수 있는 마경이었다. 고르곤까지 있는 마당에 고블린이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산 너머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놈들보다 고블린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은 드낙은 감탄에 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감탄이 나온다. 감탄이 나와.’

고블린의 적응력!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고 종족은 번성시키려는 모습은 실로 대단했다.

드낙이 몸을 숙여서 바닥을 문질렀다. 검은 재가 묻어 나왔다. 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굴은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몬스터도 싫어할 만한 곳이었다.

불을 가진 고블린은 타고 남은 재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전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재의 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대산 너머에 사는 고블린들의 거주 특징이기도 했다. 바닥이 미끈거리기는 하지만 지혜롭다고 말해질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5972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12월 4일, 9일, 15일에는 연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수도 있습니다.

4일 첫째누나야 생축

9일 저의 생축

15일 둘째누나야 결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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