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95화 (394/1,239)

0395 <-- 봄이 시작되고 -->

〈망치 여관〉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되었으며 2층에는 여관업, 1층에서는 식당업을 하고 지하에는 재료 창고로 쓸 것이다.

〈벤 패거리〉는 히죽 웃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대로 돈을 끌어모을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원래 시작부터 한마을에서 부농으로 살았던 이들이었다.

끼리끼리 모여서 억지로 빚을 주고, 힘으로 착취하는 세상 참 편하게 살았던 놈들이다.

방랑 사제들이 사라져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주를 선택하면서 작은 마을의 왕 노릇을 하던 벤 패거리 또한 이주를 하게 되었다.

‘다른 곳에 갈 수는 없었지.’

이미 자리 잡힌 곳에서 농지를 일구어도 텃세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때문에 아직 자리가 안 잡혀있는 것이 분명한 불파겐 영지로 온 것이다. 오면서 이주자들과 마주치고, 세력을 모으면서 더더욱 그런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 와서 무너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할 만하다.’

낮에는 평범한 여관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술을 시킨 적이 없는데?”

“서비스입니다. 하하하.”

“오오!”

몇 모금 마시면 끝이지만 그래도 공짜술을 마다할 리가 없었다. 자연스레 손님이 증가했다. 그것은 고리대금의 자본이 될 것이다.

지하실에서는 밀주가 만들어졌다.

쉬익~ 쉬익~.

큰 주걱으로 밀이 들어간 큰 통을 저었다. 물살이 움직였다. 점점 끓어오르자 서둘러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공짜술에 관심을 지닌 몇몇 술집이 자연스레 벤과 만남을 가졌다.

“거래하겠소. 하지만 대량은 아니고, 소량만···”

“남는 장사인데. 한 드럼? 간도 참 작소.”

벤은 자존심을 긁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그들이 말했던 것의 배나 되는 밀주를 공급하게 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들키지 않자 아예 술보다 밀주를 더 많이 파는 사람도 생겼다.

물론 벤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밀주를 항상 적당량 유지했지만, 술을 구매하지 않게 된 것이 문제였다. 술집 초보자나 다름없었다.

탕탕탕!

거칠게 〈포워드 술집〉의 술집주인이 사는 오두막 문을 병사가 두드렸다. 뒤에는 견습 문인이 종이를 들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 세게 문을 두드리나!”

순수익이 많아지고 자존심이 높아진 포워드 술집 주인이 문을 벌컥 열었다. 숏소드를 혁대에 차고 있지만, 뽑지 않고 그 대신에 곤봉을 쥔 병사가 사정없이 술집 주인을 후드려패며 들어갔다.

“케켁! 악!”

아침부터 두들겨맞으니 혼이 빠져서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피떡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몽둥이찜질을 당한 술집주인 〈포워드〉가 눈물과 콧물을 질질 쌌다.

“어흐흐흑. 사, 살려주십시오···”

무릎이 꿇려진 채 어깨에 몽둥이가 가볍게 올라온 상태였기에 공포감에 벌벌 떨었다. 폭력에 저항하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포워드는 결코 그런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인간이 아니었다.

찌르면 굽히고, 때리면 꿇려지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술통 거래량이 이번 달에 크게 급감하셨더군요. 근데 새벽에 지하창고를 조사해보니 빈 술통이 가득하더군요. 해명을 해보세요.”

견습 문인의 말에 포워드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것은 양심이 자신을 지르는 일이었고, 다가온 벌이 그의 심장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숨기기만 하면 가중처벌이 이루어질 뿐입니다. 상인에 간단한 문서 처리가 가능하기에 술집을 운영하게 된 것임을 모르십니까? 대산 너머 광산 개발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견습 문인이 겁을 주자 포워드가 고개를 휘저으며 침을 질 흘렸다.

“아, 아닙니다! 숨기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압송해라. 고문실로 보내라.”

“예!”

병사 두 명이 단번에 어깨에 손을 놓아서 번쩍 일으켰다. 훈련도가 높은 병사다웠다. 사람을 쉽게 들어 올렸다.

“으어어어! 밀주입니다! 밀주!”

포워드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문실이라니? 생각만 해도 오금이 지렸다.

“밀주?”

“예. 예! 이번에 생긴 망치 여관에서 밀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술집도, 죄다! 죄다 다 팔고 있습니다!”

〈포워드 술집〉의 주인 포워드는 자신이 아는 술집은 죄다 이름에 대었다. 견습 문인은 사태가 보통이 아닌 것을 알고 서둘러 일어섰다.

“병사들은 이곳에서 이 자를 가두고 있으십시오. 저는 레이님에게 가보겠습니다.”

“예.”

견습 문인이 빠른 걸음으로 레이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벌써 출근했는지 없어서 서둘러 회의장으로 향했다.

이스핀은 방계가 되면서 글을 배우고 있었고 마을에 대한 보고를 빠짐없이 듣고 두세 번 반복해서 들었다.

“석지 개간 중에 도망자가···”

똑똑똑!

회의장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새파란 문인 레이 라이터〉의 말이 끊어졌다.

“들어오라.”

이스핀이 말하자 병사가 문을 열었고, 견습 문인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밀주를 판매하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이미 많은 술집이 가담했다고 합니다.”

“뭐라?!”

이스핀이 펄떡 뛰었다. 밀주는 팔면 파는 대로 그대로 자신의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세금 누수의 가장 큰 원인이고, 가장 잘 되는 돈벌이 중에 하나였다. 즐길 거리가 적었기에 술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어떻게 알아냈나?”

“처음에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레이의 크게 떠진 눈과 쿵쿵 뛰는 심장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서류 덕분에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당장 병사들로 처리를 해야 합니다.”

레이의 말에 이스핀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이에 모두 조용해졌다. 이곳에 있는 귀족은 오직 이스핀 혼자였기 때문이다.

“레이 문인. 자네가 불법을 저지른다면, 그것으로 번 돈을 어떻게 하겠나? 자신의 안방에 놓겠나, 아니면 숨겨놓겠나?”

“언제 들킬지 모르니 숨길 것입니다.”

이스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된다면 영영 돈을 못 찾을 것이다. 밀주를 판 것으로 주동자를 다 죽인다면 그것도 좀 뭣하지. 광산에서 복역을 마치면 다시 돈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무조건 죽이는 법은 썩 좋지 않았다. 정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광산에서 굴리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놈들이 한 달 동안 밀주를 판매했다면, 상당량일 것이 분명하다. 그 돈도 제법 되겠지. 그걸 회수해야지 진짜 정의 구현이 아니겠느냐?”

“옳으신 결정입니다. 허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가 그래도 일은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포워드 술집주인을 압송하고, 그를 광산으로 보내라. 그 정도 선에서 끝낸다면 놈들은 더욱 은밀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럼 도망치는 것이 아닙니까?”

“조용히 지내다가 다시 움직이겠지. 짜릿함을 느끼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겼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지. 그럼 제법 사업을 더 키울 것이다.”

이스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주억거렸다.

“돈이 쌓이면 다시 자신의 금고에 넣겠지?”

“아···”

레이가 감탄했다. 금고로 확실하게 가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이스핀은 잘 알 수밖에 없었다. 그는 뒷골목에서 이곳저곳 돈에 흘러가는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개 멍청한 새끼!”

벤이 거칠게 고함을 질렀다. 물론 지하였고, 지하의 입구는 이 중으로 닫혀 있었기에 퍼지는 일은 없었다. 지하실에 앉은 패거리들은 다리를 떨거나 술을 마시고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산만했다.

“놈이 불었을 가능성은?”

“없다고는 볼 수 없지. 근데 쳐들어오지 않았잖아.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벤은 땀을 닦았다. 하지만 금방 땀이 다시 차올랐다. 그만큼 후달렸다.

“여관을 짓는데 돈을 썼어. 지금 이대로는 야반도주해도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그 새끼를 끌어들이자던 새끼가 누구였냐? 엉!”

패거리 중 한 놈의 얼굴이 흑빛이 되었다. 벤이 거칠게 검지로 이마를 툭툭 밀면서 개지랄을 떨었다. 그렇게 분노로 하루를 보내고 나서는 마음에 짐을 얹은 채 여관업에 종사하는 나날을 가졌다.

물론 저녁마다 드잡이질을 했다. 패거리들은 매일같이 모여서 지하실에서 회의를 가졌다. 회의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뭐 들은 거 없어?”

“모두 이야기는 많이 해도 꼴좋다고 말하기만 합니다.”

“씨발. 뭐 좋은 방법 없냐고? 이대로 여관주인 노릇만 해야겠냐?”

물론 실속은 없었다. 회의는 많이 해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3일을 채 가지 못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비밀 도박장을 오두막에 만들었다. 패거리 중 한 놈의 집을 이용했다.

도박을 통해서 짜릿함을 느끼는 놈들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놈을 타겟으로 잡았다. 작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단 5일 만에 놈은 빚만 은화 500닢이 되어버렸다.

“제발! 제발···제발!”

그가 발가벗겨진 채 절을 하며 손을 싹싹 비볐다. 단검을 휙휙 돌리며 벤이 히죽 웃었다.

“개새끼야. 그러니까 적당히 있는 돈으로 해야지. 왜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빌렸어? 그리고 빌려놓고는 뭐? 못 갚아? 이런 씨발놈이! 말로만 하니까 개소리로 들려! 내가 개야? 개냐고!”

나무 바닥을 단검으로 퍽퍽 미친 듯이 내려치자 농부 론은 기겁을 하며 웅크렸다. 그러자 벤이 그대로 일어나서 발로 옆구리를 걷어찼다.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패거리들이 낄낄거렸다.

“병신이 엄살은!”

벤이 농부 론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휴우···좋게 말할 때, 토지 문서 가져와.”

“토지 문서요···?”

“그래. 얻었을거 아냐. 농사짓더구만. 자기 땅이라고 그렇게들 노래를 부르던데.”

“그건 세금이 30%라서 그런거죠. 자기 땅이 아닙니다···”

벤이 어리둥절했다.

“네 땅이 아니라니? 근데 왜 다들 그렇게 좋아해? 땅문서를 받았다는 소리는 뭐고.”

“땅문서긴 땅문서죠. 근데 제 땅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지랄 말고, 씨발! 내일까지 그 문서 가져와. 알았어?”

“예!”

농부 론은 옷을 들고 허둥지둥 도박장을 빠져나갔다.

“아는 거 있어? 저 말이 사실이냐고.”

“구라야. 땅도 안 주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겠어?”

그 말에 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은 글을 읽을 수 없었기에 대여된 땅문서를 빼앗았다. 그리고 론을 소작농으로 만들어버렸다.

“말해봐. 문인이나, 병사들에게나. 근데 말한다고 해서 네 빚이 사라질까? 그냥 쫓겨나기만 할걸. 너 같은 놈을 왜 도와주겠어. 일도 번거롭고. 한 번 해봐. 그리고 내가 잡혀들어가도 다른 놈들 중에 한 놈만 쇠고랑 안 차면 넌 그때 그냥 목 따이는 거야.”

“저, 절대로 안 하겠습니다.”

“왜? 하라니까. 우리 패거리 한 놈도 남김없이 잡을 자신 있으면 하라고.”

“아닙니다. 아니에요!”

협박도 능숙했다. 그리고 밤에는 그런 윽박지르는 소리가 잘 퍼지는 법이었다. 전신갑주를 입지 않은 이스핀은 쭈구려 앉아서 술을 꺼냈다.

‘옛날 생각나네.’

밀주. 도박. 고리대금. 소작농.

뻔한 패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응? 씨발놈아? 응? 응? 말하라고. 그냥, 눈 딱 감고. 병사한테 꼰지르라니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하나 병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말일뿐이지만, 당사자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새끼들···’

하지만 모은 돈이 어딨는지 알게 될 때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렇게 살아와도, 여기서는 그렇게 살면 안 되지.’

이스핀과 마주친 농부들은 항상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식에게 있어서 이스핀은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고, 양식이 없는 자들에게는 무이자로 식량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존경을 받으면서 이스핀은 그들에 대한 책임감 또한 가지게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가듯이 이스핀은 농부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가나 보자.’

이스핀은 벤을 감시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그는 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그가 만족하고 잔치를 열 때가 놈이 X되는 날이었다.

‘놈의 금고를 얻으면 피해자들 보상도 하고, 술집 주인들의 주머니도 털어야지.’

이스핀은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 기회를 통해서 재산을 제법 모을 생각도 가졌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기분 좋기는 하지만 동시에 재산을 많이 얻고 싶은 것이 이스핀이었다.

고문하기보다는 살을 찌워서 먹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5726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드낙은 다음 화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