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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93화 (392/1,239)

0393 <-- 봄이 시작되고 -->

‘우월한 전략은 무엇인가!’

뿔 없는 핏빛쥐가 휘두른 곤봉이 대장쥐의 오른쪽 어깨를 후려쳤다. 하지만 대장쥐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 이곳은 크놀들이 살았던 곳이었다.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가 있었고, 그것을 완벽하게 선점한 것이 뿔 있는 핏빛쥐들이었다.

‘우월한 병사들의 장비가 전략이다.’

둔탁한 소리만 울릴 뿐, 오른쪽 팔은 어김없이 휘둘러져서 그대로 곤봉을 휘두른 핏빛쥐의 두개골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동시에 왼손에 있는 단검이 멱을 땄다.

“꺽!”

핏빛쥐 대장이 순식간에 죽어나자빠졌다. 하지만 그 시체를 딛고 다른 핏빛쥐 노동자가 덤벼들었다. 전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이었다. 허우적거리면서 간합도 잴 수 없었고 멍청하게 곤봉의 밑부분이 대장쥐의 팔을 때렸다.

타격음 하나 들리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퍽!

무식하게 도끼를 휘둘러 노동자를 죽이기 시작했다.

중보병으로 이루어진 〈배불뚝 리전〉은 덩치도 컸기에 떼로 몰려오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물러남이 없었다.

순식간에 800마리에 가까운 뿔없는 핏빛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을 기며 박살이 난 무릎을 쥐며 기어가는 놈의 등에 도끼가 박히거나 망치로 두개골을 부수었다.

‘또한 전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도망친 핏빛쥐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이 〈식량창고〉이기 때문이었다.

지켜야 할 곳에 굴을 마구잡이로 놓았을 리 없었다. 그나마 있던 굴도 단단히 막아놓고, 입구만 하나 놓은 것이다.

이게 바로 대장쥐가 생각하는 전략이었다.

기초 체력의 조용하고, 재미없으며,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없는 정적인 싸움이 전략이었다. 확보한 영토. 식량의 양. 전투 가능한 인구. 병사들의 장비 따위의 것들.

전투를 하기 전에 승리했다는 말은 이러한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대장쥐가 생각하는 전략이었고, 이번 〈음흉한 폭식 전략〉은 그러한 가치관이 들어간 전략이었다.

“모조리 먹어치워라!”

“뜨나악!”

배불뚝 리전의 정예병들이 고함을 지르며 뿔없는 핏빛쥐들의 식량창고에 있는 먹을 것들을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대장쥐는 그것을 보며 바닥에 손가락으로 슥슥 지도를 그렸다.

그가 습격한 식량창고는 손가락을 빙글 돌려서 점을 찍었다.

‘놈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별동대의 역할을 하는 대장쥐의 부대는 엄청난 식량 피해를 뿔 없는 핏빛쥐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작은 전투에도 1천이 넘는 규모가 일어나는 것이 핏빛쥐들의 전쟁이었다. 다른 뿔을 지닌 핏빛쥐들은 1만 혹은 3만 이상의 전투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핏빛쥐들의 특성은 〈떼(Swarm)〉라고 할 정도로 숫자가 많은 것이 기본이었다. 그렇기에 대장쥐의 전략은 먹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굶주리기 쉽기 때문이다.

우걱우걱! 까독, 까도독!

불과 500마리에 불과하지만 배불뚝 리전의 정예들은 그 군단의 이름처럼 3천 마리가 먹을 식량을 그대로 동을 내버렸다. 하지만 거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식량이 아직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대장쥐가 핏빛쥐 대장의 목을 움켜잡고 들어 올리며 그대로 얼굴을 씹기 시작했다.

다른 핏빛쥐들도 거기에 동참했다. 쯔걱거리는 소리가 식량창고에서 울려 퍼지고 이내 뼈를 씹는 소리로 이어졌다.

뿔 없는 핏빛쥐들이 식량으로 생각할만한 것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난 뒤에는 다시 식량창고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며 대장쥐는 투구를 벗어서 이마의 위쪽에 나있는 자신의 뿔을 지나 그 뒤를 매만졌다.

새로운 뿔이 돋아나고 있었다.

대장쥐의 눈에는 포악함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투구를 썼다. 아직도 죽여야 할 반란군들이 많았다.

‘우리의 창조주이신 드낙님을 위해서, 반란군은 모조리 죽어야 한다.’

핏빛쥐들의 전쟁은 그 뒤로 100일이나 이어졌다. 그만큼 노동자 핏빛쥐들의 반란은 꺼질 줄을 몰랐다. 하지만 저항하는 것은 날이 지날수록 공격을 오지 못했다. 굶주렸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서로 죽이고 먹어치워서 〈뿔있는 핏빛쥐〉가 된 노동자들은 투항했지만 철저하게 죽임을 당하고 다른 핏빛쥐들에게 먹어치워졌다.

뿔쥐의 본대는 소란을 일으키며 별동대의 움직임을 돕고, 영토를 수복하며 주변 땅을 점령했다.

이 전쟁은 〈뿔 있는 핏빛쥐〉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대장쥐를 포함해서 11마리의 영향력 있는 뿔쥐들은 뿔이 없는 핏빛쥐는 먹어치우라는 법을 재정했다. 〈동족포식〉이 법으로 재정된 것이다. 또한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죽고 그것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되었다.

왜냐하면 동족을 포식하면 할수록 추가적으로 뿔이 돋아났기 때문이다. 〈핏빛쥐〉들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 동족포식이었다. 그것은 핏빛쥐들의 원죄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존재와도 관련이 있는 업(業)이고, 카르마(Karma)였다.

또한 이번 내전은 반란대전(反亂大戰)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11개의 리전이 만들어지는 결과가 되었다.

대장쥐는 그중에서도 숫자가 가장 적은 리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덩치가 하나같이 컸다. 이들 무리는 〈자이언트 리전〉이라고 다른 핏빛쥐들에게 불렸지만 진짜 이름은 〈배불뚝 리전〉이었다.

다른 이들은 중구난방의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리전의 이름을 정했다. 하지만 리전은 그저 군사력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 모두는 드낙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 그러지 않은 〈뿔 있는 핏빛쥐〉들도 있었다.

드낙이 가진 〈조련술의 업(業)〉이 핏빛쥐들을 모두 아우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련술의 업에 작은 영향을 받기는 했다. 피에서 피로 이어지는 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역사가 필요하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또한 대장쥐를 비롯한 11마리의 뿔쥐들이 반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역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들어라! 우리들의 탄생은 뼈와 썩은 살들이 가득했던 숲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핏빛쥐들에 대한 역사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드낙에 대해서 호감을 지닌 뿔있는 핏빛쥐들도 많아졌다.

11마리의 두 개의 뿔을 지닌 시작의 핏빛쥐들은 〈다수의 전당〉이라는 회의기구에 대한 명칭도 만들며 제도적으로 구색을 맞추기 시작했다.

두두두.

15기에 불과하지만 기세가 제대로 베테랑 티를 내는 경기병들이 질주했다. 그들의 선두에는 뿔을 드높이고 새하얗고 짧은 흰 털로 뒤덮인 수사슴이 있었다. 사슴이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비대해서 코뿔소나 하마와 같았다.

전신갑주를 입은 이실레아를 탑승하고도 마음만 먹으면 경기병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험지 상관없이 질주가 가능한 것이 〈영물 발룬〉이었다.

이들은 소식을 듣고 〈둥근 언덕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숲과 평지를 사이에 두고 언덕에 자리를 잡은 둥근 언덕 마을은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지점이었고, 두 곳에서 동시에 자원을 얻을 수 있어서 풍족한 마을이었다.

‘보이는군.’

평야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모닥불의 흔적은 있었지만 지피고 있지는 않았다. 이제 완전히 봄 날씨여서 밤에만 따뜻하게 지내면 될 정도였다.

추레한 천막과 겉껍질도 뜯어내지 않은 조잡한 인력거들이 이실레아의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이실레아의 말에 다른 기수들이 복창하며 속도를 줄여나갔다. 그들은 천천히 간이 거주지 내부로 들어섰다.

“이리와!”

엄마의 손에 아이가 손이 잡혀서 그대로 끌려갔다. 이실레아는 간이 거주지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형편없군.’

대부분이 평민 중에서도 못 사는 사람 같았다. 물론 그러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는 평민들이었다. 그들은 돈도 있었고, 부리는 노예도 있었다. 패거리를 이루기 쉬웠으며, 함께 이주를 온 주제에 이들을 이끄는 사람처럼 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전 이주자들을 이끌고 있는 벤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그만! 내가 언제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던가?”

“아그극.”

이실레아의 기세에 벤이 혀를 깨물고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이면서 팔로 아래턱을 부여잡았다.

“여기에 함께 온 사제들은 어디에 있나. 안내하라.”

“예!”

이실레아의 카리스마는 독기가 있었고, 겁을 먹은 벤이 허둥지둥 사제들에게로 향했다. 사제들은 아기들과 노인들에게 신성력을 내려주고 있었다.

“하으으···”

웃통을 깐 노인의 허리에 손을 대고 신성력을 쏟아내자 노인이 부르르 떨며 볼에 홍조가 튀어나왔다.

“됐습니다.”

“허리가 아주 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노인이 허리를 꾸벅, 꾸벅 숙이고 밧줄로 묶은 야채 묶음을 건넸다. 오면서 숲에서 캐온 것이었다. 〈숲에 대한 권리〉를 생각하면 응당 불법이었다. 세금을 걷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실레아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모르는 척 넘어가야 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라고 합니다.”

“섬투(閃投)라고 불리셨던 분 아닙니까. 저는 〈산딸기 사제〉라고 하는 자입니다. 이름은 숨기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제는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이실레아의 명예를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무덤덤했다. 아부에 오히려 반감을 지니고 있는 게 이실레아였다. 검소한 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몇몇 것을 제외하면 목석같다고 해도 무방했다.

“지금 당장 〈호수 마을〉에 가야 합니다. 그곳에 있는 신전의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겁니다.”

이에 산딸기 사제가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실레아가 그것을 막았다.

“최대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실레아는 게제라스에게 신전 인물들을 잘 대우해줘야 하는 이유를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의 아량을 베풀고 있었다. 드낙이 존댓말이 편한 것과는 다르게 이실레아는 존대를 해야 할 대상에게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므로 사제들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이실레아에게 있어서 대단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산딸기 사제는 협조하기로 했다. 기사가 자신의 의지로 사제를 크게 대우하고 있지 않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이 잡히면 그것을 이용해서 압송이라고 할 것 같은 살얼음과도 같은 독기가 느껴졌다.

“저, 저희들은 어떻게 됩니까!”

벤과 함께 패거리를 이룬 시민의 말에 이실레아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대들은 〈석지 마을〉로 가게 될 것이다. 길을 따라오면 될 일이다.”

하지만 대답을 해주니 다른 질문도 튀어나왔다.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오면서 초원을 지났는데, 펄 발드들이 따라왔습니다! 그들에 대한 토벌이 진행 중입니까?”

이실레아는 그 질문에 대해서 무시했다. 무시해도 누구도 뭐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가자! 갈 길이 멀다!”

“예! 오른쪽으로 기수 돌렷!”

말들이 일제히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며 턴을 했다. 좁은 구역이었기에 일체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제 18 명을 데리고 1000명이 잠시 자리를 잡은 간이 거주지에서 벗어났다. 사제들은 준비할 것도 없었다. 가죽 배낭 하나가 그들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신성력으로 대부분의 것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할!”

벤이 돌을 찼다. 대우가 병신 같았기 때문이다.

“야! 디남! 이야기가 전혀 다르잖아. 구휼도 해주고, 땅도 주고, 대우도 좋다며?”

“일단 기다려봐! 석지 마을에 이주할 수 있다잖아.”

“이름부터 X같네. 석지 마을이 뭐야. 분명 개 같은 마을 일 거야.”

“···그래서 지금 와서 돌아가자고?”

“퉷!”

벤이 가래침을 뱉으며 신발로 비볐다. 사제들이 뭔가 움직이기에 따라나섰는데, 쪽박인 듯했다.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겠어. 일단은 시키는 데로 가긴 가야지.”

‘세금 때문에 여기에 왔는데, 하는 꼴을 보니 다른 귀족이랑 다를 바가 없네.’

벤이 손짓을 했다.

“술이나 한잔하자고. 석지 마을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해야 할 거 아냐?”

“금방 가지.”

패거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민 중에서도 제법 돈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강제로 술을 빌리거나 푼돈으로 술을 빼앗기도 했다.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숫자는 적은 것이 분명했지만, 한쪽은 하나로 뭉쳤고 다른 한쪽은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 떼 속의 늑대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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