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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92화 (391/1,239)

0392 <-- 봄이 시작되고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부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보고 돌아왔다. 드낙은 간단히 가문이 보내온 호위 기사들을 만났는데, 현역에서 토벌을 진행하던 진짜배기 베테랑 기사들이라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만큼 〈케이샤 킹슬레이〉의 임신은 외척들이 빠르게 기사 전력을 보내올 정도로 큰 이슈였다.

물론 호수 마을은 큰 여파가 없었지만, 그건 귀족이 적어서였고, 드낙에게 괜히 기쁨을 드러내기 싫어서였다.

“그럼 보고드리겠습니다. 광산으로 향하는 길목을 닦는 일에 지원해온 사람들이 100명 정도 됩니다.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대산 너머에서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게제라스가 보고를 했다. 낮은 지원율이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이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떠돌이들로 구성되어있었다. 그중에는 호수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강제로 노역이 결정된 놈들도 여럿 있었다.

“곧 생일이라며?”

“예?”

드낙의 말에 게제라스가 반문했다. 그의 목에 걸린 조폭같이 굵은 은목걸이가 덜렁거렸다.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드낙이 신성력을 부여한 은목걸이였다.

며칠마다 꾸준히 집어넣어 줘야 할 정도로 힘의 보존율이 형편없었다. 모두 신성력을 다루는 실력이 미천해서였다. 물론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드낙의 신성력 다루는 솜씨는 천천히 좋아지고 있었다.

“생일이라던데.”

“예. 3월 20일이 제 생일입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크게 축하를 해야지. 다름 아닌 드낙 불파겐의 왼팔이 되는 사람의 탄생일이잖나.”

드낙이 띄워줘도 게제라스는 거부했다.

“자작님. 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 총관, 많은 사람들이 자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기도 하지.”

“잘 알고 있습니다.”

드낙은 그럼에도 단호하게 축제를 열고 싶었다. 게제라스는 하는 일에 비해서 얻는 것이 적었기 때문이다. 영지를 관리하고, 개발하며 많은 사업에 손을 대는 것에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였지만 이건 이거. 그건 그거였다.

“불파겐 영지에서 제법 영향력이 있거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서 나한테 줘. 초대장을 직접 친필로 써서 보내야겠어.”

“예? 그렇게 크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자원은요?”

“쓰는 만큼 돌아오는 법이지. 나나, 자네나 돈을 흥청망청 쓰지는 않잖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쓰려고?”

“그거야 영지와 영지민을 위해서··· 써야 합니다.”

“우리도 영지민이라고 할 수 있지.”

게제라스가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문인들을 교육하고 있는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어허! 내 왼팔이 자네인데 탄생일도 못 챙기면 내가 쓰레기지. 날 쓰레기로 만들고 싶어?”

“결코 아닙니다!”

드낙이 결코 의견을 굽힐 것 같지 않자 게제라스가 결국 항복했다.

초대장을 써야 할 사람은 제법 많았다.

“목장 주인?”

“불파겐 영지는 땅이 척박하고, 석지가 제법 있지만 말이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숲이 있어도 평지와 언덕이 더 많습니다. 나중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목장 경영자도 그 목록에 있었다. 기병 양성을 위한 종마 사업은 큰 규모의 사업이었고, 무(無)로 시작할 수 없는 법이었다.

〈게제라스의 목록〉은 가치가 매우 뛰어났다. 그는 드낙이 모든 초대장을 친필로 쓸 때까지 기다리고 도움을 주었다. 무슨 일을 했는지 간단하게 쓰면서 근황을 묻는다면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

그중에는 지하 하수도 설계와 건설에 있어서 큰 활약을 한 건축자도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지?”

“남부 귀족이었답니다. 귀족이라면 하수도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드낙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만한 자인가?”

“지금도 하수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보고를 올렸지 않습니까.”

“아! 그래? 하하하!”

드낙이 웃어넘겼다. 그의 고질적인 게으름이 영지에 거주하는 날이 지속될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꼭 숙지를 하셔야 합니다. 영주님께서 영지에 대해 모르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게제라스가 기겁했다. 하수구의 관리와 유지, 보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마을을 성으로, 도시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지식이었다. 그것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 또한 때가 된다면 방계로 맞이해야 했다.

“미안해. 읽어도 잘 들어오지 않더군.”

드낙은 하수구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현대인이 하수구 때문에 문제를 겪는 것은 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변론하기에는 일하기 싫어하는 마인드가 깔려있었다.

일을 재밌어하는 게제라스와는 정반대였다.

짝!

드낙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리고 게제라스에게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저급한 종이를 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제라스는 드낙에게 할 말이 있는 듯이 받아든 채로 가만히 있었다.

“말해봐. 하수구 관리인에 대해서는 말고.”

“예. 이번에 재 생일을 위한 목적으로 축제를 여는 김에 다른 이들 또한 함께 공로를 치하해주는 게 어떻습니까?”

“외척이 무서운가?”

“아니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불파겐을 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때 말씀드렸던 경계심은 이제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케이샤가 임신을 했기에 변화된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 외척들이었다.

그들은 게제라스를 드낙의 목줄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정에 대한 경험을 드낙이 가지지 못한다면, 게제라스를 통해서 우회하여 드낙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뭐가 문제야?”

“겸사 겸사···”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번에 열리는 축제는 오직 총관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드낙은 주변에 귀를 기울이고 확인한 다음에 다시 말했다.

“영주성이 건축되고, 영주로서 가져야 할 배경을 가지게 된다면, 그대는 총관이 아닌 내정관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자작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날부터 곳곳에 게제라스 총관에 대한 생일 축하에 대한 것이 벽보에 붙어졌다. 마을에 상당한 양의 술과 고기가 차려질 것이라는 소리였다. 이를 위해서 가축들은 벌써부터 털이 뽑혔다.

“지금부터 훈제해도 늦을 수 있어!”

술과 고기가 〈둥근 언덕 마을〉에 3월 20일 안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술집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드낙의 친필 서한을 받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그들은 모두 평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보라고! 이 인장!”

“와우··· 뭔가 대단한데.”

지인들이란 지인들을 불러서 자랑하기 바빴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총관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마을이 들썩이더라고요."

“늦게 알려줘서 미안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드낙은 부인들에게도 찾아가서 그날에 자리를 빛내달라고 말했다. 물론 레이시아는 제외되었다. 대신 레이시아는 방석 하나를 만들어서 게제라스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철야를 자주 하기에 필요하다고 여겨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공을 들여야지.’

드낙은 이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1년에 자주는 못해도 게제라스가 자신의 높아진 지위에 대해서 체감을 해야 했다. 그것은 큰 기쁨이기 때문이었다.

“술이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총관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이왕 한 거 아쉬운 소리가 없어야 하지 않겠어요?”

케이샤 킹슬레이가 드낙을 찾아왔다. 축제에 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해결하러 찾아왔다.

“제국 상단 쪽에서 가져온 포도주가 있어요. 술은 언제나 잘 팔리거든요.”

“얼마에 팔 생각입니까?”

드낙의 말에 케이샤가 미소를 지었다.

“제 화장품 사업이 순풍이라서요. 그냥 생일 선물로 주고 싶어요.”

불파겐 소속의 그 누구도 케이샤의 화장품 작업장에 검은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그건 다른 외척들도 마찬가지였다. 땅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괜히 서로 싸우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덕을 케이샤는 오직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변에는 적지만 현명한 조언자들이 있었다.

“고맙습니다.”

“대신에 이 말은 꼭 드려달라고 상인들이 부탁을 하더군요.”

“뭡니까?”

“은광산에서 나오는 은을 조금이라도 거래를 하고 싶다고요.”

나쁘지 않았다. 드낙은 흔쾌히 약속해주었다. 그저 구두 약속에 불과했지만 드낙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곧 큰 축제가 벌어졌다. 〈엘라한 토성〉 〈호수 마을〉 〈석지 마을〉 〈산지기 산골 마을〉 〈둥근 언덕 마을〉에서 모두 게제라스에 대한 것을 대표자들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 뒤로는 마을 사람들은 흩어져서 끼리끼리 마음껏 술과 음식을 즐겼다.

나중에는 조잡하지만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고, 악기가 없는 무리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 으슥한 곳에서 오늘의 들뜬 마음을 이용해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도 있었다.

“하하하!”

드낙은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잔을 부딪쳐주고 술을 따라주었다. 영주가 내려주는 술이었다. 많은 남자들이 잔을 받고 싶어서 드낙을 따라다녔다.

“게제라스야 말로 나의 왼팔이지!”

그는 곳곳에서 그렇게 게제라스를 위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귀족 부인들의 축하와 선물을 받은 게제라스는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고 했다.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녀석이야.’

힘들게 청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성공에 대한 갈망, 열등감이 있었을 것이다.

드낙은 이런 축제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괜스레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찍찍!

〈반란진압〉은 50일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모든 뿔을 지닌 쥐들이 서로의 군대를 이끌고 단단한 산에 있는 던전을 돌아다니며 〈뿔 있는 쥐〉에게 대항하는 반란군들을 진압하기 바빴다.

그중에서도 〈대장쥐〉의 전공은 실로 번갯불과 같았다. 그는 〈핏빛쥐〉들에게서 〈번갯불 지휘관〉이라는 명성을 얻어냈다.

단 500마리로 이루어진 〈대장쥐〉가 고르고 고른 최정예 부대. 〈배불뚝 리전〉은 오늘도 반란군을 죽이기 위해서 대장쥐를 따르고 있었다.

뿔이 조금이라도 튀어나와있는 자들로 이루어진 배불뚝 리전은 덩치가 큰 핏빛쥐들로 이루어진 중보병 부대였다.

체중이 다른 핏빛쥐들보다 많아서 들키기 쉬웠지만 그들 또한 핏빛쥐였다. 후각과 청각으로 기습을 전혀 당하지 않았다.

물론 배불뚝 리전의 진짜 무서움은 그저 덩치가 커서, 기습을 당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저 굴이 바로 반란군들의 식량창고다. 저곳을 처리한다면, 이 일대의 반란자들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핏빛쥐들이 입을 꿈실거렸다. 주둥이에 난 털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람을 읽었고, 코가 벌름거리며 끝없이 냄새를 맡았다. 벌레와 두더지의 냄새가 났다. 틀림없이 식량창고였다.

대장쥐는 한손 도끼와 단검을 쥐고 있었다. 핏빛쥐를 죽이는데 최적화된 무장이었다.

“가자! 놈들이 몇 마리든 상관없다! 우리가 핏빛쥐고 우리가 뿔쥐다!”

“뜨나아아악!!!”

500마리에 불과한 배불뚝 리전이 대장쥐를 따라갔다. 단번에 지푸라기 같은 것으로 엮어져서 만든 입구가 박살이 났다.

“찍찍! 적이다! 적!”

카드 놀이를 하던 뿔이 없는 핏빛쥐가 소리를 꽥꽥 지르며 네발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한 곳에 모이기 위함이었다.

서걱!

도망가는 놈들 중에 느린 놈은 〈대장쥐〉의 단검에 꼬리가 잘리고, 균형을 잃으며 넘어져서 구르다가 배불뚝 리전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

“껙!”

대장쥐가 던진 도끼에 맞고 형편없이 뒹구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곳으로 모이자 대장쥐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항복해라! 너희들에게 미래는 없다!!”

대장쥐의 말에 식량창고를 지키던 핏빛쥐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평생 노동만 하다가 죽으란 말이냐! 우리는 카드 놀이를 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앞으로는 보장하겠다!”

대장쥐의 말에도 핏빛쥐들은 믿지 않았다.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핏빛쥐 대장이 조잡하기 짝이 없는 몽둥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여유가 있는 삶을 위해서!!!”

“찍찍!”

핏빛쥐들의 노동자와 배불뚝 리전이 그대로 서로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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