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88화 (387/1,239)

0388 <-- 봄이 시작되고 -->

“오우거 때문이지.”

용병들이 코웃음쳤다. 말도 안 되는 잡소리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참 멀리 있는 것이 마신장인데, 무슨 개 뻥을!”

여관주인과 용병들이 낄낄거렸다.

“햐~ 요게 안 통하네.”

여관주인은 술을 한 모금했다. 적당히 말하고 빠지려고 했는데 제법 생각 있는 놈들이었다. 복장을 보니 베테랑 용병인 듯했다.

“뭐 하는 용병들이오?”

“이것저것 잡고 다니는 용병이오.”

“사람은?”

“곧 죽어도 사람은 최대한 베지 않소. 〈붉은깃 용병단〉이라면 들어봤을 텐데?”

“헉. 가을에도 곰사냥을 한다는 그 미친 용병단?”

용병들이 자신 있게 흘흘 웃었다. 곰이 가장 강력할 때는 가을이다. 가장 살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가장 약할 때는 초봄이다. 바짝 말라있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곰을 사냥하는 자들은 가을에 곰을 잡는다.

그것이 〈붉은깃 용병단〉이었다.

“변이야수도 잡은 게 우리지.”

용병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용병단장이 화제를 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이유가 뭐요?”

“마신장이 멀어도 세금 관리원은 가깝지. 파산한 자들이 수두룩하고, 광산에도 끌려가고 자식도 병사로 징용당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걸 모를 리가 없지 않나.”

용병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개새끼들.”

“소년병에 대한건 들었는데, 하는 말이 마수들의 화살 받이로 쓴다더군. 수성을 안 하고 쳐들어가야 하니 장애물이 부족하다더라.”

“미친 새끼들.”

용병들이 수군덕거렸다. 〈애송이〉들을 병사로 끌고 가는 백금왕가의 명령은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사고 있었다.

“알기야 알지만 폐허가 된 〈흰돌 마을〉에 대해서라도 알고 있나해서. 거기 네이란이라고 빵집하는 여성이 있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야지.”

“엉덩이가 아주 그냥···”

“네이란 보려고 흰돌 마을은 꼭 거치는데, 텅텅 비어있었으니!”

용병들이 음담패설을 늘어뜨려놓았다. 빵보다는 여자였다. 여관주인이 헛기침을 했다. 자신의 아내가 음식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맛있게 드세요.”

서둘러 여관주인이 일어나서 그것을 도와주었다.

“캬. 고기 굵은 것 보소.”

“이 여관까지 문 닫으면 진짜 야영만 해야 하는데.”

“끔찍하다, 끔찍해!”

“아이고오! 이것도 이게 마지막이라니.”

용병들이 군침을 삼켰다. 그중에는 이번에 〈붉은깃 용병단〉에 소속된 애송이 용병도 하나 끼어있었다. 항상 신참을 10~20%의 비율로 유지하는 것이 그들이었다. 그만큼 용병단원의 소모가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애송이 용병〉은 두툼한 사슴 고기를 받으며 군침을 삼켰다.

고기는 두툼했고, 칼집이 나있었는데, 그곳에 잘린 레몬이 꽂아져있었다. 풍미도 풍미였지만 간단한 데코레이션으로도 맛나 보였고, 고급져 보였다.

“아! 혹시, 〈돌파란 굽이 계곡〉에서 여관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애송이 용병의 말에 여관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다. 어떻게 알았지? 거기를 지난 적이 있나.”

애송이 용병이 벌떡 일어났다. 주근깨가 많은 얼굴에 조금 길어버린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좁쌀만 한 상처가 보였다.

“접니다! 저! 매번 장작을 팔았던!”

“어으어엉? 어어어! 정말이네! 이게 얼마 만이야!”

여관주인과 애송이 용병이 서로 포옹을 하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여관주인은 그때 싼 인건비로 장작을 얻었고, 고아인 애송이 용병은 그 덕에 따뜻한 곳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정말이네. 그 빌어먹을 불량배만 아니었어도···”

“그건 그렇죠. 그 자식들, 결국에는 여자 잘 못 건드려서 줄줄이 목이 날아갔습니다.”

“쌤통이다!”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하더니 여관주인이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붉은깃 용병단〉을 주륵 둘러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원래 이곳저곳 떠돌면서 정보를 돈으로 팔거나 술로 바꿔서 먹는 게 용병이라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인연이다. 장작놈 때문에라도 말해야겠네.”

“거참. 얼마나 중요한 거라고.”

“빨리 말해보소.”

“다른 이유가 있었다니?”

용병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 했다. 용병단장이 주먹을 휘두르며 닥치라는 몸짓언어를 사용했다. 앞니가 조금 튀어나온 놈은 이빨을 진짜로 맞기도 했다.

“어이코!”

용병들이 킬킬거렸다. 다시 조용해지자 여관주인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입단속 단단히 해야 할 거야. 소문이 퍼지면 결국 누구라도 찾아와서 기사에게 끌고 갈 테니까.”

“왜 그런가?”

용병들이 절로 여관주인한테 가까이 다가왔다.

“비켜. 입 냄새, 씨발.”

몇몇 용병은 서로 몸싸움을 하기도 하다가 용병단장에 의해서 앉은 채로 뒤로 벌러덩 뒤집어졌다. 산만한 것이 지랄도 염병인 수준이었다.

“진상규명 때문이지. 입 조금이라도 뻥끗한 놈은 끌려가서 고문 좀 당하고 영주를 보게 될 거다.”

꿀꺽.

애송이 용병이 침을 삼켰다.

“〈산딸기 사제〉라고 모르는 놈 있나?”

여관주인의 말에 용병들이 고개를 저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이 주변을 순례하며 곳곳에 산딸기를 주렁주렁 열고 다니는 성자 중의 성자였다. 맨발로 걷고 다니며 한 손에는 동물의 힘줄과 가죽으로 만든 긴 채찍을 들고 다니며 깡패란 깡패들은 죄다 볼에 선명하게 세 줄짜리 흉터를 달고 살 지경이었다.

“그분이랑 내가 좀 친해. 내가 술을 만드는데 좀 재능이 있는데, 그것도 삭힌 술을 잘 만들거든.”

“좋지. 삭힌 술.”

“보관도 굉장히 오래되고, 배고파도 그것만 마셔도 너끈하거든.”

포도나 딸기 같은 것으로 만든 삭힌 술은 칼로리도 높은 수준이었다. 자연스럽게 산딸기 사제와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산딸기로 술을 빚는 것도 가르쳐줬지. 그것 때문에 중앙 신전 놈들의 추적에 잠적해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고.”

“아~! 산딸기만 찾을 텐데, 술로 베풀었으니.”

용병이 무릎을 탁 쳤다.

“아무튼 그분이 10일 전에 떠났는데, 계시를 받았다는 거야.”

여관주인은 〈산딸기 사제〉에 대해서 떠올렸다.

밥 빌어먹는 걱정 없는 세상을 원했던 〈산딸기 사제〉는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않는 괴짜였다. 신성력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그것으로 산딸기를 단번에 주렁주렁 열리게 만드는 그의 신성력 운용법은 중앙 신전의 추적을 받을 정도로 희소한 운용술이었다.

물론 다른 사제들도 그러한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효율성〉에서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씨앗을 통해서 과육을 성장시키는 것에 있어서 일반 사제에 불과한 신성력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기적을 행사하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남부 왕국은 중립신에게 버림받았고, 동쪽에 있는 신천지(新天地)가 열리고 있다는 거지.”

“그거··· 진짜야?”

용병들이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여관주인은 자신을 의심하는 모습에 화를 냈다.

“말해달라며! 말해줘도 못 믿네!”

“아니, 그것도 그럴게···”

여관주인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흥. 〈흰돌 마을〉? 어찌된 줄 알아? 산딸기 사제가 떠나고 다른 사제들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 전염병이 돌아서 싹 다 뒈져버렸어. 병사들이 한 건 그냥 싹 다 태워버리는 것뿐이었고.”

“그런 일이···”

여관주인이 바닥을 탕탕 쳤다.

“우리 같이 X도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던 알만한 사제들은 모조리 동쪽으로 향하고 있어. 남은 건 지랄같이 금받고 신성력을 바치는 돼지들뿐이라고.”

“그래서 자네도 떠난다고?”

여관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방랑하는 사제들을 본 지가 오래되었다.’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 방랑하며 신성력을 베푸는 자들은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용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

용병들은 그 이후로 서로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곰곰이 고민을 했다. 밤이 찾아오고 서로 숙덕거리기도 했지만, 3명 이상 모여서 말하지는 않았다.

날이 밝아오자 〈붉은깃 용병단〉은 그 날로 해체되었다. 모두 자신들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관을 관리하던 내외는 간편한 차림으로 당나귀와 작은 짐수레 하나만 끌고 길을 나섰다. 많이 가지면 표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엊그제 떠난 사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쫓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가야 했다.

〈불파겐 영지〉

〈호수 마을〉

〈원탁회의장〉

게제라스와 도렌 그리고 드낙이 서로를 마주했다.

“다른 이들은?”

드낙의 말에 게제라스가 말했다.

“이스핀 경의 경우 〈석지 마을〉의 관리를 위해서 그곳에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호위 기사〉인 이스핀 롤레온(Ispin Rollleon)은 석지 마을에 있는 노예들을 병사들과 함께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 몽펠리에 가문에서 보내올 선물을 생각하면 석지를 하루빨리 개간해야 했다.

“이실레아 경은 서쪽의 방비를 위해서 소수의 병사를 이끌고 출병했습니다. 봄이 되어서 야수들이 정신을 못 차릴 때 최대한 죽여볼 생각이십니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는 도로가 들어설 서쪽의 위협을 미리 쳐낼 생각으로 뛰어갔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야수들은 바짝 말라있을 것이고, 지금이 적기였다. 그 말을 들은 드낙이 생각이 닿아 물었다.

“〈파충류의 초원〉에 있는 펄 발드들은?”

“대대적인 토벌령을 내리시겠습니까?”

펄 발드들이 지닌 동물 가죽과 식량을 교환한 적이 있었다. 그들에 대한 처우 또한 필요한 시점이었다.

“흠.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종족이라기엔 몬스터에 가까운 종족입니다.”

게제라스가 정론을 이야기했다. 언어가 달라도 서로 죽이기 바쁜 것이 인간들이었다. 북부의 경우만 해도 〈메디오 인〉이라고 스스로를 자칭하며 다른 지방의 인간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었다.

종족이 다르기에 화합보다는 말살시키는 것이 더 안전했고, 뒤탈이 없었으며 인간 내부의 결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드낙은 늙은 펄 발드의 소통하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

‘죽여야겠지.’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몬스터에게 초원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대량의 목축지를 버리는 것과 같았다.

“토벌하는 것으로 생각해두게. 물론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고.”

드낙의 말에 게제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의 주관이 들어간 명령이었고, 현명한 처사였다.

뒤로는 은광맥을 개발하고, 내부로는 귀족 가문의 유입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파충류의 초원〉을 토벌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했고, 병사들은 펄 발드를 위한 훈련을 혹독하게 숙련해야 할 시간도 필요했다.

“파이룬의 도로공사에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부인들은?”

“제각각 장원을 받을 곳에 터를 보러 떠나셨습니다.”

“병사들을 데리고 갔는가?”

“킹슬레이 가문의 경우에는 상인들과 용병들로 이루어진 자들과 함께 갔고, 다른 가문은 기사를 대동하고 갔습니다.”

드낙의 눈이 좁혀졌다.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케이샤가 임신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갔다고?”

“시녀들이 막아서도 가려고 박박 우겼답니다. 크게 소리치고 화를 내셔서 더 안 좋아질 것 같아서 마차를 다섯대나 끌고 향했다고 합니다.”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제국 상인들과 용병들이 오니,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고 하는 듯했다. 드낙은 또 하나를 더 물었다.

“킹슬레이는 제외하고, 다른 가문의 기사가 벌써 왔다고?”

“예. 장원이 결정 났으니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보름 만에 기사가 오다니, 빠르군.”

“오면서 탈진한 말을 버리면서까지 달려왔다고 합니다.”

드낙이 그 말에 손을 주억거렸다.

“불파겐 영지의 부흥을 위해서 열정이 대단한데.”

외척의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장원을 만들 곳을 확정한다면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불파겐 영지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드낙은 눈을 감고 그 광경을 상상했다.

‘마법사만 있으면 딱인데.’

〈아샤 파이룬〉은 성실하지만 아직 어렸다. 드낙 스스로가 마법사가 되는 것이 가장 편했지만 〈정통 마법〉은 아직 하나도 얻지 못했다. 전신 갑주에 있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휙!

드낙이 게제라스에게 은광석을 던져서 건네주었다.

탁. 데구르르.

게제라스는 그것을 못 잡고 허공에 손을 휘적거렸다. 의자가 휘청거려서 간담을 서늘케해서 드낙이 벌떡 일어날 정도로 큰 헛손질이었다.

“어어! 괜찮나?”

“예, 예! 넘어지는 줄 알고 심장이 쿵 떨어앉았습니다.”

드낙이 게제라스에게 말했다.

“산책 말고 적당한 운동이라도 하게. 사람이 그것도 못 잡으니 내가 죄인이 되어버렸잖나.”

“하하하!”

게제라스가 크게 웃었다. 그러자 드낙도 안심하고 빙그레 웃었다. 도렌이 은광석을 원탁에 올렸다. 그것을 잡은 게제라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광맥은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까?”

“가는 데만 7일. 제법 큰 산의 중턱에 있는 고원에.”

드낙의 말에 게제라스가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미치겠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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