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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85화 (384/1,239)

0385 <-- 대산 너머 -->

검은 꿈에 드낙이 들어섰다. 중립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드낙이 물었다. 당연히 고르곤과 이번에 함께 잡은 일각수 개구리에 대한 것이었다.

“훌륭한 전투였다.”

그런 중립신의 말과는 다르게 세파리아스가 빈정거렸다.

“무너진 전세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지. 나중에 가서 운 좋게 계기를 얻어서 고쳐잡았지만, 처음에는 형편없이 휘둘렸다.”

드낙은 그 말에 반발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기세에 밀린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게 밀린 것이라는 건 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눅이 든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밀리며 휘둘려졌다. 팽팽한 싸움으로 느꼈지만 도렌처럼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드낙은 사실 제대로 고르곤에게 위협을 주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이 밀렸다.

드낙이 자연스럽게 얻은 호전성이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드낙은 사선을 넘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고르곤과의 전투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엄청난 전투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뽕이 차오를 정도다.’

절세 무공 비급을 얻은 것처럼 드낙은 크게 흥분하게 되었다. 세파리아스의 한 마디로 막혀있던 것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경기를 끝내고 나서야 그곳에서의 경험이 드낙에게 스며들고, 인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말로 형연할 수 없는 또 다른 쾌락이었다. 물리학자가 새로운 물리법칙을 알아낸 것과도 같은 정신적인 쾌락을 선사해주었다. 육체적 싸움이었지만, 그것은 진실로 정신적인 성장이기도 했다.

드낙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검은 문은 없습니까?”

중립신은 고개를 저었다.

“있다.”

“그런데 왜 안 보여주시는 겁니까?”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고르곤〉은 매우 희귀하고 오랜 삶을 산 고르곤만이 얻을 수 있는 숨결이다. 그 〈초월의 힘〉은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깎여서 만들어진 조각상과도 같다.”

드낙은 중립신의 말에 귀를 기울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그대가 인간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 말에 드낙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썩 좋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발언이 직설적이라도 이해를 하라. 그게 아니라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예. 알겠습니다.”

중립신이 다시 문제로 돌아갔다.

“〈검은 문〉으로 〈죽음의 숨결〉을 그대에게 주기에는 너무 강력한 힘이다. 자멸하고 말 것이다. 몸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지. 안에서부터 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인간의 몸에 〈죽음의 숨결〉? 진정으로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불을 쏘는 능력을 위해서 체내에 휘발유를 들이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맞지 않았다.

“끙···”

드낙이 신음 소리를 냈다. 고르곤을 죽일 수 있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면 〈검은 문〉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 강렬한 열망은 드낙이 결코 포기하지 않게 해주었다. 죽이면 강해진다. 그 진리 속에서 싸움 도중에 싸움을 포기할 자는 없었다.

이기기만 한다면! 그 힘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제기랄. 얻을 수 없다니.’

공기보다 무겁고, 흩어지는 것이 느린 공기의 형태를 지닌 〈죽음의 숨결〉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힘이었다. 특히나 그저 〈뱉어낸다〉라는 행위로 다양한 전투법을 보여준 고르곤 때문에라도 그 힘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드낙이었다.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런 드낙의 표정을 읽은 중립신은 노선을 변경했다. 드낙은 〈죽음의 숨결〉에 정신이 팔려서 그가 생각할 때까지 뒷말을 아낀 중립신의 그 태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단히 음흉한 행동이었다. 〈무감정〉한 신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는 행위이기도 했다. 혹은 많은 세월 덕분에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힘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얻을 수 있다는 겁니까?”

중립신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챔피언인 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떻게 하면 고르곤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까?”

“모든 것은 업(業)을 쌓는 데에 있다. 그대가 쌓은 업의 일부는 나에게로 향한다. 업을 통해서 내 힘으로 널 도와줄 수 있다.”

드낙이 턱을 손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대출받는 기분이다.’

다른 말로는 보험 가입, 은행 펀드가 있었다.

중립신이 해주는 일인데, 드낙이 열 일을 해야 했다. 바로 더 많은 업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드낙은 중립신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느낌이 찜찜했다.

“정확히 어떻게 해주실 생각이십니까?”

“〈고르곤의 찌꺼기〉의 형태로 그대에게 힘을 부여할 것이다. 천천히 고르곤의 기질을 넣어 적응 후에 〈죽음의 숨결〉을 사용할 육신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검은 문이 아니라, 찌꺼기의 형태입니까?”

“과정이 끝난다면 찌꺼기도 아니다. 인간에게 적합한 고르곤의 육신을 얻게 되는 것이다.”

드낙은 이해하지 못해서 몇 번 더 물어보았다.

‘아하.’

인간의 모습을 지녔지만 〈검은 숨결〉을 토해내는 과정을 할 수 있는 몸이 된다는 말이었다. 드낙이 인간이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근데 제가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선택은 그대의 몫이니까. 지금까지 말한 것은 〈죽음의 숨결〉을 사용할 수 있는 과정이 찌꺼기를 계속 누적시킨다는 말이었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엘프의 녹안〉이 개화하기 전까지는 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릇으로 완성된 엘프는 자아를 지키고, 유지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형질이었다. 그 때문에 불파겐 가문이 오우거의 힘을 받아들이고도 적어도 인간처럼 살 수 있었다. 드낙 또한 어느 정도는 엘프의 피를 각성했지만 그것이 겉으로 튀어나올 정도는 아직 아니었다.

부작용에 대한 말에 드낙이 단박에 부정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자신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죽어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을 잃는 것과도 같았다.

‘언제나 봐도 이해할 수 없군.’

그 모습을 보며 중립신은 어리둥절했다. 인간이 생각하는 자신(自身)다운 모습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코 지속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면서 사건을 겪고, 다양한 만남을 하면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생각하는 자신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단 1년만 차이를 두고, 똑같은 일에 대해서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자신다움을 지키려는 드낙은 중립신에게 있어서 모순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드낙은 자신의 중요한 챔피언이었다. 그만한 자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드낙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중립신이 만들어갈 〈테라의 챔피언〉의 자격은 세파리아스 불파겐보다 드낙이 더 잘 할 수 있는 직함이었다.

“검은 문을 선택하면 어떻게 됩니까?”

“현 상황에서는 〈고르곤의 심장(核)〉이 최고일 것이다.”

불룩불룩한 피부는 드낙 또한 원하지 않았다. 검은 문으로 오롯이 들어오는 〈죽음의 숨결〉은 자멸이었다.

‘기질의 변형을 동반하는 고르곤의 찌꺼기.’

보통 찌꺼기가 아니었다. 기간을 2년으로 두고 계속해서 투입되어서 인간 고르곤이 되는 것이다. 또한 중립신이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밀어붙인 것이었다.

드낙이 장고를 하자 중립신이 끼어들었다. 달콤한 말을 건넸다.

“그대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그대가 잡은 〈늙은 고르곤〉은 꽤나 침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를 받아들이면서 기질이 변한 것을 어느 정도 보정해줄 것이다. 결코 부작용이 아닌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 말을 들어도 드낙은 요지부동이었다.

“···일각수 개구리들은 어떻습니까?”

한숨 쉴 겸, 드낙은 주제를 돌렸다.

“〈거대한 생식기〉를 얻고 싶은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드낙은 거절했다. 갑자기 원정에 돌아온 드낙의 생식기가 거대하게 변한다면? 의심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또한 그런 것을 위해서 검은 문을 쓰고 싶지 않았다.

“거대 개구리에게서 얻은 업으로 신성력을 조금 쥐여줄 수는 있다.”

그 말에 드낙이 크게 좋아했다.

“어느 정도입니까?”

“흠. 일반 사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중상자 다섯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이지.”

“감사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한 마디 했다.

“성기사 케이슨에게 중립신에 대해 공부를 하던가 신앙생활을 좀 하고 난 뒤에 신성력을 쓰는 게 보기 좋을 거다.”

드낙이 그의 조언에 고개를 까딱했다. 중요한 조언이었다.

“자, 그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드낙이 심호흡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했다.

“고르곤의 심장은 찌꺼기를 받아들이면 못 얻습니까?”

“검은 문으로 얻는 것보다는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수한 수준이다.”

“정확히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렵지 않지. 고르곤의 심장은 마력핵으로 부를 수 있고, 마력 생체 기관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전신갑주 10벌 수준의 마력 그릇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은 보통 마법을 40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헉!”

드낙이 헛바람을 집어먹었다. 엄청난 마력용량이었다.

“동시에 마력의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전투가 끝나고도 마력이 더디게 회복되는 나의 챔피언인 그대와는 다르게 전투 도중에도 계속 마법을 쓸 수 있다. 생체 기관이기 때문에 그날 그날 컨디션마다 다르겠지만 대충 10분에 한 번의 마법을 더 쓸 수 있다.”

‘미친.’

그렇게 펑펑 숨결을 뱉어내던 이유가 있었다. 엄청난 수준의 심장이었다. 제국이 백금을 주고 살려고 할 정도였다. 업무가 없는 공직을 내리기도 했다. 평생 연금을 받는 셈이다.

“검은 문으로 획득했을 때는 앞에서 말한 정도지만, 2년 동안 찌꺼기를 계속 받아들일 경우에는 전신갑주의 5벌, 20번의 마법 용량에 마법 회복속도는 30분에 1번 정도로 길어질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차이가 납니까?”

“인간에게 적응시키기 위해서 성능이 낮아지기 때문이고, 〈죽음의 숨결〉을 무리 없이 쓰게 만들기 위함이다. 동시에, 그곳에 보관된 마력은 〈죽음의 숨결〉이 되어야 하기에 검은 문의 고르곤 심장과는 용도 자체가 다르다. 마법으로 써먹지 못한다.”

“죽음의 숨결 전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중립신이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불호가 너무 심하다. 뭘 선택해야 하지?’

검은 문으로 선택한다면 순수한 마력이 채워질 마력탱크가 될 것이다.

‘검은 숨결은 여러 곳에서 쓸 수가 없다. 고르곤의 죽음의 숨결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이러니저러니 고민해도 강력한 존재와의 싸움에서나 조커 카드로 쓸 법한 것이 〈죽음의 숨결〉이었다. 남들에게 들켜서도 안 되기 때문에 쓰는 것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마력탱크가 최고로 보였다.

“검은 문으로 고르곤의 심장을 얻겠습니다.”

“좋다.”

중립신의 뒤로 검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쩍 열리며 드낙을 맞이했다. 그는 거침없이 그 힘을 받아들였다.

맥동하는 심장은 거대했다. 심장의 펌프질이 워낙 커서 손까지 피가 두근, 두근거리면서 맥동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펌프질이었다. 동시에 드낙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간격이 인간보다 느리게 변했다.

인간의 심장보다 크기가 커서 더 많은 양의 피를 전신으로 퍼뜨렸다. 자연스럽게 심장의 기능이 커진 것이다.

‘어마어마하군.’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드낙은 검은 꿈에서 상체를 벗었다. 심장이 있는 쪽의 가슴이 폐가 있는 쪽보다 조금 더 튀어나와있었다. 손을 가져다 대면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와. 쩐다.’

현대였으면 연구 대상이었지만 판타지 세계였기에 특이하다는 생각만 가질 것이다. 어린 나이에 황소도 들고 다니는 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고르곤의 심장〉과 〈일반 사제의 신성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큰 이득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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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연재가 불투명합니다. 사유는 동창 만나서 영화 보기로 했습니다. 남고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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