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83화 (382/1,239)

0383 <-- 대산 너머 -->

〈거품 거대 개구리〉가 미친 듯이 펄떡거리면서 위로 올라왔다. 도렌의 입이 달싹거렸다. 지금이 바로 마법을 쓸 타이밍이었다. 상대는 위로 올라오고 있고, 지형의 높낮이 때문에 병목현상이 조금이라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안 쓰면 병신이었다.

“〈모래폭풍(Sand storm)〉, 〈환상급습(Illusion Raid)〉”

킹슬레이 가문의 전신갑주는 〈모래의 마법〉과 〈신기루의 마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그들이 사는 곳이 황무지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전신갑주의 정형화된 4종류의 마법과는 다르게 킹슬레이 가문의 전신갑주는 〈생존 마법〉이 내장되어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 덕에 전투에서 다른 전신갑주보다 못한 면이 있었지만, 유틸성은 더 좋은 편이었다.

휘오오오!

모래폭풍이 일각수를 휩쓸었다. 살기 위해서 개체 수를 낳는 것에만 집중된 성장을 보인 〈거품 거대 개구리〉는 일각수로서의 전투력을 지니지 못한 반푼이었다.

피부가 쓸리고, 균형을 잃기도 했다.

“꿱?!”

동시에 환상을 경험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뭔가가 자신의 코앞에서 공격하는 환상 혹은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크게 미는 듯한 감각에 휘둘렸다. 두 가지의 마법만으로도 일각수 개구리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퍽!

그 사이에도 드낙의 무식한 슬링은 계속됐다. 마법은 금방 사라졌다. 총 다섯 번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킹슬레이 전신갑주〉에서 2번의 마법을 전술대로 쓴 도렌은 뒤로 빠르게 움직이며 통나무를 고정한 밧줄을 숏소드로 잘라냈다.

긴 롱소드보다는 짧은 숏소드가 이곳에서 함정을 발동시키기에 더 좋았고, 슬링의 파괴력이 드낙이 크게 우세했기에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이었다.

“뒤로! 천천히 뒤로! 여기다! 개구리들아!”

드낙은 도렌을 안심시키며, 소리치며 개구리들의 관심을 끌었다. 슬링은 개구리를 보면서 쏘는 것이었고, 도렌은 함정 밧줄을 검으로 쳐야 했기에 개구리에게 습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어그로를 끌어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휘익, 퍽!

쩌저적! 꽈자자작!

슬링과 얼음마법은 끝도 없이 드낙에게서 튀어나왔다. 인위적으로 잘 치워진 바위에 놓여있는 슬링탄약을 순식간에 챙기기도 했다. 모든 것은 계획 안이었다. 전술의 디테일은 실로 대단했다.

푸푹!

“꿱!”

일각수 개구리는 곰이나 다른 야수들이 일각수가 된 것과는 다르게 피부가 두껍긴 해도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털가죽도 아니었기에 타격에도 쉽게 상처를 입었다. 또한 펄쩍 뛰어야 하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나무창에 알아서 몸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낙엽으로 은폐된 나무창에 그대로 찔린 일각수 개구리가 발악하며 버둥거렸지만 단단히 땅이 묻히고 위아래로 돌로 고정한 것이라 들썩거리며 움직여지긴 해도 움직이는 것이 대단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일각수 개구리〉들은 그저 짐승일 뿐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똑똑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혹은 함정을 부술만한 특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특수능력은 발달되고 돌출되고 거대화가 이루어진 생식기에 불과했다.

상황은 그렇게 근접전도 없이 끝이 났다. 물론 죽은 개구리는 13마리에 불과했다. 일각수의 신체는 실로 내구력과 생명력이 대단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죽지 않았다.

푸욱! 푹! 푹!

드낙은 롱소드를 꽂고 살짝 빼다가 앞으로 힘을 주어 다시 박고, 빼면서 다시 앞으로 체중을 실어 바닥에 있는 길쭉한 레버를 앞으로 밀 듯이 롱소드를 다루며 꽂아 넣었다.

내부가 헤집어진 개구리가 발발 떨었다. 하지만 전투불능에 빠져서 흐물거리는 손으로 드낙을 밀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혓바닥이 드낙의 전신갑주를 힘없이 핥았다. 마비독은 드낙의 피부로 스며들지도 못했다.

퍽! 퍽!

도렌은 그나마 인도적이었다. 오로지 〈빨리 더 많이 죽인다〉라는 드낙의 행동과는 다르게 착실하게 안전을 도모했다. 가장 먼저 히터 실드로 머리통을 두 번 내려쳐서 눈이 까뒤집어지면 그제야 숏소드로 뼈가 없는 아랫배로 숏소드를 찔러 넣어 심장을 갈랐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드낙보다 속력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개구리가 눈이 까뒤집어졌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가? 몰랐다. 조금만 느낌이 이상해도 일단 히터 실드로 다섯 번은 머리통을 후려 갈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확인사살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죽이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질척거리면서 빌빌거리며 살려고 발악하는 개구리를 안전하게 죽여야 했기 때문이고 사람과 키는 비슷했지만 덩치가 달랐기에 압박감도 대단했다.

‘젠장!’

도렌은 한 마리를 썰고 나서 숏소드에 있는 점액을 닦았다. 몸 내부가 질척질척한 것이 일각수 개구리였다. 숏소드는 마치 짐승기름을 덕지덕지 묻힌 것처럼 절삭력이 사라져버렸다.

슥슥, 슥슥!

흙으로 숏소드의 점액을 닦아내고, 손으로 힘을 줘서 대충이나마 흙과 함께 남은 점액도 밀어낸 도렌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아예 장작을 들어 올려 재를 묻혀서 수분을 제거하고, 썰기도 했다. 엄청난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후으으, 케켁! 허억! 헉!”

도렌은 달빛이 내려비치는 누런 못에 도착했을 때, 미친 듯이 숨을 내쉬었다. 고르려고 해도 감당이 되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드낙이 웃었다. 그는 숨 하나 차지 않았다.

불파겐 가문의 가보(家寶) 중 하나인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였다. 드워프제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무리를 했어? 천천히 하지.”

“제가, 후욱.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후우. 후우우···”

무인답게 빠르게 숨을 고르긴 했지만 온몸의 피로가 사라지기는 글렀다. 도렌은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한 감각과도 같았다.

그만큼 점액으로 가득한 일각수 개구리를 죽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저 알들도 모조리 처리해야 한다. 조금 쉬고 시작하자.”

“예.”

흩뜨리지 않은 장작을 이용해서 다시 모닥불을 지폈다. 돌을 달구는 동안 물도 끓였다. 도렌은 포도주를 마셨다. 드낙은 도수가 높은 자신의 술을 도렌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밤은 추우니까. 독한 걸 조금이라도 마시는 게 좋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불을 쬐고, 돌아온 도노와 늑대 무리와 함께 쪽잠을 잤다. 데운 돌의 열기가 땅 위에서 올라왔기에 몸 또한 데워졌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 다시 움직여야 했다. 많은 알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드낙은 모아놓고, 마법으로 얼려버릴 생각을 했다. 못의 높낮이는 천지차이였지만, 알은 뭉쳐서 드문드문 있었기에 장대로 한 곳으로 모으기에 수월해 보였다.

“후우. 후우.”

데운 술과 곡물가루와 육포를 찢어서 넣은 수프로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식사를 하고 곧바로 장대를 들고 알들을 모았다. 뭉쳐져 있는 알은 순식간에 덩어리째로 움직여졌다.

‘엄청 무겁네. 알이 얼마나 많은 거야?’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위에 있는 알보다 아래에 잠긴 알이 더 많아 보였다. 물론 누런 빛깔을 한 깊은 못이라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

알을 중앙에 모으고, 도렌이 드낙에게 다가왔다.

“고르곤은 이곳에 없는 것 같습니다. 피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눈이 퀭한 것을 보니 그것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했다.

“도노가 있는데 무슨 걱정을 그렇게 했어.”

“아.”

도렌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하여간···’

빈틈이 틈틈이 튀어나오는 것이 도렌이었다.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

드낙은 어느 정도 회복된 마력까지 투입해서 잔뜩 모여진 알들을 모조리 얼려버렸다. 얼음구역의 지점을 한 번 쓸 때마다 높이를 낮게 잡아서 아래에 있는 알들도 모조리 얼려서 파괴했다.

구구궁···

“무슨 소리 들었지?”

“예. 못에서 들립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못 밑에···”

잔뜩 모아져서 쌓여진 채 꽁꽁 얼어버린 얼을 알들을 부수며 새까만 피부의 고르곤이 수면 위로 튀어 올라왔다. 그의 입은 얼음알을 한 덩이 물고 있었는데, 단번에 씹어버리며 우걱우걱 집어삼켰다.

‘저래서 개구리 일각수들이 출산력만 높였구나!’

전투력이 아니라 출산을 위한 성장! 출산력을 높인 이유가 고르곤에게 알을 먹이고 있었다는 뜻인 것을 드낙이 단번에 알아차렸다.

“꾸어어어엉!!!”

소리를 한 번 내지른 고르곤이 콧김을 내뿜었다. 〈죽음의 숨결〉은 검은 연기와 흡사했는데 다른 기체와는 다르게 그 연기는 오랫동안 유지되며 천천히 흩뜨려졌다. 또한 공기보다 무거운지 아래로 가라앉았으며 색은 옅어지면서 안 보일 때까지 10초는 걸리는 듯했다.

“산개해서 도망친다! 마법 없이는 전투가 힘들 것이다.”

“예!”

늑대 무리 또한 흩어졌고, 드낙과 도렌도 바로 도망줄을 놓았다.

고르곤의 검은 눈동자가 그것을 훑었다. 전투 상황이었으며, 강력한 존재가 튀어나온 상황이었기에 절로 스스로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기세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강하군.’

고르곤의 눈이 드낙에게로 향했다. 인간이 뿜어낼 수 없는 기세가 쏟아지고 있었다. 평범한 자라면 저 인간이 뛰어든다면 꼼짝도 못 하고, 자신의 실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죽어버릴 것이다.

“크흐응!”

콧김을 내뿜으며 고르곤이 추켜올려 세운 앞발을 땅에 찍었다.

쏴아아!

물살이 크게 일어났다. 물에 있었음에도 고르곤의 질주는 미친듯한 속력을 보여주었다. 입을 쩍 벌린 고르곤이 고함을 내질렀다.

“꾸어어어어엉!!!!”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더니 그대로 도약해서는 못에서 튀어 올라 땅바닥에 그대로 부딪쳤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습기를 머금은 흙 따위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고르곤은 항상 강자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다수〉와의 싸움도 많이 겪어왔다.

이렇게 약자들이 도망칠 때 우선순위는 명확하게 정해둔 노하우가 있었다.

‘강자부터 노린다. 다른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헐거워지고 도망쳤다. 그렇다면 다시 뭉칠 존재를 죽이면 되는 것이다.

쾅!

나무가 쓰나미에 휩쓸리는 것처럼 뿌리째 뽑혀져서 땅과 함께 밀려났다. 뒤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소음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옆으로 돌아갔다. 묵직한 암벽이 그의 모습을 지웠다.

‘기습해서 겁을 줘서 속력을 늦추게 만들어야겠다.’

속도를 감안해서 암벽에서 조금 더 많이 뒤로 갔다. 그리고 그것이 드낙을 살렸다.

꽈앙! 와르르!

큰 돌덩어리가 그대로 박살이 나며 고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돌가루가 먼지처럼 일어났고, 수많은 잔해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드낙이 그곳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고르곤의 검은 눈과 드낙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꾸엉!”

고르곤이 짧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앞발을 브레이크처럼 몸을 정지하듯이 세우면서 땅을 쾅하고 찍었다.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출렁거렸고, 땅을 밟은 드낙의 발은 그 진동과 땅의 출렁거림에 균형이 단박에 무너졌다.

쉬익!

그 속에서도 힘을 받은 롱소드가 고르곤을 공격했지만 가죽을 베는 것에 그쳤다.

“후우우!”

고르곤이 주둥이를 모아서 죽음의 숨결을 강하게 뱉어냈다. 먼 거리를 보내는 수법이었지만 드낙의 속력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스쳐 지나가듯이 회피했다.

파직!

붉은 머리카락에 죽음의 숨결이 닿자마자 스파크가 일어났다. 닿은 머리카락은 단번에 새하얗게 탈색이 되면서 뻣뻣하게 굳더니 자잘한 돌가루에 맞은 것만으로도 뚜둑 부러져서는 땅바닥에 떨어져내렸다.

드낙은 그것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제기랄!’

상처를 크게 못 줬기 때문에 전투는 더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생각보다 고르곤이 영악했고, 싸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보통 짐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드낙의 마음을 간파한 것인지 소의 머리를 한 고르곤이 씨익 웃었다.

‘말이라도 할 기세인데.’

드낙이 검을 고쳐잡았다. 고르곤은 앞발을 들어 올려서 곧추섰다. 몸길이는 3미터가 넘었다. 자연스레 드낙의 시선이 위로 올라갔다.

두두두두!

고르곤이 엄청난 발굽 소리를 내며 기민하게 빨빨 거리며 드낙을 향해 몸을 들어 올린 채 돌진했다. 땅이 푹푹 패여서 사방팔방으로 진흙이 덩어리째로 터져나갔다. 고르곤에게 접근한다면 제법 무게가 나가는 진흙 덩어리에 범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할 드낙이 아니었다. 고작 진흙 덩어리는 아무런 고려 사항도 될 수 없었다.

‘내가 임마! 중립신의 챔피언이다!’

그대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고르곤의 검은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 작품 후기 ==========

5916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0